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사회가 정말 좋아질까?
스타트업으로 대변되는 창업열기는 국내만의 트렌드는 아니다. 이 흐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에서도 뜨겁다. 국내에서는 정부주도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었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이러한 환경에 힘입어 지난 5, 6년 사이 국내에서도 여러 유니콘급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민간과 관이 느끼는 온도차는 다르다.
정확하게 1년 전 발족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탄생했다.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비네이티브, 한국NFC, 이음 등 115 개 스타트업이 회원사다.
26일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1주년 오픈포럼에서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우아한형제들 대표)은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주요국 국가 전략 사례를 비교하며, 현재 국내 스타트업 환경은 역차별 규제와 그림자 규제를 해소하고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등 규제 환경개선에 가장 속도를 내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포럼이 발족한 이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년 전인 2016년 9월 26일에 공식 발족했다. 이전 스타트업 관련 단체는 정부나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결성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스타트업을 위해 결성한 조직이다. 우리 스스로 스타트업의 지속성장과 생태계 발전을 도모하고 혁신을 이루는 것을 넘어 한국 경제발전, 삼포세대라 불리우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상속으로 부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창업으로 새로운 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학벌이 좋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이전까지의 성공의 기준이 부모를 잘 만나고, 좋은 학교를 나와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었다면, 우리는 창업을 통해 다른 성공의 길이 있다는 것을 젊은층에게 제시하고 싶었다.
1년 동안 어떤 일을 했나.
정기포럼, 스타트업 트랙 등 여러 행사를 진행했다. 기관 등에서 주최하면 나오기 힘든 진솔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자부한다. 인사, 인센티브, 조직구성, 투자유치 등 세부적인 대화가 이루어졌다.법률지원단을 통한 지원도 이루어졌다. 신생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되었을거라 자평한다. 앞으로도 이어질거다.
아울러 규제 개선을 위한 ‘비즈니스 환경개선’ 활동도 펼쳤다. 정부측 인사나 국회의원들에게 많은 의견개진을 했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의 목소리가 작은 것 같다. 여러 스타트업이 같이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
현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안 되었고, 현재까지 다양한 국정이슈가 있어 이쪽까지 살피기는 어려웠을거라 본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발족하는 등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선 활동을 기대한다.
왜 스타트업인가.
전세계적으로 스타트업이 시장경제를 이끌고 있다. 특히 중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중국에 갈 때마다 빠른 발전과 변화에 놀란다. 10년 전에는 중국 회사가 국내 IT기업에서 배웠지만, 지금은 우리 기업이 중국에 가서 노하우를 배우는 시대가 되었다. 배달의민족도 중국에 가서 배워오고 있다. 독일도 인더스트리 4.0과 함께 유명한 스타트업이 다수 배출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로봇 스타트업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ZMP와 같은 스타트업은 자율주행차 개발을 마무리하고 2020년 일본 올림픽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운행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2년 뒤 우리나라에서 자율주행 차량이나 택시가 운행될 수 있을까? 기술력은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실행되기에 국내는 여러곳이 막혀있다. 이것이 장기화되면 뒤쳐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역차별 규제, 그림자 규제가 한국 스타트업을 고사시킨다.
역차별 이슈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세계로 진출해 더 큰 성장을 이루라는 독려는 하지만, 나를 포함해 국내 사업자 상당수가 국내에 있는 법적 규제를 해결하는데 리소스의 절반 이상을 쓴다. 미국 등 스타트업 선진국에서 태동한 스타트업은 어떻게 시장을 혁신할지,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줄지 고민하는 데 반해 우리는 정부에서 규제가 나오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하는게 현실이다.
그 사이 글로벌 스타트업이 한국에 와서 혁신을 이루고 있다. 일례로 국내 숙박 예약 서비스와 외국계 예약 서비스는 숙소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에어비앤비식 숙소는 불법이라서 야놀자와 같은 국내 기업은 그렇게 운영할 수 없다. 에어비앤비는 외국 회사이기에 가능하다. 왜 한국 사람이 한국에 있는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 외국 서비스를 써야하나. 그리고 왜 한국 회사는 그것을 할 수 없나.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는 한국기업이 외국기업에 비해 불리한 상황인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업에게 해외에 나갈 전략을 세우라고 주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국내외 스타트업 현황과 발전 제언을 담은 연구 보고서(‘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스타트업의 투자금액 중 40,9%에 해당하는 13개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불법이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를 한국 스타트업이 했으면 대표가 감옥에 가야한다. 또 30%는 조건부 허용이다. 비율로 보자면 해외에서 혁신을 한다는 이들 기업중 70%는 일단 사업을 할 수 없는거다. 우버, 디지추싱은 운송사업자 법에 저촉되고,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에 저촉된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은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설문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ICT기반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군 기업들에 비해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4차산업혁명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스타트업과 인터넷 서비스가 대기업보다 2배 가량 더 미래 한국 경제에 더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정부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그래서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갈지 의견과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
스타트업이 잘 되면 사회가 정말 좋아질까?
우리 국민에게 기업하는 사람들은 인식이 과히 좋지 않다. ‘스타트업도 규모가 커지면 결국 기존 대기업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기업가들에 대한 평가인거다. 사실 나도 사업을 하기 전에는 반기업 정서가 있었다. 불법-편법을 통한 상속 등 기존 대기업의 문제가 국민들에게 그런 인식을 만들어 줬다고 본다.
우리는 스타트업과 같은 젊은 기업이 잘 되면 경제적인 이익을 넘어 사회적 가치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환으로 ‘스타트업 신경제 선언문’도 발표했다. 편법적인 상속경영, 부당한 가족경영을 하지 않고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내용이다.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다. 이외에도 다방면의 노력을 통해, 국민과 정부에게 꾸준히 대화를 걸려고 한다. 이렇게 10, 20년이 흐르면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겠나.
규제개선이 시급하다.
규제환경개선에서 더 많은 것이 개선되어야 한다. 역차별 규제, 그림자 규제는 없어져야 한다. 이번 정부의 공약인 네거티브 규제는 빠르게 시행되어야 한다.
한국이 인터넷 인프라가 좋다고 말하지만, 그 위에 세워져있는 것은 해외 서비스가 다수다. ‘디지털 경제 식민지’라는 단어가 떠오를정도로 현재의 한국은 위험한 시기다.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 등 앱마켓, 페이스북, 유튜브 등 글로벌 서비스에서 결제를 하면 그 돈은 외국으로 빠져 나간다. 이들 서비스는 외국기업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법규와 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요 몇일 이슈가 되고 있는 텀블러 사태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이대로 5, 10년이 지난다면 해외 디지털 회사들이 한국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우리는 단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스타트업이 더 빠르게 혁신을 해야하고 그것을 하려면 규제 개선이 필수다. 4차산업혁명 시대는 민과 관이 조화를 이루어야 된다. 정부, 기업, 국회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속도를 내야할 때다.
창업자가 혁신만 고민하길 바란다.
포럼에 속한 스타트업이 꿈꾸는 세상은 단체를 만들고 오늘과 같은 행사를 여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회사에서 어떻게하면 고객에서 좋은 가치를 줄 수 있을지 혁신을 고민하며 자신의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