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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무엇에 주목하는가?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SF 2015’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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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 미국 최대 IT/스타트업 콘퍼런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SF 2015(TechCrunch Disrupt SF 2015)가 23일까지 사흘에 걸쳐 샌프란시스코 피어 70(Pier 70)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남아메리카, 아시아의 기술기반 스타트업 1만여 명이 샌프란시스코에 모였다. 테크크런치는 연간 여러 지역에서 소규모 밋업(Meet-up, 지역별 주요 인사 연설 및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진행하지만 디스럽트 SF는 글로벌 스타트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본선 행사와 다름없다.

3일간 열린 이번 행사에는 650여개 스타트업과 배틀필드(경진대회) 본선이 진행되었다.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업 비비비(BBB)가 스타트업 앨리(기업 전시)에 참가하였다. BBB는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서울 밋업’ 우승팀 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를 둘러보며 디스럽트 SF 2015에서 보여진 주요 트렌드와 현장에서 발견한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하였다.

실리콘밸리, 하드웨어와 헬스케어에 주목하다

스타트업 배틀필드(Startup Battlefield, 경진대회) 본선에 오른 Top contestant 스타트업은 “The Next Big Thing”을 보여주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본선 진출 스타트업에 8개 하드웨어 스타트업 – 건강진단, 코딩교육용 큐브로봇, 네일아트 프린터기, 식물재배용 IoT화분, 웨어러블 VR 햅틱 콘트롤러 등이 선정되어 새로운 프로덕트와 기술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온디맨드(On-demand)형 생활서비스, 빅데이터 솔루션, 검색 기술 및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대부분이었다. 하드웨어는 단 1곳에 불과했던 작년과 달리 하드웨어 기술 스타트업들이 배틀과 전시에서 활발히 두각을 나타냈다. 

헬스케어는 진단(Diagnostics)용 IoT와 의료 데이터 수집(Data Aggregation) 응용 서비스가 화두

디스럽트 행사만이 아니라 헬스케어에 대한 높은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붐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과 차이점이 있다면 헬스케어 서비스가 아니라 모바일 플랫폼이 연동된 의료기기에 대한 주목이 높다는 점이다.

본선 진출 스타트업 중에도 모바일 기술을 적용한 자가의료 진단기기와 센서개발 업체가 3곳이나 되었다. 코히어로 헬스(Cohero Health)팀은 호흡기질환 환자용 자가진단키트와 연동 데이터관리 앱 서비스를, 스위스 스타트업 아바(AVA)는 여성의 임신 관련 신체정보를 수집하는 수면용 웨어러블 팔찌를, MIT 출신의 휴몬(Humon)팀은혈중젖산역치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밴드를 선보였다. 운동선수(마라토너)의 경우 하는데, 근육량대비 활동량으로 한계점(젖산역치)을 측정하는 알고리즘으로 설계하였다.

미국의 30세 이상 성인 40%가 당뇨병 혹은 당뇨의심 환자에 속하며 만성질환자 수 또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보니 국가적으로 조기진단과 헬스케어가 크게 주목받고 있음을 방증하는 듯 하다. 그렇다보니 모바일 혈액진단기 엘리마크(elemark)를 선보인 비비비(BBB) 또한 전시만 운영했는데도 투자자, 의료/의약업계 관계자 등 현지 참관객 500여 명이 부스를 찾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엘리마크를 설명 중인 비비비 최재규 대표>

의료 데이터를 수집(Data Aggregation)하여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도 다양했다. 건강검진결과 데이터관리 솔루션, 병원스탭용 의료정보데이터 공유 및 내부커뮤니케이션 서비스(쉽게 표현하자면, 병원용 슬랙 서비스), 제2순위 의료상담서비스 등 환자의 의료 데이터부터 모바일에 저장된 헬스케어(운동, 음식) 데이터까지 수집하여 환자 본인과 의사가 데이터를 쉽게 관리하고 개인에게 더 맞춤화된 치료를 제공하도록 돕는 서비스들이 주를 이루었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데이터 수집(Data Aggregation)과 딥러닝(Deep Learning)

올해 스타트업 배틀필드 최종 우승의 영예는 애그리리스트(Agrilyst)에 돌아갔다. 애그리리스트는 실내 농업(Indoor farms)용 관리 기기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데이터 솔루션을 개발했다. 실내 농업을 운영하면 CO2, 조도, 물 공급 등 다수의 시스템을 관리해야 하고 그 결과 데이터 또한 방대하지만, 대부분의 기기들이 네트워크 기능이 없거나 각기 다른 센서끼리 연결되지 않아 결국 데이터를 수기로 작성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애그리리스트는 각 센서의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 저장하고, 네트워크 기능이 없는 기기의 데이터는 엑셀시트로 넣으면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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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뿐만 아니라 기업용 재정관리 서비스, 비즈니스용 데이터 솔루션 서비스 등 빅데이터의 주요 문제점인 다수의 채널로부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자가 관리하고 결과물을 이용하기 쉽도록 제공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기술(AI)을 적용한 솔루션들도 다양했다. 그중에서 아토매틱스(Artomatix)는 딥러닝기반의 AI 기술을 응용하여 인물캐릭터부터 배경디자인까지 다수의 그래픽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아토매틱스의 시연 화면은 여기 클릭)

생활서비스 분야는 시니어 창업가들이 활약 – 전문 경력과 주변 경험에 착안한 서비스 소개

행사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중에 시니어 창업자인 경우가 드물었지만 이들은 전문 경력과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의 고충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개발하여 두각을 나타냈다. 15년 이혼전문변호사가 이혼소송 신청 서류부터 변호사 고용 및 상담, 복잡한 절차 등 문제점을 온라인으로 간소화한 이혼전문서비스 세퍼레이트닷어스(sperate.us)를 선보였다.

50대 중년 부부, 비욘 오빅과 마리사 오빅은 자영업을 하는 지인들의 ‘검증된 파트타임 직원 구하기’ 고충을 듣고스태플리(Staffly)를 서비스를 만들었다. 스태플리는 에어비앤비, 우버처럼 자영업자(고용주)와 파트타임 직원(피고용자)가 상호 평가를 하고, 평가에 따라 고용주와 피고용자를 선택하는 파트타임직 중개 서비스이다. 스태플리는 이미 80만 달러(약 9억5천만원)정도 시드투자를 받았으며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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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플리 공동창업자 오빅 부부, 사진 테크크런치>

위치기반의 심부름/서비스 팁 결제 서비스 브라보(Bravo)는 위치기반 검색으로 팁 수령자를 선택, 1달러부터 원하는 만큼의 팁을 설정하여 결제비밀번호만 누르면 결제가 완료된다. 브라보는 DAY1 전시에 참여해 ‘와일드카드 스타트업’으로 선정되어 스타트업 배틀 진출권을 따냈다. 

마리화나, 암시장 재화가 아닌 대중화 상품으로?

올해 행사의 핫토픽은 ‘래퍼 스눕독’과 ‘마리화나 비즈니스’가 아닐까. 스눕독은 패널 세션에 초대되어 그가 공동 기획한 마리화나 전문 미디어 플랫폼 ‘메리 제인(Merry Jane) 마리화나 2.0’(오픈 예정) 소개했다. 메리 제인은 마리화나 관련 생활정보부터 변형 마리화나 판매 약국 정보를 비롯해 연예인 인터뷰 등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메리 제인 서비스를 소개하는 래퍼 스눕독, 사진 테크크런치>

마리화나 비즈니스로 스타트업 배틀 본선에 진출한 스타트업도 있었다. 그린비츠(Greenbits)는 마리화나 판매용 POS(Point-of-Sales) 시스템 솔루션을 선보였다. 마리화나 싹과 마리화나용 액세서리 판매 및 재고를 관리하는 솔루션으로, 워싱턴주 주류 및 마리화나 관리청(WSLCB)이 제공하는 추적 API가 적용되어 합법적인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다. 현재 마리화나 판매가 합법적인 워싱턴 주의 마리화나 판매점 중 45%가 그린비츠 POS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내 마리화나 합법 주가 올해 6개 이상 추가될 예정으로 서비스 범위를 더욱 넓혀갈 계획이다.

브라질, 일본, 대만 등 국가별 파빌리온 … 글로벌 스타트업씬(Startup scene)을 한곳에서 비교

3일간 650여 개 스타트업이 모인 현장에서 전세계 스타트업 트렌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컸다. 약 10여개국 정부 기관이 자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자 국가별 파빌리온(전시 공간)을 마련하였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일본, 대만, 중국, 슬로바키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이 있었음)크게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동유럽 스타트업은 서비스 비중이 80%이상으로 SNS, 위치기반 서비스, 모바일 마케팅 트래킹, 생활 서비스 및 O2O서비스가 많았다.

아쉽게도 모바일 서비스가 다양하게 발전하지 않은 국가들의 경우,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서비스를 벤치마킹하여 비슷한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유사하지만 나라마다 기술개발력이 현저히 차이나는 경우도 있었고,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국가별로 모여 있어 그 시장의 IT/서비스 시장이 주목하는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고, 유사한 서비스가 있다면 즉석에서 질문으로 현지 시장에서 이 서비스가 노리는 시장 규모부터 비즈니스 솔루션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고려하지 못했던 시장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장점도 있었다.  (한 눈에 시장을 파악하는 것은 좋았지만, 사실 국가 파빌리온에 속한 스타트업들은 헬스케어나 SNS, 핀테크, 하드웨어 등 기술/산업별 섹션에서 운영한 팀들보다 주목도가 낮았다. 참관객들이 투자자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기업관계자, 벤치마킹 사례를 찾는 스타트업이기에 대부분 기술/산업별 섹션으로 먼저 향했다.)

기업과 정부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실리콘밸리로 모여든다

서유럽과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 중국, 두바이 등 참가 스타트업의 국가만큼이나 다양한 곳에서 기업이나 정부 기관의 담당자들이 방문하였다. 그들은 행사 전일 동안 기업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스타트업 부스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기술 분야와 모바일 제품 시장의 싸이클이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신사업팀들도 새로운 기술 스타트업이 있다면 직접 투자해서 제품과 스타트업을 빠르게 성장시키려는 니즈가 늘어나는 듯하다. 비단 IT 기업만이 아니라 모바일 기술의 접목이 느린 부품, 소재 산업이나 전통산업, IT가 주사업이 아닌 기업, 개인 병원 의사, 개발도상국 공공 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도 보였다. MWC나 CES 같은 글로벌 박람회현장에 버금갈만큼 글로벌 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업계의 종사자들이 모였다.기술과 비즈니스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기존의 기술과 노하우에만 갇혀 있던 기업들이 2년, 5년 후의 메가 비즈니스가 될 ‘씨앗 기술과 스타트업’을 빠르게 발견하고자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전 세계 20개국, 650여 개 스타트업들의 불꽃튀는 경쟁 … 그 경쟁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된다면

디스럽트 행사는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며 명실상부 글로벌 유니콘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았다. 전 세계 약 20여개국, 650여개 스타트업들이 전시에 참석했고, 스타트업 배틀 또한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8개로 소프트웨어에 편중되었던 작년 대비 행사의 콘텐츠가 더욱 풍부해졌다. 참가 스타트업들이 이미 시드 투자(Seed Funding)를 받았거나, 서비스 운영경력이 1년 이상으로 사용자를 다수 확보한 경우가 3분의 1이상 되었고, 하드웨어 스타트업들도 기본적으로 양산 직전의 프로토타입 수준의 프로덕트를 선보였다. 이미 B2B 매출을 내며 성장 중인 곳도 있었다.

스타트업 앨리 현장조차도 글로벌 본선 무대나 다름이 없을 정도로, 그 사이에서 경쟁하여 큰 주목을 받는 것 또한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과 같았다(실제로 부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은 와일드카드로 선정하여 본선 배틀 진출권을 수여한다). 내년에 참가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면 이 경쟁의 현장에서 다시 한 번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글로벌 시장성을 보여주며 주목바길 기대한다.

구슬 / PR&Marketing / BBB
플래텀 기자 생활을 거쳐 글로벌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BBB의 PR/Marketing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내 IT 스타트업의 트렌드와 더불어 모바일 헬스케어 트렌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www.bbb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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