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275] “열다섯 명만 모이면, 출근 버스가 모셔드려요.”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작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회사원 2,414명 중 총 10.6%가 ‘거의 매일 출근길 받은 스트레스로 온종일 불쾌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51.3%의 참가자는 한 달에 한 두 번 그런 경험을 한다고 밝혔다.
출근 셔틀버스 예약 서비스 ‘모셔(모두의 셔틀)’는 환승 세 번의 고단한 출근길을 경험했던 장지환 대표가 만든 스타트업이자 서비스이다. 열 다섯 명이 모이면 출동한다는 모셔의 수장을 만나봤다.
- 복잡한 출근길 경험이 창업의 계기
- ‘모셔’는 출근 셔틀버스 예약 서비스
- 15명의 승객이 모이면 배차 진행
첫 창업은 아니다.
공포물 전용 동영상 큐레이션 서비스를 2년 반 정도 했었다. 공포계 커뮤니티에서는 나름 인정도 받았고, 수익도 났었다. 하지만 저작권 이슈와 개발 역량이 부족해 실패했다. 망하고 나서는 계약직 회사원으로 돌아갔다.
환승을 세 번 하면서 출근을 했다.
회사가 거리상 멀지는 않았는데, 세 번을 갈아타야 하니까 힘들더라.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서비스를 구상했다. 출근길 괴로움을 없애면서도 타깃층을 넓힐 수 있는 서비스가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모셔가 어떤 서비스냐고?
출근 셔틀버스 예약 서비스다. 정원만 채워지면 집 앞에서 회사까지 다이렉트로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사용자가 자신이 출근해야 하는 시간과 출발지, 도착지 등을 입력하면 현재 운행되고 있는 노선을 찾아볼 수 있다. 정원이 채워지면 해당 노선으로 셔틀 버스가 운행하게 된다.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박리다매 형으로 수익이 늘어나는 모델이다. 한 버스에 15명 이상이 탑승해야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 구조다.
설마 열 다섯 명 못 모을까, 하고 시작했는데.
어렵더라. 사실 처음에는 이 서비스를 만들고 나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겠다는 감과 느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 이후에 시장 조사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버스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더라. 페이스북 마케팅을 시작했지만, 탑승 지역과 시간이 너무 파편화되어 있는 게 문제였다. 너무 만만하게 봤다는 생각을 했다. 2차 마케팅 타깃으로는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를 노렸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입소문을 내줘서 올해 3월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버스 회사와 제휴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한다.
한 노선에 15명 이상이 모이면 전세 버스 업체가 버스를 대절해주는 식이다. 인원이 모인 출근 노선 당 20~30%의 수익을 확보한다. 요금을 높이면 당연히 돈을 더 벌 수 있겠지. 하지만 보통 고객들이 자가용 통근이 아닌 대중교통을 사용했을 때를 기준으로 요금을 평가한다. 그렇다 보니 가격을 높이는 건 어렵다. 현재는 25인 승 미니 버스 4대를 운행하고 있다. 현재 월 사용자 수는 50명 정도다.
모셔를 타고 출근하고 싶다면, 열 다섯 명을 모아달라.
어느 지역이든 운행이 가능하다. 보통 도보 5~10분 안에서 승차할 수 있도록 노선을 짜고 있다. 현재는 구로-판교 구간을 주로 운행하고 있다. 상습 출근 지옥 구간이다. 이 지역은 꾸준히 운행하고 있다. 인천-구로 구간은 사실상 손해를 보고 있지만 9, 10명의 정원으로 계속해서 운행하고 있다. 인천 지역은 내가 직접 가봤지만 서울 출퇴근이 너무 힘들고 대체제가 별로 없다. 우리가 꼭 잡고 가야할 지역이다.
법적 문제는 없느냐고?
일단 창업 전 법적으로 검토해 본 결과 문제는 없다. 중요한 건 이해관계다. 안전 보험의 경우, 전세 버스가 책임지는 형태로 계약이 되어 있다.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 탑승자가 지각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운행하면서 총 5번의 지각 사고가 있었다. 인천-구로 구간이 교통량의 문제로 연속 3번을 지각했다. 사실 우리 서비스 사용자의 가장 큰 니즈가 ‘편하게 정시에 직장에 출근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 지각하는 것 자체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시범운행 기간이기도 했고 고객들이 이해해 줬다. 하지만 그 이후로 훨씬 더 철저한 시뮬레이션과 배차 조정을 했다. 지각 사고가 있을 시에는 다음달 무료 탑승권을 지각 일수만큼 지급하고 있다.
- 먼저 많은 노선을 확보하는 기업이 승리하는 사업
- 올해 내로 버스 10대 운행, 출근그룹 쉐어링 모델 확장이 목표
판교 구간은 젊은 IT맨, 인천 구간은 35~40대 직장인이 많다.
아무래도 지역별 특성이 있다 보니, 구간에 따라 탑승자들의 성격도 다르다는 점이 재밌다. 이런 점을 살려, 주변 지역 상점 광고를 하거나 컨텐츠 비즈니스를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직 이른 거 같다. 본질적으로는 버스 운영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재사용률은 95%다.
5%는 이직이나 육아 휴직 등 개인 사정이 있는 경우고, 대부분의 사용자가 거의 이탈 없이 서비스를 재사용하고 있다.
먼저 지도를 촘촘히 짜는 사업자가 이기는 게임.
기본적으로 카풀과 버스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이 우리의 경쟁사라 할 수 있다. 누가 더 많은 사람을 모아, 더 촘촘하고 빠른 노선을 만드느냐가 관건인 사업이라고 본다. 향후에는 지도 데이터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도 뛰어들 수 있다고 본다. 대책? 우리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만한 대비책이 있겠나. 향후에는 안대, 귀마개 서비스 등 소소한 부가 서비스도 추가 제공할 예정이다. 또 효율적인 노선을 만들고, 이를 자동화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동 안에서도 거리가 먼 탑승자들이 있을 수 있다. 주소 기준이 아닌 반경 기준의 그룹화가 우리의 기술적 장점이 될거다.
자체 셔틀버스 운영 계획도 물론 있다.
그래야 기본적으로 수익도 많이 낼 수 있고, 우리가 직접 운수업을 하면 혹시모를 법적 이슈들도 사라진다. 하지만 시간은 좀 걸릴 거 같다. 일단 최우선 과제는 사람을 모으고, 다양한 노선을 짜는 일이다. 운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차량 20대를 보유할만큼의 자산도 있어야 한다.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 내년 말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올해 내로 10대 출근그룹 쉐어링 모델 확장이 목표.
또 45인승 버스에도 도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는 출근그룹 쉐어링 모델로 같은 지역 내에 있는 회사 승객을 모아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모델을 더 확장시키고 싶다. 이를테면 판교 내에 여러 기업의 출근그룹을 모아, 대형 버스를 운영하는 식이다. 현재 판교 5개 회사에게 이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든 장거리 통근자분들께 우리 서비스를 제공해드릴 수 있도록 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