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人사이트] “회사는 첫사랑이자 친구다” 스타트업 근속자 3인 3색 스토리
창업열풍으로 많은 스타트업이 세상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채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태를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하는데, 회사 설립 이후 3년(넓게는 5년까지) 간 많은 기업이 위기를 겪는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스타트업이 이 기간을 버텼다는 것은 어느정도 기반이 잡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일반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이직률이 가장 높은 시기가 또한 3년(40%) 미만이다. 그런데 여기 스타트업에서 인턴 혹은 사원으로 시작해 3년 넘게 근속하고 있는 3인이 있다. 브랜드 관리, 개발, 홍보와 컨설팅 등 현재 각자 위치에서 역할을 하고있는 알지피코리아(요기요) 양명호 브랜드 관리 팀장, 스포카 강성용 프로그래머, 와디즈 황인범 홍보 팀장이 바로 그들이다.
스타트업은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기에 여느 기업처럼 연봉을 후하게 줄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3년 넘게 근무했다는 것은 기업의 미래를 확신하지 않으면 쉬운 일이 아니다. 더불어 이들의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음도 반증한다. 스타트업은 잉여인력을 둘 환경이 못 된다.
이들 3인은 각자의 회사 규모가 커지는 걸 몸소 느끼는 중이라 입을 모아 말한다. 동고동락했던 3년 이후로도 회사의 흥망성쇠를 같이 하겠다는 이들의 입사 계기, 일하며 느꼈던 소회, 스타트업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양명호 요기요 마케팅 브랜드 관리 팀장, 강성용 스포카 프로그래머, 황인범 와디즈 홍보 팀장
자기소개 부탁한다.
양명호 팀장 (이하 ‘양’):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지피코리아의 마케팅 브랜드 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다. 2012년 8월에 입사해 만 4년이 넘었다. 요기요는 세 번째 직장인데 가장 오래 다니고 있다
강성용 스포카 개발팀 프로그래머 (이하 ‘강’): 포인트적립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포카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주 업무는 데이터 분석이다. 회사는 2013년 여름 인턴으로 입사해 다닌지는 3년 6개월 됐다. 스포카가 첫 직장이다.
황인범 와디즈 홍보 팀장 (이하 ‘황’):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와디즈에서 홍보 및 크라우드펀딩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 7월에 입사해 3년차이고, 와디즈가 첫 직장이다.
입사 전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입사하게 됐나?
양: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래서 첫 직장은 대기업 디자인센터였다. 광고에 뜻이 있었기에 첫 직장을 그만두고 1년간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로 일했다. 이후 요기요에서 채용 오퍼가 들어와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강: 프로그래밍을 배운 경영학도였다. 프로그래밍이 재밌어서 경영학과 프로그래밍을 복수 전공했다. 처음에 스포카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기간이 끝나갈 때쯤 정식으로 일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자연스럽게 입사했다.
황: 입사전에는 장교였다. 생기 넘치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와디즈 인턴쉽에 지원했다. 처음엔 떨어졌는데 회사측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대표와 만나 2시간 정도 면접을 봤고 그게 인연이 돼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일반 회사 가기 전 브릿지로 인식하는 이들도 꽤 있다. 인턴에서 정직원이 된 두 사람은 타사로 가고 싶단 생각은 안 했나?
강: 인턴 당시엔 개발팀이 나 포함 4명이었던 작은 팀이었지만 동료들이 좋았다. 그래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
황: 처음에는 3개월 인턴쉽을 마치면 여행을 갈 생각이었다. 인턴 기간이 끝나던 날 대표가 10년전 자신의 모습을 얘기하며 오래 같이 하자고 해서 설득당했다. 우리 대표는 내게 롤모델인 인물이다. 우리 대표의 도전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만의 직업, 직장 선택 기준이 있다면?
양: 4개정도의 기준이 있었다. 회사의 복지, 네임벨류, 어떤 일을 하는지, 누구랑 일하는지 등이었다. 4년 넘게 근무한 가장 큰 이유는 ‘누구와 일하는 지’에서 만족감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업무가 더 좋아질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 혹은 맞지 않는 업무도 장점이 되는 배경엔 같이 일하는 동료가 어떤 사람인지가 큰 영향을 준다고 본다.
강: 개발자로 살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동업이든 팀원으로든 다양한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온다. 현재 동료들을 떠나 하기 싫은 일을 할 생각은 없다. 연봉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한들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
황: 평소 주도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한다. 내 성격에 반해 장교 집단은 인생의 길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는 편이다. 구직 전 정해진 그 길이 아닌 온전히 내 기준대로 살아 보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다. 돈에 상관 없이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추구한다.
양명호 요기요 마케팅 팀장
회사를 오래 다닌 만큼 애착이 많겠지만 스타트업의 연봉은 여느 기업과 비교해 한계가 있다. 회사가 성장하는 단계에서 상당한 연봉을 보장받은 경력자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거기서 오는 박탈감은 없나?
양: 박탈감 이라기보단 기분 좋은 자극제가 된다. 면접 때 대기업과는 다른 기업문화와 인적구성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런 것들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
강: 연봉차이는 있지만 회사 내에선 개발자들 사이에 직급이 없다. 먼저 입사한 사람이 스톡옵션 평가액이 나중에 들어온 사람보다 좋은 건 당연한 거라서 크게 신경을 쓰진 않는다.
황: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경력자들이 입사했는데, 연봉보다는 일을 대하는 방식에서 차이점을 느꼈다. 다같이 협력해 일 하고 있기에 부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 요기요와 스포카와 와디즈를 선택했나? 입사당시 3사는 이름도 생소한 기업이었을거다.
양: 입사할 당시에는 배달주문 서비스도, 요기요란 브랜드도 생소했지만 개인적으로 스타트업 문화가 궁금한 때였다. 그래서 잠깐 일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나가야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면접을 봤다. 당시 면접관이 박지희 부사장이었는데, 대기업에서 봐왔던 임원과는 달랐다. 박 부사장에게 많이 배우며 일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더불어 알지피코리아는 작지만 알찬 회사였다. 그래서 선택했다.
강: 우스갯소리로 나이 서른이 넘은 프로그래머는 퇴사 후 치킨집을 차린다는 말이 있다. 회사의 요구만 수행하며 초라하게 은퇴하고 싶지 않다는 소망이 있었다.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는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개인 역량의 성장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황: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문화에 몸을 담고 싶지 않았다. 젊은 조직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스타트업을 선택했다. 입사당시에는 회사나 크라우드 펀딩, 스타트업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을 때였다.
우리사회는 큰 회사를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입사당시 가족 등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양: 입사 당시엔 주위에 IT회사로 이직했다고만 말했다. 태동중인 회사와 서비스였기에 말로 설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가족도 걱정을 많이했다. 그래서 아버지의 하루 일과중 하나가 회사 뉴스를 검색해보는 것이었다. 아마 스타트업에 다니는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그러실 것 같다. 현재는 많이 응원해주신다.
강: 입사 당시 많은 대학 선배들이 스타트업보다는 회계사나 준비하라는 얘기를 했다. 그 말을 듣고 미래를 그려보니 상상이 잘 안 됐다. 반대로 프로그래머 하면서 하고 싶은 걸 하는 그림은 잘 그려졌다.
황: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잘 몰라 그냥 금융회사에 다닌다고 말한다. 대기업에서만 30년을 재직한 아버지를 설득하는 게 어려웠다. 지금은 아버지께서 회사 뉴스를 검색하고 확인하신 뒤 내게 이런 일이 있느냐고 여쭤보실 정도로 바뀌셨다.
어찌보면 세 사람은 스타트업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태동된 시기에 현재 회사에 입사했다. 그간 인상적인 일, 성과라 할 수 있었던 것은 뭐가 있나?
양: 입사 했을 당시, 내게 회사 로고 리뉴얼 프로젝트가 맡겨졌다. 이 기획안이 통과돼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 회사 로고가 바뀌었다. 이때 성취감이 매우 컸다. 또 요기요 TV광고 제작 및 집행을 담당했는데 재밌었다. 해온 공부와 관심사 모두에서 역량을 발휘해볼 수 있어 업무 만족도가 높았다.
강: 고객 경험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역할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입사 초반만 해도 우리 서버는 태평양 건너 버지니아에 있었다. 이 때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하기 어려웠다. 거리가 멀기 때문이었다. 고객에겐 포인트 적립이 곧 돈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서버를 가까운 일본 도쿄로 옮기는데 기여를 했다. 이후로는 소소한 문제가 생겨도 예전보다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
황: 와디즈가 사업중인 크라우드 펀딩은 교육이 필요한 사업이다. 일반인에게는 아직 낯선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외부 강연을 많이 한다. 홍대에서 처음 강연한 이후 지금까지 100회 이상 강연에 참여했다. 주말에도, 지방에서도 강의 요청이 온다.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강성용 스포카 프로그래머
본인들이 속한 회사가 현재 어느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나?
양: 배달음식 주문은 일상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요기요’는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브랜드가 됐다.
강: 서열을 매길 순 없지만 전엔 내 실력을 앞에서 셌다면 지금은 뒤에서 세는 게 더 빠를 정도로 실력자들이 사내에 포진해 있다. 입사 당시보다 팀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스포카 개발팀에 대한 긍정적인 얘기를 듣는다. 나도 더 잘 하려 한다.
황: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와디즈가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크라우드 펀딩 회사의 초기 멤버이기 때문에 사명감이 있다. 아직 더 달려야 할 때다.
여러분이 입사했을 당시에 비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많이 달라졌다.
양: 예전보다는 분명 관심이 커졌다. 스타트업으로의 이직도 많아졌고, 처음부터 커리어를 스타트업에서 쌓는 후배들도 본다. 기업가정신이 강조되는 추세고. 생태계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강: 아이러니하게도 신생 스타트업에게는 힘든 시기인 것 같다. 작년까지 유망 사업으로 일컬어 지던 여러 트랜드도 주춤하는 상황이다. 주위에 구글, 페이스북을 꿈꾸며 창고에서 개발하는 친구들이 많다. 이들이 탄력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기관 지원이 꾸준히 이뤄지면 좋겠다.
황: 스타트업 인지도가 높아지고 사회적으로 붐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스타트업 간 빈부 격차도 생기고 빛 좋은 개살구 기업도 많아지는 것 같다. 대중에게 막연히 좋은 이미지로만 각인 되기 전에 내실을 키워가야 하는 시기라 본다.
회사 생활이 힘들 때 어떻게 견뎠나?
양: 지금은 회사가 커져서 조직화되고 상황 대처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만 초기엔 하나의 특정업무를 맡기보단 여러 일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분야가 아닌 곳에서 일할 땐 애를 먹었다. 하지만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해내는 과정을 통해 회사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보통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선 학생이 돈을 지불하지만 스타트업에선 오히려 배우는데 돈을 받는다 생각했다. 그런 생각의 전환이 힘들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강: 힘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돈이 먼저인지 동료가 먼저인지 생각했다. 다른 곳에서 연봉은 높게 받을 수 있을지언정 저런 동료는 만날 수 없을것 같았다. 동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컸다.
황: 회사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나 또한 동료가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어느회사나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먼저 얘기하고, 따끔하게 말하고 까칠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와디즈에서는 나였다. 지금이야 인지하고 있지만 과거엔 내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 한 번은 경력으로 입사한 팀원이 나 때문에 힘들다고 하더라. 외부적으로는 잘 지내면서 왜 회사 식구들과는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였다. 그들에게 배울 여지가 많다는 점을 조금 더 오래 일했다는 이유로 간과했었다. 이것 또한 배움이었다.
황인범 와디즈 홍보 팀장
회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양: 초기부터 지금까지 모든 구성원이 앞만 보고 달려 여기까지 왔다. 성장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지만, 주변도 둘러 보고 화합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회사 구성원 모두가 좋아하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
강: 능력있는 인재가 회사를 떠나지 않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들을 붙잡아 놓는 환경을 계속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황: 회사와 조직원 서로가 상호 성장이 잘 됐으면 좋겠다.
나에게, 내 회사 요기요/스포카/와디즈란?
양: 첫사랑 같다. 언젠가는 헤어질지 모르지만, 가장 열정을 쏟았던 존재이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존재다.
강: 회사는 내게 신뢰가 가는 친구다. 개인적으로 힘들 때 회사 일을 묵묵히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하고 위로해주는 친구 겸 동료 개발자도 회사에 있다.
황: 노트북이다. 회사에서 처음 노트북을 지급받은 이후 어디든지 항상 노트북을 가지고 다닌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시공간을 초월하고 있는데 나도 거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트북은 내 몸의 일부같다. 와디즈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