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스벤처스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만 투자하는 걸까. 배달의 민족은 어떻게 골드만삭스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었을까. 대학생들의 창업에도 투자를 할까.
쿠팡, 미미박스,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등 듣기만 해도 굵직한 IT기업에 투자했던 알토스벤처스를 둘러싸고 대중들은 궁금한 게 많다.
5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테헤란로 펀딩클럽에서 이에 대해 들을 수 있는 패널토론이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한준(한킴) 대표를 비롯해 박희은, 오문석 심사역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알토스벤처스 오문석 심사역, 박희은 심사역, 김한준 대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사진=플래텀 DB
알토스는 숨어있는 좋은 회사를 일찍 찾아내 투자한다. 비바리퍼블리카, 쿠팡, 배민, 하이퍼커낵트가 그 예다. 어떻게 소싱을 하는지?
8,90%는 우리가 투자한 기업 대표가 소개해준 경우다. 잘 하고 있는 업체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 이렇게 피투자사의 레퍼런스에 의지한다. 혹은 서비스를 보고 재밌다 싶으면 페이스북에 검색해 보기도 한다. 대부분의 이력과 서비스 소개가 나와 있어 페이스북이 한국의 링크드인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곧장 메시지를 보내 만나기도 한다.
알토스와 전혀 연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만나면 되나.
보통 메일로 보내주는 편이다. 답장을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확인은 다 한다. 조금 다른 케이스인데,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창업 관련 행사에서 본 팀이었다. 서비스가 인상 깊어 만나자고 했고 한 달 뒤에 투자했다.
토스의 서비스는 획기적이지만 투자 받긴 어려워 보였다. 금융권의 규제 문제를 풀 수 있을지도 걱정됐고 수익모델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년 전 알토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단 소식을 접했다. 한국 VC라면 못했을 결정이다.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의 소신과 비전이 컸다. 물론 최종결정을 하기 위해 금융전문가를 초빙해 같이 얘기를 진행했다. 그 금융전문가는 미팅 전 투자에 회의적이었지만, 미팅후 본인도 투자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금융 전문가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건 단순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다. 피치 못할 문제가 생겨도 어딜가서든 조리 있게 설명을 잘할 수 있을 거라 봤다.
동시에 이 기업의 상상력을 봤다. 현재 은행 규모는 5조에서 2,30조 된다. 토스가 잘 되면 10조 규모의 회사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할 때 우리는 ‘만약 사업이 잘 안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를 많이 생각한다. 토스가 잘 안되면 우리는 10억원을 손해 보는것이지만, 잘 되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거라 생각해서 결정했다.
한국 VC들은 투자금이 대부분 200억원이 한계라고들 한다. 알토스의 펀드규모는 그보다 크다. 어떻게 그게 조성할 수 있나.
우리도 펀드를 조성하는 데 애를 먹는다. 어디에서 자금을 끌어올지 결정할 때가 가장 힘든데, 해외로 눈을 돌려 어떤 투자자가 있는 지 본다. 해외에선 1,2천억 원의 단순한 규모가 아닌 천문학적으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사업인지, 이를 감당할 만한 팀으로 구성 돼있는지를 본다. 최우선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지다. 그렇게 해서 첫 타자로 결정된 것이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사로 배민을 검토한 이유는 흥미롭다. 이들은 미국의 케이터링 업체를 인수한 경험이 있었다. 그 업체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운영중이었고, 그 프로젝트는 미국 뉴욕에서 빠르게 성장한 뒤 시카고에서 결과를 얻었다. 그 경험 때문에 내부에서 요식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아울러 이들에게 배달업을 이해시키는 데 알토스가 역할을 했다. 배달은 인구밀도가 중요하다. 시골이라해도 우편만 들어간다면 전자상거래는 성사된다. 다만 음식 배달에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건 좋은 시장이 아니다. 한국의 인구밀도는 미국보다 높고, 배달의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었다. 미국에서의 성장보다 한국에서의 성장이 더욱 클 수 있겠다고 판단한 이유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골드만삭스는 배민에 투자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비트패킹컴퍼니와 리모택시는 투자에 실패했다. 후회하나.
투자한 것엔 후회가 없다. 오히려 펀드를 크게 조성해주지 못한 점이 후회된다. 비트패킹의 경우 빠른 시간 안에 사용자를 몇 백 만명이나 모았다. 여기서 더욱 성장하고 세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200억 원 정도가 더 필요했다. 펀드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결국 조성되지 못했다. 이는 우리가 판단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다. 비바리퍼블리카 때는 절치부심해 이런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포트폴리오에 테크 기반 회사가 의외로 많지 않다. 4차산업혁명이 회자되면서 이제는 제대로 된 IT 스타트업이 나와야 한단 요구도 많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토스는 모바일 서비스에 많이 투자했다고 하고 테크 기반 기업은 없다고 한다. 우리가 투자한 곳은 ‘탄탄한 기술로 좋은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서비스가 훌륭해도 기술이 별로면 빛을 보지 못하는 데가 많다. 미국에서는 애플,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을 두고 가장 큰 기업이라 하고 중국에선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거론된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는 거다. 피투자사의 CTO는 대부분 훌룡한 기술자들이다.
우리는 투자할 때 단순히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만 보지 않는다. 그들이 가진 기술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활용될 지, 가치가 있을 지 추산해 투자한다. 회사는 투자사가 만드는 게 아니다. 우린 창업자가 상상한 회사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이다. 그들 스스로 어떤 회사를 만들 지 모르면 우리가 돕기는 어렵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선호한다고.
정확히는 ‘창업해본 경험’을 선호한다. 대표가 신용불량자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경험자는 고난에 대처하는 능력이 비경험자보다 유연하다.
알토스는 일년에 한번씩 미국 LP들을 초대해 발표를 한다.
보통 한국 사정을 모르는 투자자가 많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투자를 요구하면 누구라도 선뜻 참여하기 어려울 거다. 한국의 투자 환경을 알리고, 스타트업을 소개하면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다. 이 미팅을 진행하고 난 뒤 좋은 결실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다. 이를테면 LP가 직접 투자하는 거다. 우리에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학생 창업팀에 투자를 고려해 본 적은 있나.
우린 팀을 많이 본다. 이 팀이 그 어떤 팀보다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진행한다. 대학생은 상대적으로 이걸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물론 전혀 배제하는 건 아니다. 우리 포트폴리오사엔 마이리얼트립의 사례가 있다.
처음 미팅에서 결실을 얻지 못했다면 재도전이 가능한가.
규칙이 정해진 건 아니다. 지표가 바뀌면 언제든지 검토한다. 다만 이전과 지표가 차이가 없으면 미팅을 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알토스는 ‘이익보단 성장’을 강조한다. 엑싯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나.
그들에게 더 기다리면 얼마나 더 수익을 줄 수 있을지 결정하도록 하는 게 우리 일이다. 엑싯에 대한 압박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린 보통 3,4년에 한 번씩 펀드를 만든다. 이때 우리 레퍼런스도 중요하기에 설명을 잘 해야 한다. 대개 1, 2 펀드 때는 명분이 좋으면 넘어간다. 하지만 3번째 펀드를 만들 땐 엑싯한 게 없으면 투자 받기가 쉽지 않다. 우리도 뭔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창업환경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파산 절차가 어렵고 대표 한 사람에게 지우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래서 재창업이 너무 어렵다. 그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투자 과정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현장에서 많은 실무진이 새로운 회사를 발굴하는 데 많은노력을 기울이지만 권리가 너무 적다. 그들에게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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