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사용을 위해 제품을 소비하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 소비자는 독특하고 가치있는 제품을 찾는다. 소유보다 사용을, 사용보다 즐거움을 좇는 ‘플레이슈머(playsumer)’들에게는, 재미있고 가치있는 소비가 새로운 경험이 된다.
와디즈에서 1,300여명의 지지를 받아 약 5천만원의 펀딩을 달성한 Cork 블루투스 스피커 역시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병을 울림통으로 활용해 다양한 음색과 울림으로 색다른 재미를 준다. Cork 블루투스 스피커를 개발한 이연택디자인연구소의 이연택 대표를 만나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과 Cork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병을 활용한 블루투스 스피커. 이 발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재미있는 디자인은 무엇일까 항상 고민했다. 대학에서 제품디자인 수업을 들을 때, 재활용되는 병을 관찰한 적이 있다. 당시 ‘장난삼아 병 입구에 대고 소리를 내듯, 음악도 그럴 수 없을까’. 라는 고민이 첫 시작이었다.
평소에 휴대전화나 노트북 스피커로 음악을 듣다 보면 귀가 자주 아팠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 때문이었다.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좋은 스피커의 공통점을 찾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스피커들을 분해하면서 그 차이는 울림통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좋은 소리도 내게 하고 싶었다. 그때 좋은 울림통인 공병들이 눈에 띄었다.
와디즈에 대한 첫 이미지가 인상 깊었다고 하던데.
얼굴도 모르는 나를 믿고 누군가 펀딩을 해주면, 제품을 뚝딱 만들어내서 배송하는 과정들이 믿기 힘들었다. 그래서 낯설었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오기를 가지고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시작하자마자 예상치 못하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믿고 펀딩 해주신분들께 감사하고 좋은 제품으로 보답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Cork의 첫 고객이 생긴 순간이기에 더욱 신기했다. 제품이 이미 존재하는 소셜커머스에서도 구매를 이끌기가 어려운데, 물건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먼저 주는 개념이 너무 신기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당시만 해도 제품의 금형과 기능을 100% 완성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했지만, 펀딩은 300여 분이 해주셔서 중단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이 펀딩이 Cork가 시장성있는 제품이라는 증명으로 느껴졌다. 믿고 펀딩한 분을 위해 약속한 45일 동안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총 세 차례의 펀딩을 진행하면서 인상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첫 펀딩을 진행할 때, 배송을 준비했던 것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머릿속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제품이 만들어지고, 실제로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뿌듯했다. 아이를 낳은 것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이름과 로고가 박힌 제품이 세상에 나왔다니,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배송 된 후도 기억에 남는다.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다. 불량율이 50% 가까이 났던 거다. 45일이라는 약속기일을 우선시 해서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진 상태로 보냈던 것이다. 교환해도 다시 불량이 발생했다. 그래서 참여자들에게 다시 2주간의 시간을 약속했다. 밤을 새며 회로개발을 새롭게 했다. 처음에는 50% 이상 나던 불량율도 25%, 10%, 5%대로 점점 떨어졌다. 이때가 가장 힘들었던 기간이었지만, Cork가 많이 성장한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때의 상황이 좌절의 시간보다는 기회로 느껴졌다. 첫 펀딩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완성도있는 제품을 보내드리고 나서야 2차 펀딩을 진행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항상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다. 내가 만드는 제품들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매개체이고 싶다. 가상공간에서의 멋진 디자인도 좋지만, 현실세계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죽은 공병에 Cork를 넣으면 병이 살아나는 것처럼, 유저들의 삶이 재밌어지는 제품들을 앞으로도 만들고 싶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속에서 기술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디자이너이고 싶다.
와디즈에서 3회, 킥스타터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총 4차례 진행했다. 돌이켜보면 어땠나.
크라우드펀딩은 양날의 검이다. 최선을 다하면 제품과 기업의 가치는 하늘높이 올라간다. 반대로, 게을리 행동하면 독이 된다. 어느 시장보다도 크라우드펀딩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밀접하게 닿아 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술력 그리고 생산자의 자신감의 여부는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펀딩에 성공하는 것과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은 별개다. 진정한 성공은 대중이 모아준 자금으로 그들에게 만족스러운 제품을 선물하는 것이다.
앞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메이커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무엇보다 책임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열정이 뒷받침 된다면 더욱 좋다. 와디즈와의 첫 도전에서 나를 믿고 펀딩해주신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만약 그 당시에 게을렀거나, 약속을 지키려고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Cork는 없다고 확신한다. 불량율을 극복하기 위해 제품의 A부터 Z까지를 모두다 알겠다는 마음이 필요했다. 더 좋은 제품을 보내드리기 위해 제작현장에서 직원들과 며칠 밤을 새웠다.
그리고 오랜시간 디자인 공부만 한 디자이너였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관련제품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나를 타산지석 삼아 다른 사람들은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면 좋겠다. Cork보다 더 재미있고 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글 : 유지석 現 와디즈 컨설팅/크라우드산업연구소 연구원
와디즈는 생소한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와디즈 투자인사이드’를 신설하여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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