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텀X셀레브] 세계가 놀란 천 원짜리 구닥다리 카메라 ‘구닥’
(Editor’s Note) 플래텀과 콘텐츠 제작사 셀레브(Sellev)가 창업자를 비롯한 도전자들의 분투기를 공동 제작합니다. 도전의 과정에 있는 독자분들께 영감 혹은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24장의 사진을 찍고, 3일을 꼬박 기다려야 내가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뷰파인더도 새끼손톱만 하고 프리뷰 기능도 제공되지 않는다. 심지어 유료(1.09달러)다. 필름카메라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7월 출시된 사진 앱 ‘구닥(Gudak)’의 이야기다. 이 아날로그 앱 서비스는 세계 9개 국 앱스토어 전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재미로 하다 보니까, 오히려 24시간 일하게 되더라.”
우리 팀 개발자가 ‘스쿠루바가 회사였으면, 구닥은 뜯어말렸을 아이템’이라고 하더라. 재미로 하는 거니까, 각자 본업이 있었으니까 만들 수 있었던 서비스다. 우리 팀은 일주일에 하루 식당이나 카페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데, 반절 이상이 아무 이야기다. 일 얘기는 아주 잠깐 하는데, 별별 아이디어가 다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뱉어놓고서 꼭 개발자 눈치를 본다. 못 만든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구닥은 개발자가 서버 비용도 안 들고, 제일 만들기 쉽다고 해서 도전해본 아이템이다. 처음엔 ‘누가 돈 주고 사겠어?’ 하는 마음에 무턱대고 유료로 올렸다.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
퇴근 시간 이후에는 노트북을 닫아버리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재미로 하는 거니까 사람이 24시간 일하게 되더라. 자다가도 재밌는 컨텐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혼자 새벽에 일어나서 만들고 그랬다. 대표님도 평일에는 미술 학원에서 학생들 가르치다가 앱 디자인하고, 개발자도 퇴근해서 자기 만들고 싶은 거 만들고. 스트레스 안 받으면서 일했다.
우리는 사실 벌써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구닥이 막 잘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분야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완전 비아이티 계열의 제품 디자인 쪽으로 갈 수도 있다. 보통 우리 경쟁사를 ‘아날로그 필름’이라고 말하던데,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게임 기업들이 우리의 경쟁사다. IT, 비 IT를 떠나 일상의 행위에서 오락적 재미를 주는 제품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2. 사진을 ‘찍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한다는 것
“망각의 시간 3일, 그 전에 무언가를 반복하면
장기 기억으로 저장이 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요즘엔 사진을 너무 쉽게 찍고 못 나오는 건 버려 버리지 않나. 우리는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도 굉장히 소중하다고 봤다. 피사체를 발견하고, 담는 과정의 가치를 살려보자는 걸로 처음 시작했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오마주 했고, 구닥이라는 이름은 ‘코닥(Kodak)’을 흉내 냈다. ‘구닥다리’라는 뜻이다.
3일 후에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첫 번째로는 과거 사진관에서 필름을 인화하면 딱 3일이 걸렸다. 그런 따뜻한 감성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또 3일이 망각의 시간이라고 한다. 3일이 지나면 많은 기억이 잊히는데, 그 전에 한 번 더 반복하면 장기 기억으로 저장이 된다.
장난 같지만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팀 내에서는 이 스토리를 굉장히 좋아해서, 앱 내에 설명을 넣을까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앱에는 구구절절 풀지 않았지만, 구닥을 사용하는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이야기가 퍼져 나가게 했다.
#3. 구닥의 마케터는 40만 명이다.
“제품 안에 ‘이야깃거리’를 잔뜩 넣으려고 노력했다.”
마케팅적 관점에서 보면, 제품 안에 ‘이야깃거리’를 잔뜩 넣으려고 노력했다. 구닥 앱은 사실 옆 사람과 얘기할만한 요소가 많다. 뷰파인더도 말도 안 되게 작고, 프리뷰 기능도 없다. 어떻게 찍힐지, 찍혔는지를 알 수가 없다. 할 말 없을 때, ‘이거 봤어?’ 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는 거지.
처음 몇몇 커뮤니티 반응을 살폈는데, ‘똥고집 작작 부려라’, ‘그렇게 불편한 거 좋아하면 물 길어다가 씻지 그러냐’ 등 80%가 악플이었다. 근데 그런 논란 덕분에 인기 게시글이 되어 결과적으로 이득을 봤다. 이후 구닥을 써본 사용자들이 지인에게 소개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나는 구닥의 마케터가 40만 명이라고 생각한다. 구닥을 사용해 본 사람은 꼭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를 퍼뜨리기 때문이다. 얘기할 거리를 주었다는 점이 가장 큰 흥행 요인이었던 것 같고, 그에 못지않게 기능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다. 대표님이 필름 사진 몇천 장을 분석해 아날로그 필름을 디지털상에서도 보여줄 방법을 연구했다.
– ‘구닥’을 만든 스크루바, 플래텀 인터뷰 전문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