[희망돌 프로젝트 #2] 중국 중관촌 ‘창업거리’에 가다.
베이징 중관촌 하면 빠지지 않는 곳, 바로 ‘창업거리(이노웨이, Inno-way)’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여러 매체에 의해 많이 알려진 곳이기도 하고, 중국 리커창 총리가 직접 방문해 “창업자들이 앞으로 중국을 이끌어 갈 것”이라며 창업에 대한 지지 표명을 해 더욱 관심을 끌어 모은 곳이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곳은 어떤 곳일지 기대감을 갖고 방문하게 되었다. (참고 : 중관춘 찾아가는 방법)
‘창업거리’까지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거리에 보란 듯이 커다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바로 오른 편 길을 따라가면 본격적으로 ‘창업거리’ 입구를 볼 수 있다. 사람이 북적이는 전경을 예상했지만, 정적인 분위기여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중관촌 내 창업카페를 말하면 보통 세 곳을 꼽는데, ‘처쿠카페’, ’3W카페’, 그리고 ‘빙고카페’를 말한다. 이날 우리는 중관촌 3대 창업카페를 모두 방문했다. 세 카페의 공통점은 스타트업들이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진짜 카페처럼 말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 ‘처쿠카페’를 제외한 ‘3W카페’와 ‘빙고카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처쿠카페’는 비영리로 운영되지만, ‘3W카페’와 ‘빙고카페’는 스타트업들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괜찮은 아이디어를 선별해 키워주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동시에 하는 곳이란 것이 다른점이다.
이런 특징 때문일까. 실제로 방문했을 때 세 카페 모두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3W카페’는 사람들도 많고, 모두들 노트북을 켜놓고 심각한 표정으로 긴 대화를 하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사무 공간도 따로 마련 되어 있었고, 3층에는 인큐베이터가 위치해 있었다. 세 카페 중에 가장 전문성이 느껴진 곳이다.
‘빙고카페’는 다른 두 카페 보다는 한산해 보였다. 보통의 카페와 같은 분위기였고, 이곳에선 특별한 점을 찾진 못했다. 마지막으로‘처쿠카페’는 1층이 아닌 2층에 위치해 있는데, 열띤 토론을 하는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조용한 분위기였다.
직접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아 ‘처쿠카페’에선 인터뷰를 시도해보았다.
그렇게 만난 친구가 스타트업 ‘붐센스(이하 BoomSense)’의 PM(Product Manager)인 ‘궈창’이었다. 누구를 인터뷰할까 두리번거리고 있는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해준 이 친구는 차분하게 자신의 회사에서 개발중인 제품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BoomSense가 만들고 있는 것은 IoT 기술기반으로 한 제품으로 종류만 15가지가 넘었다. 이들이 처쿠카페에 온 것은 자신의 제품에 투자할 투자자를 찾기 위함이라 했다. 더불어 처쿠카페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제품에 대해 소개하고 피드백을 받는 중이라고 했다.
이외 처쿠카페에 우리처럼 외부손님으로 방문한 홍콩출신 스타트업 관계자도 만났다. 이 스타트업 구성원 6명 중 4명은 홍콩 출신이고, 나머지 2명은 미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친구들이라 했다. 이날 ‘처쿠카페’를 방문한 것은 베이징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는 동시에, ‘처쿠카페’에서 사업에 도움이 될 정보나 조언을 얻고 싶은 마음에 찾아왔다는 설명이었다. 홍콩에 있는 스타트업 관계자들도 찾아올 만큼 중국 내에서 카페가 활성화 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중국의 청년 창업자 상당수가 ‘고학력’의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지난 기사에서 소개한 HJPoint 구성원 역시 석사 출신이 다수였고, 심지어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팀원들도 있었다.
처쿠카페 매니저인 써니(Sunny)는 “이곳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와서 공유할 수 있고, 함께 할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라 설명했다. 더불어 여타 창업카페와의 차별성으로 처쿠카페는 플랫폼에 가깝다고 부연했다. 그녀에 말에 따르면, 4년 전만해도 대학생들은 졸업하기 전에 창업을 할 수 없었고,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생들도 자유롭게 창업을 할 수 있는 스타트업 환경이 갖추어졌고, 텐센트와 같은 인터넷 대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할 정도로 창업에 대한 투자 지원 역시 높아졌다 한다. 더불어 미국에서 유학을 다녀왔다거나 기업에서 근무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보다 손쉽게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한다.
또한, 처쿠카페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큰 규모의 데모데이가 진행된다고 한다. 정해진 주제를 미리 공고하고 그에 맞는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스타트업이 신청하면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발표를 통해 팀원을 구할 수도 있고, 전문가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한다. 데모데이에는 벤처투자자나 엔젤투자자가 다수 방문하기 때문에 의미있는 자리라고. 더불어 정기 데모데이 외에도 소규모의 발표 이벤트가 자주 열린다고 한다.
중국의 창업 열풍이 거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다소 예민한 질문에, “정말 거품이라면 거품인지도 모르지 않냐”며 “중국 청년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되어 왔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의 시각에서 처쿠카페는 인큐베이터보다는 덜 전문적이지만, 덜 제한적인 곳으로 느껴졌다.
운이 좋게도 우리가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처쿠카페에서 텐센트가 주최하는 기술 살롱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 의자에 앉아 코딩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중국 인터넷 대기업인 텐센트가 창업카페에서 직접 기술 살롱을 한다는 것은 중국의 대기업들도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보였다. 처쿠카페 뿐만 아니라 중관촌의 창업 문화는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중국에 대한 편견마저 내려 놓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중관춘 방문은 창업에 관대하고, 누구든 함께 공유할 수 있고, 자유롭게 참여 할 수 있는 그들의 창업문화를 목도할 수 있는 기회였다. 더불어 개인의 열정 뿐만 아니라 정부, 기업,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가 뒷받침 되는 중국의 더 높은 도약이 진행중임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 일정이기도 했다.
원문 : 중국 중관촌 ‘창업거리’에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