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73] 변화의 패턴을 읽을 줄 알아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좋은 선택을 할 줄 안다는 것은, 창업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자산일까. 사실상 그것이 창업자가 갖춰야 할 역량의 전부라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신용데이터의 김동호 대표는 그런 면에서 주목해볼 만 한 창업가다.
2011년 친구들과 함께 모바일리서치사인 아이디인큐를 창업한 김동호 대표는, 설립 만 5년 만에 대표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났다. 아이디인큐가 갤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업계 내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았던 시점이었다. SNS 계정을 통해 ‘아이디인큐의 제 2장을 열기 위한 선택’이라고 소회를 밝혔던 그는 사임 4개월 만에 지금의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다.
다소 딱딱한 사명을 가진 이 기업은, ‘캐시노트’라는 중소사업자용 회계 서비스를 내놓더니 월평균 성장률 90%를 달성해가며 해당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케이큐브벤처스, 디캠프, KG이니시스, 카카오 등으로부터 총 51억 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빠른 성장세와 명확한 수익 모델로, 한국신용데이터는 벤처 업계에서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이렇듯 그가 과감하면서도 성공적인 선택을 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또 그에게도 피하지 못한 시행착오의 과정이 있었을까. 김동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아이디인큐라는 회사가 더 잘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내부적 고민이 있었고,
그것들을 갈무리한 결과가 리더쉽 교체였다.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이디인큐를 이끌고, 또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김동호 대표 본인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었나.
많은 것이 남았다. 대표를 그만두는 날 SNS 계정에 글을 한 편 썼다. 대표라는 자리에서 운 좋게도 좋은 오해를 많이 받아왔다는 내용이었다. 대표에서 이사직으로 내려올 때, 당시 아이디인큐 내의 사번이 140번까지 있었다. 아이디인큐가 이뤄낸 성취는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4년 이상 함께 일해왔던 그 140명의 크고 작은 기여의 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과분한 주목을 받아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아마 수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느끼는 걸 거다.
창업자가 회사에 대해 갖는 애착은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나.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아이디인큐에는 조직 관리와 리서치업에 대한 더 전문적인 리더쉽이 필요했다. 오픈서베이가 많은 기업의 의사 결정을 돕고 있는데, 그것들을 잘 수행해내기에는 내가 부족한 게 많았다. 2014년 여름,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시점 이후로 적게는 4, 5년 많게는 10년 경력의 전문가들을 많이 영입했다. 결정 과정에서의 기준은 단 하나 ‘아이디인큐라는 회사가 더 잘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들이 필요한가?’였다. 마찬가지로 조직에서 나온 여러 의견을 하나로 갈무리한 결과 리더쉽 교체가 답이라고 봤다.
꿈틀거리기 시작한 변곡점의 언저리 어딘가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고, 1년을 다 쉬고 시작하면 늦을 것 같았다.
대표직 사임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현재 회사를 창업했다. 계획에 있었던 건가.
막연하게 1년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3년 간 기업에 있었고, 5년을 창업자로 살며 만 8년 정도 쉼없이 일을 했던 시점이었다. 1년 정도는 내가 잘 몰랐었던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프라인에 방점을 찍었다.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저 주변 지인 중 식당, 주점 등 오프라인 매장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 거래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인지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나의 이해도가 아주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또 자연스럽게 오프라인에서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의 금융 생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이디어를 얻었더라도, 다시 한번 창업을 결심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그 결정은 쉬웠다. 2011년 초에 아이디인큐를 창업했을 때와 비슷하게 패러다임의 변화가 몸으로 느껴졌다. 2016년 1분기 봄에 금융 산업에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2010년 말부터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모바일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처럼, 금융 시장 역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해나갈 것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1년 다 쉬고 시작하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핀테크 시장의 성장세가 창업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기준이 된 건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변곡점의 언저리 어딘가를 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거시적으로 ‘이 시장에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걸 예측할 수 있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더 필요했지만 말이다.
그러한 시장을 보는 감, 통찰력은 접하는 정보의 양도 중요할텐데.
일견 맞다. 하지만 정보를 많이 접하고 축적해나간다고 해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 같진 않다. 습득한 정보와 결합되어야 하는 것이 패턴을 읽는 능력이다. 한국에 PC가 90년대에 들어와 대중화되는 데에만 10년 정도가 걸렸다. 스마트폰의 보급 속도는 그보다 빠르다. 2010년도에 보급되기 시작해서 인구의 80%가 사용하기까지 딱 3년 반이 걸렸다. 가면 갈수록 패러다임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2016년도에는 이미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고, 모바일 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패턴을 되짚어 볼 때,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소비자 데이터를 다루다가 왜 갑자기 핀테크 창업을 했느냐고 묻는다.
내겐 두 업이 다르지 않다. 10년간 꾸준히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것을 문제라고 정의했나.
오프라인 사업자들에게 효율적인 금융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업장을 운영하다 보면 사장님은 할 일이 굉장히 많다. 갑자기 아르바이트생이 자리를 비우면 설거지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동시에 세무 신고, 매출 관리, 시재 관리까지 해야 한다. 카드 결제를 하면 소비자는 편하지만, 매장 사업자 입장에서는 결제일이 언제가 될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매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를 받을 때도 최소 6개의 서류를 끊어가야 했다. 개인의 경우 신용, 금융 거래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있어 신분증 하나만 들고 가면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자의 경우 그 DB가 충분히 쌓여 있지 않기 때문에 은행에 갈 때마다 번거로운 서류가 수반되어야 했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캐시노트)에는 여러 기능이 있다. 그 중 첫 번째가 매출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간결한 형태로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게 돕는 기능이다. 그다음으로는 현금 영수증, 세금 계산서 정보를 다루는 거래 정보 관리 기능이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최소 4~5개의 앱을 깔아 이 금융 정보를 관리했다. 캐시노트의 경우 한 번만 서버에 신상 등록을 하면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을 통해 모든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소비자 데이터를 다루다가 왜 갑자기 핀테크 창업을 했느냐고 묻는다. 내겐 두 업이 다르지 않다. 아이디인큐에서는 소비자 데이터를, 한국신용평가에서는 금융 데이터를 다루고 있다. 10년간 꾸준히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는 중소사업자 대출 신용 평가와 관련한 서비스 ‘크레딧체크’도 함께 제공했다. 지금은 그 서비스는 운영하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 크레딧체크는 사업자들의 신용평가, 대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솔루션이었고 실제로 몇몇 회사에 도입이 되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은 것인가.
시행착오라기보다는 가지고 있던 가설이 두 개였던 거다. 사업자 금융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A안, B안을 두고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 시험해본 셈이다. 원래는 상당 기간 두 서비스를 병행해서 운영할 거라고 가정했다. 금융 서비스라는 게 단기간에 승부가 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레딧체크도 꾸준히 문의가 들어오긴 했는데, 예상 외로 캐시노트가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4월 캐시노트를 첫 출시할 때만 해도, 올 연말까지 1만2천 개 고객사를 확보하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딱 세 달 만에 1만 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두 개의 안 중 하나가 너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올인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한 거다.
고객사들에게 캐시노트는 전화 앱보다도 사용 빈도가 높다.
100명 중 97명이 매일 한 번은 켜서 사용한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전략적인 접근이었나.
그렇다. 주 타깃 고객층이 사업자분들이다 보니 연령대가 다소 높다. 젊은 층조차도 요즘엔 앱을 설치하는 빈도수가 줄었다. 이 시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중장년층에게 모바일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답은 카카오톡이었다. 중장년층에게 있어 스마트폰 사용 이전과 이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카카오톡을 사용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모바일은 곧 카카오톡이다. 마침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지능형 API가 있었고, 이를 잘 이용하면 카카오톡이라는 안정적인 플랫폼 위에서 사용자들에게 효율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그 가설은 유효했다.
DAU가 굉장히 높다고.
전체 사용자 수를 100명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중 97명이 매일 캐시노트를 사용한다. 전화 앱의 DAU(하루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의 수) 비율도 97%는 안될거다. 이 말은 곧 캐시노트를 몰라서 안 쓰는 사람은 있어도, 일단 사용하기 시작하면 매일 한 번은 켠다는 이야기다. 매출을 관리해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일 접속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주는 고객이 많았기 때문에, 마케팅 예산도 기존 사업자 대비 약 10배는 적게 들었다. 서비스 런칭 한 달 후와 6개월 후의 고객사 수를 비교해보면 약 25배 늘었다.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
부분 유료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본 조회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더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때에는 월 4,900원의 비용을 받고 있다. 고객 중 세무 대행 전체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월 5만 원부터 시작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캐시노트를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나.
시장보다 몇 배 저렴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경쟁력이 다소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캐시노트의 사용자는 다른 업체에 세무 대행을 맡기는 것보다 우리에게 맡기는 게 훨씬 일이 수월해진다. 정보가 다 우리 플랫폼 내에 있기 때문이다. 세무 대행 전 과정을 우리가 처리하는 것은 아니고, 세무사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파트너사와 공동으로 일을 하고 있다. 세무 대행을 요청하는 고객사 중에서는 읍, 리에 위치한 작은 음식점도 있다.
투자사에게 돈만 받는 일은 절대 없다.
사업 진행 과정에 있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자가 좋은 투자자다.
빠른 성장세와 명확한 수익 모델로 VC 업계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졌다. KG이니시스와 카카오 등 자금뿐 아니라 전략적 측면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사들과 연을 맺었다.
초반에 케이큐브벤처스와 디캠프로부터 재무 투자를 받았다. 그 이후부터는 돈만은 절대 안 받는다. 무조건 우리 사업 진행 과정에 있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사인지를 중요하게 봤다. KG이니시스는 온라인 거래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PG사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가 온라인 사업자로 고객 범위를 넓혔을 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사다. 카카오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와 사업자 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데에 핵심적인 도움을 준다. 중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무 회계 솔루션에 있어서는 우리가 카카오의 유일한 공식 파트너다. 이를 통해 사업자들은 캐시노트 서비스에 대해 더 큰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아직 이른 이야기긴 하지만, 해외 진출 계획도 가지고 있나.
아직 전혀 없다. 내가 존경하는 트랜스링크캐피털 음재훈 대표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홈경기에서 이기기 전엔 어웨이경기에서 이길 생각 마라’는 말이다. 결국은 밑바닥을 단단히 다진 다음에 해외에 나가야 그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거다. 우리도 해외 비즈니스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해외 사업이 난이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이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단 국내에서 단단하게 자리 잡는 것만 바라보고 있다.
이견을 두고 건강하게 토론하는 것과,
모든 이견을 아우르는 뾰족하지 않은 대안을 내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만 7년 차 창업자로서, 지금까지 배운 것이 있다면.
지금은 극복을 했는데, 시행착오를 겪었던 부분 중 하나가 ‘좋은 사람 컴플렉스’였다. 리더라면 구성원의 대부분에게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스타트업은 굉장히 기민하게 움직여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조직이다. 스케일업 단계에 들어서면, 그 과정에서 당연히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건강하게 토론하는 것과 모든 이견을 아우를 수 있는 뾰족하지 않은 대안을 내는 것은 좀 다른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반대 의견을 감수하고서라도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리고 앞으로 전진해나가는 것이 생각보다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성공한 창업자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시장이 원하는 걸 만들어야 한다’는 파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미치면 된다’는 파로 갈린다. 본인은 어떤 쪽인가.
필요조건은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충분조건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현재의 아이템은 그런 면에서 나의 필요충분조건을 상당 부분 만족시킨다.
마지막으로 한국신용데이터의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그 잠재력에 비해 참 오랫동안 개발이 안 돼왔던 것 같다. 아직 이 시장에는 의미 있는 플랫폼 사업자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향후 1, 2년 이내에 사업장 20~30만 개를 고객사로 확보해 업계 내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중소 사업자들의 필수 서비스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스마트폰을 개통하면 바로 카카오톡 앱을 설치하듯이, 사업장을 연 사업자라면 캐시노트를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열심히 하겠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