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人사이트] “모든 팀원이 퍼포먼스 마케터가 될 수 있다”, 렌딧 박지희 총괄
요기요가 첫 주문을 받을 때부터, 국민 배달 앱으로 등극하기까지 그 성장을 주도했던 박지희 전 요기요 부사장이, P2P 금융 기업 ‘렌딧‘의 마케팅 총괄로 돌아왔다. 국내 최고의 퍼포먼스 마케터로 꼽히는 박지희 총괄을 만나 ‘돈 버는 마케팅’에 대한 그녀의 철학을 들어봤다.
■ 나를 퍼포먼스 마케터로 키운 것은 ‘한계’
B2B 분야에서 마케터 생활을 시작했다고.
사회 초년 생활을 굉장히 보수적인 대기업 두 곳에서 했다.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대기업 내의 사내 벤처가 유행했던 시기였다. 입사하자마자 해당 부서로 투입이 됐는데, 외국계 회사에서 시니어 멤버를 잔뜩 끌어와 만든 팀이라 조직 문화가 특이했다. 대기업의 안정성 위에 외국계 기업의 효율적이고 진취적인 문화가 섞인 형태였다. 보통 대기업 신입 사원은 기초적인 잡무부터 시작하지 않나. 근데 나는 스타트업 초기 멤버처럼 닥치는 대로 일을 해치워야 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이트 만들고, 컨설팅 업체들과 맞붙어 일하는 등 B2B 마케팅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단계를 거쳐봤다.
그 이후에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으로 이직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두 번째 외국계 석유 화학 기업에서 일하면서, B2B 마케팅의 한계를 느꼈다. 호텔 경영사로 간 건 그 이유에서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 체인을 보유하고 있는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이하 IHG)에서 한국 온라인 마케팅 총괄을 맡게 됐다. 큰 기업이지만, 한국엔 법인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근무해야 했다. 웹사이트 개선, 온라인 접점 확장, 이메일 솔루션 등을 해나가며 당연히 실적은 올렸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발굴할만한 온라인 채널이 참 없었다. ‘할 게 없다’는 생각에 갈증이 날 때쯤, 싱가폴에 있는 상사가 아시아 온라인 퍼포먼스 마케팅 총괄 자리를 제안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지역 마케팅을 총괄하며 배운 것은.
당시 IHG가 브랜드 로열티 이외의 수익을 창출하고자 자체 퍼포먼스 마케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산하에 있는 호텔 브랜드의 개별 온라인 프로모션을 해주고, 거기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이었다. 이때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10% 내외다 보니, ROI(투자자본수익률)는 무조건 1대 10으로 맞춰졌다. 즉 백 원을 쓰면 반드시 천 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했다. 우리가 쓰는 인건비, 마케팅비는 다 합쳐서 무조건 10% 아래여야 했다. 사실 굉장히 빡빡한 조건일 수 있는데, 아주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그에 맞춰서 움직이다 보니까 되긴 되더라. 본격적으로 ‘돈 버는 마케팅’이 어떤 것인지, 체득했던 시기였다.
제한된 조건들이 오히려 능력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 셈이다.
그땐 정말 몰랐다. 힘들기만 했지. 당시엔 수치에 대한 논리를 맞춰나가기 위해 모든 것을 최적화하는 데에 급급했다. 사람 한 명 쓸 때도 ‘이 사람 한 명을 채용하면 이 정도의 비용이 나가니, 이만큼의 실적을 추가로 내야만 한다’는 계산이 명확히 뇌리에 와서 박혔다. 6년간 그 회사에 근무하면서 나도 모르게 단련됐던 부분이다.
그런데 2009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돈 버는 부서의 힘’을 체감했다. 기업이 돈이 없으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출장 비용이다. 숙박업계에게는 치명타다. 그때 사람들이 엄청나게 잘려나갔다. 그런데 퍼포먼스 마케팅팀만 인원과 예산이 더 늘어났다. 우리 팀은 예산을 10% 늘리면, 매출도 꼬박꼬박 10% 늘려주는 조직이니까 오히려 회사가 예산과 인원을 확대해주기까지 했다. 실제 돈을 버는 게 보이는 부서는 어떤 위기에도 타격이 없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 이후 요기요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첫 스타트업 행보다.
요기요는 내가 과거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꾸준히 쌓아 올린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이었다. 첫 주문이 들어와 종을 치며 축하했던 순간부터, 대중적인 배달 앱이 되기까지 그 성장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한계를 깨달았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브랜드라는 기반이 퍼포먼스 마케팅을 받쳐줬을 때,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렌딧으로 이직한 가장 큰 이유도 김성준 대표가 확고한 브랜드 철학을 이미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브랜드 – 퍼포먼스 마케팅의 상관관계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칼로 벤 듯 나눌 수가 있나.
잘 만들어진 브랜딩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했을 때 그 효과를 배가시킨다. 적게는 20%부터 크게는 4배까지도 효율을 높인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각 마케팅 채널에서의 유입도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포털에서 ‘대출’ 혹은 ‘투자’ 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여러 서비스의 광고가 뜬다. 그런데 평소 ‘렌딧’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면, 자기도 모르게 렌딧의 광고 배너를 눌러보게 될 것이다. 그다음 단계로의 전환도 훨씬 더 수월하게 일어난다. 그게 브랜딩의 힘이다.
브랜드 – 퍼포먼스 마케팅이 하나의 팀 내에서 진행되는 게 가장 좋겠다.
나는 그렇다고 본다. 렌딧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가 마케팅 조직이 아닌 김성준 대표의 직속으로 있었다. 그런데 내가 같이 끌고 가겠다고 제안했다. 브랜드 없이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힘을 받을 수가 없다.
어느 것이 먼저인가.
어느 게 먼저라는 건 없다. 두 가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면 제일 좋다. 하지만 스타트업에게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두 가지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면, 적어도 둘 사이의 일관성을 유지는 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서비스를 인지하고 충성 고객으로 거듭나는 전과정에서, 일관성은 아주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빨간색의 자극적인 광고 배너를 누르고 들어왔는데, 도착한 홈페이지는 아주 차분하고 정돈된 이미지라면? 이 경우 고객이 느끼는 괴리감은 상상 이상이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급감한다. 반대로 TV 광고와 홈페이지, 서비스 UI 전반에서 느껴지는 톤 앤 매너가 일정할 때 고객은 자연스럽게 서비스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다. 렌딧은 SNS 광고, 배너 광고, 블로그 글, 보도자료 등의 마케팅 접점에서 뛰어난 일치감을 보여줬다. 김성준 대표가 설립 초기부터 유지해왔던 브랜드 철학 덕이다. 이 기반이 퍼포먼스 마케터로서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기초인 ‘마케팅 퍼널’에 관한 박지희 총괄의 강연 보러 가기
■ 퍼포먼스 마케팅의 첫걸음, ‘키워드 검색 광고’와 ‘엑셀’로 떼라
최근 퍼포먼스 마케팅 붐이 일면서, 초기 스타트업에서 이를 업무에 도입해보고 싶어하는 마케터가 많다. 첫 시도로 권장해줄 만한 것이 있다면?
기술적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원리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건 키워드 검색 광고다. 키워드 광고 자체가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마케팅 채널이다 보니, 측정과 최적화에 대한 방법론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다. 따라서 비교적 수월하면서도 유연하게 퍼포먼스 마케팅의 기술과 원론적인 부분을 체감, 공부해 볼 수 있다. 과거 IHG 재직 당시에는 괜찮은 퍼포먼스 마케터가 시장에 정말 없었다. 그래서 마케팅 대행 에이전시에서 검색 엔진 마케터를 채용했다. ROI에 대한 인식이 있고 채널 최적화 작업을 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가르치면 되기 때문이다.
키워드 검색 광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도출해낼 수 있는 결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돈을 많이 쓴다고 반드시 효과가 좋은 건 아니라는 점. 어쩔 땐 1위 키워드보다 3위 키워드가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둘 사이의 가격 차이는 아주 큰 데 말이다. 효과가 비슷하다면 돈을 덜 쓰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다. 또 똑같은 키워드를 사용해도, 그 캠페인에 들어가는 문구 하나에 따라 퍼포먼스 성과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도 있다. 캠페인과 프로덕트가 고객에게 일관적인 메시지를 줄 때, 효율이 얼만큼 올라가는 지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고객의 기대치를 맞추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라면, 그것을 원론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도 키워드 검색 광고다.
한 책에서 ‘그로스해킹 도구로 엑셀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인터뷰를 했더라.
엑셀만큼 잘 만든 소프트웨어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계는 존재하지만,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데이터는 엑셀로 충분히 가공하거나 도식화할 수 있다. 그로스해킹은 성장을 빠르게 주도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접근 가능하고, 개방되어 있고, 성장을 주도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엑셀만큼 딱인 것이 없다. 나는 SPSS나 하둡같은 데이터 분석 도구를 전혀 쓸 줄 모른다. 스타트업이 라이센스 하나에 2천만 원씩 하는 통계 도구를 어떻게 감당하겠나. 그 기술 배우는 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든다. 나는 엑셀을 일하면서 배웠다. 내가 필요해서 파다 보면 답은 나온다. 결국 집요함이 중요한 것 같다.
■ 모든 팀원이 퍼포먼스 마케터가 될 수 있다고?
사실 많은 스타트업이 1인 마케터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영진에게 퍼포먼스 마케팅의 필요성을 설득해내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런데 사실 명확한 숫자를 내미는 것만큼 설득하기 쉬운 것도 없다. 마케터 본인이 명확하게 수치적 목표를 세우고, 이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가 나의 일을 한다는 걸 증명해낼 수 있다면 문제 될 게 없다. 수치로도 설득이 안 되면 문제가 있는 조직이라고 본다. 물론 그 지표는 전사의 목표와 일치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된 목표를 세웠다는 것은 어떻게 검증해볼 수 있을까?
결국은 탑다운이다. 만약 회사가 1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마케터 개인이 세운 목표가 이 회사의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인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팀원들에게 업무 계획을 세워오라고 하면 정말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만을 세워온다. 그러면 나는 아무것도 못 본 것 같다고 말하고 돌려보낸다. 항상 나는 ‘이 일을 해서 어떤 결과를 얻고 싶은가’라고 질문한다. 내가 얻어낼 결과가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 중요시하는 아젠다, 달성해야 하는 궁극적 목표와 일관성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마케터 뿐 아니라 결국 모든 영역의 팀원이 업무에 퍼포먼스 마케팅을 도입해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목표와 성과를 수치화, 지표화시키는 것.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자신의 성공과 실패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전사 팀원이 퍼포먼스 마케팅을 자신의 업무에 도입해볼 수 있다. 전사가 같은 퍼포먼스 마케팅 지표를 보고 일을 하면, 서로 수치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홍보를 맡고 있는 이미나 총괄과 퍼포먼스 마케팅 팀은 어떻게 함께 일하고 있나.
마케팅 퍼널의 가장 윗단에 보도자료, 블로그 포스팅과 같은 홍보 콘텐츠가 있다. 이때의 톤 앤 매너를 우리 팀의 채널 담당자들이 그다음의 퍼널 단계들에서 일관되게 유지해 나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홍보 컨텐츠를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그 중 광고 캠페인으로 가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찾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보도자료에 나간 그래프와 일러스트를 광고 배너로 만든 적도 있었다. 또 보도자료에서 특정 키워드로 유입이 많이 될 경우, 이 키워드를 활용해 검색 광고를 시도해보는 식이다. 역으로 보도자료를 만들 때도 전사가 함께 만든다. 데이터 분석팀에서 재밌는 데이터가 있다면서 보여주면, 이미나 총괄이 이를 보도자료로 만들고 나는 이걸 어떻게 광고 캠페인으로 녹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자료 하나 만드는 게 엄청 큰 작업이다.
■ “또 하나의 성공한 기업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
퍼포먼스 마케터가 꼭 갖추어야 할 역량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나.
끈기. 마케터로서의 체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리적 체력뿐만 아니라, 좌절하지 않고 집요하게 팔 수 있는 정신적 체력이 필요하다. 집요하게 파다 보면 공부는 자연스럽게 된다.
올해 렌딧 내에서 이루고자 하는 바는.
지금은 목표를 분명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회사가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김성준 대표가 이미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 나가야 하는 마케팅 지표들을 계속해서 하나씩 끄집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처음 왔을 때 2명이었던 팀도 8명으로 늘어났다. 이 팀원들이 회사의 목표와 부합하는 각자만의 지표를 만들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드는 게 올해의 목표다.
퍼포먼스 마케터로서의 개인적 목표는 무엇인가.
성공한 회사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요기요와 같은 성공 사례를 하나 더 만들고 싶어서 렌딧에 왔다. 렌딧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지켜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