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오래 크라우드펀딩業을 해온 컨설턴트로서 컨설팅부터 강의까지 다양한 창구로 많은 예비 창업자와 기 창업자를 만나왔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크라우드펀딩(이하 와디즈펀딩)을 주제로 100회가 넘는 강의를 했으니 강의로만 5000명이 넘는 사람을 만나온 셈이다. 이 글을 통해 실전에서 수많은 팀과 함께하며 체득한 성공 요인을 전하고자 한다. 와디즈펀딩을 준비하는 팀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핵심 점검 사항을 소개한다. 이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답을 찾아보며 펀딩 성공의 기틀을 다지길 바란다.

※ 이번 기고글에서는 펀딩에 대가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워드 크라우드펀딩을 다룰 예정이다. 이때, 펀딩에 참여한 사람은 ‘서포터’로 지칭한다.

질문 1. 나는 왜 와디즈펀딩을 하는가?

펀딩 성공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디즈펀딩은 준비부터 실행까지 2~3개월이 소요된다. 처음의 열정을 지속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팀이 많다. 이때 재기의 동력이 되는 것은 스스로 다졌던 각오. 즉 펀딩 목적이자 이유다. 또한 펀딩 이유는 어떻게 전달하냐에 따라 서포터를 단순한 소비자로 만들 수도 있고, 열렬한 팬으로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스스로 펀딩하는 이유를 정확히 찾고, 서포터가 체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포터에게 펀딩 이유를 전달할 때, 아래 사항을 기억하길 바란다.

-꾸미거나 포장하지 말고 진짜를 말할 것

공익 캠페인이나 선거 공략처럼 뻔한 펀딩 이유는 서포터에게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가끔 펀딩 이유를 만들기 위해 갑자기 기부 계획을 세우는 팀도 있는데, 펀딩 이유를 꾸미거나 예쁘게 포장하기 보다는 진짜 이유를 솔직히 적는게 중요하다.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은 최대한 자제하고 대표자의 개성이 잘 드러나도록 진솔히 표현하는 것이 서포터에게 공감과 유대감을 이끌어 내기 좋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계획을 공유할 것

펀딩 이유를 설명할 때 모금액 사용처와 일자별 계획도 함께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서포터는 이 프로젝트가 ‘정말 필요한’ 돈을 모으고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 더불어 이것이 실현될 것이라는 신뢰를 갖게 된다.

<심폐소생술 교육 키트 cprCUBE-씨피알큐브의 펀딩이유 (보기)>

질문 2. 사람들이 왜 나에게 펀딩해야 하는가?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한번이라도 해본적이 없다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사실 펀딩을 준비하는 많은 팀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다. 내가 얼마를 받게 될 지에만 관심을 갖고, 정작 서포터가 왜 돈을 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아래 가치 중 서포터에게 주력하여 어필할 가치를 정하고 이에 맞춰 리워드 가격과 스토리 콘티 등 세부 사항을 결정하는게 중요하다.

-가격적 가치: 펀딩받는 제품과 서비스는 제작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게다가 사용자 경험과 신뢰가 쌓이지 않은 신생 기업 혹은 무명 기업이 만든 아이템이 대부분이다. 서포터가 생산의 불확신성과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므로 그만큼 가격적인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 서포터는 리스크와 가격적 혜택을 비교한 후 펀딩에 참여한다. 디자인 플랫폼 샤플은 여행용 캐리어를 34000원에 선보여 약 15억 펀딩에 성공했다.(보기)

<샤플의 리워드 구성>

-윤리적 가치: 와디즈펀딩은 제품과 서비스안에 담긴 컨텐츠를 함께 전달하기 용이한 수단이다. 그렇다 보니 제품과 기업이 가지고 있는 윤리적 가치를 함께 전달하는 프로젝트가 많다. 서포터는 유기견 문제, 환경 이슈 등 자신의 윤리적 가치관에 부합하는 제품을 펀딩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이때, 펀딩으로 모인 돈이 얼마나 합당하고 윤리적으로 사용되는지가 참여의 결정적 역할을 한다. 소셜벤처 이지앤모어는 모든 여성들의 건강한 월경 라이프를 만들기 위한 국내 최초 월경컵 제작 펀딩을 했고, 약 6천만원 조달에 성공했다.(보기)

<국내 첫 월경컵 제작을 위한 이지앤모어의 펀딩 영상>

-신뢰적 가치: 와디즈펀딩에는 제작자와 제작 과정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노출된다. 댓글과 업데이트되는 새소식으로 제작자와 지속적인 소통도 가능하다. 믿을 수 있는 제작자가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었기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펀딩이 주는 큰 가치다. 이것은 특히 식품과 화장품 등 안전과 관련된 아이템에서 강조하기 좋다. 이때, 원산지와 성분 등 제품에 대한 세부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열아홉 가래떡전문가 홍연우 대표의 떡볶이 프로젝트는 감동적인 개발 과정과 투명한 제작 과정을 담아 약 1100만원 조달에 성공했다.(보기)

<홍군아떡볶이의 제작자 소개와 댓글>

-혁신적 가치: 펀딩받는 제품과 서비스는 기존에 없는 새로운 기능이나 디자인 등 신규성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다. 혁신적이고 놀라운 아이디어는 서포터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서포터는 세상에 없는 것을 가장 먼저 써본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이때, 제품과 서비스의 독창성과 혁신성이 높을 때 유의미한 가치를 전할 수 있다. 핀즐은 해외 아티스트 그림 사본을 배송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여 약 4600만원 펀딩에 성공했다.(보기)

<그림을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핀즐>

-참여적 가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만드는 여정에 함께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내가 기여했다는 뿌듯함. 펀딩으로 제작에 참여했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즐거움이다. 서포터는 프로슈머로서 만들어진 것을 수동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생산 주체로 참여해 원하는 것으로 스스로 만들며 만족한다. 이때 서포터에게 제작 과정에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 구성과 희소성있는 리워드를 설계하는게 좋다. 힙합음악 플랫폼 무브더크라우드는 힙합해커톤 행사는 경연에 직접 참여할 참가자와 관람할 관객을 모으며 총 600만원 펀딩에 성공했다.(보기)

<힙합해커톤 SHOW&PROVE의 참가형 리워드>

마무리하며

와디즈펀딩을 준비하는 팀에게 성공 노하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펀딩 성공을 위해 매력적인 영상과 스토리는 중요하다. 리워드 가격과 전략적인 홍보도 중요하다. 하지만 펀딩받는 이유를 명확히 찾고, 펀딩하고 싶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당신이 앞선 두 가지 질문에 어떤 답을 했는지 궁금하다. 만약 완벽한 답을 찾았다면, 펀딩 성공에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고 자부해도 좋다.

글 : 지현정 와디즈 성장사업실 과장 / 와디즈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오래 크라우드펀딩 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개발빼고 크라우드펀딩의 모든 것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