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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다를 이어 조성되는 中 ‘실리콘 밸리’

올해 개통 예정인 세계 최장 해상교량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광둥과 홍콩, 마카오는 근접해 있는 지역이자 산업 측면에서 각각의 강점이 있다. 홍콩은 금융과 서비스 분야의 선도 도시이며, 선전으로 대표되는 광둥은 첨단 기술과 혁신의 상징이다. 마카오는 경쟁력 있는 스마트 제조 공정을 갖추고 있다. 이 장점을 합하면 이상적인 경제권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세 지역을 잇는 시도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광둥성·홍콩·마카오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발전시키는 이른 바 ‘웨강아오 대만구(粤港澳大湾区) 발전 계획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웨(粤)-강(港)-아오(澳)는 각각 광둥성, 홍콩, 마카오를 지칭하는 말로 만으로 연결되는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통합하는 경제권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계획은 올해 7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광둥성-홍콩-마카오 지방정부가 공식 서명을 하며 구체화 되었지만, 중국 정부는 2013년 부터 해상실크로드 등 청사진을 제시해 왔다.

중국 리서치기업 아이메이(艾媒)는 ‘2017~2018 중국 웨강아오 대만구 연구보고서(2017-2018 中国粤港澳大湾区专题研究报告)’를 발표해 웨강아오 대만구 지역경제 GDP가 현재 1조3800억 달러가 넘었으며, 샌프란시스코만(1억4500억달러) 뉴욕만(8200억달러)을 뛰어넘는 수치라고 밝혔다.

광둥-홍콩-마카오 세 개 지역을 이으면 뉴욕만, 도쿄만보다는 크고 샌프란시스코만과는 면적상 거의 같다. 샌프란시스코만 지역과 유사점은 몇 가지가 더 있다. 광둥성 성도 광저우는 샌프란시스코와 유사하며, 선전과 홍콩은 오클랜드, 산호세와 도시 성격이 비슷하다. GDP는 낮지만 인구수는 더 많다.

서류상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한 인프라도 마련되고 있다. 현재 홍콩 반환 20주년을 기념하며 건설중인 세계 최장 해상교량 강주아오(港珠澳)대교(2017년 개통 예정)와 광저우, 선전, 홍콩을 잇는 고속철도(2021년 개통 예정)가 연결된다면 이 세 지역은 보다 더 밀접한 상호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러한 외부적 요건은 선전 등에 위치한 기업에게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강주아오 대교는 홍콩, 주하이, 마카오를 Y자 형태로 연결하는 55km 길이의 다리다. 바다 위 교량 35.6km, 해저터널 구간은 6.7km에 달한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양대 거두라 할 수 있는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정부의 기조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마화텅과 마윈은 수차례에 걸쳐 광둥성-홍콩-마카오 지역을 연결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견되는 경제 밸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해 왔다.

이전까지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수식어는 ‘선전(深圳)’에 붙어다니던 수식어였다. 하드웨어와 창업 분야에서 선전은 가장 유력한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1000여 개가 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가 있으며 완성단계의 성숙한 산업 생태계를 갖춘 도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 부분에서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이에 중국은 홍콩, 마카오와 선전을 포함한 광둥성 도시를 통합하는 완벽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대국굴기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도국으로 나아가려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년 간 광둥-홍콩-마카오 세 지역을 기반으로 텐센트를 비롯해 화웨이, ZTE, SF익스프레스, 그리(Gree, 格力), DJI 등 세계 정상급 기업이 등장하고 성장했다. 이들 기업은 이 지역의 장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사례다.

대표적으로 1998년 선전에 설립되어 2004년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 텐센트가 있다. 2016년 중국 상장사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전세계 시가총액 10위 기업 텐센트는 자타공인 중국 최대 기업이다. 텐센트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중국인 55%가 사용하는 위챗(웨이신) 플랫폼, 가장 수익을 많이 창출하는 사업분야는 게임이다. 텐센트는 고유명사처럼 불리우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마지막 이니셜이지만, 근래 TAB로 순서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들릴만큼 성장 그래프가 떨어지지 않는 기업이기도 하다. 또한 시작단계부터 독창성을 가진채 등장한 DJI는 홍콩 과학기술대학의 프로젝트로 시작해 선전에 정착한 기업이다. DJI는 이 지역 제조업의 장점을 활용해 성장했고 드론분야 시장 점유율의 70%를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중국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기업이 보다 더 많이 등장하고 성장해 경제 부흥을 이루는 한편, 일자리 창출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주도로 지역을 통합하고 인프라를 조성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가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광둥성·홍콩·마카오 지역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되려면 젊은 인재의 유입과 그런 인재를 양산할 수 있는 교육 등 다방면에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다.

웨강아오 대만구 발전 계획은 시작단계다. 음식조리로 비유하자면 이제 겨우 냄비에 재료를 넣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음식이 잘 될지 안 될지는 다 끊여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큰 그림을 그리고 시간을 들여 채색 하는데 익숙하다. 이 계획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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