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중국 상장사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전세계 시가총액 10위 기업 텐센트(Tencent, 腾讯)는 자타공인 중국 최대 기업이다.
텐센트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중국인 55%가 사용하는 위챗(웨이신) 플랫폼, 가장 수익을 많이 창출하는 사업분야는 게임이다. 텐센트는 고유명사처럼 불리우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마지막 이니셜이지만, 근래 TAB로 순서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들릴만큼 성장 그래프가 떨어지지 않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 텐센트를 이끌고 있는 기업총수는 묘한 사람이다. 올해 중국 최고 부호가 된 이 기업인은 내성적인 성품으로 미디어나 대중앞에 나서는 일이 많지 않지만, 그룹 연말 파티에서 직원 사기진작을 위해 보이그룹 춤도 불사하는 인물이다. 바로 마화텅(馬化騰, Pony Ma, 45) 회장이다.
창업초기 텐센트 팀과 마화텅 회장(뒷줄 오른쪽 세 번째) / 사진 = 텐센트
돈이 아닌 열정과 취미로 시작한 사업
마화텅은 극적인 성장 스토리가 없다. 자수성가한 수퍼리치이지만, 마윈을 비롯해 여러 성공한 중국 기업인에게서 보이는 ‘흙수저에서 금수저로’같은 서사가 없다는 의미다. 초기 창업자금도 부모에게 빌렸다.
고위 공직자 출신 부친의 영향으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마화텅이 텐센트를 창업한 계기는 돈을 벌겠다는 목표보다는 광적인 취미생활의 연장선상이었다. 인터넷 세상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마화텅은 중국에 문이 열린 인터넷 환경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겠다는 열정에서 1998년 창업에 도전한다. 4명의 공동창업자 역시 마화텅과 마찬가지로 유복한 중산가정 출신의 중-고교, 대학 동창들이었다.
카피캣으로 시작해 오리지널리티를 부가하다.
텐센트의 시작은 모방이었다. 텐센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서비스 QQ는 ICQ를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하지만 텐센트는 ICQ 모델을 그대로 따온 것이 아니라 중국에 맞게 현지화를 시키고 ICQ 가 하지 못한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QQ는 당시 중국의 인터넷환경을 고려해서 그룹채팅, 브레이크포인트 전송방법, 및 캡쳐 기능을 추가해 중국의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ICQ를 인수한 AOL로부터 소송을 당해 패소를 하기도 한다.
‘소비자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마화텅은 개발자 출신이지만, 서비스의 기술적 완성도보다 인터넷 환경, 국가 정책 등 현지화와 최적화 전략에 주목했다. 그리고 ‘소비자 체험’이 기업 가치 창출의 키포인트라 여긴다. 그래서 QQ의 다아몬드 회원제, 가상화페 Q화폐를 론칭해 안착시켰다. 아울러 그는 회사 직원에게 사용자의 댓글 및 평가를 주의깊게 살펴보도록 지시하는 등 소비자 피드백을 중요시 여긴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곳에 존재해야 한다.
마화텅은 인터넷시대 휴대폰(스마트폰)은 인간의 몸 밖에 있는 또다른 신체 장기(臟器)라 판단했다. 스마트폰은 전달 및 확장의 매개체이자 인간과 인간, 인간과 미래, 기계와 기계를 연결하는 도구라 본 것이다. 그래서 텐센트의 미래를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에서 찾았다.
텐센트의 인터넷 플러스
마화텅이 말하는 텐센트의 인터넷 플러스는 통신, 미디어, 콘텐츠, 커머스, 금융 등을 인터넷 기반으로 운영해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장이다. 그리고 그것의 근간은 클라우드라고 강조한다.
최근 완공된 선전 난산지구 텐센트 사옥 / 사진 = 플래텀 DB
마화텅의 경영 방식
마화텅은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텐센트가 시가 총액 370조가 될 때까지 마화텅이 공개 석상에 나서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연간 거의 유일하게 공개된 자리에 발걸음을 하는 행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약칭 전인대와 정협)정도. 하지만 이도 일정치 않다. 적극적으로 국내외 접촉면을 넓히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는 반대의 행보다. 그렇기에 마화텅 개인에 대한 평가는 보편적이지 않다.
다만 마화텅의 텐센트 경영방식에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성향이 있다. 중국 유명작가 우샤오보가 쓴 <텐센트傳>에는 이를 몇가지로 구분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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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어려워하는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
텐센트의 시작은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였다. 마화텅은 사용 공간이 작은 이 도구형 서비스에 어떻게하면 상품성을 입힐지 고민을 하는 동시에 사용자가 어떻게하면 제품을 편하게 사용하는지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마(Don’t Make Me Think)’ 라는 모토이다. 자연스럽게 서비스에 기능을 녹여내어 최대한 사용자가 쉽게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정책이다. 이런 전략은 PC시절에는 경쟁우위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중국이 모바일시대로 접어들며 혁신의 바로미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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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경쟁을 통해 전환점을 만든다.
인터넷 시장은 그 어느곳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기업이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더디고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마화텅은 이러한 대기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기업내부에 경쟁시스템을 정착시킨다. 이 체제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서비스가 현재 9억 명이 사용하는 위챗 플랫폼이다. 론칭당시 위챗은 유사한 내외부 서비드들과 경쟁을 벌여야 했다. 초반 성적도 그리 좋지 않았고 서비스가 없어질거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몇가지 티핑포인트를 마련해 2016년 말 기준 다운로드수 9억1690만 명, 월 액티브 유저 8.46억명의 서비스가 되었다.
이렇게 텐센트는 시장에 서비스를 출시하고 소비자의 반응 등 데이터를 본 뒤 남길 프로덕트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해 왔다. 기업 효율성 관점에서 보면 시간과 자원 낭비로 비춰질 수 있지만, 최적의 효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비효율도 감당하며 부서간 경쟁을 유도하는 텐센트식 전략인 것이다. 이는 실패가 용인되기에 가능한 형태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쟁 시스템은 텐센트가 성장하는데 전환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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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조성 전략
마화텅은 사업 초창기에 ‘물과 전기처럼 쓰이는 생활 속 서비스’를 주창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부터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을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추구하며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았다. 소위 텐센트식 인터넷 플러스 전략이다. 그리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확장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과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단순한 메신저가 아닌 플랫폼이 된 위챗이 그것의 방점이다. 위챗은 단순한 메신저 서비스가 아니다. 위챗을 통해 휴대폰요금과 공과금 납부도 할 수 있고,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고, 게임을 즐기고, 쇼핑하며, 심지어 일자리까지 찾는다. 위챗은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활발히 사용되어진다. 이 플랫폼을 통해 전자상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웨이덴(YouShop)을 설립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 수도 있다. 유용한 플랫폼들의 결합체이자 서비스 슬로건(‘위챗은 생활방식’)처럼 중국인들의 생활 속 깊숙히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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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통한 기업 성장
텐센트는 중국 기업 중 벤처 및 스타트업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회사이다. 텐센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전기자동차의 대명사 테슬라, 클레시오브클랜 개발사 수퍼셀, 리그오브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 디디추싱(카쉐어링)과 오포(자전거 공유)가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카카오, YG엔터가 있다. 이러한 마화텅의 적극적인 투자 전략이 현재의 텐센트를 있게 했다.
- 창업 초기와 같이 기업 성장에만 집중
20세기 말 개혁과 개방의 시대에 등장한 지식형 창업자 마화텅의 최대 관심사는 텐센트가 발전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마화텅이 상정한 자신의 역할은 오로지 프로덕트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대외활동이 적다. 마화텅이 ‘그림자 리더’라고 불리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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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식 사용자 전략
텐센트는 설립이후 오랜시간을 사용자 소비 심리를 파악하고 이를 서비스에 녹이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기술적으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서비스에 중국식 문화를 접목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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