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래의 대국굴기 #1] 실업난, 일자리 창출 … 중국이 창업을 권장하는 이유
‘대중창업, 만민혁신(大众创业,万众创新)’
2015년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재차 언급한 ‘대중창업, 만민혁신(大众创业 万众创新)’은 중국 창업열풍의 변곡점이었다. 리총리의 발언은 창업을 통한 혁신이 향후 중국의 성장동력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제2, 제3의 TAB(텐센트, 알리바바와 , 바이두)가 나와야 경제부흥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중국 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마치고 ‘신창타이(新常態 중국판 뉴노멀)’시대에 진입한 것을 알리는 것이자 향후 중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전략이 창업이라는 것을 대외에 알린 정부 정책 기조이기도 했다.
말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는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400억위안(한화 약 7조 2000억 원) 규모의 국가신흥산업 창업투자 인도기금을 조성했으며, 창업 등기비용 철폐, 창업 행정절차를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등 창업 등록 절차를 간소화 했다.
과거의 사업이 리스크를 짊어지고 시작하는 것이었다면, 현재 중국에서의 창업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게끔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이에 창업에 의지를 둔 중국 청년들은 앞다투어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마윈과 레이쥔 등을 롤모델 삼아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수치로 나타난다.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은 2015년 신설법인이 443만 9,000개를 기록하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였다고 발표했다. 2010년 94만 개, 2014년 365만 개에 비해 매년 상승세다. 또한 공상총국에 따르면 2015년 1∼6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685.1만 개(법인기업 200.1만 개)의 기업이 탄생하여 총 7,419.6만 개 기업이 중국 내 존재하고 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1만 2,000개가 생겨난 것으로 전년 대비 21.6%, 2013년에 비해서는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더불어 귀국 유학생 등 고급 인력을 대상으로 한 창업단지 조성을 통해 현재까지 35000여 개의 기술기업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유학생이 설립한 기업에 대해서는 소득세 감면, 공제 확대 등 세제혜택도 지원중이다. 이렇듯 연도별 일반기업 순증(연간 창업 수 – 연간 폐업 수) 추이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며 창업붐이 더욱 가속화 되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는 중관춘. 하드웨어는 심천. 그리고 청두.
중국 정부는 80년 대부터 혁신 클러스터를 설립해 인프라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과정에서 탄생한 곳이 중국 청년창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인 중관춘(中关村) 및 각 성에 들어선 혁신 산업단지들이다.
베이징의 중관춘 지역은 우수인력과 정책지원 및 자금이 몰리면서 2015년 상반기 기준 중국 전체 창업투자의 1/3이 집중되고 있는 혁신 클러스터이다. 이에 유수 대학 및 국책연구기관의 고급인력과 해외에서 귀국한 우수인력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중관촌에는 북경대, 칭화대 등 40여 개 대학과 200여개의 국가 과학 연구소, 122개의 국가지정 실험실·연구센터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또한 과기원, 유학생창업단지, 창업 유관시설이 통합된 중창공간(众创空间)이 조성되었다. 정부에서도 중관춘에 창업과 관련된 기금조성, 해외진출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청년 및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한 혁신거리(이노웨이innoway) 조성,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유사한 인큐베이팅·투자·미디어 등 창업지원 서비스 플랫폼 등이 구축되어 있다.
상하이와 심천(선전), 청두 등은 창업 거점으로 중국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받고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2선 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경제 활성화 지원책을 내놓는 중이다. 이러한 정책 속에서 2선도시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소프트웨어 파크’, ‘하이테크 파크’ 등으로 불리우는 산업단지다. 심천 소프트웨어 산업단지, 청두 티엔푸 소프트웨어 파크 등 창업특구는 지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창업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 상다수가 이곳을 방문했고, 그때마다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만큼 중국의 창업관련 프로그램이 관심을 끄는 주제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단지에 중국 정부는 자국 인터넷 대기업을 비롯해 해외 IT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외국의 기술력을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자 일자리 창출의 움직임이다. 과거와 달리 중국 내 합자법인 설립과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이에따라 글로벌 기업 역시 우선 투자 지역으로 역시 빠르게 성장 중인 2선도시를 주목하는 중이다. 수출경제에서 내수경제가 되어가는 또다른 글로벌 중국에 대한 투자인 것이다.
베이징 중관춘이 소프트웨어의 중심이라면, 심천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가장 주목하는 지역으로, 개방형 제조인프라 및 네트워크 기반을 쉽게 활용하여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심천은 스마트기기 제조기반이 구축되어 있고 부품수급과 소규모제품 생산이 수월하여 최단기간 내 제품제작 테스트 및 완성이 가능하고, 하드웨어 창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시드스튜디오, 핵스(HAX), PCH International 등이 소재하고 있다. 비용도 한국의 절반 수준이며, 시정부에서 기술창업기금·네트워크 및 공간 조성 등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 2선 도시 중 한 곳이자 역사, 문화의 도시라 할 수 있는 쓰촨성 청두시에도 이러한 성격의 산업단지가 존재한다. ‘티엔푸 하이테크 존’ 등이 그곳이다. 특히 이곳에 조성된 ‘티엔푸 소프트웨어 파크’는 중국 내 최대 규모 소프트웨어 파크이자 소프트웨어 클러스터로 설립 후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비롯해 IBM, 레노버, SAP, NEC, GE 등 250여 개 국내외 유명기업이 입주해 있다. 포브스지가 선정한 500개 IT 회사 가운데 40개가 넘는 회사가 청두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이 중 외자기업의 비율이 40%에 달한다.
더불어 청두시는 소프트웨어 파크를 중심으로 관련 종목 창업자에게 사무실과 사무 설비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과학기술분야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이를 통해 2015년 1억200만 위안(약 1930억 원)이 지원되었다. 특히 파크 내 아이디어 카페를 비롯한 창보육 시설을 통해 100개의 팀을 육성중이다.
티엔푸 하이테크 존 내 티엔푸 창보육센터는 팀규모에 따라 40~100㎡ 크기의 무료 사무공간을 제공하며, 티앤푸 엔젤 투자 클럽 등 VC 투자연계 및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불어 350 만 위안 규모의 기술 혁신 펀드를 운영해 지원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와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동시에 세무, 창업가정신 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또한 2012년에 오픈한 아이디어 카페는 코워킹스페이스이자 제품 소개 쇼케이스 장소 및 이벤트, 파티, 교육, 통신, 레저 등 오프라인 소셜 커뮤니티다. 청두는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술창업 도시로 변모중이다. 1선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2선도시 선전에서 텐센트, 항저우에서 알리바바가 탄생했듯 청두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이 나와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민간영역의 화답.
중국의 창업열풍은 정부 주도도 펼쳐지고 있지만, 이에 호응하는 민간영역의 화답도 큰 요인이다. 중국 ICT 기업인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샤오미 등도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적극적 투자를 진행하며 창업 4.0에 일조하고 있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ICT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유망 스타트업에 적극 재투자하는 선 순환적 창업 문화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윈(阿里云)은 Zhenfund(真格基金), IDG 등 30여 개 투자회사와 공동으로 ‘촹커(创客)‘ 계획을 발표하고, 100억 위안 규모(한화 약 1조 8천 억)의 창업자금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하였으며, 텐센트․레노버 등도 창업센터 개소, 기금 조성 등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우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선제적이고 빠르게 이뤄지는 추세다.
해외로 나간 우수 인재를 중국으로 흡수하라. 해외 유학인력 지원 프로그램.
인프라 지원만이 전부가 아니다. 중국에서는 2011년부터 우수 유학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청년 천인계획(千人計劃)’ 정책을 도입했다. 천인계획의 대상자로 선정된 창업가는 창업 초기 자본금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이르는 모든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청년 천인계획(千人计划)’ 정책 지원 사항
- 중앙 재정에서 60만 위안(한화 약 1억 원)의 일괄 보조금 지급
- 연구 착수 자금 200~400만 위안(한화 약 3~7억 원) 지급
- 중국의 Top9 대학과 동급의 연봉 지급
- 초청인재 및 그 배우자와 자녀의 중국 국내 사회보험제도 보장
- 5년 이하의 중국 국내 수입 중 주택 자금, 식비, 이사비, 친족방문비, 자녀교육비는 면세
- 초청인재의 배우자의 일자리 혹은 생활보조금 지급, 초청인재의 자녀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관련 기관에서 대응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창업지원 기관에는 이러한 천인계획의 혜택을 받은 창업자들이 다수 입주해 있다.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천인계획은 더 나은 배움을 위해 떠난 인재들을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고 싶도록 만드는 물질적 ·정서적 지원책이다.
실제 천인계획을 통해 작년 7월 청두생물의약산업창신부화기지(Chengdu Biopharmaceutical Industry Incubator Base)에 입주한 한 창업가는 22년 간 미국에서 회사 생활을 한 뒤 중국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미국의 창업 환경이 중국에 비해 좋을지 몰라도, 창업 초기 자본이 많이 들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중국 내 풍부한 지원 혜택을 누리면서, 동시에 해외에서 습득한 다양한 지식을 고국 발전을 위해 활용하고 싶다고 생각해 다시 돌아오게 됐다”고 답했다.
한편 중국 매체인 금융투자보(金融投资报)에 따르면 2020년 청두 고신구의 바이오 의약 산업 매출액은 1,000억 위안(한화 약 18조3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청두는 정부 주도의 인프라·자금·인재 유치 전반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쫄지않고 투자한 엔젤투자자에게 정부가 보상한다.
중국은 투자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있다. 그중에 투자한 스타트업이 실패하면 정부가 보상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중국 상하이 정부는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해 보상 프로그램을 지난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엔젤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해 회수를 못 한 경우 최대 600만위안(한화 약 1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상하이 엔젤투자 리스크 보상 관리 시범 시행법’이 그것이다.
보상금액 산정은 엔젤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전체 금액과 최종적으로 회수한 투자금의 차액을 기준으로 한다. 보상금은 단일 프로젝트 기준 최대 300만위안, 연간 최대 600만위안이다. 보상 범위의 스타트업은 3년 미만의 직원수 50명 이하 초기기업, 자산규모, 매출 각 500만 위안 이하 기업으로 한정한다.
청두에 건립된 7만 제곱미터(약 2만 1175평) 규모의 ‘중한혁신창업보육파크
실업난, 일자리 창출 … 중국정부가 창업을 권장하는 이유
중국정부가 창업을 권하는 요인 중 가장 큰 이유는 매년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750여만 명의 신규 인력(2014년 기준 중국 대학 졸업생 749만 명)의 취업난 해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대졸 인력의 절반 수준인 300여 만 명 이상이 미취업자다. 도시 신규 취업 증가율의 감소세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2010년 5.9%였던 취업 증가율은 2013년 3.5%, 2014년 1% 등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2014년도 중국 청년실업률은 10.5%이었다. 2015년도 청년실업율은 15~29%로 추정되고 있다. 방치할 경우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요인이다.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중국 청년들의 욕구도 크다. ‘중국 대졸자 취업 연간 보고서(2014)’에 따르면 “현재 연봉에 만족하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56%에 달했다. 숫자도 부족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역시 중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또다른 문제인 셈이다. 이렇듯 상황과 시기가 중국을 창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창업 열풍은 정부의 대답없는 메아리가 아니다. 과거 중국에서 가장 좋은 일자리는 외국계 기업을 비롯한 대기업 혹은 공기업이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근래 새로운 성공 돌파구로 창업이 선호되고 있다. 2014년 창업에 뛰어든 인력이 약 290만 명이었던데 반해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140만 명이었다. 전통적 인기직종인 공무원에 대한 선호보다 창업 선택 인력이 더 많았던 셈이다.
중국의 창업 열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에서 사상 최대의 창업 붐이 조성되는 것은 한국 스타트업에게도 기회다. 중국 창업생태계를 활용해 더 큰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국 정부는 자국 고용창출과 관련된 해외기업의 진출 문호를 점점 더 크게 열어가는 중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중국은 한국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지역마다 통신환경과 사용자 습관이 다른 시장이기에 시장조사가 선행되어 한다.
한중 양국은 이에대한 협력을 마련중이다. 일례로 청두시에는 7만 제곱미터(약 2만 1175평) 규모의 ‘중한혁신창업보육파크’가 6월 경 문을 열 예정이다. 총 8개의 건물 중 2, 3번 건물 전체와 8번 건물의 일부를 중한혁신단지로 선정한 것이다. 청두 ‘티엔푸 소프트웨어 파크는 중국 내 최대 규모 소프트웨어 파크이자 소프트웨어 클러스터로 설립 후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비롯해 IBM, 레노버, SAP, NEC, GE 등 250여 개 국내외 유명기업이 입주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보육파크는 지난해 10월 31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의 리커창 총리의 발언이 시작점이었다. 리총리는 “중국의 대중창업·만중혁신(大众创业, 万众创新) 전략과 한국의 창조경제 전략은 모두 청년의 창의력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리커창 총리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내세우며 중국 창업 부흥의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정상회담에서 반복해 언급한 사안이고 국가 간 합의도 이루어진만큼, 양측 정부도 실질적인 계획 추진을 위해 TF 팀을 결성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참고자료 : POSRI(2015), 중국 스마트 디바이스 인프라 현황조사 및 협력 방안 연구 IITP(2016), 한국무역협회(2015), KIEP(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