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우더 샤오미 부회장, “고객을 위해 일하지 않는 기업은 망한다.”
IT트렌드에 관심있는 이들중 샤오미를 모르는 이는 드물것이다. 몇년 간의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샤오미는 다시 성장률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애플 산자이(짝퉁)였던 기업이 설립 7년사이 로컬과 글로벌에서 유력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성장 배경으로는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중국 제조 인프라 등 외형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람, 인재다. 샤오미는 그간 다각적인 제품군을 선보임과 동시에 인재 영입에도 힘을 쏟아왔다. 특히 공동창업자 급의 12인은 오늘날 샤오미가 있게 한, 그리고 샤오미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핵심인사로 꼽힌다.
그중에 리우더 (劉德, 류더) 부대표는 샤오미를 공동설립한 인물로 샤오미 제품군의 디자인과 샤오미 제품 생태계 발전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주축이다. 샤오미의 디자인은 이 사람을 통해서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우더는 미국 캘리포나아 아트센터디자인대학 개교 이래 20명 밖에 되지 않는 중국인 졸업생으로 북경공업대학 산업디자인과를 창설하여 학과장을 맡은 중국 1세대 산업디자인 전문가이다.
이하 리우더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샤오미는 젊은 기업으로 알려져있다. 직원 평균 나이는 어떻게 되나?
평균 26세다. 경영진도 평균 40세 밖에 되지 않는다. 더불어 모두 창업을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고, 자수성가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긍정적인 마인드로 회사를 설립해 이끌고 있고, 그것이 샤오미가 발전할 수 있었던 주요 이유중 하나다.
당신도 창업의 경험이 있나? 북경공업대학 산업디자인학과를 설립해 학과장을 역임했다고 알고있다. 그리고 샤오미에 어떻게 합류하게 된건가?
학과장을 하면서 디자인 관련 사업도 병행했었다. 샤오미에 합류하기 전 미국에서 디자인 관련 사업을 하고 있을 때 레이쥔 대표가 미국으로 찾아왔다.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교체기에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 그때가 내 나이 37살 때다. 함께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 판단했다.
레이쥔 대표는 샤오미 창업전부터 알던 사이인가?
나를 포함해 경영진 대부분이 샤오미로 모이기 이전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친구의 친구 정도였을 뿐이다.
여담이지만, 레이쥔 대표는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출근시간에 늦지 않기위해 직원들이 엘리베이터에 몰려들 때 레이쥔 대표가 밀려서 못 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경우 줄 맨 끝에 서거나 계단으로 올라가곤 하더라.
샤오미가 기존회사들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 팬덤문화다. 샤오미의 팬덤이 두텁다.
샤오미는 창립 6개월 만에 150만 정도의 고객을 확보했다. 그러한 팬덤을 바탕으로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성과를 거뒀다. 현재 미팬의 수는 1억 5천 만 이상이다. 우리가 별도의 홍보를 하지 않음에도 우리 제품에 대한 정보는 그들에 의해 전파되고 확산된다.
일례로 샤오미가 내놓은 어느 상품의 경우 20만 개를 초도물량으로 잡았는데, 판매 첫 날 1500만 명이 동시접속해 해당 제품 구매를 시도한 적도 있다. 나인봇미니의 경우 40만 명이 동시 접속해서 구매를 시도했다.
그러한 팬덤이 형성된 비결이 뭐라고 보나?
우선 제품이 충분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체조사를 통해 살펴보니 우리 휴대폰 고객이 하루 평균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횟수가 110회였다. 문자 메시지 확인, 멀티미디어 감상, 쇼핑, SNS 활용 등 모든 수치를 통틀어서다. 우리는 고객들의 시선을 끄는 것을 연구했고 그것이 어필되었다고 본다.
샤오미 산자이도 많다고 들었다. 샤오미가 가격과 성능 기준을 높여놓았기에 샤오미를 넘어서야 경쟁력이 생기게 된 상황이다.
카피만 했던 회사들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가격만 저렴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성능과 가격에 양쪽에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샤오미 제품은 기존 메이커 제품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 심지어 산자이 제품과도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부품의 원가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느 메이커가 다수의 모델을 만든다면, 샤오미는 1개의 제품에 집중한다. 운영효율 측면에서 다른 회사가 제품이 나올때마다 마케팅 비용을 쓴다면 샤오미는 마케팅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다. 영역별 제품은 1~2개, 그리고 운영원가를 줄이고 마케팅 비용을 줄인다. 그렇게 비용을 줄여 제품원가에 반영하고 있다.
샤오미는 현재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만물상이라는 별칭도 따라다닌다. 이렇듯 전방위적으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이유가 뭔가?
샤오미는 충분한 고객이 있고, 인터넷 판매 플랫폼도 있다. 다른 것을 안하는 것이 자원낭비라고 판단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만족을 얻은 고객이 소소하게는 보조배터리를 구매할 수 있고, 종국에는 부동산, 신용카드 고객까지 될 수 있다고 본다. 더불어 우리가 여느 회사와 다른 점이라면, 연구개발 단계부터 사용자(미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의견을 제품에 적극 반영한다. 그렇기에 출시 단계부터 어느정도 고객군이 확보된 상황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샤오미의 제품은 어디서 만드나? 그리고 품질관리는 어떻게 하나?
직접 만든다. 제품 품질 관리도 직접하고 있다. 본사에서 제품 기획과 디자인, 가격, 사용 부품에 대해 결정해 퀄리티 컨트롤을 한다. 협력기업도 전세계에 걸쳐 포진해 있다.
현재 샤오미의 자회사는 56개가 있다. 그 자회사에서 제품을 만들어낸다고 보면 된다. 샤오미는 사업체 별로 R&D센터가 있다. 휴대폰이면 휴대폰 R&D, 공유기면 공유기 R&D가 있는 셈이다. 다만 너무 방대해지고 있어 최소화하려 한다.
샤오미를 언급할 때 애플이 함께 언급된다.
애플은 미국 문화가 기저에 있고, 샤오미는 중국문화가 지탱을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미국 문화가 널리 퍼져있기에 애플의 확장이 가능했다고 본다. 아이폰 이전에도 터치가 되는 수많은 휴대폰이 있었지만, 아이폰만큼 성공을 거두지는 못 했다. 아이폰이 그렇게 성공한 이유는 그것을 지탱하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만들때 타사 제품들을 놓고 비교한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가 주목한 제품은 아이폰이었다. 애플과 아이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화웨이나 ZTE 등 기업과 샤오미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화웨이와 ZTE는 휴대폰과 네트워크 솔루션 제조사다. 그것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샤오미는 인터넷 기업이다.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하고 만들어가는 기업인 것이다. 외부에서 스마트폰이 우리의 주력상품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우리의 주력은 그 일(제조업)이 아니다. 휴대폰이 매개체다. 그것을 바탕으로 결제 시스템, 홈네트워크 등 시스템을 구축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지향한다.
알리바바 등 T.A.B(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기업과 사업적 충돌이 있지는 않나.
샤오미와 알리바바는 다르다. 알리바바는 플랫폼 기업이다. 이후 단계는 지급, 결제 시스템으로 넘어갈거라 본다. 샤오미는 제품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작 단계가 다르다. 디바이스를 통해 인터넷 사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힘든길을 가는 이유는 다른 길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 샤오미는 다른길이 없어 이길을 걸었고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있을 뿐이다.
한편 여타 중국 기업들이 샤오미의 전략을 참고하고 있다. 어떻게보면 중국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스쿨의 역할이다. 샤오미제이션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스타트업 상당수가 직접 찾아와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성실히 답변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샤오미가 중국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줬다는 의견도 있다. 협력해 창조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된 것이다.
샤오미를 비롯해 근래 등장한 중국 스타트업은 내수시장에 집중한다 하더라도 글로벌 기업형태에 가깝다.
소비자에 집중하는 형태라고 본다. 현재와 같은 인터넷 시대는 고객을 속일 수 없다. 불만이 생기면 인터넷에 바로 올리는 것도 현재 소비자다. 반면에 제품이 좋으면 입소문도 순식간에 일어난다. 한 사람의 소비자가 1인 미디어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고객이 바라는 것이 그 어느 시대보다 커졌다. 과거에는 고객이 제품의 원가를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제품을 사기 전 구매평부터 보는 것이 패턴이다. 어떤 구매자는 제품을 산 뒤에 해체해서 어떤 부품이 사용되었는지, 단가는 얼마인지 낱낱이 분석해 온라인에 공개하기까지 한다. 소비자는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다. 제일 먼저 이것을 파악하는 회사가 가장 잘 활용하게 마련이다. 샤오미는 그것을 파악해 사업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고객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응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말해 고객과 접점이 많은 직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샤오미는 직원들이 서비스 마인드를 어떻게 교육하고 있나?
우리는 처음부터 소비자를 지향하며 회사를 세웠다. 초기 10여 명으로 시작할 때부터 관련 카페와 블로그에 들어가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아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표부터 말단직원까지 그러한 패턴으로 일을 하고있다. 갓 입사한 직원에게도 그점을 강조한다.
부서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샤오미가 인재를 선택하는 대전제는 인간성이다. 팀원 및 제휴사와 협력과 화합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직원과 연애를 하듯이 지낸다. 서로 눈이 맞아야 한다. 이런 부분이 부족하면 관리비용도 많이 들어갈거다.
그러한 고객대응 방식을 선택한 배경이 있나?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일 저렴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돈이 많았다면 마케팅 비용을 들여 진행했을 수도 있다. 관련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누구나 콜센터 직원이 되어 대응해야 한다. 샤오미는 사업 초기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해야하는 상황이었기에 선택한 방법이다. 그것이 결과가 좋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접근방식이다. 그런데 샤오미는 창업 초기 급속하게 고객이 반응을 보였다. 세부적인 차별점은 무엇인가?
시작부터 반응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면서 확장된 측면이 강하다. 다만, 우리는 고객의 아주 작은 반응이라도 듣고 피드백을 남겼다. 그것이 컸다고 본다. 그 어떤 기업도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적극적인 피드백은 할 수 있다.
더불어 샤오미는 초창기 젊은세대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그것에서 적극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이유를 살펴보니 젊은세대가 우리를 통해 ‘위로받고 있다’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이 기폭제가 됐다. 반면에 그들의 관심과 반응은 우리가 짊어져야 할 마음의 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5~60년 대 중국 정부에서 유행하던 말 중에 ‘국민을 믿고, 국민에 의지하고, 국민을 위해 서비스를 한다’ 표현이 있었다. 같은 맥락으로 당시 중국 공산당의 모토가 ‘국민을 위해 일하자’였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현세에 샤오미가 하려는 것이 그것이다.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어느 정부나 슬로건으로 삼는 내용일 거다. 하지만 쉽지 않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을 안 해도 월급이 나오지만, 우리같은 회사는 고객을 위해 일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다. 망하는거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정부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샤오미는 정부와 관계가 좋다고 들었다. 샤오미만의 방법론이 있나?
우선 규제와 제한 사항을 살펴 안 되는 것과 되는 것을 파악했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하기 보다는 우리의 비즈니스가 잘 될 수 있는 되는 길을 찾는 작업이었다. 더불어 정부의 정책과 제도에 대한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개진한다. 정부와 관계를 좋게 가져가며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중국 재경부나 통신부 등에서 샤오미 등 기업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으려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문 지식에 대해 청취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현재는 정부 정책에 대한 개선점 등 기업의 의견을 듣고 있다. 어떻게 보면 목적이 같다. 정부도 실적을 내야하고, 기업도 실적을 내야한다. 기업이 이익이 나야 정부도 실적이 나지 않겠나.
중국에는 하이테크기업 인증 제도가 있다. 승인을 받을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영업이익의 6%를 R&D에 투자해야 한다는 거다. 제조업은 부지도 확보해야 하고, 공장을 짓고, 공장을 세워야 하는데 6%면 적지않다. 샤오미는 6%미만으로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고있지만 해당 인증을 취득했다. 정부에 기존 기업과 샤오미 등 인터넷 기업의 R&D는 다르다고 역설했다. 기존기업이 투자대비 몇 십배의 경제효과를 낸다면, 샤오미는 몇 천 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적은 투자비용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의 투자는 인재에 대한 투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관계자들이 샤오미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추구하는 긍정적 마인드도 있다. 샤오미는 밝고 건전한 분위기의 회사를 지향한다. 그리고 투명성을 강조한다.
중국과 한국은 창업 열풍이 불고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나?
회사가 크려면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경제적인 구조도 호응해야 한다. 창업자 한 사람의 힘으로는 회사를 크게 만들 수 없다. 더불어 시대가 주는 기회가 있다. 중국에서 가전제품을 많이 사던 시절에는 하이얼과 같은 전제제품 회사가 발전했고, PC시대로 접어들면서 레노버와 같은 회사가 급성장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일거다. 그런 기회가 없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회사를 크게 성장시키는 것은 어렵다. 지금도 여러분야에서 혁신을 찾을 기회가 있다고 본다. 샤오미도 모바일로 넘어오는 과도기에서 기회를 잡아 성장한 기업이다. 그 시점을 못 찾았다면 성장하지 못 했을 거다.
중국 정부에서 창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고있나?
기본적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자금지원과 공간 지원을 하고있다.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 연결하는 네트워커 역할도 한다. 창업이라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정책도 병행한다.
샤오미는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더불어 엔젤투자도 하고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등이 자신의 집 차고에서 창업을 시작했지만, 현대 중국 젊은이들에게 차고가 어딨겠나. 현재 시장은 노력과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국도 창업을 해서 5년을 넘기는 기업이 5%정도 밖에 안된다. 그들의 지속성을 위해 엔젤투자를 하고있다.
한국에서도 샤오미와 같은 기업이 커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있다. 특히, 최근 심천(선전)쪽 제조 인프라를 살피기 위한 비즈니스 트립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샤오미에서 맡은 분야가 기술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 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 접근이라 본다. 중국은 아무래도 원자재 확보하는 것이 쉽다. 하드웨어 창업을 생각한다면 중국은 좋은 여건을 제공하는 생태계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