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231] 차가 소중한 만큼 소비자의 시간도 중요하다 … 손세차 배달 서비스 ‘와이퍼’

한 자동차 전문 프로그램에서 “차가 페라리나 포르셰가 아닌 데 굳이 비싼 세차용품을 사용하는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 출연자였던 세차 달인이 이렇게 답했다. “여성분들이 김태희나 한가인이 아닌데 명품 화장품 사용하시는 거랑 똑같다.”

‘세차’는 의외로 많은 마니아를 양산하고 있는 여가 분야다. 세차 고수들은 자동차 표면을 자신의 피부처럼 매만지고, 코팅 처리 후 비 맞은 차의 비딩(beading)샷을 인증한다. 각종 달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도 벌써 수 명의 세차 달인이 조명되기도 했다. 그만큼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고, 마니아가 많다는 것은 시어머니역을 자처하는 깐깐한 고객이 많은 시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즉, 서비스 퀄리티가 중요한 분야다.

웬만큼 잘해서는 칭찬받기 어려운 ‘세차’ 사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이 있다. 지난 7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팀와이퍼가 그 기업이다. 손세차에 탁송(託送) 서비스를 붙여 ‘최초의 손세차 배달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와이퍼 문현구 대표, 임석영 이사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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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팀와이퍼 문현구 대표, 임석영 이사

창업 전 대기업에서 오래 재직했었다.

문현구 대표(이하 문) : LG유플러스에 올 7월까지 적을 두고 있었다. 서울대 인공지능 석사 과정을 마치고 근속했으니 12년간이다. 재직시절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목말라 했다. 그래서 신사업 부서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부터 커넥티드 카, 카쉐어링에 이르기까지 여러 신규 사업에 도전했다.

12년 있던 직장을 나온 결정적 이유는 뭔가. 

: 처음 회사에서 기획 총괄을 맡은 게 LG유플러스 최초의 SNS인 ‘와글’이다. 결론적으로 잘 안됐다. 이후에 카쉐어링 분야에 도전했지만 대기업의 태생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더라. 그다음 개인적으로 본 것이 O2O 시장이다. 세 번째에는 실수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차로 자동차 O2O 시장을 뚫어보자고 결심하고 사표를 냈다.

임석영 이사(이하 임): 나도 전형적인 IT쟁이다. 엔씨소프트에서 2007년부터 2년간 총괄 실장을 맡았고, 그 이후에 포스코 ICT 등에서 UX 컨설팅을 했다. 2010년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창업도 했다. ‘마이후’라는 SNS로 20억 투자도 받았지만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 이후 뜻한바가 있어 와이퍼에 합류했다. 

컴퓨터 만지는 게 익숙한 IT맨이 O2O 현장 업무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 우리 철학이 ‘IT는 거들뿐’이다. 현장이 먼저고 그 상황에 맞춰 IT는 지원하는 역할이다. 

‘세차’라는 아이템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이었나. 

: 세차는 자동차 O2O 플랫폼 사업에 진입하기에 가장 적합한 아이템이다. 플랫폼을 만들려면 무조건 사람들이 자주 쓰는 서비스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실 그렇게 치면 내비게이션이 최고지만, 단순 정보 서비스는 곁다리를 붙여나가기 어렵다고 봤다. 세차는 ‘차를 관리한다’는 기본적인 틀이 있기에 정비나 보험 같은 여러 줄기로 뻗어 나가기가 쉽다. 여기에 더한 킬링 포인트가 ‘배달’이다. ‘손세차를 해서 배달까지 해준다.’ 우리 서비스의 기본 컨셉이다.

세차 시장이 크다고는 하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세차’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없다. 그만큼 성공하기 어려운 아이템이 아닌가. 

: 시장 규모는 분명히 크다. 여기저기 군소 기업이 수익을 내고는 있고. 하지만 브랜드력을 갖춘 기업이 없다. 사실 세차 사업은 품질 하나로만 브랜딩을 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지만, 일정한 품질이 유지되기 때문에 브랜드력이 생긴다. 하지만 세차는 사람이 하는 작업이다 보니 제각각이고 외관상 품질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차별화를 위해 우리가 덧붙인 것이 배달이다. 카매니저가 직접 앉아 운전하면 덜 닦인 부분들이 보인다. 한 번 더 체크하면서 품질에 차별성을 두는 거다.

: 현재 기존 산업들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는 시점이다. 배달 앱 시장이 커지면서 모바일로 음식점 정보가 통합되면서  배달의민족같은 브랜드가 나왔다. 마찬가지로 세차 분야에서도 지금이 1인자가 탄생할 수 있는 적기라고 봤다.

O2O 서비스에 배달이 붙으면 고객은 편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손 가는 일이 많아진다. 굳이 배달 요소를 넣은 이유는 뭔가.

: 신대륙도 먹고 사는 게 힘들다 보니 발견한 것 아닌가. 마찬가지다. 쉬운 거는 남들도 다 한다. 우리가 좀 힘들긴 해도 배달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와이퍼가 세차 서비스의 시초는 아니다. 여타 서비스와 차이점은 뭔가.

: 세차에는 크게 네 종류가 있다. 가장 하이엔드급인 손세차부터 방문 세차, 셀프 세차, 기계 세차 순이다. 이 중에 손세차장과 제휴를 맺어서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은 현재까지 와이퍼뿐이다.

배달도 중요한 특징이다. 고객이 앱으로 주문을 하면 카매니저가 스쿠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다. 고객 차를 가져가 제휴 세차장에서 세차를 한 뒤, 다시 고객에게 배달해준다. 그 다음 카매니저가 스쿠터를 타고 복귀하는 것이 기본 서비스 과정이다.

기존 세차 스타트업의 경우 방문 세차가 주를 이룬다. 

: 우리랑은 상품 자체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 물론 방문 세차도 와이퍼가 나중에 도전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고가 시장에서 먼저 명확한 브랜드를 만들어놓고, 저가 시장을 개척하는 게 맞다고 봤다. 역방향은 힘들다.

그리고 방문 세차의 경우 기존 손세차장 업주들이 꺼리는 형태다. 손세차 영업을 하려면 정식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기존 방문 세차 스타트업은 무허가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기존 세차장 업주에게는 밥그릇 뺏어가는 경쟁자로 인식되기도 하고.

빗대자면 카카오택시와 우버의 차이로 보인다.

: 맞다. 우버처럼 기존 산업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우리는 사업 허가를 받은 손세차장과 제휴하는 방식을 택했다. 방문 세차는 아파트 세차 영업사와도 갈등이 있다. 와이퍼는 기본적으로 기존 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추구한다.

국내 자동차 애프터케어 시장만의 특징이 있다면.

: 미국의 경우는 자동차 애프터케어 시장이 더 이상 커지기 어려울 만큼 포화 상태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도 계속해서 자동차 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입차 비중이 커진다. 자동차가 사치 코드와 맞닿아 있기도 하지만 재산이라는 정서적 특징 때문이다. 최근 접한 자료에 의하면 자동차 애프터마켓 시장 중에서도 유일하게 성장기에 있는 분야가 세차 산업이라고 한다. 앞으로 ‘자동차도 배달이 가능하다’는 개념을 우리가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제휴 세차장 섭외는 수월했나.

: 나와 임석영 이사 이외에도 공동 창업자가 한 명 더 있다. 직접 세차장 3개를 운영하는 현장 전문가 이승윤 이사다. 팀 빌딩 하면서 O2O 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현장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고 봤기에 인생 최고의 IR을 해서 데려온 인재다. 우리는 이승윤 이사 덕분에 좋은 세차장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현재 제휴 세차장은 강남에 7개, 서초에 5개가 있다. 일단 누군가 O2O 사업을 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그 산업 생태계를 몸으로 경험한 사람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세차 산업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그들의 권익을 보고하기 위한 연합(한국 세정인 연합회)도 있고.

: 세차라는 것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시장이 상당히 크다. 서초구에만 정식 허가받은 손세차장이 83개나 있다.

: 세정인 연합회가 힘이 있는 이유는, 손세차 사업을 하려면 정식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나 못 한다. 사업자에게 시설과 장비, 허가 절차를 지원해주면서 연합회가 운영되고 있다.

와이퍼 서비스 가격대는 어떻게 되나. 방문세차 서비스에 비해 높은편인가?

: 차종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강남 지역보다는 아무래도 수도권 외 지역 가격이 싸다. 큰 차보다는 작은 차가 저렴하고. 손세차 가격만 하면 차량 크기에 따라 2만2천 원에서 6만5천 원 사이라고 보면 된다. 배달료는 조정 중이긴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당일 예약 시 8천 원, 전일 예약 시 3천 원을 받고 있다. 기존 손세차 비용과 비교해봐도 부담스럽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공개할 수 있는 성과 수치가 있나.

: 사용량은 매주 30%씩 증가 중이다. 돈을 많이 써서 마케팅하면 단기적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을 수는 있겠지만 서비스 프로세스가 자리 잡을 때까지 너무 많은 사용자가 몰려도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고무적인 것은 재사용률이 70% 정도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한텐 이 수치가 제일 중요하다. 

한가한 제휴 세차장을 찾아 적절히 차를 분배하는 시스템이다. 개별 세차장 정보는 어떻게 취합하나.

: 사실 지금은 고객 수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딱히 세차장 사정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물론 정보 취합 시스템은 준비 중이다. 지금 고객용 앱과 함께 세차장용 앱을 따로 만들고 있는데, 세차장 업주가 편하고 쉽게 쓸 수 있게 할 거다. 앱이 이달 18일에 나온다.

처음이라는 것은 블루오션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이정표가 없기에 변수도 많다.

: 왜 없었겠나. 단적인 예로, 세차를 마치고 고객한테 차를 가져다주는데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려버리면 큰일 난다. 이제 눈 오는 계절도 다가오고 있고. 

: 배달 과정에서 세차를 마친 차 바닥에 발자국을 남기는 일도 있었다. 컴플레인 받고 나서부터는 카매니저가 비닐 깔판을 깔고 운전한다. 이렇게 사소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카매니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 열다섯 장 분량의 메뉴얼을 만들고 있다.

만일을 위한 보험도 지원되나.

: 국내 대리운전 시장 역사가 길기 때문에 대리운전 보험부터 탁송 보험, 주차 보험까지 단계별로 잘 마련되어 있다. 와이퍼는 1억 원짜리 탁송 보험에 가입했다.

현재 수익 구조는 어떤 형태인가.

: 기본 수익 모델은 B2C다. 기본적으로 베이직, 왁싱프리미엄, VIP프리미엄 세 가지 서비스가 있는데 의외로 프리미엄 고객이 많다. 수요가 확인되는 만큼, 프리미엄 고객의 업세일링을 충분히 유도할 수 있을 거라 본다.

: 우리가 따로 영업하지 않았는 데도 B2B 제휴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최근에는 모 수입차 딜러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B2B에서 내는 수익률이 B2C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수입차 딜러사 등 기업에서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의 접근인가?

: 그렇다. 실제 프리미엄 고객 대상의 은행, 자동차 회사, 피부 관리실 같은 곳에서 우리를 찾는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세차와 탁송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 이미지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유니폼도 갖춰입고. 예를 들어 수입차 딜러사와 B2B 제휴 계약을 하면 그 회사 마크를 달고 간다.

제휴 세차장과는 수익 분배를 어떻게 하고 있나.

: 다양한 분배 방식을 두고 실험 중이다. 세차 서비스는 날씨에 따라 매상이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입찰 모델이 잘 맞는다. 호텔앱처럼 업주들이 장사가 안되는 날에는 가격을 좀 낮춰서 올릴 수 있게끔 할 계획이다.

초기 디캠프 등에서 7천만 원 정도의 엔젤투자를 받았다. 추가 투자유치 계획은 있나? 그리고 손익분기점은 맞추고 있나?

: 우리 사업 자체가 초기부터 손익분기점 맞춰가면서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현재는 투자 자금으로 마케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매출 상승세도 나쁘지 않아서 내년에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으리라고 본다. 얼마 전에는 의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엔젤 투자 클럽에서 2억5천만 원 정도를 추가 투자받았고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각그랜저 운전자를 찾는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브랜드화 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 성공한 아버지들의 훈장 같았던 각그랜저를 20년 이상 탄 고객을 찾아서 1년간 무료 세차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했다. 반응도 좋고 재밌었다. 와이퍼가 단순 세차 서비스를 뛰어넘어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1탄은 스쿠프, 2탄은 각그랜저로 진행했는데, 놀랍게도 ‘분홍립스틱’을 부른 가수 강에리자씨에게 연락이 오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 브랜딩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다. 일단은 ‘당신의 차만큼 당신의 시간도 소중하다’는 게 우리의 기본 컨셉이다.

세차로 자동차 애프터케어 플랫폼의 문을 연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 와이퍼는 궁극적으로는 자동차 관리 전반을 해결해주는 종합 서비스로 나가려 한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경쟁자는 우버다. 우버가 우리나라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같은 자동차 관리 비즈니스로 우회해서 들어와야 했다. 기존 택시 산업이나 정부 기조와 맞대결했기에 실패한 거다. 와이퍼의 경우 자동차 관리와 배달을 징검다리 삼아 탁송 사업에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함께할 카매니저를 찾고있다. 보통 대리운전 기사들 수입이 불안정한 편인데, 와이퍼는 낮시간 대에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좋은 일자리라고 말하고 싶다. 초창기 합류한 카매니저들은 추후에 지역 관리자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스톡옵션이 부여될 수 있는 핵심 멤버로 여기고 있다. 서비스 마인드가 있는 이들의 지원을 바란다. 

기자 / 영양가 있고 재미있는 스타트업 이야기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argot Jung is a Editor of Platum. She is covering the startups and also an member of the startup. She writes about news of startups and IT trends in Korea and China. She’ll do her best to convey information that can be helpful to entrepreneurs in a easy to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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