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스타트업 용어사전 #3] ‘창업기획자’ 액셀러레이터는 어떤 일을 하나?
지난해 5월 19일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액셀러레이터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해당 법안에는 액셀러레이터를 정의하는 한편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소득세-법인세 감면등의 액셀러레이터 육성 시책, 팁스(TIPS) 등 민관 공동 창업자 발굴 사업, 등록된 액셀러레이터에 한해 정부가 모니터링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개정안에는 액셀러레이터를 ‘초기창업자 등의 선발 및 투자, 전문보육을 주된 업무로 하는 자로서 중소기업청장에게 등록한 자’로 정의했다. 또 액셀러레이터의 한글 명칭은 ‘창업기획자’로 정했다. 참고로 초기창업자(스타트업)는 ‘사업을 개시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로 정의했다.
액셀러레이터라는 개념은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시작되어 발전되었다. 대표적인 엑셀러레이터는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로 현재 시장가치 30조에 이르는 기업 에어비엔비(Airbnb)와 기업가치 10조를 넘는 드롭박스(Dropbox)등이 이곳에서 배출되었다. 또다른 유명 엑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스(Techstars)에서는 센드그리드(Sendgrid), 소셜씽(Socialthing), 온스와이프(OnSwipe) 등 회사가 엑셀러레이팅 되었으며 다수의 회사가 인수되며 엑싯(Exit, 자금회수) 사례를 남겼다.
한국의 스타트업 열풍은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엑셀러레이터를 다소 생소하게 느끼는 대중들이 많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는 무엇이며 어떤일을 할까?
초기 창업자에게 경험은 뭐든 득이라 말한다. 심지어 실패도 더 나은 창업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라 한다. 하지만 일부러 고단한 실패과정을 경험할 필요는 없다. 이런 것을 미연에 방지하게 조언해주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액셀러레이터라고도 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 액셀러레이터는 초기자금, 인프라, 멘토링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벤처육성기업이다. 인큐베이터가 공간이나 설비, 업무 보조 등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에 무게 중심이 있다면 액셀러레이터는 창업의 지식과 경험,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알려주는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원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액셀러레이션이 창업에 있어 보다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경우가 많다.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 액셀러레이터의 원형
미국의 스타트업 환경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스타트업의 육성과 운영에 대해서 촘촘하게 잘 짜여진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운영자들의 네트워크의 크기를 들 수 있다. 창업을 돕는 일은 교육, 멘토링 등 여러요소들이 잘 결합될때 그 시너지가 발휘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산업분야별로도 전문적인 멘토링과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션이라면 ICT기반의 B2C기반의 서비스 및 제품들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의 경우 교육, 에너지, 기업솔루션, 헬스케어, 사회적 재화관련한 부분까지 다양한 부문에 전문화된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들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 2005년에 설립된 와이콤비네이터는 최초,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다. 지난 10년간 500개가 넘는 벤처 스타트업을 육성해 왔으며 졸업한 500여개 기업의 평균가치는 4500만달러에 달한다.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등이 대표적 졸업 기업이며, 한국의 미미박스로 졸업 기업 중 하나이다. 와이콤비네이터는 1년에 두 차례 12만 달러 가량을 투자해 스타트업 지원을한다. 일정으로 보자면 1~3월 , 6~8월 두 번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와이콤비네이터는 시드머니와 자문, 인맥을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배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을 모집하고 프로그램에 참여 시 소규모 투자와 지분취득이 이루어지며, 일정기간 멘토링 및 교육을 진행한 뒤 최종적으로 ‘데모데이’를 진행하여 엔젤과 투자자들에게 창업가들의 결과물들을 선보이고 투자 유치를 돕는다. 이러한 기본 컨셉은 와이콤비네이터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액셀러레이터의 기본적인 운영 형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모든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 투자 등의 별도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상위랭킹의 프로그램들의 특화된 가치제공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상위랭킹의 프로그램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초기 스타트업에게 재원확보의 기회도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 선두주자인 와이콤비네이터와 테크스타(TechStars)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여전히 주목받는 것은 그들의 풍부한 경험, 그리고 네트워크 모임 등 프로그램 내의 운영 컨텐츠 이외에 제공할 또 다른 가치들이 신생 프로그램들에 비해서 높다는 점에서 여전히 스타트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노스웨스턴대학의 갤러그 경영대학원과 테크칵테일(techcocktail)이 선정한 미국 스타트업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랭킹15는 아래과 같다.
1. Y Combinator 2. TechStars Boulder 3. Kicklabs 4. i/o Ventures 5. Excelerate Labs 6. AngelPad 7.TechStars NYC 8. TechStars Boston 9. Launchpad LA 10. 500 Startups 11. DreamIt Ventures 12.TechStars Seattle 13. NYC SeedStart 14. Entrepreneurs Roundtable Accelerator 15. The Brander |
액셀러레이터의 액셀러레이션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앞서 와이콤비네이터의 방식과 같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배치, 기수) 모집 공고를 낸 후 지원한 스타트업 중 일부를 선정하고 일정 기간 동안 창업 교육 프로그램 및 멘토링, 인프라 지원 등을 통해 해당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시드 레벨의 초기 펀딩에도 참여해 소규모 지분을 취득하기도 한다. 프로그램 마지막 과정은 VC, 미디어, 대중을 대상으로 데모데이를 진행한다. 데모데이는 인큐베이팅이나 액셀러레이팅을 받은 스타트업이 투자자 및 일반인들 앞에서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는 행사를 말한다. 데모데이는 배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자리이자 외부 투자사와 엔젤투자자, 업계 전문가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네트워킹 행사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 뿐만 아니라 국내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들 역시 멘토링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일로 업무를 한정짓지 않는다. 유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라면 미디어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을 졸업하는 스타트업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해당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질만한 언론에게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일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액셀러레이션은 사업에서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멘토링을 비롯한 실무교육, 공간지원, 네트워킹, 초기 자금 지원 및 대중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피칭 훈련까지 트레이닝 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아이돌 그룹을 키우는 연예 기획사의 역할과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각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의 ‘졸업생’과의 모임 등은 신생 스타트업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 유명 액셀러에이션 프로그램의 경우 이미 시장에서 주목받거나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서비스를 준비하는 신생 스타트업들에게 피드백을 주거나 고객, 시장 발굴에 도움을 준다. 국내에서는 성공한 스타트업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에 1990년대 초반 벤처 붐을 일으킨 벤처 1세대 들이나 VC 출신들이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맡는 것을 볼 수 있다.
해외에는 2000여 개, 국내에는 20개.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는?
중소기업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해외에 있는 액셀러레이터는 2000여 개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스타트업 생태계 초기 단계이기에 20개 내외다. 알려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는 프라이머, 스파크랩,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매쉬업엔젤스, 퓨처플레이, 패스트트랙아시아 등이 있다. 또한 근래 한화와 롯데 등 대기업도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해 상생 프로그램을 가동중이다.
-프라이머
국내 최초의 액셀러레이터는 2010년 1월에 설립된 프라이머다. 이니시스, 이니텍을 창업한 권도균 대표를 주축으로 성공한 창업자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프라이머는 초기 스타트업에 시드 투자 외 서비스, 마케팅, 경영 등 회사 운영 전반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창업가들의 성공을 돕는 것을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인큐베이터가 대체적으로 창업자에게 맡기는 형태인 반면에 프라이머는 비즈니스 모델을 같이 만드는 공동창업자의 역할을 한다. 아래 설명할 컴퍼니빌더의 형태다.
-스파크랩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를 표방하는 스파크랩은 미국과 한국에서 창업을 하고 성공적인 회사를 이끈 경험이 있는 사업가들이 새로운 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2013년 설립한 엑셀러레이터 기업이다. 초기 단계의 우수한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투자금, 기반시설, 멘토링, 교육세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스파크랩의 최대 강점은 세계 각지의 기업가, 최고기술전문가, 혁신가 등의 영향력 있는 글로벌 멘토단 12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 페이스북 임원 Net Jacobsson, 기타히어로 창업자 Kai Huang,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서비스 총 책임자 Ty Ahmad-Taylor, 트위터에 인수된 스핀들(Spindle)의 창립자 Pat Kinsel, SV Angel의 David Lee, Goodwater Capital의 Eric Kim 대표 등 이 있다.
액셀러레이터와 컴퍼니빌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굳이 설명하자면 액셀러레이터는 창업에 관련된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수행해 창업자(팀)가 빠르게 발전하는 데 주력하는 역할이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사업에 깊숙이 개입해 주체적으로 초기 팀빌딩부터 서비스 개발에 이르기까지 공동창업자 역할까지 수행하는 형태의 액셀러레이터를 컴퍼니빌더라 칭한다. 국내에서 퓨처플레이, 패스트트랙아시아, 더벤처스 등이 이를 표방한다. 성공할만한 아이템(기술)을 가진 창업자(팀)가 있으면 이들이 성공할 수 있는 나머지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책임감이 큰 만큼 지분 역시 더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액셀러레이터는 프로야구 테이블세터.
야구 타선은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 타자 라인업을 장타력이 높은 타자들로 채운다면 좋은 타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원한 홈런은 팬들을 즐겁게 하지만, 경기 결과가 중요한 프로야구에서 홈런타자로 이루어진 타순은 결코 좋은 타순이라고는 할 수 없다. 1번부터 9번까지 그 타순에 맞는 선수가 기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일견 코치로 보일 수 있겠지만 엄격히 말해 선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몇 번 타순일까?
국내 창업 생태계를 볼 때 1번이 정부라 한다면 액셀러레이터는 2번 타자 역할이 적합하다. 현대 야구에서 2번타순에 타점 능력이 좋은 타자를 내세우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2번 타순은 작전 수행능력이 좋은 타자를 우선시 한다. 예를들어 선두 타자가 출루를 해서 1루에 있다면, 중심타선이 손쉽게 타점을 올리게끔 번트나 히트앤드런 및 루상의 주자가 2루나 3루로 진루를 하게끔 타격을 할 줄 알아야 하는 타자라는 것이다. 혹은 1번 타자가 범타로 물러서면 자신이 1번타자의 역할을 맡아 출루에 힘을 써야 한다. 야구를 아는 선수가 맡아야 한다. 그래서 2번 타순은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타자가 맡는 경우가 많다.
액셀러레이터는 창업 생태계에서 2번 타순이라 할 수 있다. 1번타자와 함께 ‘테이블세터’의 역할이이자 판을 깔아주는 역할인 것이다. 초기 창업자들은 아이디어와 아이템 외 준비가 안된 경우가 많다. 이들이 사업 아이템 개발에만 매진하게끔 주변을 정리해 주는 역할(지원, 교육, 인맥)이다. 어찌보면 대중의 주목을 가장 덜 받는 역할이만 팀 기여면에서는 승리를 떠나 일등공신 역할을 맡는 것이다. 프로야구에서도 2번 타자는 상위타선에서 가장 눈에 안띄는 역할이다. 하지만 중심타선은 경기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2번 타자는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