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인으로 일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 중국인으로 일 한다는 것은 어떤 점이 같고 다를까. 이에 대해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31일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플래텀 공동 주최로 열린 ‘제2회 중국의 한국인’에서 이종숙 치후360 디렉터가 중국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의 소회를, 범유명 징동 매니저가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인으로서의 입장을 각각 공유했다. 다음은 두 사람의 강연내용 요약.

이종숙 치후360 디렉터 “중국에서 느낀 점 3가지…관리 능력, 계약에 대한 인식, 정책적 리스크”
리더의 관리능력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중국 기업은 어떻다고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기업마다 각각 다르다. 하지만 14년 간 일하며 느낀 큰 특징 중 하나는 리더에게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회사 리더의 능력에 따라 성과가 급격히 달라진다. 내가 근무했던 A기업은 직원들이 직장 생활을 ‘사회국가’처럼 했다. 출근 시간이 9시 반이었는데 그걸 지키는 직원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 10시 넘어 출근했고 점심 시간은 기본 2~3시간을 넘겼다. 전반적으로 일에 충실하지 못 한단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해피엘리먼트‘라는 게임 회사는 정반대였다. 거기선 모든 이들이 열심히 일하더라. 차이는 리더의 관리 능력이었다. 여담이지만, 앞서말한 A기업은 나중에 관리자 등이 교체되면서 변화가 일어 상장까지 했다. 관리의 중요성이다.
한국과 중국 기업의 퍼포먼스 차이는 월급을 생각하는 인식에서도 온다. 한국인이 직업의식과 책임감, 도리 모두를 더한 게 ‘임금’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중국인에게 급여란 단지 약속한 시간에 대한 투자다. 이들에게 더 좋은 퍼포먼스와 책임감을 요구하기 위해 리더는 더 큰 가치와 기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직원에게 성장 기회를 부여 해야 한다. 때문에 스피치 능력도 중시된다.
계약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국내 기업 관계자에게 ‘중국 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 ‘성과를 공유해주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기업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경우다. 상황을 통솔하는 간부가 바뀌면 모든 상황이 바뀌기 때문이다. 중국인에게 계약이란 협력의 시작일 뿐 이행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계약을 하더라도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모든 부분을 공유하지 않기도 했다. 그러므로 중국 기업과 계약을 해서 일을 진행하는 동안엔 스스로가 가진 핵심 가치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
정책적 리스크는 중국기업도 있다.
사드(THAAD) 때문에 많은 여러 분야 기업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말한다. 그런데 이런 리스크는 중국 업체도 마찬가지다. 중국기업, 특히 규모가 큰 업체는 정부 결정에 수긍하고 몸을 사린다. 하지만 중소업체는 그런 리스크를 안고 편법도 불사한다. 이러다가 생각했던 가치와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앞서 말한 협력 과정에서의 문제가 발생한다.
능력이 곧 실력인 나라.
중국을 시장으로만 인식하면 어렵다. 중국을 기반으로 시작하고 중국에서 성장하는 형태로 일을 한다면 사업하기에 훨씬 수월하다고 본다.
아울러 중국엔 성별, 나이, 학벌 등에 제한이 없다. 능력 위주로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분명히 기회가 열려 있다. 한국에선 직장 생활을 연차로 치지만 중국에선 그런 인식이 없다. 어쩔 땐 바로 고속승진이 가능하며 충분한 보상도 제공된다. 실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국에 가서 자리 잡을 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요구할 건 요구하는 대처가 필요하다.

범유명 징동 매니저, “중국 선도 이커머스 기업 징동의 특징 3가지, 속도, 소통, 기회”
‘속도’와 정확한 ‘타이밍’을 중시한다.
한국 기업을 다닐 때 결재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원, 과장, 팀장, 이사 등 질서가 명확하고. 그에 비해 중국 기업, 특히 징동은 속도를 강조하기에 자연스레 보고체계가 짧다. 형식에 관계없이 메일로도 보고할 수 있도록 한다. ‘결정이 빨라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전자상거래 업체인 만큼 빠른 대응이 요구되기도 한다. 의사결정권자를 비롯해 직원들은 아무리 늦어도 24시간 내에 피드백을 해야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개인용과 회사용으로 구분해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나온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징동의 평균 퇴근시간은 저녁 9시 52분이다. 화웨이와 텐센트, 알리바바(9시 50분)의 평균에 이은 수치다. 업무 강도도 세고 퇴근시간이 말해주듯이 야근도 많지만 강제로 하는 건 아니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속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프로젝트 중 싸우듯이 ‘소통’을 한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솔직한 의견 교환은 필수다. 때문에 징동에서는 친한 동료라 하더라도 프로젝트를 진행 할 때 각자의 생각을 얘기하며 싸우듯이 토론을 하기도 한다. 겸양을 따지지 않고 실질적인 소통을 통해 속도와 추진력을 얻는 것이다. 그 사이에서 리더가 정리를 해준다.
내부 직원에게 ‘기회’를 부여한다.
징동에는 ’78정책’이라는 것이 있다. 승진 자리가 생길 때 내부직원에서 80%를 선발하고, 승진 조건에 모든 게 부합하지 않더라도 해당 직위를 수행하기에 70%이상 능력을 갖고 있으면 대상자로 선정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젊은 나이라도 리더가 될 수 있다.

중국기업에선 인재를 어떻게 성장시킬까. 기업이 운영되는 방향은 어떻게 정해질까. 또 중국 진출을 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중요시해야 될까.
이날 발표를 진행한 이종숙 치후360 디렉터와 범유명 징동 매니저, 이민기 티몰글로벌 시니어 매니저가 위 주제로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토론 진행은 오방혁 플래텀 디렉터가 맡았다.
알리바바의 인사제도와 이직률, 그리고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민기 티몰글로벌 시니어 매니저 : 업무 성과평가와 가치관 평가가 있다. 각 평가를 등급으로 나눈다. 업무성과가 아무리 잘 나와도 가치관 평가에서 일정수준이상이 안 나오면 영향이 있다. 이직률은 한국 기업에 비해서는 높다할 수 있지만, 중국 기준에서 보면 높은편은 아니다. 알리바바에서는 실패, 실수를 했을 때 그것을 분석하고 개선하고 데이터화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한다. 이것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징동의 78정책에 대해 묻자. 해당 정책에서 데이터를 통해 직무적합도를 평가한다고 했는데, 어떤 데이터인가? *78정책 : 징동의 인사 정책. 승진 자리가 생길 때 내부직원에서 80%를 선발하고, 승진 조건에 모든 게 부합하지 않더라도 해당 직위를 수행하기에 70%이상 능력을 갖고 있으면 대상자로 선정한다는 내용.
범유명 징동 매니저: 일단 자리가 나면 어떤 역할인지 파악하고 관련 후보군을 정하고 이들의 개괄적인 데이터를 추출한다. 기준은 전에 맡았던 프로젝트와 성과다. 각 후보자의 성과, 맡은 일의 적합도,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태도 등을 분석한다.
중국 회사에서 연봉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은 어떤 노력을 하나.
이종숙 치후360 디렉터 : 연봉을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는 이직이 있겠다. 중국 기업에서 승진 등 평가를 할 때는 업무 평가 기준으로 조정선이 나온다. 직원들은 그에 맞게 준비하고 위로 올라간다. 참고로, 중국 업체는 월급 외에도 주식, 옵션을 주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도 선호하는 방식이다.
중국기업의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점인데, 알리바바와 같은 대기업이 그에 못지 않다.
이민기 : 알리바바에 스타트업 정신이 있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본다. 이번에 한국에 올때 팀장에게 출장 사유를 설명하고 확정되는데까지 20분 걸렸다. 아마 한국 기업이었다면 거치는 과정이 많았을거다. 우리가 쓰는 기업 메신저가 있다. 이게 좀 무섭다.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을 구분해 안 읽은 사람에게 문자가 가고 전화를 통해 기계가 내용을 읽어준다. 확인하면 관리자에게 알려주고. 이런 메신저를 쓴다는 건 그만큼 속도와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긴급한 업무일 경우 대표에게 메일로 10줄 안쪽으로 간략하게 보고를 할 때도 있다. ‘동의’한다는 회신이 오면 그것을 관련직원 모두에게 보내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 알리바바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징동과 알리바바의 직원 평균 퇴근 시간이 업계 최고 수준이다. 피드백 부분도 타이트한 느낌이고. 한국이라면 꽤나 반발을 살만한 부분인데.
이민기 : 내가 한국기업에 있었다면 그랬을 수도 있겠다. 책임감에 따른 업무 태도라고 보면 될듯 싶다. 일단 관여하는 프로젝트가 많다. 내가 피드백을 늦게 하면 직원들과 프로젝트에 영향을 끼칠 것이고 경쟁사가 따라올거다. 더 좋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전하는 것이 늦어질 거고.
범우명 : 강제로 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의 프로젝트에 따른 선택이 많다.
중국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이종숙 : 긍정적인 평가는 ‘한국인은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보통 한국 사람에 대해 ‘노력하고 책임감 있게 일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반대로 ‘아웃풋이 잘 안난다’는 평가도 있다. 보통 한국 기업에서는 상사의 결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일을 하는 편이지 않나. 그래서 인풋만 있고 의견을 얘기하는 등 아웃풋 부분에서는 소극적이란 인식이 있다. 중국은 상하관계가 뚜렷하지만 윗 사람과 뭔가를 결정할 때 부하직원도 명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말해야 한다. 물론 결정된 사안은 반드시 따른다.
중국 전자상거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글로벌 진출은 소극적이란 평이 있다.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인가.
범우명 : 징동을 비롯해 중국내 IT기업 대다수가 내수시장에 만족하지 않는다. 징동의 경우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으로 진출했다. 해외에 투자를 집행하기도 한다.
중국회사에서 일하려면 어떤 경쟁력이 필요할까.
이민기 : 중국어를 잘하는 한국인은 많다. 하지만 중국기업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서는 주니어 이상의 경력을 가진 한국 사람이 적다. 관련 경력을 쌓는다면 중국 대기업이 오퍼를 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범유명 : 누구나 규모가 큰 기업에서 일하고 싶을거다. 하지만 그전에 냉정하게 본인의 업력을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 아울러 언어와 함께 문화 및 체계에 대한 적응도 필요하다.
이종숙 : 중국 기업이 중국 내 사업을 위해 한국인 직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중국 업체에 입사하려면 다른걸 다 떠나서 문을 두드리는게 먼저다. 하고싶은 일이 있고 목표로 하는 업체가 있다면 과감히 시도를 하는 것이 시작이다. 기회는 찾는 이에게 온다. 용기 있게 도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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