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완의 대기’ 중국 무인편의점을 가보니
광둥성 선전(深圳)은 중국 경제 개혁의 상징과 같은 도시다.
1980년대 후반까지 인구수 몇 만의 어촌이었던 선전은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37년 사이 GDP가 1만배나 성장한 인구 2000만 명 규모의 대도시가 되었다. 아울러 탄탄한 제조 인프라를 토대로 중국은 물론 세계 하드웨어 분야를 선도하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울러 선전은 중국 스타트업의 테스트배드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 중국을 넘어 유럽으로 세를 넓히고 있는 공유자전거 서비스 모바이크가 지난해 9월 몇 대의 자전거로 베타 테스트를 처음 진행했던 곳도 선전이었다.
아울러 선전은 ‘신유통’ 실험의 장이기도 하다. 신유통은 지난해 10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주창한 개념으로 온・오프라인과 물류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유통 방식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현재 알리바바 뿐만 아니라 대다수 유통기업의 행동강령이 된 모양새다.
선전에서는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중이다. 이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 및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보유한 중국이기에 가능한 실험이다.
신유통 테두리 안에서 가장 눈에띄는 시도는 무인 편의점이다.
중국은 최근 전자상거래 시스템과 결합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 중 무인편의점은 인공지능과 인터넷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을 목표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를통해 빙고박스와 톈마오스토어 등이 화제를 모으며 등장했다.
올해 8월 8일 선전에서 첫 선을 보인 ‘웰고(well go)’는 24시간 무인편의점이다. 웰고는 그간 중국에서 선보여진 무인편의점과 궤를 같이한다.
QR코드 인증을 통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원하는 제품을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 편리하게 결제해 구매할 수 있다.
제품 구매를 완료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으면 퇴장을 위한 QR코드를 스캔하여야만 출입문이 열린다.
제품에 붙어있는 태그를 통해 출입구에는 구매하지 않은 제품을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도난을 방지한다.
매장은 12m2(3.63평)로 그리 넓지 않다. 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원두커피 머신, 음료수, 과자, 빵 등을 비롯하여 휴대폰 케이블, 피임용품 등 300여 종의 제품이 비치되어 있다.
모든 제품에는 RFID 태그가 붙어있고, 리더기에 넣는 순간 자동으로 인식되어 계산대에 품목이 뜬다.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무인편의점은 아직 초기 단계다. 기술적 결함 및 불편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일례로 제품을 계산할 때 리더기에 넣을 때 상품 인식은 매우 잘 되는 편이지만, 취소를 위해 다시 물건을 꺼낼 때는 인식이 안 되었다. 더불어 제대로 태그를 인식 못하는 제품도 있었다. 이는 빙고박스 등에서도 겪었던 일이다.
하지만 무인편의점은 기술적 완성도가 더해지면 신유통의 핵심 영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기존 편의점과 자판기 사이의 영역에서 새로운 유통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무인편의점이 시대의 흐름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세계인의 생활방식을 바꿀 리테일 실험이 중국에서 활발히 진행중인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세계 최초는 아니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변화를 이끌어 내는 중국의 혁신 속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