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의 가장 큰 잘못은 더 클 수 있는 회사를 소심하게 대응해 성장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크고 있고, 클 기회가 많은 회사는 더 빨리 크라고 독려해야 한다. 그게 우리의 일이다.”
13일 렌딧 주최 ‘2018 핀테크를 내다보다’ 세미나에서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투자사의 역할을 이렇게 강조했다. 빠르게 성장이 가능한 회사라면 더 클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그 회사의 성장을 눈앞의 이익 때문에 막으면 안 된다는 논리다.
이날 김 대표는 창업자의 욕심이 단순히 ‘돈 버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회사를 만들려는 욕망’이 투자의 주요 동기가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핀테크, 테크핀 영역이 성장하면 은행 지점이 대폭 줄어들 거라 전망했다. 이하 김한준 대표의 키노트 발표와 질의응답 정리.

두 가지 비관론을 듣는다. 한국은 시장이 작기에 규모 있는 회사가 나오기 힘들다는 것. 그리고 해외로 나가서 잘 못 한다는 것. 그래서 작은 회사를 만드는 것에 만족해야 하고, 그게 VC가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린 반대로 생각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로 나가서 잘 할 수 있다고 보고, 그에 앞서 굳이 해외 진출을 안 해도 한국에서 기회가 있다는 거다.
이런 비관론이 퍼진 이유는, 투자 시스템이 급하게 이익을 내고 성과를 내는 데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한국 VC 펀드는 7년 정도로 기간이 짧다. (한국 VC펀드 대부분이 IPO를 통해 수익을 내기에) 이익을 내야 IPO 심사를 통과하기에 눈앞의 수익에 집착한다.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어정쩡한 상황에서 IPO를 한 다음에 망하는 경우도 많다.
차근차근 수익을 내면서 키울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비즈니스는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제대로 큰다. 만족하는 사용자가 많을 때 파트너 회사가 많을 때 사업도 커진다. 매출과 이익에만 신경쓰면 제대로 키울 수 없다. 키울 때 투자를 하면 할 수록 매력이 올라가는 사업이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알토스벤처스는 비트패킹컴퍼니(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비트’ 운영사/2016년 12월 서비스 종료)를 실패했다. 어정쩡한 상황에서 돈이 떨어졌다. 그 생각만 하면 분해서 지금도 가끔 잠에서 깬다. 투자사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키우기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를 보면 이익이 꽤 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하지만 우린 매해 그 회사들이 얼마의 수익을 낼지 검토해본 적이 없다. 물론 엄청난 이익이 날거라는 믿음에는 변화가 없다. 기본적으로 빨리 성장하는 회사는 더 클 수 있다고 본다. 투자사의 가장 큰 잘못은 더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소심하게 대응해 멈추게 하는 것이다. 크고 있고, 기회가 많은 회사는 더 빨리 크라고 독려하는게 맞다. 그게 투자사의 일이다. 말로만 하는게 아니다. 안심하고 회사를 키울 수 있게 창업멤버의 구주도 사줘야 하고, 어떨때는 싫은소리도 해야한다. 푸시를 안 하면 어느정도 선에서 멈추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린 그걸 중요시 한다.
렌딧과 비바리퍼블리카에 투자를 한 이유
핀테크, 테크핀은 큰 시장이기에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됐다. 국내 은행 상위 5개의 기업가치는 82조 정도다. 보험회사는 상위 1개 기업의 기업가치가 25조 규모다. 카드사도 보통 수 조 이상 기업가치를 갖는다. 모바일로 인해 데이터가 쌓이고 있고, 기술을 통해 지금보다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회사와 서비스가 등장하면 엄청난 시장이 열릴거라 봤다. 새로운 회사가 기존 금융권의 자리를 차지할거라는 것이 전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좋은 회사를 찾았다. 그렇게 해서 투자까지 한 회사가 렌딧과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고객신뢰를 기반으로 너무 쓰기 쉬운 서비스 제공하는 회사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자신의 플랫폼에서 접하게 하는게 목적이다. 송금규모(10월 기준 10조 원)가 쌓이면서 큰 비즈니스가 되는 중이다. 렌딧은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보다 훨씬 더 정확한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내놓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런 목적을 가진 팀이 여럿 있었지만 실제로 구현은 렌딧이 할 수 있다고 봤다. 기존 상품은 리스크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자율을 높이지만 렌딧은 금융데이터를 쌓고, AI 딥러닝을 활용해 리스크 리턴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향후 훨씬 더 정교한 서비스가 나올거고 거대한 회사가 될거다.
우리는 창업자의 욕심이 단순히 ‘돈 버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회사를 만들려는 욕망’에 있는지를 본다. 그걸 느껴야 투자를 한다.
핀테크, 테크핀 영역이 더 커진다면 뭐가 달라질까.
은행 지점이 많이 없어질거라 본다. 지점은 신용을 기반으로 해 여러 상품을 파는 거점이다. 직접 만나지 않고도 신용을 기반해 상품을 팔 수 있는 기회가 더 커질텐데, 지점의 존재이유가 높을리 없다.
비트패킹컴퍼니의 실패가 알토스벤처스의 투자방식을 바꾼 것이 있나.
지금이나 과거나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중 누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한다. 데이터를 중시하지만, 그것만 보는 걸 방지하기 위해 1년에 한 번은 데이터가 없어도 회사, 사람, 비즈니스가 좋으면 투자한다는 내부방침을 두고있다. 안전만 추구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렌딧이다. 데이터 없이 사람만 보고 했다. 심지어 김성준 대표를 미국에서 봤을 때 투자 안 한다고 거절까지 했다. 투자 이야기를 할 때 우리가 내건 조건은 하나, 창업 멤버가 분란없이 버틸 수 있느냐는 거였다. 그말을 듣고 바로 코파운더들이 합숙에 들어가더라.
우린 투자시 기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는 것을 내다보고 필요한 자금을 두 배 정도 준비한다. 토스는 5배 정도 정도 마련하자고 했다. 앞선 실패에서 수업을 한거다. 여담이지만, 비트는 200억 정도 부족했다. 관련 분야 투자시장 상황도 안 좋았고, 우리가 그걸 모을 준비도 안 되어 있었다. 현재 모든 AI스피커는 음악때문에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 이런 흐름이 있었으면 비트가 실패하지 않았을거다. 지금도 나는 비트가 최고의 음악서비스라고 본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vc에게 투자를 받은 사례가 많지는 않다. 시장이나 기업에 대한 편견이 작용하지는 않나.
해외 투자사가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최근 한국에 한 번도 안 왔던 유명 투자사가 왔다. 한국에 좋은 회사가 많은데 왜 소개를 안 해줬냐고 하더라. 반면에 한국 회사 대표나 CFO가 회사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투자사에게 설명을 잘 안 한다는 불만이 있기는 하다.
미국의 스타트업 투자, 액셀러레이터의 특징이라면
미국에서는 정부가 개입된 액셀러에이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부분의 액셀러레이터는 성공적으로 사업을 엑싯한 창업자가 만든 경우다. VC는 단순명확하다. 기관에게 투자를 받아 무조건 리턴이 좋아야 한다. 의미있는 수익을 못 얻어내면 존재가치가 없다. 전적으로 자본주의 논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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