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29] ‘스마트폰을 활용한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 비바 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플래텀 (이하 ‘플’) : 반갑습니다. 요즘 다vote 출시와 관련하여 여러 곳에서 활약하시는 모습 잘 보고 있습니다. 서비스 런칭 후 많이 바빠지셨죠?
비바 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이하 ‘이’) : 안녕하세요. 요즘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플: 창업 전 치과의사 이력부터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점들이 많은데요, 우선 창업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창업 전에 공중보건의로 군복무를 하면서 정치, 철학 등과 관련한 많은 독서를 통해 사회의 유의미한 혁신에 기여하자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때마침 아이폰이 불러일으킨 혁신을 목격하며 이를 이용하면 제가 가지고 있었던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플: 의사를 하시다가 스타트업 생활을 시작하시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 창업을 시작하면서 이 분야에 전혀 네트워크가 없었기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어요. 외주 개발자를 만나는 데만 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당시에는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창업을 위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어요. 네트워크 뿐 아니라, 협업, 재무, 마케팅 등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필수 요소들에 대한 지식과 준비도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고요.
플: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써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 세계가 정말 좁은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진입장벽도 높다는 것인데요, 그런 점을 뼈저리게 체험하신 거군요?
이: 네 맞습니다. 요즘에는 뉴스를 통해서 창업가나 스타트업에 관한 뉴스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지만,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유의미한 모수가 모인 집단이 아니다 보니 스타트업 세계가 외부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였죠. 그래서 초반에 더 많은 고생을 한 것 같아요. 또 그동안 의사로 살아온 배경때문인지는 몰라도, 협업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회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혼자 해결해야 겠다는 잘못된 생각도 했었구요.
플: 그럼 팀빌딩을 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셨나요? 보통 팀빌딩이라고 하면 흔히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을 가진 상태에서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단계라고 말하는데, 그 정도까지 얼마나 걸리신 건가요?
이: 공동창업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만났습니다. 마크가 저희를 이어준 거죠(웃음). 이 친구는 대학 동창회를 통해 만나 알고 있었는데요, 제가 2011년 4월에 창업을 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려고 할 때, 제 주위에 페이스북을 쓰는 유일한 친구가 이 친구였어요. 이 인연을 계기로 사업과 관련한 많은 얘기를 나눴고 결국은 동업을 하게 된거죠. 그리고 또다른 친구는 NHN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저희의 모습을 보고 스타트업에 매료되어 합류하게 되었고, 또 다른 친구도 동업자가 서울대 로봇 동아리 후배로 함께 지내면서 월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 눈여겨 보고 있던 차에, 마침 대기업 보다는 자기 일을 해보고 싶다는 강력한 스타트업 마인드가 있어 비전 공유를 가장한 약간의 유혹(?)으로 팀에 합류하게 됐구요. 디자이너도 수없이 많은 분들을 만나뵙던 중 정말 뛰어난 분을 만나게 되어 함께 하게 됐습니다.
플: 창업 초기에, 삼성전자 앱개발 센터인 OCEAN에 사무실을 두고 일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들어가시게 된건가요?
이: 저희 팀원의 이전 직장동료 분이 마침 OCEAN 센터에 운영자로 계셔서 정말 운 좋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처음 창업을 하게되면, 초반에 서비스 개발이나 비지니스 전반에 대한 학습 기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데, 오션 센터에서 무상으로 사무실을 쓰면서 현실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오션에 있었던 일년간은 하루에 거의 15시간씩은 늘 공부하고 개발하고 협업에 대해 몸으로 느끼면서 생활했던 거 같아요. 오션 센터에서 가장 많이 출근한 사람에게 상을 준적이 있었는데 제가 60일중에 58일 출근으로 압도적인 1위를 해서 같이 센터에 있던 다른 팀들을 깜짝 놀래켰던 기억이 나네요.
플: 그렇군요. 저도 얼마전에 그 곳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좋은 시설이 홍보가 덜 되고,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 더 알려져서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후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 지원과정과 그 곳에서의 경험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이: 창업하고 나서 얼마 후에 지인을 통해서 청년창업사관학교라는 곳이 자금을 포함한 여러 면에서 좋은 지원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시기가 잘 맞지 않아 그 해에는 지원을 못했죠. 그렇게 1년 정도 지나면서, 팀빌딩을 하고 사업 기반을 잡아 가는 과정에서 지원을 했고, 입소 후 자금 지원을 비롯하여 교수님들의 멘토링, 교육 등으로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좋은 혜택을 많이 받았습니다.
플: 얘기를 듣다보니, 사업의 적재적소에 좋은 혜택들을 많이 받으셨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럼 이제 다vote 서비스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서비스는 어떤 서비스이고 어떠한 계기로 나오게 된 것인가요?
이: 사실 제가 치과의사를 때려치고 창업을 하게된 이유 자체가 다vote 서비스가 목적하고 있는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였습니다. 제가 가진 문제의식 중에 하나가 우리사회가 가진 의사결정 구조가 형편없다는 것이었는데요. 국민의 의견수렴과 정치적 결정 사이에 굉장한 괴리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공중보건의로 3년 근무하면서 정치학, 철학책을 많이 읽고, 독서모임도 많이 나갔었는데요. 특히 모리치오 비롤리의 “공화주의”라는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가 진정한 공화주의를 구현한다면 더 많은 사회적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 믿었고, 이것을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디바이스의 특성을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다vote를 만들었습니다.
플: 어떻게 보면 사회운동을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웃음)
이: 그런가요?(웃음) 사실 그런 생각을 안한건 아닌데, 전사회적으로 지속적이고 강력한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주체는 기업이라고 판단해서 창업을 선택했어요. 처음 시작할때는 ‘시장’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부족했었지만, 영속성있는 기업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배우게 되었어요. 얼마전엔 세계경영연구원(IGM)에서 운영하는 ‘창업 기업가 사관학교’프로그램에 합격하여 앞으로 일년동안 매주 토요일을 불태울 계획입니다(웃음)
플: 사업의 동기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사업을 시작하신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조금 주제를 바꿔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족분들이나 주위 분들의 생각이 어떠셨을까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그냥 직장도 아니고 의사를 하다 그만두시고 시작한 것이다 보니 더욱 그럴 거 같은데요, 결정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나요?
이: 아.. 이 부분에 대해선 정말 할 말이 많은데, 정말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네요. 결정을 하게 된 일련의 과정을 말씀드리자면, 우선 저는 중학교 때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전국 대회도 출전할 정도로 컴퓨터광이었어요. 그러던 중 아버님의 사업이 많이 어려워져 재정적인 부담이 있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당시 돈을 가장 잘 벌 수 있다는 서울대 치대로 진학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대학 진학 후 아버님의 사업이 상당히(?) 좋아져 돈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었죠. 돈을 잘 벌기 위해 대학을 진학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런 목표가 사라지니 허무했죠. 그래서 본과 3학년 쯤 자퇴를 결심했지만, 주변 만류로 결국 졸업하고 삼성의료원에 전공의로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꿈이 거세된 상태인 삶은 더이상 지속할 수가 없었고, 내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넘어서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헌신하겠다는 삶의 방향을 정하고 이 길을 선택하게 된 거죠.
플: 매번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면 대표님들의 풍성한 인생 얘기를 들어볼 수 있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 현재 런칭한 다vote에 관하여 좀 더 자세하게 여쭤보겠습니다. 카카오톡과 제휴하여 채팅플러스 내에 앱이 들어가 있는 상태인데요, 제휴 과정에 대한 궁금증도 있고,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이: 카카오톡과의 파트너쉽은 이미 서비스를 하고 있던 다vote를 (주)카카오측에서 보고 2012년 4월 말경에 먼저 파트너쉽 제휴의사를 전달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다vote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유의미한 모수를 모으는 것이 Key success Factor가 될거라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던 터라 카카오톡과의 제휴는 저희에게 상당히 좋은 제안이라고 판단했구요. 1년이라는 기간동안 참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런칭을 하게 되었죠. 올 2월말에 서비스를 런칭하여 현재 1달 정도가 지났는데, 누적 다운로드 5만명, 주간 액티브 유저 2만5천명, 매주 10만건 정도의 투표가 서비스내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비스 자체는 카카오톡 그룹채팅방 안에서 의사결정할 때 쓸 수 있는 영역, 그리고 소셜 QA 서비스로써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퍼블릭 영역, 이렇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플: 지금은 크레딧으로 많은 매출이 나오는 구조는 아니라고 보이는데요, 서베이몽키, 오픈서베이 등이 온라인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서베이 시장에 진출한 사례라면, 다vote는 현재의 서비스 특성에 바탕하여 어떻게 비즈니스를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이: 현재 여러가지 시장을 검토해 보고 있는 단계입니다만, 일단 저희 팀이 당장 하고 있는 것은 사용자의 생활속에 스며들어 지속적인 사용을 일으키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지인 기반의 Q&A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데요, 이와 비슷한 성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식인 같은 경우는 불특정한 다수가 서비스에 유입되면서 컨텐츠 자체의 질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사실상 대한민국 전체의 인맥관계가 담긴 카카오톡의 소셜 그래프를 이용하여 컨텐츠가 한번에 모두에게 공개되는게 아니라 페이스북의 공유하기처럼 인맥기반으로 질문이 퍼지는 구조로 서비스를 구현하였고, 이런 구조를 통해 보다 질높은 컨텐츠를 제공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의견 수렴을 쉽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요, 실제로 회사나 기관에서 저희 서비스를 보시고 이사회나 그외 하부조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사 결정 솔루션으로 제공해 달라는 요청이 이미 들어오고 있습니다. 저희는 서울시나 각종 미디어들이 시민이나 고객으로부터 편하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 기능을 제공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설문조사 시장입니다. 현재 CAC가 거의 제로에 가깝게 사용자들에 대한 일종의 패널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의 크기를 가늠해보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고도로 타게팅 된 마케팅 툴로서의 역할인데. 이것은 최종적으로 빅데이터와도 연결된 개념으로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며 수행한 선택들을 데이터화하여 그 사이의 유의미한 개념들을 추출하고, 이것을 타겟팅된 마케팅을 원하는 회사에 비즈니스 인텔리젼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기업고객들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커피 전문점이 좋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스X벅스를 선택한 사용자들에 대한 데모그래픽정보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답변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제공하는 것이지요. 이 모든 것들은 CAC가 제로로 수렴하는 상태에서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로 발전해야만 가능한 것들이어서, 고민이 많습니다.(웃음)
플: 마지막에 말씀하신 것은 다vote 서비스 자체에서 볼 수 없지만, 백엔드 쪽에서는 상당한 작업을 하고 계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네 맞습니다. 현재 팀원들이 이런 작업들이 가능하도록 기본적인 준비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아주 우수한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저희 팀의 자랑인데요, 이 친구들은 앱 개발 자체는 지루해하는 편이라 하루 빨리 더 챌링징한 일들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실제로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중 하나가 일하면서 지루함을 느끼는 것인데, 혹여 저희 팀원들이 그렇게 될까봐 늘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현재는 저희 팀의 모든 역량과 지혜와 에너지를 이 문제해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플: 앞으로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기대가 되는데요, 사용자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발하기 위해선, 확실한 재미 요소라고 할까요, 서비스의 개성이 있어야 할 텐데 이 부분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이: 네, 모든 서비스가 그렇겠지만 그부분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지속적으로 쓴다는 건 결국 그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훌륭한 가치 제안을 성공적으로 인식시켰다는 뜻일거라고 생각하구요. 그래서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면 지금보다 더 매력적일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이미 가치 제안을 받아 들이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사용 행태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사실 다vote 이전에도 투표를 통해 대중의 지혜를 모으는 서비스는 많이 있었는데요. (주)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의 위지아닷컴, 얼마전 서비스 종료한 Formspring, 요즘 핫한 Quora등 정말 많은 서비스들이 있지요. 저희는 카카오톡의 소셜 그래프 정보와 풀(pull)이 아니라 푸시(Push)방식의 정보 전달이 가능한 모바일 환경에서 이전 서비스들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만 한다면 서비스의 구체적인 모습은 그 목적에 맞춰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실제로 팀내에서도 광폭의 논의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vote가 지금과 얼마나 다른 서비스로 진화해 가는지 보시면 아마 재미있으실거 같아요
플: 네 계속 지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제가 더 감사하지요.
인터뷰 정리 : 이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