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이어져 온 한국 벤처캐피탈의 현황은 어떨까. 또한 국내 벤처캐피탈이 벤치마크해야 할 모델은 무엇일까.
벤처캐피탈 산업을 둘러싼 변화의 흐름을 직접 만들어 온 5명의 벤처캐피탈리스트가 국내 벤처캐피탈을 진단하고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고병철 상무, 송은강 대표 두 사람은 패널 중 업계에서 가장 오래 종사했다. VC 업계, 큰 틀에서 어떻게 바뀌었나.
송은강 대표(이하 ‘송’):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 마이크로 VC 등 다양한 투자 영역이 등장한 게 눈에 띈다. 이들은 린스타트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 엔젤리스트가 있다면 한국엔 크라우드펀딩,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시도가 있었다.
고병철 상무(이하 ‘고’): 투자사 규모가 커지고 다양해 졌으며 보다 선진화 되었다. 투자측면에서 자금 소유 및 공급이 많아지면서 전체적으론 정보 불균형이 어느정도 개선됐고. 동시에 갑-을의 위치도 상당히 바뀌었다.
강석흔, 이준표, 류중희 대표는 투자자이기 전 창업해 엑싯한 경험이 있다. 두 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해달라.
류중희 대표(이하 ‘류’): 창업자일 때와 투자자일 때 입장이 정말 다르다. 창업자일 때는 투자자가 가지는 지분율에 불만을 종종 표시했다. 그에 비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껏 멘토링하고 도운 게 있으니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국내 벤처업계가 구성돼 온 30년 동안 이 인식이 팽배했는데, 지금은 좀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강석흔 대표(이하 ‘강’) : VC 관점에서 얘기를 하자면, 투자자 가운데 자본이 오고 가는 만큼 ‘실패’를 피하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벤처투자자는 ‘삼진아웃’을 당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배팅하는 경향이 더 커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이 점을 생각하며 운영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준표 파트너(이하 ‘이’): 사업의 흥망은 판단하기 어렵다. 이를 숫자로 판단하는 분들이 있는데, 지엽적인 투자 관점이 아닌가 싶다. 또한 ‘클럽딜’이라고 해서 몇 군데씩 나눠서 투자하기도 한다. 비난할 순 없지만, 이들이 사업의 본질을 알고 투자하는 걸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다만 요즘은 긍정적인 추세로 변하고 있다고 본다.
투자는 어떻게 결정하나?
이: 다들 발표를 잘 하기에 IR이나 보고서만 보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내에서 초기 기업 심사를 담당하는 이들은 총 4명이다. 이들은 산업에 대한 이해 및 투자가치가 있는 산업인지, 팀이 구사하는 전략과 방향성이 알맞은지를 본다. 거기서 4명 모두 동의하면 투자 한다. 보통 IR만 보고 판단 하진 않는다.
송: 어떤 VC도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투자를 결정하지 않는다. 회사를 이해하고 산업을 이해해야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고, 좋은 가이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원칙으로 운영 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미국에선 투자를 돕는 풀타임 서포터를 두는 게 유행이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포지션이 도입된 사례가 있었나.
강: 기본적으로 서포트 인력을 두는 건 초기 단계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우린 초기기업을 조력하기 때문에 홍보도 돕고 법무적인 문제도 돕고 있다. 해외 지사 매니저를 두고 딜 소싱 및 해당 국가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돕기도 한다.
류: 풀타임 서포터는 스타트업의 HR, 멘토링, 특허 등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다만 대표 본인만큼 내부에서 같은 고민을 깊게 하고 있을까에 대해선 고민이 있다.
국내 VC 업계가 벤치마크해야 할 국가는 어디일까.
아: 이스라엘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인구 수가 적은데 비해 스타트업 지원이 활성화된 국가다. 국가에서 키운 뒤 미국 시장에 진출 시켜 IPO를 시키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강: 실리콘밸리에선 많은 정보가 공개돼 있어 아젠다를 설정하고 이끄는 면이 있고, 일본과 동남아에서의 VC 활동을 유념하면 좋겠다. 실제로 일본 투자사들이 동남아시아 진출을 많이 했다. 싱가폴VC의 경우 시장 잠재력 때문에 자국보다 동남아시아 다른 지역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다.
고: 벤치마크를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우리는 2천년대 중반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국내에서 잘 됐던 게 중국에선 잘 안되기도 하고 그 반대였던 적도 있다. 단순하게 국가 모델을 차용할 것도 아니고, 안 될거라 성급히 판단을 내리는 것도 지양하는 게 좋다고 본다.
벤처캐피탈 채용은 베일에 쌓여 있다. 어떻게 심사역을 채용하나. 그리고 주니어로 들어와 투자전문가로 일할 수 있나.
송: 우리는 이쪽 업계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한 사람 중심으로 본다. 현재 심사역을 한 명을 더 영입할 계획인데, 팀을 보완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
고: 실제로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투자는 최소한 어느 정도는 경험이 있어야 주관을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다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사실 투자는 주고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회수 및 LP와의 관계 등 할 것이 많다.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VC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강: 우리는 사회생활 1,2년차의 주니어를 뽑는다. 다른 창투사 출신은 영입하지 않는다. 투자사에서 오래 일하겠다는 사람도 대상이 아니다. 대신 나와서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 조인하겠다는 이들을 우선으로 본다.
류: 창업을 해봤거나 본인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 우린 논쟁해서 파트너를 이길수 있는 게 입사 자격이다. 이후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실제로 투자하는 걸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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