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327] 美 MS·아마존·우버 직원들이 쓰는 익명 앱이 되기까지…팀블라인드의 미국 진출기

얼마 전 논란이 된 우버 사내 성 추문 사건 이후로, 미국 IT 업계의 주목을 끌게 된 국내 서비스가 있다. 바로 팀블라인드가 만든 익명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블라인드(Blind)’다.

블라인드 측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우버 미국 본사 직원의 40%가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한다. 기업 측에서 블라인드의 사내 와이파이 접속을 막자, 이에 대한 반발로 오히려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블라인드는 이전에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 아마존의 기업 문화 사건 등 굵직굵직한 이슈와 함께 국내외에 이름을 알려왔다. 이번 우버 성추문 사건도 이들에겐 또 한 번의 성장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초기 블라인드의 미국 진출을 이끌었고, 현재는 한국 팀블라인드에 근무하고 있는 김성겸 이사에게 근황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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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블라인드 김성겸 이사 / 사진=플래텀

여러 경로로 전해 듣긴 했지만, 미국 내 인지도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가. ‘블라인드’라고 하면 다들 아는 수준인가? 

일단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우버 현지 직원들은 다 알고 있을 거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큰 테크 기업 재직자라면, 설사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한 번쯤은 블라인드의 이름을 들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만 명, 아마존은 8천 명, 구글은 4천 명, 우버는 3천 명, 페이스북은 2천2백 명 정도의 직원이 가입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미국 본사 직원의 반 정도가 가입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2015년 7월에 미국 진출을 했다. 해외 사업을 하는 국내 스타트업치고는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시장 첫 진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국내에서는 창업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네트워크 득을 크게 봤다. 네이버 출신이기 때문에 관련 네트워크도 있었고, 학교 동창들도 다양한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서 다양한 분야의 기업 라운지를 빠르게 열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다르지 않나. 연줄도 없고, 실리콘밸리에는 온통 테크 기업뿐이다. 그래서 IT 업계를 먼저 평정하기로 결정했다. 나름 전략을 세워 링크드인과 페이스북을 통해서 다양한 IT 업계 재직자를 만나고, 네트워크도 쌓았지만 결론적으로 고객이 많이 늘진 않았다. 아무리 우리가 만난 이들이 서비스에 호감을 보이더라도, 진심으로 도와줄 ‘친구’가 될 수는 없었던 거다. 그래서 전략을 바꿔 ‘미국 IT 업계에서 일하는 한국인’을 타깃으로 조금씩 이용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또 우리가 낸 광고를 보고 아마존 직원들이 오픈 신청을 보냈는데, 한국식 ‘밥 사주기’ 영업으로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이후 아마존 라운지를 열었다.

이후 아마존 사내 문화 이슈가 첫 성장 모멘텀이 됐다. 

맞다. 뉴욕타임즈에서 아마존 사내의 지독한 경쟁 풍토를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이 일로 뉴욕타임즈와 아마존 간 공방이 벌어졌는데, 이때 아마존 직원들이 블라인드로 대거 유입됐다. 링크드인이나 트위터같은 공개 SNS에는 뉴욕타임즈가 오보를 했다는 식의 제보가 많았지만,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보다 더 적나라한 의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블라인드에서는 솔직한 동료들의 의견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만들어졌다. 신뢰를 얻기 시작한 거다.

우버 성 추문 고백도 실리콘밸리를 발칵 뒤집어놨다. 솔직히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팀블라인드 내부에 있었나.

상황을 우리가 만들어낼 수는 없는거다. 하지만 솔직히 기대는 좀 있지 않았겠나. 땅콩 회항 사건과 달리, 이번 우버 사건은 블라인드 내부 고발로 시작된 건 아니었다. 해당 직원의 블로그에 올린 폭로성 글이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경우였는데, 진실을 토로하고 싶은 직원들이 블라인드로 많이 유입됐다. 그런데 우버가 전사 차원에서 블라인드의 와이파이 접속을 막아버렸다. 이게 직원들을 자극해 오히려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계기가 된거다. 이때는 우리가 언론사에 제보를 했다.

아무래도 주요 사건에 따라 가입자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언론사처럼 이슈를 빠르게 눈치채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맞다. 그래서 모니터링 팀이 따로 있다. 또 지금은 미국 내에도 인맥을 좀 쌓았기 때문에, 지인 제보도 많이 들어온다.

현지 기자들과도 접촉하나. 

기자분들과 얘기는 한다. 그런데 우리가 컨텐츠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작성자도 암호화되어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야기가 새어나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암호화 시스템으로 개발팀 측에서도 작성자를 모르는 건 이전부터 내세웠던 강점인데, 컨텐츠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없는 건가. 

볼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 컨텐츠 팀만 주로 보고, 신고가 들어왔을 때 확인하는 정도다. 우리 회사 내부에서 컨텐츠를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처음 미국 시장에 들어갔을 때, 블라인드 유사 서비스가 하나도 없었나. 

많이 있었다. 큰 투자를 유치한 씨크릿(Secret)이라는 서비스도 있었는데, 익명 서비스다 보니 퀄리티 관리에 실패해서 쓰레기장처럼 돼버렸다. 결국 서비스를 접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 포럼(Forum)이라는 익명 앱이 있었다. 한참 같이 성장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기업 사내 벤처가 만든 서비스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발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유사 서비스들이 그렇게 줄줄이 다 실패했다.

실패의 이유는 모두 비슷했나. 

콘텐츠 관리에 실패한 경우가 제일 많다. 또 메모(Memo)라는 사내 익명 앱은 우리랑 접근이 좀 달랐다. 우리는 각 기업 라운지를 하나씩 여는 컨셉이었는데, 메모의 경우 직군 별로만 묶어놔서 회원 간 접점이나 관련성 정도가 많이 떨어졌다. 블라인드는 기업 별 접근 방식을 택해서, 느리지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수의 익명 서비스가 실패했지만, 블라인드가 살아남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보는 건가. 

맞다. 회원 간 관련성(relevance)이 중요하다. 익명 서비스다보니, 한 기업에서 일한다는 동질감이나 유대감이 없으면 서로의 생각에 공감하거나 의견을 나누기가 어렵다. 메모 앱 같은 경우는 다양한 회사를 다 묶어놓다보니까, 익명으로 써놓으면 그 얘기가 그 얘기다. 직장인들 고민은 매한가지니까. 회사를 하나하나 접근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또 콘텐츠 관리를 위해 보안에 신경을 많이 썼다. 블라인드에서는 같은 이메일로 두 개 이상의 중복 계정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씨크릿에서는 중복 계정이 아주 많았다. 그래서 쓰레기장이 된거다.

그 콘텐츠 관리의 기준이 아주 애매할 것 같다. 자칫하면 발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처럼 사용자가 느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제재를 가하는 건, 특정인을 실명을 거론하며 유언 비어를 퍼뜨리거나 인종, 성차별 적 발언을 하는 경우다. 누가 봐도 표현적 자유를 넘어, 상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수준에 한해서만 거르고 있다.

플래텀에 대해서도 ‘기사를 돈 받고 써준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블라인드 내에 돈 적이 있다. 문의 전화도 여러 번 받았다. 작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유언비어가 치명적일 수 있는데. 

애매한 영역이 분명히 있다. 유언비어의 경우 신고를 받으면 해당 사용자의 계정을 정지시키는 방식으로 제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악성 댓글은 모든 커뮤니티나 포털에 존재하지 않나.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다. 그런데 때로 우리가 익명 서비스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특정 문제들이 있다. 이 경우에는 회사 내부에서 철저히 검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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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겸 이사는 지난달 28일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7’ 콘퍼런스의 연사이기도 했다. / 사진=플래텀

블라인드는 지금까지 외부 사건을 계기와 동력 삼아 성장해왔다. 성장의 요인이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기 때문에 변수도 많고, 서비스 운영에 있어서도 안정도가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차곡차곡 쌓아 성장하는 게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잭팟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랄까. 

그렇다. 땅콩 회항, 아마존, 우버 사건과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성장해왔고, 이 변수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주도권을 잡기가 어렵다. 그런데 그런 사건이 터졌을 때, 말할 수 있을 만한 판을 늘 준비해놓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본다. 기존의 신뢰가 없었다면, 큰 사건이 터졌어도 블라인드에 이야기하려는 사람이 없었을 거다. 자잘한 것부터 큰 것까지 사건은 언제나 있지 않나.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이 안전하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꾸준히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사건이 터졌을 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겠다. 한 기사에서 읽으니 앱 재접속률이 80%라고 하더라. 상당히 높은 수치 아닌가. 

아마 리텐션율은 페이스북 다음으로 좋을 거다.

리텐션율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역시나 콘텐츠를 질적으로 관리하고, 보안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해킹 같은 사건이 터지면 사용자를 잃을 수 있는데, 우리는 창업 초기부터 보안 전문가가 팀 내에 있었고,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잠시 접속이 뜸했던 사용자도, 사내 신사업 출범이나 연봉 관련 소식이 들려오면 다시 들어오더라. 회사는 항상 얘깃거리를 주게 되어있고, 직원들은 회사 얘기를 할 곳이 필요하니까 월실제사용자수(MAU)에는 거의 변동이 없다. 우리가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해외 투자자들은 블라인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이미 과거에 씨크릿, 위스퍼(Whisper) 등의 익명 SNS가 투자를 받고도, 서비스를 접거나 고전하고 있는데. 

처음엔 만났던 해외 투자자들도 거의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결국 블라인드도 쓰레기장이 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을 믿고 가는 서비스다. 커뮤니티 내 자정 작용을 믿고 운영을 해왔고, 한국에서도 성공적이었으니 미국에서도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그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고, 믿어주는 사람도 있다. 생각을 계속 바꿔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랑 아예 다른 생각을 가진 투자자는 사실 말로 설득할 수가 없다. 결과로 보여주는 수밖에. 요즘에는 우버나 아마존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VC가 직접 연락을 해오기도 한다. 앞으로는 점점 더 인식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VC들의 연락을 자주 받는다면, 추후 투자 유치건에 관해서도 논의하고 있는 중인가. 

이미 진행된 건이 있다. 우리는 창업 초창기부터 투자 계획을 미리 세워뒀는데, 아마 이번이 마지막 투자 유치일 거라고 본다. 한국 시장은 이미 독점하고 있으니, 이 성장 속도를 유지하며 손익분기점을 찍는 것이 목표다. 미국은 앞으로 무조건 성장할 일만 남았다. 한국에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기업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수익을 늘릴 수 있다면, 미국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수익은 어떻게 낼 계획인가. 

이미 광고 모델을 붙였다. 지금은 우리가 돈이 벌리는 플랫폼인지를 검증하고 있는 단계다. 우리 서비스 사용자 집단이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타깃층이다. 일단 인증된 직장인만 모여있지 않나. 소득 수준도 보장이 되어 있고, 업계별, 직군별 더 세부적으로는 회사별로도 타겟팅이 가능하다. 어떤 곳들은 ‘A 직원 여러분들께 할인해드린다’는 식으로 아예 회사 이름을 광고에 넣어서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클릭율이 아주 높다.

듣다보니 사용자들이 어느 정도 신용 보증이 되는 집단이니, 금융 기업에서도 관심이 많겠다. 

P2P 대출부터 수입차 판매, 교육, 여행사 등 다양한 기업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앞으로는 광고뿐 아니라 채용 서비스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해달라. 

국내에선 서비스 확장 계획이 있다. 일단 기존에는 대기업 위주로 라운지를 늘려갔는데, 앞으로는 중소기업까지 포괄할 계획이다. 이전에는 중소기업 재직자가 블라인드 이메일 인증을 해도, 라운지가 열릴 때까지 대기를 해야했다. 앞으로는 이메일 인증만 끝나면 회사 라운지가 없더라도, 동일 직군 커뮤니티로 들어갈 수가 있다. 이렇게 규모를 넓히며 수익을 늘려갈 계획이다.

미국에선 지금까지 180개 라운지를 천천히 하나씩 열었다. 한국의 테크 산업 종사자가 230만 명이면, 미국은 670만 명이다. 미국의 테크 기업 재직자들만 잡아도 수익화는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기업별을 넘어 토픽별로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생각이다. 열심히 하겠다.

기자 / 영양가 있고 재미있는 스타트업 이야기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argot Jung is a Editor of Platum. She is covering the startups and also an member of the startup. She writes about news of startups and IT trends in Korea and China. She’ll do her best to convey information that can be helpful to entrepreneurs in a easy to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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