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텀X셀레브] 소심했던 한의사, 수제 맥주에서 꿈을 찾다
(Editor’s Note) 플래텀과 콘텐츠 제작사 셀레브(Sellev)가 창업자를 비롯한 도전자들의 분투기를 공동 제작합니다. 도전의 과정에 있는 독자분들께 영감 혹은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런 게 좋아하는 걸 할 때 나오는 집중력이구나”
원래 한의사로 일했었다. 일 자체가 나쁘진 않았지만 작은 공간에서 온종일 환자를 만나는 데 보람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런데 맥주를 마시고, 만드는 게 너무 재밌더라. ‘이렇게 다양한 맥주가 세상에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더부스를 시작했다. 여기에 내 인생을 걸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투잡을 했다. 퇴근하고 가게에 와서 마감까지 일하면 새벽 3시쯤 됐다.
한의사로 일할 때 열정적이고 집중력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가게를 준비할 때는 꿈에서도 계속 고민을 하게 되더라. 이 공간 안에 사람들이 찾아와주고, 맥주를 맛있게 마셔주는 장면을 보는 게 정말 좋았다. ‘이게 좋아하는 걸 할 때 나올 수 있는 집중력이구나’라고 깨달았다.
많은 사람이 창업을 하고 싶어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너무 싫어서’, ‘상사가 짜증 나서’, ‘일이 재미없어서’ 도피성 창업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현실적으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가 중요하다. 자기 자신에 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빠르게 작게’ 시작해보는 걸 추천한다. 자기가 재밌어하는 일을 할 때 생겨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처음 자신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했다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좀 더 쉽게 이겨낼 수 있다.
#2. 맥주 계의 스타벅스가 되겠다
“맥주 한 잔을 놓고도 긴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한국 맥주가 북한 맥주보다 맛없다’는 칼럼을 아는지 모르겠다. 몇 년 전 한국 특파원이었던 영국인 기자 다니엘 튜더가 써 화제가 됐었다. 튜더와 양성후 대표, 그리고 나는 친구 사이다. 그의 생각에공감하던 차에 맛있는 커피를 접하듯 일상에서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싶어 창업했다.
수제 맥주는 아메리카노와 같다. 15년 전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이런 쓴 물을 누가 마셔’라고 평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건 하나의 커피 문화가 되었다. 수제 맥주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너무 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습이 되면 중독이 되는 맛이다.
커피처럼 한 잔을 놓고도 긴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우리는 맥주와 어울리는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젊은이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열리는 ‘더 비어위크 서울’을 개최하고 있다. 독서모임에서도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일이다. 이를 통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팬덤’을 형성하고 브랜드를 각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늘어난 1인 가구의 ‘혼술’문화에 우리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또한 고려하고 있다.
흔히 주류 기업을 떠올리면 오래되고 일방적인 브랜드를 연상한다. 우린 이런 고루한 이미지 연상과 반대로,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함께하면 즐거울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다. 스타벅스에선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문화를 소비하지 않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더부스는 세계 시장 속에서 스타벅스 같은 문화 기업으로 성장하려 한다.
#3. 한국을 넘어 미국 시장까지
“신선한 원료로 만든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경험 시키고 싶었다”
더부스는 미국에서도 양조장을 운영한다. 미국에 양조장을 갖춘 이유는 신선한 홉과 효모로 맥주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주의 주재료인 홉과 효모가 신선하면 더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홉과 효모가 미국에서 받는 것보다 신선하지 않아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도 있다.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홉과 효모는 그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고 신선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신선한 원료로 만든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경험 시키고 싶었다.
두 번째는 브루마스터 때문이기도 하다. 브루마스터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서 맥주제조의 전 공정을 관리하는 양조기술자를 뜻한다. 이들은 레스토랑의 쉐프와도 같은 존재다. 브루마스터들은 신선한 재료, 창의적인 레시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맥주 제조 능력이 있어야 한다. 브루마스터는 다른 국가에서 일할 때 거처 및 (기혼일 경우) 배우자의 일자리까지 구해줘야 할 정도로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국내엔 이 브루마스터가 외국만큼 자리잡지 않았다. 맥주 역사가 짧아서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전에 미국 양조장 근처 마을에서 파티를 열었는데, 시골에서 한국인이 맥주를 나눠주며 파티를 연 것이 화제가 되어 ABC뉴스를 통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때 미국에서 한식에 대한 니즈를 확인했다. 그래서 한식 레스토랑과 계약하고 한글이 적힌 맥주를 납품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귤을 넣은 맥주 생산, 한식 페어링 제안을 하며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
더부스브루잉컴퍼니 김희윤 대표 플래텀 인터뷰 전문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