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온오프 가로지르는 ‘신소매 시대’…한국 O2O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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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O2O란 키워드를 들고나온 곳은 알리바바와 텐센트입니다. 2012년 두 거두가 O2O를 키워드로 내세웠는데요. 핵심은 ‘결제’였습니다. 마침 알리페이(支付宝), 텐페이(财付通 현재는 위챗페이)가 오프라인 시장을 비집고 들어온 시기와 일치하죠.
알리페이의 경우엔 2004년 타오바오의 에스크로&결제 모듈로 등장했던 서비스로 2011년 중국 중앙은행의 ‘결제 업무 허가증(支付业务许可证)’을 받기 위해 앤트파이낸셜이란 독립 법인이 됩니다. 위챗의 텐페이 역시 온라인 결제로 시작을 했다가 알리페이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현재는 위챗 내의 홍바오, 오프라인 결제 기반의 위챗페이로 재탄생했습니다.
결국, 결제 서비스들이 초기만 하더라도 이커머스 웹, 앱의 결제와 메신저에서 돈을 주고받는 형태로 시작하다가 O2O 서비스 및 오프라인을 장악하기에 이릅니다. 중국에서 본격 O2O란 개념이 일반인에게까지 알려진 것은 디디추싱, 따종디엔핑, 메이퇀, 어러머 등 각종 온오프라인을 연결짓는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입니다. 결제를 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한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일이겠죠.
당시의 O2O는 오프라인의 재화를 모바일에서 이용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한국의 각종 배달, 택시, 청소, 심부름 대행 등등의 서비스들과 유사했던 시절입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규모와 결제까지 연결된 정교함 정도였죠.
허나 이 작아보이던 차이가 어마어마한 격차를 만듭니다. 중국은 O2O를 넘어 ‘신소매(新零售)’라는 키워드가 등장하기에 이릅니다. 이 개념을 가장 먼저 제창한 사람은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주 마윈입니다.
*신소매: “전자상거래라는 개념은 점차 사라지고 향후 30년 내 ‘신소매’라는 개념으로 대체될 것이다. 온· 오프라인과 물류가 결합하였을 때 진정한 신유통의 개념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알리바바는 올해 2월 상하이의 바이리엔 그룹(百联集团)과 합작 발표를 하며 신소매의 첫번째 실천 사례를 공개합니다. 당시 마 회장은 “상하이 바이리엔 그룹과의 합작은 단순히 두 기업의 만남이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합작이며 기술과 실물 기업, 전통과 혁신, 과거와 미래의 융합”이라며 “미래에는 이미 단순한 이커머스와 단순한 오프라인 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신소매의 핵심은 오프라인 생태계 자체를 철저하게 디지털화하겠다는 데에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신소매 철학이 가장 잘 담겨 있는 서비스는 신선식품 이커머스 플랫폼 허마셴셩, 그리고 중관춘에 근거지를 둔 스마트 편의점 볜리펑입니다.
◇허마셴셩, 신선식품 30분내 배송·오프라인의 모바일화
허마셴셩은 징동의 물류 총괄 출신인 호우이(侯毅)가 2015년 창업한 신선식품 이커머스 서비스며, 2016년 1월 상하이 지역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세웠습니다. 현재 7호점까지 개업을 했으며, 올해말까지 상하이 지역에 10호점까지 세울 계획이라고 합니다. 5km내 30분 배송, 오프라인 매장의 저온 물류 체계 등이 주목받는 서비스죠. 무엇보다 강력한 것은 모든 온오프라인 결제를 ‘알리페이’로만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사진 설명: 허마셴셩의 오프라인 매장. 알리페이로만 결제할 수 있다.
알리페이 결제는 고객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편리함이 강조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뒷단입니다. 즉, 제품-매장-물류-배송-고객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의 통합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취향과 구매력이 실시간으로 데이터화돼 제품과 물류 체계를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 방식은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판매 구조로 구성이 돼 있었습니다. 일단 각 고객에 대한 분석이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중국은 카드 문화가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현금 계산이 일상적이었는데요. 특정 제품을 누가 언제, 얼마나 샀는지를 파악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심지어 카드결제가 활성화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카드사로부터 데이터를 받지 않는 이상 각 고객에 대한 분석을 할 수 없었죠.
허마셴셩과 지분 관계로 연결된 알리페이가 이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데이터가 연결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제품 측면에서 주 고객의 성향에 맞춰 발굴할 수 있으며, 매장에서 역시 선호도에 따른 제품 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고가 비용으로 직결되는 물류와 배송 문제 역시 수요와 공급의 효율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습니다.
◇볜리펑, 편의점에 스마트를 입혔다
‘꿀벌’을 캐릭터로 하는 볜리펑(便利蜂)은 베이징의 창업 메카인 중관춘에서 한 번에 5개 지점을 낸 스마트 편의점입니다. 최근에 1개 점을 더 추가해서 총 6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진 설명: 중관춘에 6개점을 둔 스마트 편의점 볜리펑
볜리펑의 가장 큰 무기는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온오프라인의 모든 서비스를 앱 하나에 통합했다는 점입니다. 가령, 앱을 다운받은 뒤 매장의 QR코드를 스캔하거나 매장 내의 와이파이를 연결하면 자신이 어느 매장에 있는지가 체크가 됩니다. 자체 앱을 통해 제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결제가 되는데요. 이른바 셀프 구매 프로세스입니다.
또한, 편의점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앱 내에서 구매할 경우 근처 매장으로부터 배송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타오바오 편의점과 같이 앱 내에서 구매를 하면 근처의 볜리펑 매장에서 제품을 배송해주는 순서입니다.
◇한국도 슬슬 열리는 결제?
우리나라 역시 2015년 이후 수많은 O2O 서비스들이 등장했습니다.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 투자를 받은 유망 스타트업들도 이러한 기류를 타고 시장에 자리잡았죠.
문제는 결제가 빠져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는 것입니다. 일단, 한국 시장에서는 2000년대 이후 신용카드가 활성화되면서 뒷단의 VAN(부가가치통신망), PG(결제지급대행) 생태계가 공고합니다. 이미 실물 화폐가 아닌 데이터 기반의 결제 생태계가 만들어졌기에, 모바일 결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것입니다.
변화가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쿠팡은 쿠팡페이를, 배달의 민족은 배민페이를 론칭했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건 최근 알리페이의 오프라인 가맹점을 카카오페이와 통합한다는 전자신문의 보도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모바일 결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알리페이의 가맹점 3만4000곳에 카카오페이가 연결돼 활성화된다면, 한국만의 모바일 결제 생태계도 기대해볼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국 오프라인 디지털화의 핵심 무기는 결제였습니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 오프라인에서 또 다른 환경을 만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결제를 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모바일로 오프라인의 무언가를 구매하고 문앞에서 전달을 받는 게 O2O의 영역이었다면, 중국은 이를 뛰어넘어 신소매라는 개념까지 나왔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오프라인 영역들이 디지털 기반으로 바뀌게 될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이제 중국을 보고 배워야 하는 세상이 된 셈이죠.
참고기사 : 중국서 벌어지는 편의점 혁명
글 : 유재석 원아시아 시니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