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78]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분야를 개척하는 기업
“영화와 음악을 추천 받아 소비하는 세상인데, 순수문학도 그렇게 즐길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이선용 대표는 좋은 문학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어 10년 가까이 다닌 직장 생활을 접고 창업자로 출판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소설 전문 서비스 기업 ‘스튜디오봄봄’의 시작이다.
스튜디오봄봄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 않는 콘텐츠 생산을 전제로 42명의 걸출한 문학계 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모바일 시대에 걸맞는 원고지 10매 내외, 5000자를 넘지 않는 초단편 작품은 스튜디오봄봄을 알리는 대표 장르가 됐다. 세심한 작가관리와 콘텐츠 관리를 해낸 덕분일까. 이 서비스의 평균 결제율은 29%, 재결제율은 70%를 웃돈다.
‘소설계의 넷플릭스’를 지향하는 판다플립을 서비스 중인 스튜디오봄봄의 이선용 대표를 만났다.
초단편이 뭔가. 생소한 개념이다.
헤밍웨이가 두 문장으로 끝나는 소설을 쓴적이 있고, 일본에선 손바닥 소설이란게 있다. 이런 초단편은 짧고 굵게 소설을 읽을 수 있어 여러나라에서 두루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4월 네이버에서 ‘이 단편이 대단하다’는 컨셉으로 첫 선을 보였고, 작가 최민석의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이 유명하다. 다만 아직 정착된 장르는 아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있다. 웹툰, 드라마, 연극, 뮤지컬은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장르다. 책이라는 콘텐츠는 종이가 있는 동안 중요한 콘텐츠 매개체로 활약했지만, 모바일 흐름은 상대적으로 타지 못했다. 짧게 소비되는 트렌드에 맞춘 콘텐츠가 없었기에 소설을 그렇게 즐겨보면 어떨까 싶어 도입했다.
‘책 읽는 걸 꺼리는 사람을 위한 장르’인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일주일에 2,3권씩 읽는 사람부터 최근 10년 동안 한 권도 읽지 않은사람, 또는 읽고 싶지만 뭔가가 부담돼 못 읽는 사람 등 독자는 천차만별이다. 다만 독서 경험이 있어야 시장이 커진다 보고 잠재 고객을 위한 유발 요소로 ‘초단편’을 생각했다.
국내에서 ‘초단편’을 시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봤나.
작품성과 대중성이다. 이를 위해 필진이 중요했다.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했다.
그 결과 현재 국내 문단에서 주목받는 성석제, 김연수, 장강명 등 필진과 함께하고 있다. 어떻게 섭외했나.
국내 출판 시장을 두고 비관적인 이야기가 많다. ‘책 안 읽는다’, ‘국가에 미래가 없다’, ‘출판 시장은 어렵다’고 한다. 관건은 이를 해결할 만한 뚜렷한 뭔가가 없다는 점이다. 더 많은 이들이 순수문학을 즐기게 하기 위한 교두보가 뭘까 고민했다. 우리의 해결책은 초단편이었고, 필진을 섭외할 때 이 점을 적극 어필했다. 섭외가 쉽지는 않았다. 거절도 많이 당했다.
초단편이란 장르가 생소한 만큼 콘텐츠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게 관건이다. 사실 이런 서비스는 단번에 성장해 잘 되는 게 좋긴 하다. 하지만 그 전에 양질의 콘텐츠가 확보돼야 한다. 이를 잘 쌓으며 수익을 내는 접점을 찾고 있다.
현재 필진은 42명, 방문자수는 9만명이다. 반응은 좋다. 초단편만을 위해 과금하진 않지만, 금방 읽을 수 있어 좋다거나 짧아도 충분히 재미있고 여운이 있다는 반응이 많다.
제작 능력은 얼마나 갖췄다고 자평하나.
기획과 편집, 흐름을 보는 것엔 자신 있다. 앱 순위로만 따지면 업계 내 7~8위 정도지만, 결제율(20%)로 판단컨대 어느정도 갖춰졌다고 본다.
일반 결제율에 비해 높은 수치다.
재결제율은 73%로 훨씬 높다. 규모가 커지더라도 이 비율을 최대한 유지하고 싶다.
꾸준한 고객을 확보했다는 뜻인데, 사용자가 다시 찾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경험 많은 편집팀이 있어서 가능했다. 구조, 문장, 교정 분야에 특화된 편집팀은 우리 팀의 정수다. 4명의 팀원 모두 글을 제대로 볼 줄 안다. 일반 출판사의 편집 팀이 작품을 받아 올리는 역할 정도만 한다면, 우린 기획부터 교정, 글의 균형 등을 모두 파악한 뒤 작가에게 피드백을 준다. 동시에 작가 관리까지 한다. 이런 시스템이 재결제를 불러일으키는 바탕이라 본다.
현재 초단편 뿐만 아니라 웹소설도 서비스 중이다. 업계 내에서 어떤 섹터로 분류되길 바라나.
‘단 하나의 소설 서비스’가 우리 모토인데, 장르 형태로 나뉘는 것보단 ‘거기에 가면 재밌는 소설이 있다’거나 ‘취향대로 볼 수 있는 작품이 있다’로 독자에게 인식되고 싶다. 짧게 요약하자면, ‘소설계의 넷플릭스’를 희망한다.
독서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출판 시장은 쉽지 않고 전망하기도 어렵다. 확실한 건 기계나 인공지능이 거의 유일하게 대체하지 못하는 게 ‘콘텐츠’라는 것이다. 좋은 콘텐츠가 유지되는 한 출판 시장은 반드시 성장할 거라 보고 있다.
출판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제대로 된 글을 쓸 줄 아는 작가이자 편집자다. 그리고 원활한 출판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10여년에 걸친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창업자가 됐다. 그 과정을 되돌아 본다면.
사업을 시작하며 세운 목표는 세 가지였다. 먼저 ‘생존’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지원군이 될 만한 이들을 주주로 만드는 것과 올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성공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몇년 뒤 유명 작가와의 계약이나 영화화 된 연재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기분 좋은 소식을 기대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