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인생의 2막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홀연히 프랑스로 떠났던 한 남자는 모바일 시대 태동기를 눈으로 접하고 이 분야가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라 믿게 된다. 귀국 후 그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설립한 창업지원센터 디캠프의 투자 팀장이 되어 스타트업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자녀에게도 창업을 권하고 싶다는 김시완 디캠프 투자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시완 디캠프 투자팀장
인생의 2막을 준비했던 프랑스에서 ‘벤처’를 바라보다.
사회 생활을 증권사의 IB(Investment Bank, 투자은행)쪽에서 시작했다. 그 곳에선 대기업, 중견기업 대상으로 자금조달을 했다. 자금 조달 방식은 주식 시장에서 주식을 발행해 조달하는 방법, 혹은 IPO(상장)등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 벤처 기업이 성장해 IPO하는 것을 보며 감동해 회사와 같이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이후 회사를 그만 두고 프랑스로 3년간 유학을 갔다. 인문학적 성향이 짙은 편이고 그에 걸맞게 유구한 역사와 문화로 대두되는 프랑스에서 많은 것을 생각 하며 인생의 2막을 준비하고자 했다. 이때가 2009년 말이었는데 당시 아이패드와 아이폰 3GS가 출시된 때였다. 당시 혁신으로 일컬어지던 IT기기들, 트렌드 모두 신기했다. 이 현상들은 귀국해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졌던 것들이다. 스타트업에 내가 잘 알고 해왔던 일을 접목 한다면 현장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고 봤다. 그런 과정을 거쳐 2015년 2월부터 지금까지 디캠프에서 근무중이다.
다이나믹한 에너지를 느끼며 일한다.
어제 봤던 회사가 자고 일어나면 달라져 있는 게 스타트업이다. 순간순간이 다이나믹하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긍정적이고 힘찬 이미지와는 달리 창업자들의 깊은 고뇌를 직간접적으로 느낄수 있다.
디캠프의 투자방법은 다양하다.
디캠프는 직접 투자하기도 하지만 엔젤투자, 엑셀러레이터, VC 중간에서 다양한 투자 방식을 취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 후속 투자를 받을 때 엑셀러레이터 및 VC와 같이 투자할 때도 있다. VC에게 투자받기 전 시기에 맞는 브릿지식 투자를 하기도 한다.
디캠프의 최대 투자금은 1억. 회사 초기 기틀을 세우는 데 쓰인다.
디캠프에서 투자하는 금액은 최대 1억원 정도다. 투자를 받은 어떤 회사든 다음 투자를 받기에 적합한 모양새를 갖췄으면 좋겠고, 또한 잘 만들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그것이 우리 팀이 지향하는 바이고 팀 설립의 목적이다.
디엔젤을 통해 스타트업을 직접 지원한다.
디엔젤은 K스타트업을 통한 간접투자 방식으로 지원한 것과 달리, 디캠프 투자팀이 직접 투자하는 프로그램이다. 2015년 4월 이후 12개 기업에게 투자했다. 평균적으로 한달에 한두건 정도 진행한 것이다. 속도감 있게 투자해왔다. 4개 기업이 핀테크, 2곳이 O2O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투자한다. 이 중 8퍼센트가 1호, 멋집이 2호 선발 대상이다.
8퍼센트, 그리고 성장
디엔젤 1호 투자사인 8퍼센트는 2015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P2P 대출업체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한창 모객해 사이트를 운영하던 중 금감원이 서비스가 위법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고 사이트를 폐쇄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매월 진행하는 데모데이인 디데이에 8퍼센트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고민했다. 당시엔 논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고, 디캠프는 은행권이 설립한 재단인데 우리 데모데이 무대에 서는게 맞는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렌딩클럽 등이 해외에서 별탈없이 운영되고 있었고 우리 사회에 P2P대출이 주는 시사점이 클 것 같았다. 그래서 디데이에 참여 시켰고, 예상대로 1등을 거머쥐었다. 이에 따라 투자도 진행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맞물려 투자할 때도 고민이 있었다. 그렇지만 현재 은행권에도 혁신이 필요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중금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신선한 서비스라 판단했다. 그리고 그것이 창업지원기관의 역할이라고 봤다. 작년 3명으로 시작한 8퍼센트는 현재 30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투자사 입장에서 회사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크라우드 펀딩과 P2P 등 핀테크 분야는 국내에서 당장 통용되기에 법적인 이슈가 발생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위법은 아니라고 봤다. 여러가지 문제가 생겨도 해결해가는 게 스타트업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현재는 제도권 은행쪽에서도 핀테크를 도입하려고 하는 등 트렌드가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8퍼센트를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투자팀의 선순환 사례, ‘멋집’
패션 플랫폼 ‘멋집’의 문군 대표는 90년대 후반 동대문에서 옷을 디자인해 팔던 사람이다. 디파티때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에게 디파티 참여를 권유받았다 한다. 대표의 경험 및 시장과 사업 방향 등이 좋아 투자 했고, 디캠프 5층 공간에 입주했다. 입주기간 동안 멋집은 케이큐브벤처스에 투자를 받았다. ‘디파티-디데이-입주-투자-후속투자’가 이루어진 선순환 사례다.
높아지는 기업 인지도, 인프라 및 네트워킹 이용…디캠프에 투자받아야 하는 이유
디캠프는 기업의 후속투자 유치에 도움을 주는 면이 있다. VC등으로부터 스타트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디캠프에 구축돼있는 인프라와 네트워크도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 다수의 언론사가 주목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언론에 노출된다는 점도 메리트다. VC와 미팅할 때 디캠프에 입주해 있다고 밝히면 시선부터 달라진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인지도를 상대적으로 빨리 쌓을 수 있는 점에서 디캠프 투자 및 입주는 많은 장점이 있다고 본다.
사람의 성향과 이전 경험을 주요하게 살펴본다.
투자를 할땐 사람의 성향을 주의 깊게 본다. 과거 경험, 앞으로의 진행 방향성을 주로 본다. 사업이 얼마나 확장 가능한지도 중요하지만, 깊이 있게 고민한 사업을 우선한다.
본능적으로 첫인상과 첫 느낌에 영향을 받는다. 그렇지만 내 경우, 그 느낌은 두 번째 만남까지만 영향을 준다. 조금 더 얘기해보면 사업을 얼마나 고민했는지,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냉철하게 판단하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진정성 있고 성실한 팀이지만 사업투자 관점에선 애매모호한 팀도 많다. 디캠프가 제 아무리 초기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이지만 선뜻 투자하기가 어려운 팀을 마주하게 될 때 고민이 생긴다.
투자사와 피투자사간의 관계 지속에 힘쓸 것
지금까지는 크게 보면 디데이를 거쳐 투자를 진행 했다. 기업을 선발해 투자했던 기존 특성상 이 두가지는 서로 뗄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는 직,간접투자도 하고 투자사와 커뮤니케이션도 하고 디데이도 매월 진행하며 최대한 좋은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디데이 발표 기업을 선별하는 데 시간이 다소 많이 걸렸다. 앞으로는 투자 본연의 업도 중요하지만 인연이 조금이라도 닿았던 분들을 지원하는 데 신경쓸 예정이다.
디엔젤을 운영해 온 동안엔 프로그램을 자리잡게 하기 위해 투자 자체에 집중 했다. 현재는 체계가 잡혔다고 자평한다. 그래서 올해 남은 시기엔 투자팀과 관계 맺은 분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신경 쓸 계획이다. 그것이 잘 이뤄져야 투자사 및 기업 모두 윈-윈할 수 있을 것 같다.
피투자사의 안 좋은 소식이 들려도 믿고 기다린다.
투자사와 피투자사간 상호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피투자사의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어떻게든 도우려고 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스타트업은 기다리고 참고 있다보면 어떻게든 기회가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창업 현장에 남아 스타트업을 도울 것
일반 기업에서 관련 업무를 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재미와 보람이 있다. 그리고 향후 전망 또한 좋아 업무 만족도가 높다. 스타트업 현장에 오래도록 남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디캠프의 문을 두드리는 많은 스타트업에게 최선을 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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