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 3조 원 ‘콰이’, 非 1선 도시민 공략이 성공 비결
아이유, 지드래곤 등 유명 연예인이 사용하면서 주목을 받은 중국의 동영상 공유 앱 ‘콰이(콰이쇼우, 快手)’ 열풍이 뜨겁다. 국내 대중에게 비친 첫인상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더빙 앱(사용자 비디오에 필터와 음성을 씌워 콘텐츠를 만드는 앱)’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는 보다 더 다양한 연령층과 계층의 사용자들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중 앱으로 자리 잡았다.
콰이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만 따져보면 약 3억6천만 달러(한화 약 4,002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5번의 투자 유치 중, 금액과 투자자가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은 2건밖에 되지 않으므로 실제 누적 투자 금액은 이를 넘어선다. 가장 최근인 올 3월에는 텐센트가 3억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밖에도 세쿼이아캐피털, 바이두 등의 유수 투자자를 등에 업었다.
콰이는 이미 2016년 상반기부터 중국 내 쟁쟁한 동영상 플랫폼인 투도우(TUDOU), 메이파이(Meipai) 등을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치 면에서 추월했다. 중국의 시장조사업체 퀘스트모바일 자료에 따르면 2017년 4월 기준 토도우의 MAU는 2,500만인 것에 비해, 콰이는 1억2천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콰이의 이처럼 가파른 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의 IT 매체인 차이나테크인사이트는 이를 ‘3, 4선 도시민의 힘’으로 해석한다.
■ 93%의 非 1선 도시민 공략이 성공 비결
중국 전체 인구 중 1선 도시 거주민의 비율은 7% 정도다. 하지만 중국 MCN 산업의 많은 부분은 1선 도시의 유명인사들, 곧 연예인과 왕홍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도시 간 경제·문화 생활 수준의 격차가 큰 중국의 경우, 트렌드가 1선 도시에서 시작해 2, 3, 4선 도시로 흘러 내려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본지에서 인터뷰한 중국의 MCN 플랫폼 ‘모차비디오’의 황이(黄毅) 대표 역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왕홍은 처음 웨이보 플랫폼을 통해 성장했다. 이 웨이보의 사용자 수 절반 이상이 3, 4선 도시 사람들이다.
이들이 1, 2선 도시민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소비 수준을 지향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도시 왕홍들이 큰 인기를 얻게 됐다.
이에 따라 메이파이를 포함한 타 경쟁사들은 모두 웨이보의 유명 인사를 앞세워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콰이는 유명 인사 중심의 트래픽 유도 전략을 구사하지 않았다. 대신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을 통해 무한한 잠재력을 갖게 된 1선 도시 바깥의 평범한 대중을 타깃으로 삼았다. 3, 4선 도시민을 흡수하며 성장한 중국의 소셜 플랫폼은 많지만, 콰이는 이들을 수동적인 관객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과 공유의 주체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기업이다. 콰이의 쑤화(宿華) 대표는 이를 두고 “콰이를 통해 중국 서민들의 진실된 삶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내버려 둬야, 공유한다
그 비결은 방임 정책이다. 콰이의 쑤화 대표는 한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사용자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사용자가 우리의 존재를 인지하지 않기를 원한다”면서, “플랫폼 내 콘텐츠가 의도적으로 조작된다고 느끼지 않아야만,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삶을 공유하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려고 할 것”이라는 플랫폼 운영 정책을 밝혔다.
실제 이들은 사용자 순위를 매기지 않으며, 유명 인사의 영상을 상단으로 끌어올려 시청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콰이 측에 따르면 콘텐츠 추천은 기계 학습 알고리즘에 의해 100% 작동되며, 이 과정에서 인력은 개입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사용자도 탐색 피드를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
탐색 피드를 구성하는 알고리즘은 해당 사용자의 과거 시청 이력과 선호도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또 ‘팔로우’, ‘탐색’, ‘촬영’으로 핵심 기능으로만 간단하게 꾸려진 앱 UI로, 중소 도시와 농촌 지역 중장년층의 접근성을 높였다.
이로 인해 콰이의 사용자 분포도는 타 경쟁사들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띤다. 경쟁사인 메이파이의 사용자 분포가 1선 도시민 13.7%, 2,3선 도시민 43.3%인 것에 비해 콰이는 1선 도시민이 4.8%로 낮고, 2,3선 도시민이 46.8%로 다소 높다.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농촌 지역 사용자 수치다. 메이파이가 5.7%에 그친 것에 비해, 콰이는 16.6%로 거의 3배 가까이 높았다.
콰이와 메이파이의 사용자 분포도 비교 (자료 출처 : 차이나테크인사이트)
■ 개인정보 유출, 광고 무단 게재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는 소셜 플랫폼
이처럼 사용자 콘텐츠에 대한 검열과 개입을 지양하다 보니 불거지는 문제들도 많다. 콰이 내에서는 팬들이 동영상 제작자에게 유료 아이템을 선물할 수 있는데,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올리는 사용자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는 14살의 임산부가 자신의 배를 찍은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됐다. 콰이는 당시 해당 사용자의 계정을 삭제하고, 이 문제에 관해 검찰과 논의했다고 밝히며 문제를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콰이가 부적절한 콘텐츠를 검열할 역량과 의지가 부족하므로, 국가 차원에서 플랫폼 운영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밖에도 전구 등 비식용 음식을 먹는 영상으로 주목을 끌려고 하는 등, 일부 사용자의 기괴한 행태들은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다.
해외로 사업을 넓히는 과정에서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콰이를 국내 대중에게 널리 알린 남태현-손담비 스캔들은, 저장된 영상이 바로 전체 공개되는 앱 속성을 파악하지 못해 벌어진 사고다. 영상 공개를 원하지 않는 사용자는, 앱 설정 자체를 비공개로 하거나 매번 비공개 설정을 표시해야 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용자라면 곤욕을 겪은 몇몇 연예인처럼, 원치 않게 사생활을 노출하게 될 위험이 크다.
사용자의 영상을 광고에 무단으로 사용하며 초상권 침해 논란도 겪었다. 자신의 영상이 광고에 사용된 사실도 몰랐던 몇몇 사용자가, 악플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고 호소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처음 콰이 측은 가입 시 동의한 서비스 이용약관에 ‘해당 서비스의 이용약관 및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따라 정보가 관리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발뺌했지만, 잇따른 비판에 결국 공식 계정을 통해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