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310] “법률 장벽을 IT기술로 혁신한다.” 법률스타트업 ‘로아팩토리’

(부산행#7) 법률 스타트업 로아팩토리

근래 국내외 미디어 파트너와 콘텐츠 관련 제휴를 하며 이메일 계약서를 몇 번 주고 받은 적이 있다. 우선 워드 문서로 날아온 것을 검토하고 내용을 수정하고, 양쪽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계약서를 출력해 사인하고 스캔해서 PDF문서로 변환해 메일로 보내야 했다. 이는 상대편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리고 등기로 계약서를 주고 받아야 했고. 서류 검토 이후의 과정은 단순했지만 번잡스러운 일이었다. 한 두 건이 이럴진대 계약이 많은 기업 입장에서 계약 체결은 꽤나 리소스가 들어가는 작업일거다.

미국과 유럽 등에는 기존 종이계약서 대신 온라인 전자계약시스템을 통한 전자계약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다. 전자문서및전자거래기본법에 의해 전자계약이 적법한 수단임에도 여전히 계약은 대면해야 한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법률스타트업 로아팩토리가 서비스 중인 ‘모두싸인‘은 이러한 번잡스러운 과정을 최소화 시켜주는 서비스다. 사용 방법은 단순하다. 서명 요청자가 사전에 합의 된 계약서를 업로드 하고 서명 참여자 및 서명 위치를 지정하고 서명 참여자들이 문서를 확인하고 서명을 입력하면 된다. 모든 서명 참여자의 서명 입력이 완료되면 서명이 입력된 문서와 감사 추적 인증서가 모든 서명 참여자의 이메일로 전송되면 끝이다. 이 과정에서 출력도, 스캔도, 문서 컨버팅도 할 필요없다. PNG파일로 만들어놓은 사인 이미지나 도장 이미지도 굳이 준비할 필요가 없다. 임의로 생성할 수 있고, 자신의 사인이나 도장 이미지를 올리면 자동으로 배경이미지 제거를 통해 바로 적용할 수 있게도 해준다. 여기에 공인인증서 없이 휴대폰으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으며, 서명을 진행할 때 생성되어 문서 정보, 서명 요청자 정보, 서명 참여자 정보, 진행 이력등 감사 추적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인증서를 첨부해서 보내준다.

‘안 쓸 이유가 없는 서비스’ 모두싸인의 개발사 로아팩토리의 이영준 대표, 이호철 이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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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영준 로아팩토리 대표, 이호철 이사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영준 로아팩토리 대표 : 부모님 권유로 재학시절 고시 준비를 했었지만 준비를 하면 할 수록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길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원래부터 IT를 좋아하기도 했고.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고시 준비를 접었을 때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우후죽순 나오던 시절이었다. IT계통에서 일하고 싶었기에 교내에 앱 개발 동아리를 결성해 경험삼아 여러개의 어플을 만들었다. 그때 만든 것 중 스트레칭 어플리케이션은 앱스토어 건강분야 1위를 하기도 했다.

로아팩토리가 이전에 출시했던 서비스 이야기를 해보자. 사업을 막 시작하는 예비, 초기 스타트업에게 참고가 될 듯 싶어서다. 로아팩토리의 첫 서비스는 변호사 검색 서비스 ‘인투로(IntoLaw)’였다. 

이영준 : 어플을 만들때 전공과 관련된 문제점이 동시에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주변 지인들이 내게 가장 많이 묻는 것이 “좋은 변호사 좀 소개해 달라, 이런 법률 이슈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등의 요청, 질문이었다. 아마 법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그런 질문 많이 받을거다. 왜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할까를 생각하고 살펴보니 일반 대중이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거의 없는 것이 보였다. 병원은 진료 과목이라도 있는데, 변호사는 이름만 나와있을 뿐이다. 상황에 맞는 법률적 조언은 간판만 봐서는 알 수가 없지 않나.  변호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알리고 싶어도 간판에 특정된 내용을 넣으면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 전문분야를 쓸 수도 없다. 그걸 명시하려면 변호사 협회에 등록하고 연수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중은 법률 정보를 찾을 수도 없고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공간도 잘 모른다. 그래서 소개에 소개를 받는 형태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정보가 단절된 부분이 있기에 불법 브로커가 존재하기도 한다. 수임료가 필요이상으로 나올 소지가 있는거다. 문제라고 봤다.

그래서 변호사 정보를 모아서 대중에게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찾아보니 지방 변호사협회에 변호사 정보가 공개되어 있더라. 그래서 동아리 동료들과 함께 서울, 부산, 대구 등 5개 지방 변호사협회에서 해당 정보를 크롤링해서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게 인투로다.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지만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호응은 좋았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동아리 동료들과 창업에 발을 디뎠다.

이호철 이사는 창업 초기에 파운더로 합류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 이사는 로아팩토리 합류 전에 창업 경험이 있다고.  

이호철 로아팩토리 이사 : 이 대표와는 같은과 동기다. 서로 창업을 이야기 한 것은 소모임에서였다. 법학과를 전공했지만 법학을 하지 않는 친구들의 소모임이다. (웃음) 이 대표와 대화를 많이 했다. 로아팩토리 합류 전에 하던 사업은 패스티벌 기획, 제작하는 일이었다. 시작은 재미였다. 해운대에 홍대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 버스커즈 패스티벌을 열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여러군데서 요청이 들어오더라. 그래서 사업으로 이어가는 것도 재미있겠다 여겨서 창업이 되었다. 그런데 내 삶을 온전히 행사 기획하는 쪽에 쏟을 생각이 강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일을 즐기는 친구들에게 맡기고 나왔다. 회사를 나온 이후에는 개발을 공부했다. 그 시점에 이 대표가 로아팩토리에 마케팅과 영업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영입을 제안해 줬다. 이전 회사에서 관련 일을 했기에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보고 합류했다.

인투로가 더 활발히 비즈니스로 진행되지 못 한 이유는 뭔가? 이후에 ‘오키도키’라는 서비스를 내놓았었다. 작년 9월 스타트업 위크엔드에서 서비스 IR을 들은적이 있다. 당시 베스트 프리젠테이션 상도 수상했고. 

이영준 : 인투로로 사업을 했고, 오키도키는 서브 프로젝트였다. 지금은 인투로가 합법 영역의 서비스지만 당시에는 개인정보 부분에서 위법성 여지가 있었다. 오키도키는 변호사와 의뢰인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보이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했다.

소송가액 2천만 원 이하의 사건을 민사소액 사건이라 하는데, 민사사건의 70%이상을 차지한다. 이 사건은 쉽게 해결하기 힘들다. 일단 원인 상당수가 계약서를 안 쓴 경우이고, 썼더라도 자신이 안 썼다고 부인하거나, 내용이 변조되거나, 분실한 경우가 많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계약서를 왜 안 썼을까’에 주목했다. 의뢰인들에게 직간접 설문을 해보니 계약서에 들어간 문구가 법적효력이 있는지도 잘 몰랐다고 하고, 갑자기 지인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차용증이나 계약서를 쓸 시간이 없었다고도 하더라. 그래서 정보만 입력하면 계약서를 만들어주고 사인만 하게 제공하면 쓰겠냐고 물어보니 다들 좋다고 하더라. 그래서 몇천 개의 계약서를 분석해서 모바일, 웹 계약서 제작 서비스 오키도키를 만들었다. 모든 계약서를 포괄하지는 못 하겠지만 스마트폰으로 간단한 정보입력만 하면 계약서가 생성되고 스마트폰에서 사인까지 할 수 있는 형태의 서비스다. 인투로가 법적인 상황이 발생할 때 찾는 서비스라면, 오키도키는 법적인 이슈가 발행하기 전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서비스였다. 오키도키로는 DB스타즈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전자계약 서비스 모두싸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영준 : 중요한 것은 경진대회 상이 아니라 시장에 쓰여지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가 마케팅을 못 한것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안 쓰더라. 쓰는 사람들도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용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니 계약서를 만드는 것 보다 종이없이 비대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시장이 원하는 것이라 해석이 되더라. 그래서 만나지 않고, 계약하는 것에 촛점을 둔 서비스를 고민했다. 계약이라는 것이 모바일 보다는 PC환경에서 대부분 이루어지기에 웹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들자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프라이머의 투자를 받으면서 현재 주력인 모두싸인을 출시하게 되었다.

오키도키를 만들 때 서비스 기능만을 생각했지 시장성을 검토하지 못 한 부분이 있다.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성과가 좋지 못 했던 이유다. 굵고 짧게 고생했고, 그 과정에서 개발 실력은 늘었다. (웃음) 모두싸인을 만들 때는 고객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뭘지,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지를 많이 고민했다.

이영준 로아팩토리 대표

모두싸인을 개발하기 전 시장성 검토를 했을텐데, 국내에 전자계약이 많이 발생하나? 

이영준 : 계약은 만나서 해야한다는 일반적 인식이 있는데, 시장을 살펴보니 만나지 않고 계약을 하는 시장이 매우 크다는 것이 보였다. 시장조사를 할 때마다 편차가 있어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등기우편이나 퀵으로 하는 계약 형태를 이야기 하자면, 2011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28조 규모다. 계약서와 같은 종이문서가 등기우편이나 퀵서비스로 오고가는 비용을 합산한 것이다. 종이 장수로는 425억 장이다. 우선 우리는 이들처럼 만나지 않고 계약하는 사람들을 타깃고객이라고 봤다.

그리고 이메일로 계약이 진행되는 경우도 살펴봤다. 이 경우 문서를 만들어 출력을 한 다음에 도장을 찍어 스캔하고 PDF 등 파일로 만들어 보내야 한다. 그리고 준비물이 필요하다. 일단 도장이 있어야 하고, 출력도 해야하고, 스캔도 해야한다. 도장을 잊어먹고 스캐너가 없으면 계약을 당장 할 수 없는 거다. 그래서 출력없이 스캐너 없이 사인이나 도장을 입력할 수 있게 하고 이것을 PDF로 만들어 전송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싶었다. 그 기능만을 생각하고 지난해 12월부터 한달 보름 정도 기획을 하고 1차 버전을 올해 2월에 출시 했다.

현재 2차 버전을 서비스 중인데, 1차 버전을 기준으로 어떤 기능을 넣어서 서비스 했나?

이영준 : 한글이든 워드든 엑셀이든 상관없이 문서를 업로드 하면 자동으로 PDF로 변환되게 했다. PDF 리더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도 웹에도 볼 수 있게 했고, 원하는 위치에 출력없이 사인이나 도장을 입력할 수 있게 했다. 사인은 직접 입력할 수 있게도 했지만, 여의치 않으면 사용자가 타이핑을 하면 사인처럼 보이게 하는 글씨체 기능도 있다. 사용자가 자신의 사인 사진을 찍어올리면 배경을 제거해 입력하는 기능도 적용했다. 도장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도장도 기계로 만드는 것이기에 도장 폰트 회사와 계약을 해서 이름만 입력하면 도장 이미지를 만들어 쓸 수 있게 했다. 본인 도장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사인과 마찬가지로 배경을 제거해 쓸 수 있게 했고. 시쳇말로 누끼(이미지 배경 제거)를 대신 따 주는 것이다. 이 기능만으로 출시했다.

기능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관건은 시장의 반응이었을 텐데.

이영준 : 사실 우리도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6개월 정도 지나면 3천 명이나 될까 싶었다. 그것도 큰 숫자라고 봤고. 그런데 3월부터 6월까지 만 명이 쓰더라. 6월부터 8월 사이에는 2만 명이 더 늘었고. 2016년 12월 기준 5만 9천 명의 회원이 있고, 6000여 개의 기업, 기관이 모두싸인을 사용하고 있다. 시장의 니즈를 확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여러 기능을 요청해 왔고 그것이 반영된 것이 올해 8월 31일 업데이트 된 2차 버전이다.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2차 버전을 내놓았다. 대표적으로 적용된 기능은 무엇인가?

이영준 : 우리가 원래 생각했던, 만나지 않고 계약이 되는 기능이 중점이었다. 우선 비대면 전자계약이기에 본인 확인이 중요하다. 그래서 휴대폰 본인 인증 기능을 넣었다. 그리고 문서를 열어 서명한 시간, 사인을 한 디바이스 종류, IP주소를 기록해 계약이 완료되면 인증서를 첨부해서 보내게 했다. 1차 버전이 문서를 업로드해서 사인하는 것이었다면, 2차버전은 최대 5명까지 문서를 교환하고 사인할 수 있게 했다. 유료화도 함께 진행했고.

기술적으로 많은 것이 들어갔다고 본다. 이미지 배경 제거만 해도 기술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거다. 보안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모두싸인에 적용된 기술중 자랑할 것이 있다면? 

이영준 : 변환된 PDF 문서를 웹에서 보여주는 것도 기술력이 필요하다. 렌더링이 빠르게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인이나 도장의 입력 방식이 다양한데, 빠르게 이미지가 형성되고 변환시키는 것도 자랑이다.

그리고 전자계약은 모든 과정이 이메일로 이루어지기에 감사추적로그를 기록한 인증서*를 함께 전송하는 것도 기술이다. 본인인증은 최대 3번의 절차(이메일 인증, 접근 암호 인증, 휴대폰 본인 인증)를 거친다. 서명 입력이 완료된 문서는 모두싸인 서비스 및 각 서명 참여자의 이메일로 전송된 문서 및 감사추적 인증서를 비교하여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보안적인 측면에서 대다수의 기업이 공인증서를 활용한다. 하지만 불편한 점이 많다. 우선 액티브X를 깔아야 하고, 외국인과 계약을 할 때 해당 서비스를 쓸 수가 없다. 돌아다니는 짤방 중에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의 최상급 표현이 ‘그는 공인인증서 없는 한국인 처럼 슬피 울었다’라는 것도 있잖나. (웃음) 예전에 공인인증서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문, 홍채, 정맥, 휴대폰 등 인증 수단이 다양해 졌다. 그래서 우리는 당사자 간에 합의만 이루어지면 붙일 수 있게 그 부분을 열어놓고 있다. 인증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게 붙여나가려 한다.

*감사추적인증서 : 서명을 진행할 때 생성되어 문서 정보, 서명 요청자 정보, 서명 참여자 정보, 진행 이력등 감사 추적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인증서

마케팅 측면에서 모두싸인의 가장 큰 장점이라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호철 : 공인인증서 등 불편함이 없이 편하게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계약은 스마트폰 시대 이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시스템은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호환도 잘 안 되고. 우리는 클라우드를 활용하기에 여러 OS,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 부분이 차별점이라 설명한다.

2차 버전 이후도 생각할거라 본다. 앞으로 나올 3차 버전에는 어떤 기능을 넣을 계획인가?

이영준 : 현재 서비스는 중소기업이 쓰기에는 적합하지만, 대기업이 쓰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대량의 인원과 계약을 관리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PC환경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음 버전에는 스마트폰, 태블릿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그 버전이 우리가 처음에 모두싸인을 기획하며 생각한 목적지이고 1차 마일스톤이다.

계약서가 대표적이긴 하겠지만, 다른 종이문서 영역으로 확장도 가능할텐데.

이영준 : 병원, 은행 등에서 대중은 알게 모르게 동의서를 많이 쓴다. 동의가 필요한 모든 문서에 우리 서비스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서비스 명칭이 ‘모두계약’이 아니라 ‘모두싸인’이다. (웃음)

아직 한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외국어 서비스 계획은 있나?

이호철 : 수출 제조사 등에서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 준비는 하고 있다.

해외에 모두싸인과 같은 형태의 큰 회사들이 있다고 들었다. 뻔한 질문이지만, 그들이 한국에 진출하면 어떻게 할건가?

이영준 : 영미권과 유럽은 전자계약이 매우 활성화 되어 있기에 큰 서비스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도큐사인이다. 이들 서비스는 길게는 10년이 넘었기에 기술적인 부분에서 차별성은 많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이들 서비스의 UI가 영미권 위주로 되어 있기에 동양권에서 보기에 이질감이 있다. 그리고 문서 컨버팅 측면에서 한글 문서(HWP)를 PDF로 변환해 주는 기능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계약서는 한글로 작성된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에서 계약은 도장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도큐사인 등 영미권 서비스는 사인만 된다. 우린 둘 다 지원이 된다.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하려면 손댈 곳이 많다. 쉽지 않다고본다.

국내에도 경쟁사가 존재한다. 그들과 차별점이라면?

이영준 : 다수의 서비스가 공인인증서를 쓰는 반면에 모두싸인은 공인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하지 않는다. 또 별도의 계약을 위한 폼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공인인증서와 연관된 사업치고 규제가 없는 곳이 없다. 모두싸인은 공인인증서를 쓰지는 않지만 여파가 있을듯 싶은데.

이영준 : 예전에는 공인인증서가 필수일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본인 인증 수단이 있음에도 제약되는 부분이 많다. P2P대출을 하는 핀테크 업체에서 우리 서비스를 쓰고 싶다는 문의를 자주 받는데, 전자서명을 할 때 반드시 공인인증서로만 해야한다는 법이 있어 협업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채권관계에서 중요한 확정일자를 받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공증을 하거나 내용증명을 통해서만 확정일자를 정부가 인정해 준다. 현재는 IT서비스를 통하면 다 증명이 가능한데 이것을 굳이 나라에서 인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형사사건도 전자적 기록으로 인증하는 식으로 법이 바뀌었는데 말이다. 법이 시대적 흐름을 못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그런 부분이 우리에게는 규제로 다가온다.

큰 그림 스케치를 하고 세부적으로 채색중이란 인상을 받았다. 모두싸인의 최종 완성작은 어떤 형태인가? 

이영준 : 앞서 말했듯이 인투로가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개념의 서비스였다면, 오키도키와 모두싸인은 예방적인 측면의 서비스다. 이 두 가지 개념을 연결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인투로를 서비스하면서 발생한 이슈는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했는지 안 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변호사법에 저촉되는 부분이기도 했고. 그런데 사건수임 계약을 모두싸인으로 한다면 파악이 가능하다. 또 사용자가 인투로에 있는 변호사를 모두싸인에서 쉽게 찾아서 소송을 진행하는 등 상호 유기적인 형태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것을 종합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호철 : 계약서 양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정서된 계약서를 제공할 수 있을거고, 인투로 변호사들의 컨시어지 개념의 서비스도 들어갈 수 있다. 계약서의 중요한 항목을 설명해 주는 컨설팅 개념이다. 변호사도 구할 수 있고, 계약 이슈도 해결하는 법률 플랫폼 형태인 거다. 하지만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다.

9월 2차 버전 업데이트 이후 유료화도 진행중이다. 과금체계는 어떻게 되나?

이영준 : 현재 수익모델은 단순하다. 계약이 이루어지면 돈을 받는 형태다. 온라인계약 이용권 개념이다. 월단위로 세분화된 정액요금제와 단건 구매 등이 있다. 첫 가입자에 한해서 무료로 3건을 제공하고. 하지만 앞으로 수익모델은 다변화 될 예정이다. 관리 기능이 추가되면 별개의 요금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아직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 못 하고 있다. 언제쯤 손익분기점을 넘을거라 예상하나? 

이영준 : 영업만 충분히 된다면 내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가능하리라 본다.

스타트업은 역량보다는 시간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많다. 추가 투자유치가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텐데.

이영준 :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호철 로아팩토리 이사

맨 처음 이야기를 해보자. 두 사람 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 창업을 결심한 뒤 가장 먼저 IR을 해야 할 심사위원이었을 텐데.

이호철 :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하지 않나. (웃음) 설명하는 과정이 어렵기는 했지만, 꾸준히 설득했다.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으면 못 했을 거다. 창업이후 삶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제도권에서 안정된 삶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창업을 경험하면서 창조하는 일의 쾌감을 알아 버렸다. 남들 가는 길을 가는 수동적 삶보다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나한테 맞다고 봤다.

이영준 : 심한 반대가 있었다. 부모님은 법관이 되길 바랐고, 안정된 길로 가길 바랐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해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지금은 우리 서비스에 대한 조언도 해주신다. 나 역시 남의 만들어 놓은 지식을 재생산 하는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다.

이영준 대표는 3주 전(11월 26일)에 결혼했다. 부인은 몇년 간 창업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 이해해 줬을지 모르지만, 처가쪽 어른들은 어떻게 설득했나? 설명이 쉽지 않았을텐데?

이영준 : 결혼 못 할줄 알았다. 승낙을 받으러 갈 때 그런 상황을 대비해 사업계획, 인생계획 등 프레젠테이션 준비까지 했었다. (웃음) 그런데 별말씀 없이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라. 장인께서 사업을 하셨기에 많은 부분을 이해해 주신다.

로아팩토리는 부산 창업 생태계의 주요 일원으로 불리운다. 왜 부산을 근거지로 하나?

이영준 : 일단 둘 다 부산이 고향이다. (웃음)  그리고 모두싸인 서비스의 철학과 맞다고 봤다. 모두싸인은 비대면 계약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줄어주는 서비스 아닌가. 부산이든 어디든 상관이 없다고 봤다. 서울로 올라갈 이유를 못 찾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고.

다만 규모가 조금씩 커지고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이슈들이 있기는 하다. 큰 기업과 만날 때 본사가 부산이라고 하면 알게 모르게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서울에 별도의 지사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부산의 창업 생태계가 많이 좋아졌다. 어떤 부분에서 느끼나?

이영준 : 과거에는 정보를 얻으려 서울에 자주 갔었다. 창업을 준비할 때 플래텀에서 기업정보와 정보를 많이 봤었고, 온오프믹스에서 서울에서 열리는 창업 행사 검색을 자주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획득에 대한 어려움이 많이 줄었다. 센탑(센텀기술창업타운)과 같은 창업지원 센터도 부산에 생겼고, 부산시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현재 로아팩토리의 인적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나?

이영준 : 10명이 함께하고 있다. 개발자는 다섯 명, 마케팅 두 명, 기획자 두 명, 디자이너 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원래 기획을 했지만, 지금은 온갖 잡일을 하고 있다. (웃음)

스타트업은 팀원을 찾는 것도 일이다. 현재 리쿠르팅 중이다. 어떤 인재가 필요한가?

이호철 : 전방위적으로 인재를 찾고 있다. 많이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어디에 소재하고 있는지 알고라도 싶다. 꼭 부산 출신이 아니어도 된다. 타지역이라도 부산과 부산 스타트업에 매력을 느낀다면 환영이다. 부산에 연고가 없는 인재가 팀원이 된다면 주거비까지 지원할 수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알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이영준 : 우리 회사는 법을 주제로 한다. 법은 일상생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부분이지만 일반인에게 장벽이 있다. 이러한 장벽은 IT기술로 혁신할 수 있다고 본다. 온라인 뱅킹이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해 줬듯이 모두싸인도 그런 역할을 할거라 본다. 송금도 하는 시대에 계약이 온라인으로 안 이루어질 이유는 없다. 그런 변화의 시작점이자 이끄는 역할을 우리가 하고 싶다. 열심히 노력하고 개발하겠다.

이호철 : B2B서비스지만, 내년 우리의 목표는 사용자 20만 명이다. 꼭 이루려 한다. 지켜봐 달라.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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