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내년에 가시적 성과 … 적극 돕는다.” NIPA 김효근 단장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하 NIPA) 디지털콘텐츠 사업단 김효근 단장은 모바일 게임 태동기에 스타트업과 동고동락하며 수많은 성공 과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 삶의 전환점이 되었노라고 말한다.
김효근 단장이 모바일 게임 이후 노다지로 점찍은 분야는 가상현실(VR) 산업이다. VR 분야에 대해 정부는 산업 육성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2016 가상현실 5대 선도 프로젝트를 이끄는 NIPA 김효근 단장을 만나봤다.
공공기관에서 컨텐츠 지원 사업만 10년.
컨텐츠 지원 사업은 아마 기관에서 내가 제일 오래 했을 거다. 97년 한국멀티미디어컨텐트진흥센터 국제협력팀장으로 시작해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을 거쳐 지금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으로 왔다. 97년도에 ‘디지털콘텐츠’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기도 했다. 첫 직장 입사 1년 후 벤처 붐이 불었다. 투자는 받을 수 있어도, 돈을 내는 사용자가 전무한 시대였다. 개중 아이템을 잘 잡은 회사들이 벤처 신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정부 기관 센터장이 하는 일? 비데랑 에어컨 설치부터 시작했다.
인생 전환점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2011년에 글로벌 게임 허브 센터장을 맡았던 일이다. 당시 60개 업체, 600명의 사람이 센터에 있었다. 그 전까지는 내가 하는 정책적 결정과 시도들이 누구에게 영향을 주는지 잘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센터장이 되고 나니 눈에 생기가 넘치는 젊은 친구들이 센터만 바라보고 있는 거다. 우리 고객은 딱 그 600명이라고 상정하고 그들만 만족시키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짜 필요한 게 뭔지 들으려 했다. 비데, 에어콘 설치부터 정책적인 변화까지. 원하는 건 다 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러고 나니 센터 내에 변화가 생겨나더라. 지원 기관과 기업이 한마음이 된 거다. 다 같이 으쌰으쌰했다. 재밌을 수밖에 없었다.
입주 기업 통장에 하루 1억씩 들어오는 걸 봤다. 내가 돈 버는 것과 똑같은 기분이더라.
모바일 게임의 태동기였다.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모바일 게임의 구심점을 목표로 스마트 게임센터를 만들었다. 200개 정도 기업이 입주했는데, 속된 말로 대박이 났다.
헬로히어로로 유명해진 ‘핀콘’이 당시 온라인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막 넘어오고 있었다. 3개월 지나니까 개발 완료했다고 센터에 피자를 돌리더라. 왜 돈도 없는데 이런 걸 돌리냐고 했다. 그런데 정확히 한 달 있다보니 하루에 1억씩 버는 걸 봤다. 대학졸업생 6명이 만든 ‘갓오브하이스쿨’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변 입주 기업들도 같이 고취됐다. 이 친구들은 형, 동생 하면서 지금도 만난다. 여러모로 시기 덕도 많이 봤다.
스마트폰 다음은 VR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어려워졌다. 과거에 비해 유료 고객을 30배 이상 모아야 성공할 수 있다. 해외 진출도 어려워진 실정이다. ‘포스트 스마트 혁명’을 일으킬만한 분야를 계속 찾았다. 그게 바로 VR이다.
VR 기기가 대중의 손에 들리는 순간 새로운 일들이 일어날거다.
VR 시장은 단말기서부터 시작한다. 맨 눈으로는 가상현실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이 기기의 본격적인 보급이 2016년, 올해부터 시작될거라고 본다.
하지만 VR 시장을 키워나가는 건 컨텐츠다. 각광받던 3D 산업이 잘 안된 이유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컨텐츠에 대중이 실망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도 3D TV를 만들어냈지만, 콘텐츠가 없으니 큰 의미가 없었다. 3D 컨텐츠는 기존 컨텐츠보다 가격이 1.5배 정도 비싸다. 그나마 특정 TV나 영화관에서 봐야한다. 균형이 안 맞는거다.
그런데 VR은 컨텐츠 시청은 물론 제작까지 할 수 있는 기기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올해 말 정도 되면 대중도 돈을 쓰기 시작할 거다. 이미 유투브에서 일반인이 360도 영상을 올리고 즐기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 생활에서 VR은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거라고 본다.
그래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하고 있는 일은 뭐냐고?
우리가 집중하는 건 VR, 컴퓨터그래픽, 중국 시장이다. VR 지원 사업은 작년부터 계획을 짜고 올해 예산을 반영해 진행중이다. 우리도 처음엔 긴가민가한 상태로 접근했지만, 실제 VR이 올해 최대 이슈가 됐다. 이 정도면 VR 분야에서는 정부가 꽤 일찍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가상현실 5대 선도 프로젝트로 VR 서비스 플랫폼, VR 게임·체험, VR 테마파크, 다면상영, 교육유통을 선정했다. 올해 지원 대상을 모집하고 내년부터 2년간 500억 원 정도를 투자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정부가 149억 원, 민간이 100억 원을 투입한다.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추가로 2년을 더 지원한다.
지원 내용은 이렇다. 가장 먼저 대중화될 수 있는 VR 컨텐츠를 게임이라고 봤다. 그래서 VR 게임을 선도적으로 만들어보자는 게 첫 번째 프로젝트다. 두 번째는 국민들이 VR 컨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거다. 마지막으로 VR 시뮬레이터다. 하지만 국내 제작 업체는 많지 않다. 이 기업들이 다양한 시뮬레이터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API 지원을 할 예정이다. 이 세 가지 방안으로 앞으로 2년 동안 VR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게 목표다. 4월부터 본격적으로 개발 지원 기업을 모집한다.
정부의 역할은 시그널(Signal, 신호)이다.
VR은 하드웨어와 컨텐츠 융합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몇백억을 시장에 투입한다고 해서 큰 반응을 기대할 순 없다. 다만 정부가 VR 산업을 지원하고, 계획을 세워두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머뭇거리던 기업들이 VR 시장에 뛰어들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성공이라고 본다.
한국 VR 컨텐츠를 들고 중국에 간다는 것.
중국의 VR 기술력은 우리보다 앞서 있다. 다만 아직 산업 초기이기 때문에 자국 VR 플랫폼을 장악한 키플레이어는 없다. 스마트폰 앱마켓처럼 거대한 시장도 아니다. 그래서 국내 VR 산업과 중국 대중의 접점을 늘릴 방법을 찾고있다. 그중 하나가 중국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드는 일이다. 컨텐츠 분야에서는 한국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대중이 찾아와 국내 스마트폰 게임과 VR 컨텐츠를 경험해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관련 협회에 운영을 맡기려 한다.
재능있는 스타트업에게 VR에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VR 분야에 도전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성공 사례도 여럿 생겨날 거다. 최근에는 일반 영상, MCN 스타트업들도 VR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 즈음에는 성과가 나올 거라 확신한다. 물론 산업 초창기여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래서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VR 개발사만 들어올 수 있는 센터가 개소했다. 관리비만 내면 관련 인프라 시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VR 기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시설이라고 보면 된다. VR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4층에 만들고 있다. VR 종합팩토리인 셈이다. VR 이외에도 NIPA에서는 웹툰, 게임과 같은 ICT 원천 콘텐츠 개발사에게 최대 7억을 지원하는 K-GLOBAL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좋은 스타트업의 많은 지원 바란다.
공공 기관이라고 하면 매너리즘에 빠진 집단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스타트업과 소통하고, 필요를 채워주고 하다 보면 사실 퇴근 시간도 없이 일하는 사람도 많다. NIPA는 후자에 가깝다. 앞으로도 열심히 발로 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