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투자인사이드⑱]현명한 대중이 직접 만드는 더 나은 세상
최근 뉴질랜드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가 진행됐습니다. 뉴질랜드 남섬의 Abel Tasman National Park에 있는 Awaroa beach를 구입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여 매수한 해변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립공원 내 개인 소유의 해변이었던 Awaroa beach를 모두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당 해변을 소유주에게서 구매할 수 있는 매수자금을 펀딩받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기존 소유자는 크라우드펀딩이 3주만에 성공한 이후 해당 해변을 매각하여 국립공원이 운영하고 대중에게 개방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크라우드펀딩은 4만 여명이 참여해 약 $1.7백만 달러를 조달했으며 뉴질랜드 정부도 일부 참여해 공익성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대중이 다양한 영역에서 주인공이 되는 시대
크라우드펀딩은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과 활동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대시켜주고 있습니다. 상기 사례는 종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범위에 속하던 일을 개인들이 힘을 모아 대신 수행한 좋은 사례입니다.
국립공원 관리는 보통 국가가 수행합니다. 하지만 정부나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주력해야 할 일들이 많아짐에 따라 특정 이슈를 지속적으로 챙기고 관리하지 못하는 영역들이 생겨나게 되죠. 그리고 정작 공공사업에 착수하게 된 경우에도 다양한 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일이 실현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직접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활용한 도구가 바로 크라우드펀딩입니다. 해변을 일반인에게 돌려주고 싶은 생각을 가진 한 사람을 시작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그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마침내 단지 희망으로만 머물러 있던 일을 현실화할 수 있는 자금이 모였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직접 움직이는 일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정부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큰 틀에서 사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감독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정비하면서, 위와 같은 일들이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정부의 역할은 계속 될 것입니다. 다만 위와 같은 사례들이 늘어나게 되면 정부의 역할이 조정될 수 있겠지요.
대중이 정부가 해오던 일을 직접 수행하는 상기 사례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역할, 마케팅 대행기관의 역할, 유통망 확보의 역할 등 대중이 직접 움직이며 기존 소수기관들의 역할을 대신하는 사례는 크라우드펀딩이 확산되는 과정 속에 계속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돈의 힘
대중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움직일 때 한 개인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들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생각만 하고 직접 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하였거나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일들에 대하여 마침내 대중들이 공감하며 참여할 때 그러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며,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사람마다 의미있게 여기는 분야는 다를 수 있지만 사람들을 움직이는 유인, 즉 동기는 보통 행동하여 얻게 되는 일의 ‘의미’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의미’있는 일이 실제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더해주는 것이 바로 대중들에 의해 모인 돈입니다. 물론 돈은 일의 실현에 있어 필수 조건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의지’입니다. 돈은 도구일 뿐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한 의지가 모여 집단의 의지가 될 때, 그렇게 연결된 대중은 자생의 힘으로 더 멋진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돈을 의미있게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여 응원하며 동시에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 범죄 없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 사회적으로 보다 가치있는 곳에 투자하려는 사람. 투자의 결과를 함께 누리고자 하는 사람.
행동을 통해 발생하는 일이 가지는 ‘의미’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사람들의 수도 늘어나고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도 더욱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전제는 현명한 대중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전제는 바로 ‘현명한’ 대중들의 동참입니다. 대중이 현명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크라우드펀딩의 crowd는 단순히 많은 수의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의 스토리에 공감하고,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의미를 찾는 현명한 사람들의 모임을 의미합니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 참여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함께 이루어 갑니다. 초기 기업에 힘을 더하고 자금 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지혜와 관심도 더해줍니다. 그렇게 현명하게 생각하는 대중들이 참여하여 움직이는 것이 바로 크라우드펀딩입니다.
실제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조사하면, 이들의 펀딩참여는 단순히 타인을 모방한 행동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주어진 자료들을 보고 연구하고, 생각하고, 이 일이 이루어질 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였기에 나온 행동이지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반대의견도 청취합니다. 그리고 직접 본인이 의견을 개진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사고와 소통의 과정을 거쳐 설득력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거나 응원을 합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현명한 대중들의 모임이 크라우드펀딩을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현명한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더 나은 세상
크라우드펀딩은 현명한 대중들의 의사결정과 참여가 모여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롭게 세상에 탄생하도록 합니다.
현명한 대중들이 행동하는 곳.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의미있는 생각을 할 줄 알고 그러한 현명한 대중이 더욱 늘어나는 과정. 이것이 크라우드펀딩이 확산되는 과정이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실현되는 기적과 같은 일들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멋진 현상입니다.
크라우드펀딩에 있어 가장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투자심사의 영역까지도 집단지성은 작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을 대중들이 직접 해내며, 종래 정부의 역할로만 여겨지던 일들까지도 대중의 역할영역으로 옮겨질 수 있는 여지가 더해졌습니다.
국내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을 봅니다.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며 더 공부하고 생각하는 현명한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영역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대중들이 함께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더 멋지고 아름다운 사회. 생각할 줄 아는 한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글 : 박진규 現 와디즈 전략기획팀장 / 前 산업은행 기업금융담당
와디즈는 생소한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와디즈 투자인사이드’를 신설하여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