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샤먼 #3] 아시아 스타트업 컨퍼런스 아시아비트 폐막 … 장점과 한계
17일과 18일 양일간 중국 샤먼에서 개최된 아시아 스타트업 컨퍼런스 ‘아시아비트(ASIA BEAT)’가 3천여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성황리에 폐막했다.
2014년 첫 회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한 아시아비트는 올해 대만과 밀접한 중국의 항구 도시 샤먼을 개최지로 선택했다. 샤먼시 개혁 위원회 디렉터인 치엔 멍은 “샤먼은 대만과 밀접해 있고, 선전이나 상하이와 같은 1선도시에 비해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이 큰 도시”라면서, “규제와 자금 부분에서 샤먼 지역 정부는 해외 기업에 열려 있으며, 이런 이유로 이번 아시아비트가 샤먼에서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아시아비트는 15개 국가에서 80여 기업이 참여했으며, 와이컴비네이터·500스타트업과 같은 세계 유수 엑셀러레이터 기관과 다수의 엔젤투자자가 참석했다.
이틀간 진행된 아시아비트를 가감없이 정리해봤다.
스타트업 배틀 우승은 중국의 앱데이터 분석 기업 ‘찬다슬(蝉大师)‘
올해 ‘아시아비트 샤먼(ASIA BEAT Xiamen, 스타트업 경진대회)’ 배틀 우승은 중국의 앱데이터 분석 기업인 찬다슬(蝉大师)가 차지했다.
찬다슬은 앱 개발사가 자사 앱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급할 방법을 찾아주는 앱 채널 최적화(ASO) 전문 기업이다. 웹서비스가 검색최적화(SEO)를 통해 노출도를 높이듯이, 앱 단위에서도 스크린샷 또는 동영상·페이지 상세 내용·검색 키워드 등을 통해 사용자들의 클릭과 다운로드를 유도할 수 있다. 이를 앱 채널 최적화(ASO)라고 부른다.
안드로이드마켓과 애플 앱스토어로 양분된 일반적인 글로벌 시장과 달리, 중국에서는 수많은 사설 앱 마켓이 존재한다. 찬다시는 각 채널의 성격과 특징을 분석해 앱 개발사가 고객 유입도를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찬다슬의 씽동진(邢东进) 대표는 “이번 아시아비트의 진정한 승자는 찬다슬가 아닌 행사를 주최한 샤먼시와 앳워크”라면서 “아시아 스타트업이 현재 이뤄내고 있는 성취들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전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는 15년간을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해외 유학 인재다. 이번 배틀 경연에서 우승을 차지한 찬다시는 1만 달러(한화 약 1,1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 밖에도 싱가폴, 말레이시아, 대만의 스타트업이 최종 12팀에 들어 치열한 결선을 진행했다. 80여 개 팀이 참여한 1차 경연은 행사 첫날에 ▲VR,AI,IoT,AR▲핀테크▲B2B▲커머스로 구분되어 진행되었으며, 국내에서도 페이봇(모바일 결제 서비스), 이지벨(모바일 3D 셀피 서비스), PSR Project Inc.(멀티콘텐츠 공유 매칭 플랫폼) 등 3팀이 참여했지만 안타깝게도 수상권에는 들지 못했다.
아시아 스타트업이 한 데 모인 것은 장점, 의사 불통 문제는 약점
아시아 주요국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 로드쇼이자 컨퍼런스답게, 올해 아시아비트 샤먼에서도 싱가폴·중국·대만·말레이시아·일본·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스타트업을 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중국 기업이 수적으로 우세였지만, 그래도 밀접한 대만을 비롯해 각 국가의 기업이 꽤 균형 있게 참가했다는 인상이었다. 아시아비트는 현재 아시아 기업의 기술 수준과 업계 동향, 각 시장의 특색 등을 살펴볼 기회를 마련했다.
세션 연사자이자 배틀 심사위원으로 나섰던 퓨처플레이의 황성재 COO는 “아시아의 스타트업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특히 내수 시장만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중국의 자신감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실리콘밸리를 경험한 많은 질 높은 창업자들이 고국에 돌아와 다시 연쇄 창업을 하는 점이 재미있었으며, 다만 한국과 같은 하이테크 기반의 기업은 많지 않아 엔지니어 출신 투자자로서 아쉬움을 느꼈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했다. 문제는 같은 아시아권이라고 해도 사용 언어가 판이한 참가자·참관객 간의 간극을 줄이지 못한 데에 있었다. 참가 기업의 과반수를 차지했던 중국 본토 기업은, 영어 사용에 능숙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배틀 경연 최상위 12개 기업 중 반 이상이 중국어로 피칭을 진행했다. 주최 측은 통역기를 제공해 관객의 이해를 도모했지만, 본 무대 위에서 심사위원과 참가 기업 간 의사소통이 어려워 여러 번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80여 개 기업이 참가한 부스 전시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기본적으로 영어 의사소통이 어렵고 영어 소개서를 준비한 기업이 많지 않아 해외 투자자와 아시아 기업 간 투자 논의가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또 부스 비용을 직접 지불하지 않고 본국의 창업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온 기업이 많아서인지, 행사 첫째 날부터 비어있는 부스의 수가 상당수 보였다. 참여 스타트업의 불성실한 부스 운영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부스 전시와 스타트업배틀에 참여한 국내 기업 이지벨의 김종민 대표는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주최 측 직원이 의사소통을 전부 중국어로 진행해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타 국가 기업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는 아쉬움을 밝혔다.
명색이 아시아 주요국 스타트업과 참관객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인만큼, 다음 번 아시아비트에서는 좀 더 글로벌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100% 후원…돈 걱정 없는 민간 주도 스타트업 컨퍼런스
이번 아시아비트는 자금이나 수익 걱정 없이 개최됐다. 정부가 거의 100% 자금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주최측인 앳워크(atwork)였다. 중국 내 언론 취재 열기도 앳워크의 야오 대표에게 집중됐다. 국내의 경우였다면 기관 이름에 가려져 실제적인 행사 준비와 주최를 누가 했는지는 알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아시아비트의 인상적인 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앳워크의 아식스 야오 대표는 행사 개막부터 폐막에 이르기까지 아시아비트의 진정한 호스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 아시아비트에는 핀란드의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 ‘슬러시(Slush)’의 마틴 탈바리 CSO도 연사로 참여했다. 슬러시는 주최 자금의 100%를 핀란드 정부로부터 후원받고 있다. 그는 작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주의 경우 스타트업 관련 민간 행사를 개최할 때 대사관에 협조 요청을 한 후 지원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정부가 이런 행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며, 민간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한국 정부의 접근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승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스타트업 12개팀
부스 전시와 배틀 경연에 참여했던 국내 기업 이지벨 김종민 대표.
스타트업 배틀 우승자 찬다슬의 씽동진 대표가 언론과 인터뷰 하는 모습.
이번 행사의 부스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VR, AR과 같은 기술 서비스였다.
중국 테크 미디어 테크노드가 본행사와 별개로 세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샤먼시를 대표해 언론 취재에 응하고 있는 치엔 멍 샤먼시 개혁 위원회 디렉터.
중국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아식스 야오 앳워크 대표.
행사 한 켠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투자자 – 스타트업 간의 스피드 미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