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369] 고객과 함께 살아 숨쉬는 브랜드를 지향한다.

‘한복을 일상에 적용하다’라는 뜻을 가진 하플리는 한복 큐레이션 편집숍이다. 1920년대 개화기에서 영감을 받고 ‘허리에 선 장식이 있는 철릭(고려시대 의복)’을 본따 만든 현대식 한복과 주름치마, 여기에 간단하게 매치가 가능한 노리개와 귀걸이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하플리 이지언 대표는 대학교 졸업반 시절 우연히 한복의 아름다움을 접했고 이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2년전 부모님 앞에서 한 사업계획 발표를 통해 받은 시드머니 5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이 대표는 매일매일 자신처럼 한복을 좋아하는 이들과 직접 소통하며 하플리만의 한복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수천 년간 향유됐던 한복을 알리는 동시에 살아 숨쉬는 브랜드로 하플리가 기억됐으면 한다”는 이지언 대표를 만났다.

이지언 하플리 대표/사진=플래텀 DB

한복에 처음 빠지게 된 계기는.

누군가 졸업 기념으로 궁에 한복을 입고 놀러간 걸 봤다. 마침 대학교 졸업반이었고 모습이 예뻐보여 나도 따라입고 궁에 갔다. 그때는 한복을 입고 가는 이가 없어 수근거리는 느낌도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한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좋아했다.

사업, 잘 될 거라 생각하고 시작했나.

전혀. 한복이 아름답고 편한 옷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무작정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다들 예쁘다고 했다. 같이 코디한 신발도 궁금해했다. 그때 처음으로 고객의 존재를 알았다. 이후 진행한 팝업 스토어에서 매출이 잘 나서 본격적으로 사업적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하플리를 한복 큐레이션 편집샵으로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나.

2년 전 한복 편집샵으로 시작했다. 4개 브랜드로 진행한 홍대 팝업스토어에선 하루 매출만 1천만원이 났다. 인스타그램 활동도 두 달간 열심히 하니 3천명의 팔로워를 모았고. 이 때 이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2016년부턴 점차 우리 브랜드의 색깔을 찾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찾는 데도 집중했다. 그 결과 올해부터는 기획 및 PB(자체제작)상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중은 더 이상 단순 비교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브랜드 입점은 유지하되 기획상품 PB 구성을 늘려가고 있다. 실제로도 매출의 반절 정도가 기획 상품에서 나고 있다. 아울러 올해 및 내년 초까지 품목도 다양화 할 생각이다. 전통 모티브를 담은 코트,가방 및 신발 등을 준비하고 있다.

본인이 보기에 하플리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대중이 한복을 바라보는 두려움을 줄여줬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본다. ‘혼자 한복을 좋아하면 어떡하지’, ‘한복을 입고 다닌다고 이상하게 여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이 고민을 하플리에서 해결해주고 있다. 우리 고객의 대부분이 한복을 사고 싶어 오래 고민했지만 튀어 보일까 하는 마음에 주저했던 사람이다.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막연한 걱정에서 해소됐다는 분이 적지않다. 첫 방문을 시작으로 재구매율 80%, 2주 내에 100만원씩 구매하는 고객이 점차 느는 것도 이 때문인듯 하다.

덧붙이면 요즘은 유통 트렌드가 변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껏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며 느낀 건 대중이 예전의 방식대로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본인과 비슷한 일반인을 좋아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따라 구매하는 성향이 있다. 한복에 대한 두려움을 일반인 인플루언서의 도움으로 줄일 수 있게 돼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

동남아에서도 문의가 많다고.

동남아시아 상당수 국가가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 항상 여름같은 날씨여서 제품이 잘 되면 지속적으로 많이 판매할 수 있다는 이점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도 강하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인스타그램검색’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인구 80%가 인스타그램을 검색해서 소비하기 때문에 생긴 신조어다. 하플리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성장을 꾀하는 기업이다. 동남아시아에 관심 있는 분들도 우리 문을 두드려 주시면 좋겠다.

한복이라는 아이템은 신선하지만, 매니아로 구성된 시장인 만큼 마케팅 전략이 다를 것 같다.

규모를 성장시키는 게 어렵다. 지금껏 잘 찾지 않았고 그만큼 독특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복시장이 1조원 규모인데 여기엔 혼주한복,원단 등 결혼예물이 대부분의 규모를 차지한다. 생활한복 시장 규모는 측정된 자료조차도 없다. 큰 시장의 기업만큼 규모를 키우기엔 속도와 체력에서 힘에 부치는 편이다. 그래서 다수의 사용자 확보보다 재구매율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그게 바로 밀착 스킨십으로 대표되는 고객관리다. 소셜네트워크에서 고객과 일일이 댓글을 달며 소통하고 있다. 팬덤을 만든 거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현재의 재구매율이다.

영업을 잘 해왔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까.

그 개념과는 좀 다른 것 같다. 물건을 팔기 위해 물건 얘길 하기보단 고객과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는 하플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굴 만나든 우리 옷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본 적은 없다. 고객과의 유대관계를 먼저 쌓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기본적으로 대중이 일상복으로 한복을 입지 않기 때문에 작다.

사견이지만, 우리는 개화기 이후 일제 강점기와 새마을운동이라는 문화 단절 시기가 있었다 본다. 일제 강점기에 식민 지배를 당하며 우리 문화가 열등하다는 인식을 가졌고 산업화 및 새마을 운동으로 인해 작업복으로 통일되는 복식문화가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문화가 단절된 동시에 한복은 열등하고 불편한 옷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은거다. 하플리는 이 인식을 바꿔나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고객의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생활에서 쉽게 손길이 닿는 ‘한복’을 입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우릴 믿어주는 고객이 있어 힘내서 하고 있다.

프라이머와 윤민창의재단에서 투자를 받았다. 

초기 스타트업은 고객과 시장이 증명되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그에 비해 우린 달랐던 점을 투자자들에게 강조했다. 거기에 혼자서 운영해도 이 정도인데, 자본과 시스템을 갖추면 더욱 잘 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그 결과 내부 개발자도 없는 1인 기업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근래 판매 되는 생활한복을 두고 일본의 ‘하카마’와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익숙한 한복은 조선시대의 복식이다. 사료가 풍부해 미디어에서 자주 다루기 좋기 때문이다. ‘한복이 한복 같아야지’ 하는 인식은 대부분 조선시대식 한복에서 나온다. 교육의 단절로 인해 생긴 편견으로 한복이 덜 알려진 것 같아 아쉽다. 하플리가 만드는 제품은 고려시대때 입은 한복 양식을 취한다. 이는 하카마와 다르다. 화려한 패턴 등으로 이질감을 느낄 수 있지만 고구려, 고려만 하더라도 꽃, 마름모, 줄무늬 등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했다.

고구려 여성 복식

해외에도 하플리와 같은 전통 의상 전문 브랜드가 있나.

‘상하이탕’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색계 탕웨이가 입은 치파오로 유명한 홍콩 패션 브랜드다. 또한 지난해 4월 ‘폼앤코’라는 개량 치파오를 판매하는 중국 스타트업이 약 4억원 정도 투자 받았다.

온.오프라인간 판매 채널의 확보 중 어떤 점에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있나 .

온라인에 집중하고 싶다. 온라인은 휴무에도 제품이 팔리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입점 브랜드 관리 및 거래처 관리 모두 온라인으로 제대로 해서 영역을 확장시키고 싶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장애물은 뭔가.

다른 데는 시장을 측정할 수 있는데 비해 우린 그 부분에 애로사항이 있다. 한복을 공개적으로 입는 이도 드물어 데이터가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우리의 고객일지 고민이다. 소비자와 고객은 다르다. 그 사이에서 팬도 다르다. 각각의 경계를 찾는게 관건이다. 그래서 일반인 뮤즈모델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꾸민 모습을 또다른 대중에게 보여주며 고객을 정의하려고 한다. 나름의 구간을 정의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함께할 팀원을 찾고 있다고. 

지금까지는 필요할 때 파트타이머, 혹은 TF팀으로 일했다.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짧더라도 경력자와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중요한 장기 프로젝트를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제는 시드투자도 두 군데서 유치했고 어떤 분야에서 사람이 필요한지도 감을 잡았다. 나는 소설네트워크 채널 관리, 고객 관리, 비주얼 홍보 부분에서는 어느정도 한다고 자평히자만 커머스의 이해도는 낮다고 본다.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분이 오길 바라고 있다.

하플리는 궁극적으로 어떤 브랜드가 되려고 하나.

고객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 숨쉬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시스템은 계속 성장하며 발전할 것이다. 동시에 연매출 1천억원을 이룬 패션 브랜드가 돼있길 희망한다. 이 두 가지가 목표다.

기자 / 인생의 최고 목표는 행복입니다. Stephanie Seo is a Editor of Platum. She covers a korea startup’s ecosystem with their team. She wants to watch the Korea startup growing into a great global company.

댓글

Leave a Comment


관련 기사

이벤트

프라이머 ‘스텔스 멘토링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트렌드

동영상 앱, 한국인 94% 사용…유튜브 사용시간 점유율 67%

트렌드

인스타그램, SNS 앱 사용자 1위…스레드 사용자 133% 급증

이벤트 스타트업

‘미래를 품은 이름들’ 프라이머 25기 데모데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