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조이 2016] 전시장 밖은 40도, 전시장 안은 VR
차이나조이는 IT기자들이 사이에서 취재가 힘든 행사로 유명합니다. 일단 여느 IT 행사의 5~6배에 달하는 규모로 커버할 범위가 넓고, 습기를 동반한 40도 안팎의 상하이 날씨는 체력적으로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이나조이를 가르켜 농담 삼아 ‘사우나조이’라 부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는 현재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게임사들의 동향 및 트랜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기에 놓칠 수 없는 이벤트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차이나조이가 성대히 열렸습니다. 7월 28일부터 3일 간 중국 상하이 신국제박람센터에서 열린 ‘차이나조이 2016’의 주요 키워드는 VR이었습니다.
VR은 올해 주요 키워드입니다. 차이나조이는 물론이고 연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있었던 CES 2016, 바르셀로나 MWC 2016, 베이징 MWC2016, 컴퓨텍스2016 등 올해 열린 굵직한 IT 행사 모두가 VR이 핵심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크버그도 ‘차세대 플랫폼은 VR이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다닙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실제가 아닌 가상의 환경, 즉 만들어진 환경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만질 수 있게 오감을 다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방식을 얘기합니다. 예전에는 주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서 가상현실이 만들어지고 체험되어지곤 했습니다만 최근에는 실사, 즉 실제의 환경을 현장에서 느낄 수 없는 상황에서 마치 현장에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방식으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여타 국가와 중국이 VR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VR 체험방으로 설명되는생태계 측면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우리나라에 이제 강남에 1호점이 오픈했고 2호점이 부산등에 들어서는 것에 비해 중국의 VR 체험관은 전국에 약 2200개(3월 기준)가 오픈해 있습니다. 설립시 낮은 원가와 작은 면적, 그리고 싼 이용료 등이 확산의 주 요인입니다.
또 분야 확장성의 속도는 가장 빠릅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페이는 9월말 경 VR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 VR 페이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VR 페이는 가상 현실에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기존 모바일 버전 결제와 같은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한다는 설명입니다.
중국의 VR시장은 여느 국가와는 다르게 독특한 양상입니다. 수백가지 VR디바이스가 등장하는 수만큼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도 디바이스별로 각각입니다. 중국 모바일 앱마켓 현황이 그대로 VR영역에 투영된 형태입니다. 더불어 콘텐츠 플랫폼에 절대강자도 적대약자도 없는 시장이기도 하죠.
그렇다고 급격한 확산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합니다. 현재까지 컨텐츠가 많이 부족하기에 재이용률이 낮다는 체험관 성장의 제약이 있습니다. 현재 중국내 VR 플랫폼에는 약 3500개(게임 800개, 영상물 2700개) 정도의 컨텐츠가 있습니다. 게임은 거의 대부분이 롤러코스터, 익스트림 등 비교적 설계가 간단하고 제작시간이 짧은 것들 위주이며, 영상물은 짧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낮은 품질의 컨텐츠들은 이용자들의 구매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적절한 비지니스모델이 적용되고 있지도 않죠. 하지만 중국내 다수의 기업이 IP(지적재산권)콘텐츠 수급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기에 콘텐츠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성장세는 급물살을 탈거라 예상됩니다.
물론 현재 VR 열풍에 휩싸여 수많은 VR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지만, 수년 내로 거품이 사그라지고 대다수는 거품과 함께 사라져 버릴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품이 있건 없건 간에 거품이 걷히고 난 후에 남는 것은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아 VR 시장을 선도하겠지요.
이번 차이나조이는 VR과 더불어 이 IP에 대한 동향을 볼 수 있는 행사이기도 했습니다. 또 가장 많은 투자자가 몰린 분야이기도 했습니다. VR은 IP와 동시에 언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VR이 하드웨어적 요소라면 이에 적용되는 IP는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는 주요소이기 때문입니다.
VR은 올 초 상정한 중국 정부의 미래지원사업 중 하나입니다. 또 중국에서 시장 트렌드를 살펴볼 때 흔히 쓰이는 바이두 검색지수에서 플레이스테이션4를 따라잡을 있을 정도로 개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3대 포털도 VR을 주요 키워드로 선정했지요.
근래 중국의 게임, 콘텐츠 기업들이 VR을 빼놓고 사업을 논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앞선 기업은 이를 발판으로 더 뛰쳐 나가려 하고, 현재 뒤쳐진 기업는 VR을 통해 반전을 노리는 형세입니다. 거기에 VR 기술을 발판으로 활발히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고 있는 ‘빠치빠치링(이하 87870, 해피 인터렉티브 네트워크 테크놀로지) 등 플랫폼 기업은 한국 VR분야 VR8008을 인수하고 디지털콘텐츠 제작사인 디엘360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등 VR 콘텐츠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습니다. 또 VR업계 우수한 기업과 인재가 있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격적으로 콘텐츠 확보 행보를 펼친다고 공표한 상황입니다.
VR이 IP와 결합된다고 해서 당장 돈이 될거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돈을 벌려면 콘텐츠가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 규모가 과거 모바일게임의 규모에 달할지, 아니면 3D처럼 빛좋은 개살구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모험을 시작한 많은 수의 기업이 있음을 목도한 것이 또 이번 차이나조이 행사였습니다.
끝으로 이번 차이나조이 행사장 2/3를 차지한 B2C관은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시끄러웠습니다. 역대 최대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합니다. 첫 느낌은 IT행사가 아니라 모델쇼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B2B관은 여느 전시회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B2C관이 요란해서인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여담이지만, B2C관은 지난해 부스 모델들의 과도한 노출이 문제가 되어 요란했던 것에 비해 모델의 복장은 차분한 편이었습니다.
한편, 올해 행사에는 국내 스타트업도 다수 참가했습니다. 애드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는 B2B관에 단독 부스를 열어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고, 한국 공동관도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한국VR산업협회와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행사 기간 중 87870과 한중 간 VR분야 업무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