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혁신을 위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에 스타트업말고 대안이 뭐가 있나?”
지난 연말 인터뷰를 위해 만난 어느 스타트업 대표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공감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역사에 비하면 비약적 발전을 이루었다.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된 기간이 60년이나 된 데 비해 한국은 20년 정도에서 이정도 성장을 이루었다. 거시적으로 보면 대단한 발전 속도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우리나라는 규제로 대변되는 제약이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꿈꾸는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다. 한국은 홀로 고립될 수 없는 경제다. 90년대 후반 IMF이후 자의반 타이반 글로벌 형태가 되었다. 스타트업이 혁신하는 것을 막는다면 허울좋은 4차 혁명기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왼쪽부터)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김태호 풀러스 대표, 김한준(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 사진 = 플래텀DB
25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굿 인터넷 클럽(Good Internet Club) 3차 행사에서 국내에 혁신 스타트업이 등장하기 위한 방안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리포트 내용을 설명하며, 정부, 대기업, 대학 등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가 낮은 국내 환경을 지적했다. 임 센터장은 “테슬라 시가총액이 60조에 가까운데, 우리나라였다면 그만큼의 가치를 부여받았을지 의문”이라며,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스마트폰 보급 이후에도 70, 80년대에 만들어진 규정으로 혁신산업을 옥죄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교수는 우리사회가 혁신문화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 너무 민감하다고 지적하며, 규제 샌드박스 및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사회) 혁신 코스트가 너무 높아진 상황이다. 혁신 부작용을 해결해야 할 정부기관 역할이 부재한 상태”라고 꼬집으며, 정부기관과 집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대표 또한 스타트업과 기존 전통산업과 충돌하는 접점에서 규제가 만들어진다며, 정부의 조정 역할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포함한 디지털경제협의회에서 디지털경제를 전담하는‘디지털경제부’ 같은 부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디지털경제부에서 이러한 조정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혁신 스타트업 조성을 위해서는 혁신의 부작용을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적 끈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준 대표는 “페이스북은 (투자자한테) 관심있는 기업을 명확히 설명해 준다. 예를 들면, 소비자들이 한달에 28일 이상 사용하는 서비스”라며, 안정적인 투자처만 찾는 국내 투자환경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에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는 네이버를 좋은 사례로 꼽으며, 더 많은 국내기업들이 스타트업 투자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 이들의 전체 토론내용)
스타트업 생태계에 투자는 많이 되고있지만 …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김도현 교수 : 우리나라 벤처캐피탈 투자가 적은편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에 투자해야할지 정부의 의사결정이 많이 작동한다. 그런측면에서 시장이 외곡되어있을 개연성이 있다.
근래 2,3년 사이 대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로 많이 들어와 있고, 활동도 활발하다. 다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대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은 스타트업을 하청업체 만나는 관점으로 본다. 그리고 대기업은 의사결정 구조가 어딘가에 투자를 하면 정해진 ROI가 나오고, NPV가 나오는 구조에 익숙하기에 스타트업을 미숙하게도 본다. 사실 스타트업 투자는 옵션투자라고 할 수 있다. 미리 투자를 하고 나중에 커지는 것을 기대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대기업은 그런식의 접근을 하지 못한다. 이런 인식이 극복이 되는 것이 단기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스타트업의 엑싯, 대기업과의 공정한 협업이 이루어질거라 본다.
다만, 이 부분은 낙관적으로 본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뜨거워질거다. 게임산업에서는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이유는 사전에 예측하기 힘들기며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성공이 조금이라도 증명되면 대기업은 즉시 스타트업을 살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더 커지면 액션이 활발해질거다. 관건은 그런 시기가 왔을 때 대기업과 일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충분히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문제도 중요하다. 스타트업에는 인재가 부족하다. 이유를 찾다보면 결국 학교의 문제다. 전통적인 사농공상,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이 있다는 패러다임을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한다. 우리는 알게모르게 다음세대에 이런 개념을 주입하고 있다. 어차피 확실하게 안정적인 직장은 없다. 사실이 그렇다. 그런 것이 있을거라는 환상을 주고받는 것을 이제는 덜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의식구조가 바뀌는 때 스타트업이 더 많이 탄생할거다.
김태호 대표 : 우리사회에 ‘혁신을 위한 기다림’을 용인하는 인식이 있었으면 한다. 어떤 사업이든 진행과정에서 다양한 이슈가 발생한다. 기존 비즈니스나 사회질서와 부딪침도 있을것이고, 실패도 한다. 그러면서 피봇팅 등 방향을 보정하는 일도 겪을 수 있다. 단지 그것이 표면적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고 내부적으로 잘 수습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테슬라가 자율주행 실험을 하다 운전자가 사망했다. 만약에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이 그런 사고를 냈다면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마 자율주행의 위험성과 충분치 않은 검증 등 문제제기가 크게 되었을 것이고 사업을 이어가기 힘들었을거다. 하지만 테슬라는 여전히 관련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은 그런 사건을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이자 진통으로 받아들이는 듯 싶다. 혁신 스타트업이 만들어지는 힘은 사회적 가치를 기다리는 끈기에서 나온다고 본다.
임정욱 센터장 : 테슬라의 현재 시가총액이 60조다. 한국 증시에서는 그렇게 나오지 못 했을 거다. 테슬라는 역사상 가장 궁극적인 화제주(story stock)으로 불리운다. 큰 시장을 끌어나가고 있고, 성장 잠재력이 크고, 회사를 이끄는 창업자가 마스터 스토리텔러다. 테슬라에도 분명 거품은 있다. 하지만 어느정도 그런 거품이 있어야 혁신기업이 나오고 신사업이 성장한다.
김한준 대표 : 미국에서는 VC가 SI(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투자하는 것을 꺼려한다. 초기부터 특정기업과 편을 먹으면 회사의 미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초기단계 스타트업은 대기업이든 SI든 투자에 거의 못 끼어든다. 물론 회사가 어느정도 크게 성장한뒤는 가능하다. 회사가 전략적으로 편을 고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못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VC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회사를 명쾌하게 이야기해 준다. 어떤 회사는 무조건 인수한다는 기준을 정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VC는 그 기준에 맞춰 회사를 찾고 투자를 집행한다. 페이스북이 가장 인수하고 싶어하는 기업의 정의는 단순하다. 많은 소비자들이 한 달에 28일 이상 사용하는 서비스라면 무조건 큰 돈 주고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같은 VC는 한 달 중 20일 정도 소비자가 쓰는 서비스는 페이스북이 관심있겠다고 판단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이런 것이 없다. 그래서 대기업과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느린게 아닌가 싶다. 그런것이 보여야 스타트업도 큰 몸값을 받고 M&A가 될 수 있고, 대기업도 서로 경쟁하리라 본다. 아직 국내에서는 안 보인다.
임정욱 : 국내 창업 생태계가 아직 성숙하지 못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험이나 노하우도 많이 쌓이지 못 했고. 좋은 투자자가 많아지고 선택지가 많다면 SI가 빠지게 될거다. 하지만 현재는 선택의 폭이 넓지않다. 다만 우리만큼의 경험이 없음에도 중국은 실리콘밸리처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도 못 할 이유는 없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엇박자를 조화롭게 하려면
김도현 : 1년 간 우리나라 주요 경영학자들이 모여 국내 대기업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논의했었다. 이들이 내린 대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의 단기성과주’였다. 대기업 임원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라는 미션을 받는다. 그래서 큰 돈을 투자해 스타트업을 살 수가 없다. 할 이유가 없는거다. 이는 창업자가 아닌 사람들이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호 : 비즈니스적인 제휴로 대기업들을 자주 만난다. 보통 회사내에서 혁신을 담당하는 이들이랑 만난다. 관계도 좋고 이야기도 잘 된다. 다만 이 조직은 한계가 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것들을 공부해 회사에 그런 흐름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 실제로 연결고리가 연결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좋은 역할을 주고 받으려면 의사결정이 빠르고 협업이 될 수 있는 연결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아쉽다.
임정욱 : 개인적으로 대기업 관계자를 만나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지 말고 좋은 VC에 LP로 참여하라고 권한다. 좋은 VC가 안테나 역할을 해주고 간접투자를 통해 이 생태계를 배울 수 있다.
김한준 : 네이버가 참 잘한다고 생각한다. 네이버는 굉장히 많은 글로벌 펀드에 출자를 해놓고 있다. 그리고 어떤 회사가 얼만큼 투자되어 있는지 LP리포트를 받아보기에 흐름을 읽을줄도 안다. 즉, 어떤 회사에 주로 투자되고 있고, 어던 기업이 망하는지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VC를 찾아와도 그들의 시간을 안 뺐는다. 글로벌 VC 상당수는 출자자가 귀찮게 하면 돈을 안 받으려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정보는 다 얻는다. 전략적으로 잘 한다고 본다.
임정욱 : 호평을 받는 유명 VC는 돈을 준다고 해도 잘 안 받는 경향이 있다. 펀드에 출자를 하고 싶다고 무조건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VC가 내 돈을 받아주게 하는 것도 능력이다. 네이버는 오래전부터 실리콘밸리 좋은 VC에게 투자를 해놓은 상황이다.
김도현 : 대기업이 움직이게 하려면 우리도 할 일이 있다. 일단 글로벌 엑싯 케이스가 더 나와야 한다. 대기업은 똑똑한 인재는 돈만 많이 주면 올거라 믿는 경향이 있다. 작은 회사에 투자를 하지 않아도 월급만 많이주면 인재가 결국 대기업을 선택할거라 보는거다. 이런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로 매각되는 회사가 여럿 나오야 한다. 그래야 진지하게 이 문제를 볼 것이다.
창업 생태계에서 정부의 역할, 그리고 규제
김도현 : 당선가능성이 높은 대선주자 대부분이 내놓은 것이 ‘중소기업부’를 새로 만든다는 거다. 창업을 돕는다는 좋은 의미로 만들어지는 것이겠지만, 부가 되어 법을 굉장히 많이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같은 사람들이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자, 네커티브 규제를 만들자고 주장하는데, 막상 국회의원이나 공무원들은 우리를 나이브하게 본다. 세상물정 모르고 하는 말로 인식하는듯 싶다. 문제가 터지면 자신들이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이 저변에 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혁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 예를들어 혁신 기업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미국이나 서구 북유럽 국가는 일자리를 잃어도 사회적 안전망이 있기 때문에 큰 부딪침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일자리가 없어졌을 때 사회적으로 못 받쳐주는 상황에서는 혁신의 부작용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것을 집단적으로 고민하는 싱크탱크나 해결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안 그러면 엉뚱한 방법으로 규제나 장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김태호 : 기존질서 영역에서 오프라인 사업을 하면 충돌하는 접점들이 크고 작게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접점들에서 규제라는 것들이 불거진다. 어려운 것은 그 사업이 어떤 부분에서 혁신이고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설명하기 매우 어렵다는 거다. 설명할 기회가 충분치 않고,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그것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은 사람에게 단기간에 이해시키는 것은 더더군다나 난관이다.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인위적인 장치나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기존 비즈니스 영역에 스타트업이 참여해 가치창출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규제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같은 스타트업과 기존 시장을 하나의 법령 안에서 규제하고 통제한다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임정욱 : 최소한 스타트업 서비스를 써보기만 해도 좋겠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혁신에 의외로 너그럽지 못 하다는 거다. 국내에는 미래가치가 엄청난 스타트업이 많다. 4차 산업혁명에 어울리는 고도화되고 테이터 기반의 서비스도 다수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성장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규제로 막고있는 듯한 모양이어서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 법령 상당수가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아이폰이 나온 이후 10년의 변화를 담고있는 법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김태호 : 우스개 소리로 많은 스타트업 대표가 자신의 분야에서는 준 법률 전문가라고 한다.
김한준 : 국내에서 작은 인터넷 비즈니스를 시작하는데 받아야 될 허가가 5가지나 되더라. 어떤 법에 의거해 라이센스를 받야야 되는게 많았다. 우린 이해가 안 되는데, 창업자들은 다 공부해가며 하더라. 미국에 있는 파트너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느냐고 놀란다.
극단적으로 말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라면 뭐든 찬성한다. 결국 최종소비자는 대중이다.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면 하게 해주는게 맞다고 본다. 아울러 사람 채용과 이직, 해고도 쉽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래야 사람 몸값이 올라간다. 사람 몸값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소프트웨어 산업이 더 발전할거라 믿는다.
해고를 쉽게 할 수있게 해야한다는 의견에는 반론이 있겠지만, 해고가 쉬워야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겁없이 채용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는 언제든지 사람을 해고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비용을 주고 과감히 사람을 뽑는다. 그러면서 경쟁도 발생하고, 좋은회사도 나오는거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적 분위기상 어려울거라 본다.
김도현 : 현재는 혁신의 부작용을 각 기업들이 법사이를 오고가며 해결하는 중이다. 때문에 혁신 코스트가 커지진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혁신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부족하다. 우리에게는 혁신이 당연한 것이지만,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 국민들이 직접 법안을 만들 수 있는 개헌이 논의중이다. 10만 명이 모이면 법을 만들 수 있는 형식이다. 그대로 된다면 사회에서 수가 많은 사람들을 위한 법이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그것이 혁신가들에게 꼭 유리하지만은 않을거다. 스타트업 생태계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서면 우리를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에게는 그들을 설득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 작업이 꼭 필요하다.
김태호 :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조정기능이라고 본다. 현재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맞딱뜨린 상황이다. 혁신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게 하려면 기존질서와의 충돌을 누군가가 조정해 주어야 한다. 차기정부는 그것 역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조정기능이 작동하려면 비슷한 눈높이의 부처가 아닌 조금 더 힘이있는 조정자가 나서정리해야 한다. 디지털경제부의 존재이유가 그것이 아닌가 싶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활성화 되려면
임정욱 : 좋은 VC가 많이 나와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시작은 정부가 주도했지만, 실리콘밸리를 지금처럼 끌어올린것은 개성있는 VC가 다수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될것 같은 회사는 적자가 나도 밀어주는 뚝심이 있었다. 그런 VC가 국내에 많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모태펀드 등을 만들어 투자를 많이 했지만, 그것때문에 VC생태계가 정부 스타일에 맞춰 조성된 측면이 있다. 정부는 LP역할을 잘 해야한다. 사고 안 치는 곳에 돈을 주기보다 창업자 친화적인 VC에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뒤에서 지원하는 지원자이자 규제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해야한다.
김한준 : 한국 창업자들 상당수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잘 하고 있다. 규제가 없어지면 얼마나 더 잘 할지 기대된다. 그래서 우리같은 VC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거다.
별개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 VC는 서로 너무 친하다. 치열한 경쟁을 안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친한것과 사업적으로 친한것은 별개여야 한다. 그런것에 상관 안하고 좋아하고 믿는 회사에 투자하고 책임지며 경쟁하는 관계였으면 한다. VC도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 더 잘 될거다.
임정욱 : VC가 펀드를 받을 때의 시스템 보완도 필요하다.
김도현 : 정부지원에 중독되는 경향이 있다. VC는 모태펀드에 중독되고, 스타트업은 정부지원에 중독되고, 교수들은 정부지원에 중독된다. 비즈니스를 통해 중요한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뭔가를 얻을 수있는 다른 방식들을 쉽게 찾는 체리피킹식이다. 본질이 흐려지는 거다. 우리는 중독되도 다음 세대는 지켜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엉뚱하게 들릴 수있겠지만, 모태펀드나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낙선했다. 그들이 당선되는데 스타트업 지원정책은 도움이 안 됐던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국회의원을 뽑을 때 스타트업 무시하고 당선될 수 없다. 예를들어, 강남이나 판교에서 스타트업 친화적인 국회의원들이 있으면 도움이 될거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부분에 매우 무심한듯 싶다.
김태호 : 알려진 회사 창업자들의 나이가 많이 올라갔다. 진입장벽이 올라가다보니 사회 경험이 충분히 있거나 비즈니스의 룰을 많이 알아야 버틸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라 읽힌다. 그래서 공통적으로 돌파해야할 이슈 해결이 필요하다. 그런 생각을 지닌 창업자들이 모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같은 단체도 만들어 노력하고 있다. 혁신의 가능성을 1%라도 높이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