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타트업의 고전]#1. 한비가 스타트업의 CEO에게

어느날 왕이 겉옷을 벗은채 정자에서 깜빡 잠이 들게 되었다.

몇시간후 눈을떠보니 두꺼운 옷이 덮여져 있었고, 이에 왕은 신하들을 불러세웠다.

“나에게 옷을 덮어준 자가 누군가?”

전관이 대답했다.

“이곳을 지나다가 폐하를 발견하여 제가 직접 옷을 덮어드렸사옵니다”

이말을 들은 왕은 크게 화를 내며 전관과 전의(의복담당) 모두를 감옥에 넣으라 명하였다.

왕은 두 신하 모두에게 벌을 내렸는데, 이유인즉슨 전의는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함이요, 전관은 자신의 책무가 아닌 일을 행함이다. 군주가 신하를 다스림에 있어 법, 그중에서도 상벌제도에 관한 중요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이다.

중국의 통일왕조와 필자의 스타트업을 견주어보려니 스스로 민망함마저 들지만 다섯인 조직도 회사(나라)이고 회사에는 CEO(군주)가 필시 있기 때문에 곱씹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한비자의 편역자이신 황효순 교수는 강연의 말미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법은 2차선 도로에 중앙선을 긋는것과 같다”

이제 갓 만들어진 도로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가만히 두어도 이용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어느새 북새통을 이뤄 선을 그을수 조차 없이 ‘불편한 도로’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당장은 귀찮고 불편한 일이지만 선을 긋는 일은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 될수 있음을 법가사상은 말하고 있다.

필자는 몇번의 사업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서툰부분이 많다. 산적한 일이 많음은 물론이요 그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다. 이과정에서 정이많은 우리네 스타트업-필자역시 그러했고-은 회사내규는 고사하고 동업자와의 관계(지분,직급)를 정립하는 일도 유야무야한 채 대부분 기획,디자인,개발,미팅,투자유치등 실제 가시적인 성과를 볼수있는 일에 매진하게 된다. 새로생긴 도로가 그랬듯 초창기엔 별 불편함없이 회사가 굴러갔으나 최근 필자의 회사는 법인으로의 전환을 마치고 채용을 준비해야하는 시점에서 굉장한 혼란에 빠졌다. 새로이 할일도, 그동안 미뤄둔일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결국 요즘은 회사운영에 관한 법률 자문을 구하고 공부를 하는일이 일과의 전부가 되었다. 불편한 도로를 만들순 없지않은가. 대단한 규범을 만들어 내는것은 아니지만 팀원들과 회사의 규정을 논의하고 문서화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튼튼해짐을 느끼는것은 참 기분좋은 일이다.

이를테면 이런것 하나로도.

“청소는 가장 먼저 온 사람이 한다”

회사를 운영하다보면 새로운 문제들이 첩첩산중이다. 이 난관은 예상밖의 일이 많아 순간순간 극복해내는 지혜가 필요했다. 사람이 중요하고 팀웍이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이들을 오롯이 그릇에 담아내는 것은 CEO의 몫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좋은 재료(CEO와 회사의 신념)와 튼튼한 구조(합리적이고 치우침없는 규범)로 만들어진 그릇이야 말로 훌륭한 팀을 오래도록 담을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우린 ’50년’은 사업가로 살아야하니까.

마지막으로. 필자를 비롯한 모든 스타트업의 CEO가 이 글귀와 함께 한비의 가르침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최상의 군주 곁에 있는 자는 모두 스승이며, 중등의 군주 곁에 있는 자는 모두 친구이고, 하등의 군주 곁에 있는 자는 전부 시종들이다”

 

디자이너 출신. 인터렉티브 미디어 탱고마이크의 대표입니다. 나의 회사(Startup)가 건강해야 우리의 시장(Market)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작지만 튼튼한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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