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23]”맥주 계의 스타벅스로 자리 잡는 그 날까지”, 더부스
삼겹살엔 소주, 치킨엔 맥주, 치즈엔 와인….바야흐로 ‘술’ 전성시대다. 이 가운데 맥주는 2013년 국내 주세법 개정과 함께 다양한 제품이 대중에게 선보여졌다. 고급 맥주라 여겨졌던 일본산 라거 비어, 아일랜드산 흑맥주 등 제품을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동안 소비자의 입맛은 고급스러워졌고, 이 취향을 따라잡기 위해 국내 주류 기업은 각자 특색을 가미한 맥주를 잇따라 선보이는 중이다.
이 가운데 수제 맥주(크래프트 비어)의 도약이 눈에 띈다. 국내 4조6천억원 규모의 맥주 시장에서 200억 원 규모의 수제 맥주 시장은 매년 100%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더부스 브루잉컴퍼니는 수제맥주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제조-유통 기업이다. 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판교 두 곳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며 서울 시내 8곳에 직영 펍을 운영한다. 지난해 매출은 86억 원, 2020년엔 매출 1천 억원이 목표다.
“우리 맥주가 세계 맥주계의 스타벅스가 됐으면 좋겠다”는 더부스 브루잉 컴퍼니의 김희윤 대표를 만나봤다.
(사진 오른쪽)김희윤 더부스 부루잉 컴퍼니 대표
■토종 수제맥주 브랜드, 세계에 당찬 도전장을 던지다
한국 맥주는 맛 없다고 품평한 친구 3명, 맛있는 맥주를 먹고 싶어 뭉쳤다고.
‘한국 맥주는 북한 맥주 대동강보다 맛 없다’는 칼럼을 아는 지 모르겠다. 몇 년 전 한국 특파원이었던 영국인 기자 다니엘 튜더가 써 화제가 됐었다. 튜더와 양성후 대표, 그리고 나는 친구사이다. 그의 생각에 우리 모두 공감하던 차에 맛있는 커피를 접하듯 일상에서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싶어 창업했다. 이태원 경리단길의 작은 펍에서 시작했다.
작은 펍에서 시작해 3년 만에 매출 86억 원을 기록했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운영 과정에 생기는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실행했다. 창업 이전 국내에서 생산되는 맥주 맛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소량으로 맥주를 수입했다. 그 맥주는 인기가 좋았다. 그러다 작은 양조장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공급하기 시작했다. 맛있는 맥주에 대한 니즈는 다들 강했던 것 같다. 물량이 엄청나게 빨리 소진됐다. 동시에 더 많은 동네에 우리가 만든 맥주를 공급하고 싶었다. 그래서 유통망을 구축했다. 그렇게 한 지 3년이다. 정신 없지만 재밌다.
회사가 커가는 동시에 뒤따르는 고민이 있을 것 같다.
규모의 경제와의 대결이 가장 큰 고민이다. 요즘 점주들은 우리에게 “수제맥주도 프로모션이 가능한 줄 몰랐다”고들 한다. 이 말인 즉, 대기업 자본이 수제 맥주 도소매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어 프로모션 마케팅을 벌이면 우리처럼 막 자리 잡기 시작한 중소 기업은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다. 몇 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류 기업이 국내에서 브랜드를 론칭 할 때 일주일 동안 10억 원을 썼다. 납품 경쟁에서 뒤치지 않을 방안을 강구 중이다.
사업할 때 어떤 가치를 중시하나.
중심과 원칙을 꾸준히 생각하는 편이다. 이 일을 하기 전엔 전혀 몰랐던 거다. 연 매출 100억원 이상 되는 기업 중 잘하다 추락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주로 일관적이지 않은 원칙과 그에 따른 갈등이 원인이다. 또는 회사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 생기는 갈등도 봤다. 이런 이유로 인해 사람과 믿음을 잃고 싶지 않다.
시장엔 이미 다양한 맥주가 존재한다. 이와 경쟁할 수 있겠나.
수제 맥주는 아메리카노와 같다고 본다. 믹스커피 대비해 퀄리티는 우수하지만 이를 알리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즉, 학습이 필요한 것이다. 수제 맥주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여타 수제맥주 기업, 대기업 사이에서 뒤쳐지지 않을 더부스만의 강점이 있다면.
아무리 좋은 말로 설명하더라도 결국 우리가 만드는 제품 품질이 좋아야 한다. 즉 맛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맥주의 풍미를 결정하는 신선한 홉과 효모를 얻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리고 브루마스터 경연대회에서 3등을 차지한 인재를 영입하는 등 품질에 항시 신경 쓰고 있다.
또한 대기업과 납품경쟁에서 이겨 전세계 맥주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덴마크 수제맥주 브랜드인 *‘미켈러’를 국내에 최초로 수입했다. 이들과 협업을 통해 ‘대동강 페일에일’도 만들었다. 적어도 맛있는 맥주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타이틀만은 뺏기고 싶지 않다.
*미켈러: 덴마크의 수제 맥주 브랜드. 맥주 전문 비교 사이트인 ‘Rate Beer’에서 2015년 전세계 3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非IT기업이 VC와 크라우드 펀딩에 이르기까지
맥주 제조-유통 기업인데 VC, P2P,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투자금을 확보했다.
현재 수제맥주 시장은 미국에서도 초기에 접어든 시장이다. 미국인들도 자국에서 대규모로 유통되는 로컬브랜드 맥주를 마시다가 수입산 맥주인 아사히, 칭다오, 하이네켄 등을 경험했다. 그러다 필스너, 바이젠, IPA 등 특색 있는 맥주를 즐겨 마시기 시작했다. 한국의 행보도 미국 사정과 비슷하다. 다만 규모 차이가 있을 뿐이다. 수제 맥주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한 VC와 일반 투자자, 그리고 팬덤으로 뭉친 고객들이 우리에게 투자했다.
투자금은 어떻게 쓰이나. 200억 규모 투자유치를 추진중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재고 수급에 쓰일 예정이다. 주류 영업은 완전 ‘을’이다. 그래서 물량이 없으면 곤란하다. 작년에 물량 부족으로 3번 납품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에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업주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재고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비용에 사용된다.
그리고 조만간 마무리 될 200억 원 규모의 투자 금액은 궁극적으로 국내의 수제 맥주 산업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려 한다. 맥주 시장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곳에서 수제맥주를 안착 시키고 세계 각지에서 멋지게 성장해가고 싶다.
최근 양조장 건립 10억 원 펀딩을 24분 만에 마쳤다. 빠른 시간에 마무리한 것도 놀랍지만, 자체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것이라는 점도 놀랍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반드시 크라우드 펀딩 업체와 진행할 이유는 없다고 봤다. 그래서 5일간 스타트업 관련 기관 및 코워킹 스페이스 등 다섯 곳에서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이후 홈페이지를 열었다. 10억원을 30분도 채 안돼서 채우고 나니 두 가지를 깨달았다. 우리의 인지도 및 팬덤이 어느정도 형성돼 있다는 점, 그리고 100만원, 200만원 등 소규모로 펀딩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참신한 방법으로 주주들을 감동시킨다고.
우리 주주는 총 380명 정도 된다. 이들에게 일반적인 리워드를 제공해서는 지속적인 팬덤 형성이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피자와 맥주를 즐기면서 한 가게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러면서 투자한 이들에겐 10% 매장 할인 혜택 등을 제공했다. 투자자들은 지인들과 함께, 혹은 그 지인들이 다른 지인과 매장에 들렀다. 이렇게 할인 받은 경우가 2천 건이 넘는다. 상호 꾸준한 스킨십으로 고객과 소통했다.
왼쪽부터 ㅋIPA, 국민IPA, 대동강 페일에일 / 사진제공= 더부스
■국내를 넘어 미국 시장도 넘보다.
미국에서도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맥주인데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이유가 있다면.
미국에 양조장을 갖춘 이유는 신선한 홉과 효모로 맥주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주의 주재료인 홉과 효모가 신선하면 더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홉과 효모가 미국에서 받는 것보다 신선하지 않아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도 있다.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홉과 효모는 그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고 신선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신선한 원료로 만든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경험 시키고 싶었다.
두 번째는 브루마스터 때문이기도 하다. 브루마스터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서 맥주제조의 전 공정을 관리하는 양조기술자를 뜻한다. 이들은 레스토랑의 쉐프와도 같은 존재다. 브루마스터들은 신선한 재료, 창의적인 레시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맥주 제조 능력이 있어야 한다. 브루마스터는 다른 국가에서 일할 때 거처 및 (기혼일 경우) 배우자의 일자리까지 구해줘야 할 정도로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국내엔 이 브루마스터가 외국만큼 자리잡지 않았다. 맥주 역사가 짧아서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신선한 재료 수급, 훌륭한 브루마스터와 함께 고품질의 맥주를 만들고 싶어 미국에서도 운영하게 됐다.
미국 내에서 어떻게 활동하나?
전에 양조장 근처 마을에서 파티를 열었다. 시골에서 한국인이 맥주를 나눠주며 파티를 연 것이 화제가 된 모양인지 ABC뉴스를 통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 때 미국에서 한식에 대한 니즈를 확인했다. 또한 한글에 대한 호감을 느꼈다. 그래서 한식 레스토랑과 계약하고 한글이 적힌 맥주를 납품 예정이다. 이를 접한 고객들의 피드백은 긍정적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귤을 넣은 맥주 생산, 한식 페어링 제안을 하며 꾸준히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젊고 트렌디한 브랜딩…’팬덤’을 얻고 성장하다
일반적인 주류 기업에 따라붙는 이미지와 달리, 더부스는 경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브랜드로 성장해왔다. 어떤 식의 브랜딩을 해왔나.
‘맥주를 어떨 때 즐기는지’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맥주가 필요한 곳에서 홍보 활동을 적극 펼쳤다. 먼저, 운영하는 동호회 중에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되는 ‘라이딩 클럽’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끼리 모여 자전거를 타고 우리 맥주를 마시는 모임이다. 참가자들에에 자체 제작한 사은품을 주는데, 여기엔 우리 로고가 디자인된 티셔츠나 물통 등이 포함된다. 귀가할 땐 특별 제작한 교통카드를 지급해 음주운전을 방지한다.
또한 맥주와 어울리는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젊은이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열리는 ‘더 비어위크 서울’을 개최하고 있다. 독서모임에서도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일이다. 이를 통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팬덤’을 형성하고 브랜드를 각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늘어난 1인 가구의 ‘혼술’문화에 우리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또한 고려하고 있다.
‘팬덤’이 형성돼 있는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많은 수제맥주 기업들이 생겨났고 사라졌다. 그가운데서 ‘더부스’라는 이름은 대중에게 인식돼 있는 몇 안되는 브랜드로 남았다고 자부한다. 또한 더부스가 개최한 비어위크 서울 당시, 우리 맥주를 마시기 위해 1만 5천명이 우리 부스에 몰렸다. 행사가 열리는 5일치 물량이 하루만에 다 동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브랜딩은 계속 고민해야할 문제다.
궁극적으로 더부스는 어떤 브랜드를 지향하나.
흔히 주류 기업을 떠올리면 오래되고 일방적인 브랜드를 연상한다. 우린 이런 고루한 이미지 연상과 반대로,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함께하면 즐거울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다. 스타벅스에선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문화를 소비하지 않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더부스는 세계 시장 속에서 스타벅스 같은 문화 기업으로 성장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