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人사이트] 한국 스타트업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헤이스타트업(Hey Startup)’ 과 스타트업 박싱데이는 민간주도 스타트업 이벤트중 단연 눈에 띈다. 2015년 9월 투자자와 창업자 300명 정도가 모인 헤이스타트업 첫 행사는 가든파티 성격의 네트워킹 파티였지만, 올해 6월 3회 행사에는 150여 개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수만 명이 다녀가는 규모있는 행사가 되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스타트업 박싱데이는 첫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과 서비스를 대중에게 알리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두 행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준비 운영진이 대가 없이 참여하는 자발적 참여자로 꾸려진다는 것이다. 이달 열리는 스타트업 박싱데이 운영진은 평균 24살.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행사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누구보다도 진지하다. 스타트업 문화를 제대로 만들고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안동에서 서울까지 오가는 이도 있고, 한 달 남은 편입 준비도 제쳐 놓고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 중인 이도 있다. 2회 스타트업 박싱데이를 준비하는 운영진과 이 행사의 주창자이자 제안자인 양경준 크립톤 대표를 서울창업허브에서 만났다.
근본적인 이야기부터 하자. 양 대표는 페이스북 모임을 개설자이자 헤이스타트업과 스타트업 박싱데이의 제안자다. 왜 이런 생각을 했나.
양경준 대표(이하 ‘양’): 지금껏 구축된 국내 창업 생태계는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투자자와 기업가 사이에 문화가 없다시피 했다.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만나 밥 한끼 하자는 소셜네트워크 모임을 만들면서 문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그것의 발현이 네트워크 파티로 시작해 축제가 된 ‘헤이스타트업’이이고, 동시에 스타트업의 현실적 고민을 함께한다는 취지로 ‘스타트업 박싱데이’도 제안했다.
헤이스타트업 규모를 더 넓힐 계획이라고.
양 : 내년 헤이스타트업은 잠실 주경기장 등에서 10만명이 모이는 축제로 만들려고 준비중이다. 이게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의 생태계가 몇 단계 성장하지 않을까. 전세계가 주목하는 행사로 자리잡을거라 본다.
혼자만의 생각이었으면 공상에 그쳤을거다. 양 대표의 제안에 여러 사람의 의지가 더해져 헤이스타트업과 스타트업 박싱데이라는 이벤트가 탄생했다.
김강 총괄(이하 ‘강’):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여기 행사 운영진으로 참가하는 모든 이가 스타트업 문화를 사랑하고 동경한 이들이다. 헤이스타트업이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스타트업 박싱데이는 강연과 네트워킹 위주인 여타 스타트업 행사와 결이 다르다.
양: 호주, 캐나다 등 영 연방국가는 26일이 휴일이라 가게마다 재고를 싸게 판매하는 ‘박싱데이’가 열린다. 학생 때 경험했는데, 좋은 기억이었다. 한 푼이 아쉬운 스타트업의 매출을 올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그 시절이 떠올라서 스타트업 행사에 적용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해 정국이 어수선할 때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홍보가 잘 되고 많은 사람이 찾아줬다.
작년 박싱데이 때 5천명 정도가 행사장을 찾았다. 헤이스타트업은 그보다 두 배 많았고.
강: 우리가 만든 행사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다만 숫자 보다는 방문한 사람들이 무언가 느끼고 갈 수 있는 행사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이달 16일에 열리는 2회 박싱데이는 서울시 등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는다.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진 자유도가 낮아질 수 있는데.
양: 서울시는 작년부터 공간 사용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행사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일방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 좋은 아이디어를 줄 뿐이다. 계획대로 헤이스타트업의 규모가 커진다면 정부기관 예산을 받지 않는 방향도 고려 중이다.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만든 문화가 성공하는 것 자체가 여타 행사와의 차별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나와 여기 있는 운영진은 자발적인 문화를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우리의 토대는 ‘우리’다.
사전 지식이 없는 참관객에게 스타트업 박싱데이는 ‘플리마켓’으로만 느껴질 수 있다. 인식의 전환을 이루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정지우 부총괄(이하 ‘지우’): 고도화된 물건을 갖다 놓는 것이 수준 높은 행사의 전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대중이 스타트업을 친숙하게 여기는 것, 그에 따른 문화 생성과 인식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어렵지 않고 쉬운 축제로 꾸밀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간다면, 그게 성공 아닐까.
두 행사는 스타트업 및 서비스를 알리는 게 취지인데, 인지도 차이로 알려진 기업만 더 부각될 수 있다.
강: 메인 스테이지에 ‘새싹존’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동안 양 대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양: 처음 운영진을 구성할 때, 리더를 세울 때, 전반적인 컨셉을 논할 때를 제외하고 내부 일은 관여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스폰서를 구하거나 예산을 확보하는 일엔 협력 한다. 이전 행사를 경험한 전임자들이 돕고 있다. 조언도 해주고 경험도 알려줘 너무 나가지 않도록 조절을 해준다.
이번 운영진의 평균 나이가 24세다. 이전 기수보다 더 젊다.
강: 선배들보다 경력 및 실무 역량이 부족할 수 있지만, 어리기 때문에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획이 가능한 나이라고도 본다. 재기 넘치는 행사를 만들려고 한다.
이 행사를 위해 운영진은 대가없이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이유가 뭔가.
강민수 팀장(이하 ‘민수’): 책임감이다. 내가 이 자릴 나오면 누군가 고생할 거다. 내가 시작했으니 내가 끝을 보는거다.
지우: 끝까지 해내고자 하는 욕심이 크다. 선의로 가득 찬 행사를 내 손으로 마무리 한다면 멋진 인생경험이 되지 않겠나.
준비하면서 각자 힘든 게 있을 것 같은데.
민수: 학업과 행사 운영 양쪽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힘든점이 없지는 않다. 학생이다보니 보통 오전, 오후엔 학교에 있어야 한다. 학교가 안동이라 서울을 오고 가려면 왕복 6시간 정도 걸린다. 물리적인 시간 소비가 커질수록 피로감도 크다. 문제는 매일 서울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거다. 그래도 이 행사를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과제가 많고 작업할 게 많은 건 잠을 줄이면 되니까.
강: 전 기수처럼 행사를 잘 치를 수 있을지 두려움이 있다. 리더 자리에서 20명이 넘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게 힘겨울 때가 있다.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하고 있다.
지우 부총괄의 경우 편입 준비생이다. 공부를 하면서 병행하는게 쉽지는 않을텐데.
지우: 편입과 박싱데이 둘 다 중요하다. 어떨때는 이 행사 준비를 통한 보람과 커리어의 가치가 편입보다 더 크다고도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여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행히 부모님께선 내가 원하는 꿈을 지지해 주신다.
행사가 기획되는 동안 아쉬움이 있었다면.
강: 이번에 진행하는 동안 장소가 한번 바뀌며 모든 걸 다시 처음부터 했다. 고생한 팀원에게 미안했다. 2주간 밤샘 작업을 해서 만들었는데. 그 부분이 아쉬웠다.
지우: 이 행사가 더 발전하려면 자료나 노하우 등이 빠르게 전수되어야 한다. 자료를 한 박자씩 느리게 받아 진행이 더딘 점이 아쉬웠다.
민수: 기획서를 만들 때 전에 만든 자료만을 참고해 수정하고 보완해 낸 게 아쉬웠다. 좀 더 시간을 들여 새롭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시간이 다소 부족했다.
그럼에도 행사에 기대되는 바가 각각 있을 거다.
강: 언젠가 사람은 리더가 된다. 나는 사람을 섬기는 리더가 되고 싶다. 그런 부분을 행사를 통해 키워보고 싶다.
지우: 우리 행사가 친구, 친지에게 자기 업을 자랑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스타트업에게 위로가 되는 자리였으면 한다. 훗날 나도 어느 기업의 대표로 참여해 위로받고 싶고.
민수: 행사가 시작되고 끝나는 순간까지 뿌듯했으면 좋겠다.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참가기업과 참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우: 참가 기업이 생태계를 만들어간다는 취지에서 참가해주었으면 좋겠다.
민수: 일반 시민에게 스타트업은 생소할 수 있다. 그런 개념적인 것을 떠나 부담없이 와서 즐겨주었으면 한다. 우리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