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인턴이 임원진에게 할 말 다 하더라.”
오늘(18일) 개최된 ‘제 1회 중국의 한국이’ 행사에서 중국의 대표 인터넷 기업에서 재직했던 세 명의 연사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대표가 “중국의 기업 문화”를 주제로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패널로는 이날 오전 세션에서 발표를 진행한 한희주 알리바바픽쳐스 프로듀서, 양진호 텐센트 프로듀서, 권현돈 알리페이코리아 전 지사장이 참여했다.
아래는 패널토론 내용의 전문을 정리한 것이다.
해외 취업을 앞두고 걱정되는 것은 역시 언어 문제다. 중국어와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되어야, 현지 취업과 직장 생활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한희주 알리바바픽처스 매니저(이하 한) : 내 경우에는 대학 때 중국어를 전공했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큰 두려움은 없이 해외 취업을 했다. 하지만 첫 중국 직장은 한국계 기업이어서 한국어와 중국어를 반 정도 나누어 사용을 했는데도 인터넷 비즈니스 전문 용어가 낯설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더라. 그래서 6개월 정도 매일 퇴근 후 남아서 회의 녹취 음성을 들으면서 공부를 했다. 언어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기술이나 디자인 분야 이외에서 중국 현지 취업을 원한다면 기본적으로 중국어는 할 줄 알아야 한다.
권현돈 알리페이코리아 전 지사장(이하 권) : 내가 재직했었던 알리페이 지사에서는 중국어는 아예 못하고 영어만 할 줄 아는 직원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만큼 의사 전달 효율이 좋지는 않다. 전문적 기술 분야에 있는 경우, 이야기는 좀 달라지겠지만 기획, 마케팅 등 실무 단에서는 중국어가 필수다. 중고등학교부터 중국에서 졸업한 친구들이 확실히 강점이 있다.
양진호 텐센트 프로듀서(이하 양) : 나는 처음 중국에 갔을 때 중국어와 영어가 둘 다 안됐다. 처음 일본 회사에 입사해서 “당신들이 필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내 머리 속 온라인 게임 노하우일텐데, 그것만은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는 아예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니, 차라리 영어 실력을 높이겠다, 3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일종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사실 이제 언어만 잘한다고 취업이 기회가 열리는 시대는 지나버렸다. 오히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 더 중요하다. 세상 어디를 가도 자신 있게 내밀 수 있는 분야가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개인의 전략이다. 여기에 투자해라. 언어는 어떤 방식으로든 배울 수 있다. 나도 3개월 동안 잠을 줄이며 영어를 공부했고, 그 이후에 영미권 고객들은 다 내가 맡아서 응대했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스톡옵션 등 미래 보상을 통해서 직원의 업무 동기를 강화한다. 중국 스타트업의 청년들도 야근을 적지않게 하더라. 젊은 직원들이 마치 개인 사업자처럼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드는 동기는 뭐라고 보는가.
권: 알리바바 같은 경우에도 직원들의 추가 업무에 대한 보상을 금전적으로 확실히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일단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는 자체가 직원들의 열정을 자극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한: 역시 보상이다. 하지만 유형의 보상 뿐 아니라 무형의 보상도 동기부여의 큰 요인이 된다. ‘개인적인 성취감’이 현 중국 젊은 세대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그들은 무언가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돈을 지불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내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의 조직에서는 개인은 전체의 일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만핟. 하지만 중국은 조직 자체가 아주 수평적이어서, 주니어 직급이라고 할 지라도 어떤 성취를 이뤄내면 그것은 본인의 업적이 된다. 이런 성취를 여러 번 경험하며 창업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알리바바픽처스의 경우에도 아직 설립 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나가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창업한 친구들이 많다. 그게 가능한 것이 지금의 중국이다.
양: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일단 늦은 회식이 없다. 관계보다는 내가 회사에 나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두번째로는 중국에서는 대기업에서 열심히 일해 그 커리어를 활용해 창업을 하고,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실패했을 때 돌아올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게 중요하다. 텐센트에도 나가서 창업했다가 다시 돌아온 분들이 많다. 돌아오면 보통 안 나가고 일 열심히 하더라. 세번째는 국민성이다. 사실 국민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데 모아놓으면 드러나는 어떤 특성들이 있다. 이를테면 한국의 게임 유저들은 레벨을 올리는 데 집중하지만, 중국의 게임 유저들은 옷과 아이템을 구매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더 열의를 보인다. 13억 인구 가운데 부대끼며 살다보니, 경쟁 의식과 자기 표현의 욕구가 높은 편이다. 지금도 내가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면 우리 나라에서는 아무도 손 들지 않을거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서로 자기가 하겠다고 나선다. 기본적으로 돋보이길 좋아하는 것이다.
중국의 회의 분위기가 그렇게 공격적이라고 하던데. 조직 내 의사 소통 방식에 대해 더 자세히 말씀해달라.
양: 난리 난다. 디렉터와 인턴이 대판 싸우는 일도 있다. 그러고 나서는 홍바오 보내주면 끝난다. 대표와 직원 사이라고 해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한다.
권: 위계 상관없이 자기의 논리가 맞다고 확신하면, 정말 싸울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거기서 한 발 물러서는 순간, 일이 산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각자 자기 입장을 강하게 말하는 편이다.
한: 내 경우에도 회의를 앞두고서는 전투적으로 준비를 한다. 회의 석상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순간 무능력자가 되기 때문이다. 위계 없는 수평적 토론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양: 그런데 내가 한국, 중국, 미국, 일본 회사를 다 다녀본 결과, 같은 중국인이라도 어떤 조직에 있느냐에 따라서 다르더라. 일본 회사에서는 막 그렇게 싸우듯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중국의 IT 회사 임금 수준은 어떤 편인가.
권: 연봉 차이는 직급에 따라 아주 크다. 평균적인 회사의 연봉은 한국보다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BAT와 같은 대기업은 임금 수준이 높은 게 맞다. 알리바바의 경우 복지가 좋아서 여러 부분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주택 대출의 경우에도 무기한 무이자로 가능하다.
한: 알리바바픽처스의 임직원이 500명이지만, 아직 설립 2년 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은 조직 내부가 스타트업처럼 작동하고 있다. 스톡옵션에 대해 기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제 막 성장해나가는 회사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마치 공동 운명체처럼 함께 힘쓰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 비해 우리가 뒤쳐져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양: 체감 상 5년부터 중국의 추월을 느꼈다. 3년 전부터는 우리가 뒤쳐지고 있다는 걸 확신했고. 중국은 의외로 세계화가 되어 있지 않은 나라다. 텐센트의 경우도 5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다. 주관적으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 거꾸로 중국의 컨텐츠를 들여와 세계에 유통해주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 알리바바도 현재 글로벌 회사는 아니라고 본다.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회사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것은, 밀려 들어오는 중국 자본에 대해 우리가 어떤 포지션으로 대응할 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사실 늦었다고 본다. 이미 자본이 좋은 것들을 다 사들여가버린 걸 보며 벙쪄있는 상태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우리가 어떤 것을 내어주고, 어떤 것을 지켜갈 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본다.
한: 난 중국과 한국을 경쟁 구도로만 보는 것이 조금 아쉽다. 나는 10년 간 해외 생활을 하며 ‘더 이상 나의 정체성을 한국 사람으로 제한하지 않고 메트로폴리탄으로 살겠다’고 결정했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이웃 국가로 두고 있는 것이다. 국내는 현재 인구나 시장의 규모가 모두 포화 상태에 있다. 인재는 더 큰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경쟁의 구도라기 보다는 같이 판을 키워 이익을 나눠야 한다. 알리픽처스에서 내가 배운 것은 판을 키우는 과정에 있어서는 적도 없고, 모두가 동지가 된다는 점이다.
BAT 수장들의 조직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궁금하다. 그들이 직원들의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방법은 무엇인가.
권: 알리바바는 KPI(핵심 성과 지표)의 약 40%만을 거래 금액, 거래 건 수 등의 수치로 둔다. KPI의 60%를 가치관으로 평가한다. 알리바바는 소상공인과 함께 일하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의 가치관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것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도 한다. 거래액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달성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문화는 쉽게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윈 회장은 사내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장문의 편지를 전직원에게 보낸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을 통해 직원들은 다시 한 번 고취되곤 한다.
중국이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이 흐름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나.
양: 오늘 뉴스를 보니 1972년에 영국의 경제 규모를 미국이 추월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중국 경제가 미국을 넘어섰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다. 시장이 한 번 커지면 작아지기가 어렵다. 내 생각에는 최소한 10년 이상은 지속될 거라고 본다. 영원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이제까지 중국 기업이 좋은 부분만을 많이 이야기 했는데, 반대로 중국에 비해 한국의 회사나 조직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권: 탄탄한 조직력이다. 알리바바는 직급을 모두 떼고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른다. 장단점이 있다. 한국은 엄격한 위계 질서에 따른 강력한 조직 문화가 만들어졌고, 그걸 통해 이렇게 발전해왔다. 어떻게든 결과물을 가져오는 점이 뛰어나다. 좋기만 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양: 디테일이다. 중국은 80%만 만들어놓고, 20%는 이후에 붙여 나간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면 기본적으로 경쟁이 안되기 때문에 물건이나 서비스의 완성도가 뛰어난 편이다. 컨텐츠 분야에서도 섬세함과 높은 완성도는 한국의 힘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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