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돌 프로젝트 #6] 구글 다니세요? 저는 창업했어요!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용자 경험을 저해하는 모바일 광고에 대한 사용자의 불만이 크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있는 몰로코(Molocoads)는 이를 개선하는 모바일 광고 기술 전문 스타트업이다. 사용자 경험(UX)을 방해하지 않는 광고를 송출하는 것을 지향하는 회사로 창업자는 전직 구글러였던 안익진 대표다.
실리콘밸리는 왜 창업 문화가 활성화 될 수 있었을까? 관련해 다양한 분석자료가 있지만, 창업에 관한 ‘긍정적 태도’, 혹은 ‘장려하는 분위기’는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요인이다. 그리고 이것이 허상이 아닌 실제라는 것을 안대표와의 만남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팔로알토(Palo Alto)에서 안익진 대표를 만났다.
안익진 몰로코 대표
창업을 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중학교 때부터 스티브 잡스 사진을 방에 붙여 놓고 실리콘밸리로 가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때부터 창업, 실리콘밸리에 대한 마음이 있었죠. 비즈니스를 해서 ‘돈을 벌겠다’ 보다는 개발자 마인드에 따른 소망이었어요. 성인이 된 이후 개발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왜 이렇게 풀면 될 것 같은데 사람들은 그렇게 안 하지?’라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환경적인 부분과 내적인 동기가 맞아 창업을 했죠.
실리콘밸리라 해도 창업 결정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거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이 구글에 다니면서도 지속됐어요. 회사의 방향과 추구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구글을 퇴사했죠. 그렇다고 구글에서의 생활이 단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구글에서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정을 배웠기에 창업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정말 창업에 관대한가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저도 미국의 일부분만 알아요. 실리콘밸리 역시 그렇고요. 제가 구글을 다녔다고 해서 실리콘밸리의 회사가 이렇다라고 단정짓지는 못해요. 구글 역시 무수히 많은 기업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요. 다만, 구글이 워낙 독특한 회사이기는 해요.
구글에서의 경험이나마 말씀을 드리면, 구글은 창업에 확실히 관대해요. 실제로 구글을 나오고 창업한 분들이 많이 있고요. 이런 분들 중에 물론 잘된 경우도 있지만 안 좋게 풀린 경우가 많은데요. 다수가 다시 구글에 복귀하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것은 구글은 복귀하려는 사람에게 열려있어요. 구글 퇴사 후 1년 안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무 조건 없이 재입사가 가능해요. 창업 아이템으로 대박까지는 아니였어도 창업을 해서 괜찮은 팀을 구성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면서 1년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면 회사에서 경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고요. 회사 내에서 창업한 사람들이 요직에 있기도 하고, 회사 내에서 창업을 훈장으로 여기는 분위기이죠. 우리나라도 대기업은 모르겠지만, 스타트업에는 그런 인식이 있을거라 봐요.
조금 다른 이야기겠지만, 제가 미국에서 창업을 하고 겪은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어요. 첫 번째는 회사 계좌를 만들러 은행을 갔는데 은행 직원에게 사업 계좌를 만든다고 하니까 ‘무엇 때문에 사업 계좌를 만드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창업을 해서 필요하다’라고 말했더니 구체적으로 웹을 하느냐, 커머스를 하느냐, 모바일을 하느냐고 관심을 가지며 묻더라고요. 은행 다니는 아저씨도 이런 얘기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죠. 두 번째는 창업하고 한국 출장을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왔는데, 공항 직원이 입국심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왔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창업을 했는데, 비즈니스를 하러 다녀왔다’고 말했더니, ‘창업 축하한다’고 하더라고요. 이 두 경험은 단적인 예이지만, 이 경험을 통해 미국이라는 사회가 얼마나 창업에 열려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회적으로 창업을 응원하는 분위기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것 같고요.
한국 기업에서도 일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미국 기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실무자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책임이 다르다고 봐요. 미국 기업은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피력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해요. ‘이렇게 해왔으니까 이렇게 한다’라기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한다’는 자세를 중요시 여겨요. 그런게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조직의 일원이었던 때와 창업자가 된 현재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구글에서 매니저 노릇할 때는 회사에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어요. 거의 모든 시간이 30분 단위로 쪼개져 있었고, 회의 하나 끝나면 바로 다음 회의가 있는 식이었어요. 건물이 달라서 뛰어 다니거나 구글 자전거를 타고 정신없이 돌아다녔죠. 그런데 그렇게 바빴음에도 제가 좋아하는 웹툰은 빠짐없이 봤어요. 그런데 창업을 하고 나니, 웹툰이 2~3주씩 밀리더라고요. 웹툰을 보는 개수도 줄었고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웹툰을 봐야한다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던거죠. 구글을 다닐 때보다 시간적으로 바쁜 건 아닌데, 몰입하는 정도가 다른 것 같아요. 주인의식과 몰입의 정도가 더 강해졌어요.
회사를 다닌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고 창업을 한다고 해서 더 행복한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회사 내에서 일을 하며 사는 게 즐거울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회사에만 있는 것이 불편해 나오는 사람도 있고요. 답은 없는 것 같아요. 제 기준에서는 회사도 재미있었지만, 창업을 진행하는 과정이 주는 즐거움 자체가 제게 큰 매력이에요. 그 즐거움이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더 좋기 때문에 창업을 한 것이죠.
한국에서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해보셨어요?
한국에 기여를 하거나 오피스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은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그리고 제가 골수 개발자라 개발과 창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내 실력을 검증받고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요?
예비 창업자가 만약 대학생이라면 부럽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는 젊은 친구들이 제일 부러워요. 지금 뭔가를 실패해도, 도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더 잘 할 수 있는 잠재력이 훨씬 높기 때문이에요. 젊은 창업자는 시간 그 자체가 큰 자산이에요.
철저히 준비가 된 창업은 없다고 봐요. 아무리 준비해도 실제 창업을 하다 보면 항상 새로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저 같은 경우에도 준비를 참 많이 했어요. IT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유학을 다녀와야 기반이 생기지’라고 생각하고 유학을왔고, 미국에서 창업하려면 ‘기업 경험이 있어야지’ 해서 구글을 갔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지만 막상 창업을 해보니 제가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준비가 덜 되었다고 망설이거나 걱정하지 않았으면 해요.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베스트 팀을 만들고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정말 좋은 사람이 모여서 일을 빨리 진행해서 끝내겠다는 생각은 되도록 하지 않는게 좋아요. 훌룡한 사람들이 모여있다가도 헤어지고, 또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이 스타트업이에요. 수시로 생기는 인원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있어야 하고 이런 변화를 잘 견딜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분명히 창업을 진행하면 여러 난관이 있을 거예요. 그 위기를 이겨낼 패기와 에너지가 중요해요. 구글 매니저로 있을 때 스탠퍼드에서 한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 간 적이 있어요. 그 자리에서 일부는 제가 구글에 다닌다고 하니까 구글 어떠냐고,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느냐라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한 친구는 ‘아 구글 다니세요? 저는 창업했어요’라고 당당히 말하더군요. 뭔가 다른 느낌과 패기가 있는 친구였어요. 그 친구처럼 어떤 환경이나 분위기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몰로코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인가요?
모바일 광고 기술 사업이에요. 특정 서비스의 유저 베이스를 기반으로 수익화를 진행하도록 돕는 서비스죠. 기존에 있는 광고 모델들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해치는경우가 비일비재해요. 팝업 광고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죠. 이 문제가 모바일로 가면서 더 심각해졌어요. 모바일은 스크린이 작아 광고가 더 큰 방해로 느껴지는 것이죠. 더불어 앞으로 앱 서비스는 앱을 쓰는 시간을 단축해주는 방향으로 발전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앱을 킬 필요 없이 ‘시리’처럼 명령어로 앱을 켜고 끌 수 있게 되겠죠. 그런데 문제는 지금 있는 모든 광고들은 페이지 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이런 문제점에 착안해 사용자를 방해하지 않고 앱 서비스의 수익화를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원문 : 구글러에서 창업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