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88] 비트코인 열풍, 틈새 시장을 노린 자동거래 플랫폼 기업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의 시세는 거래소마다 다르다. 특히 해외-국내 거래소 간 시세 차가 30% 이상 나면서부터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에 세계 최대 암호화폐 시황 중계업체인 미국의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의 가격을 통계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가격차이가 극심해 전체 시세를 왜곡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거래소 간 시세 차는 암호화폐 거래가 하나의 중심 기관이 아닌 개별 거래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금은방마다 금 시세가 조금씩 다른 것과 유사하다.
최근엔 이 거래소 간 시세 차익을 이용한 갭(Gap)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해외 혹은 국내 가격이 저렴한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이를 국내 거래소에 비싸게 되팔아 차익을 얻는 형태다. 이 틈새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코봇컴퍼니(Korbot Company)은 이 비트코인 자동 차익거래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회사다. 사용자가 설장한 투자 전략을 기반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시세를 실시간으로 분석, 최적의 타이밍에 자동으로 매매해 이익을 내주는 방식이다. 이들은 현재 국내 유일의 코스닥 상장사 코인 거래소인 코인링크와 정식 계약하고 자사 거래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알게 되고 이 업으로까지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과 옷을 판매했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번 돈을 한국으로 해외 송금 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존재를 알게 됐다. 2013년 12월의 일이다. 당시 중국에서는 이미 비트코인을 통한 송금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국가 간 송금을 할 때, 기존 방식대로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중 양국 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다. 외환 세금도 부과됐다. 이걸 비트코인으로 해결하니 30분이면 위안화를 원화로 송금할 수 있더라. 비트코인의 속성과 잠재력에 매력을 느껴서 원래 하던 일을 다른 분께 넘기고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업계에 뛰어들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자동거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하다가 2017년 9월에 코봇컴퍼니를 창업했다.
코봇컴퍼니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거래소 간 암호화폐의 시세가 다르다. 그런데 개인이 365일 24시간 그 추이를 모니터링하기는 굉장히 힘든 일이다. 우리는 최적의 타이밍에 암호화폐를 매매해주는 24시간 자동 거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격이 낮은 곳에서 사서 비싼 곳에서 팔아줘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이를 재정거래라고 한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홍콩선물거래소인 ‘오케이이엑스’와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 간 시세 차익을 이용해 수익을 내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4대 거래소의 시세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포스링크라는 코스닥 상장사의 자회사 써트온이 운영하는 신규 거래소인 ‘코인링크’에도 B2B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코인링크 거래소 회원은 무료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수익률은 어느 정도 되나.
수익률은 해당 거래소의 거래량, 코인별 가격 변동성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매출은 공개할 수 없나.
그렇다.
매출이 확 늘기 시작한 시점이 언제인가.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터다. 작년 5월부터 지난 6개월간 폭발적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들도 이렇게 오를 거라고는 예측을 못 했다고 하더라. 매출이 늘고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팀 규모도 늘리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암호 화폐 붐이 일이서 가격도 뛰고 거래소 간 시세 차도 크다. 그러나 시장이 점차 성숙하고 안정기에 들어서면 그 차이는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코봇컴퍼니의 수익모델이 위험해지는 것 아닌가.
일견 옳은 소리다. 하지만 당분간은 시세차는 지속되리라 본다. 더 길게 가면 그 차이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시장이 안정화돼서 손실을 볼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 또 현재는 전 세계에서 제일 큰 거래소인 홍콩선물거래소와 빗썸 간 거래를 다루지만, 시장이 안정된 후 차익이 줄어들면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다른 국가와도 연계해 수익을 낼 예정이다.
시장의 불안정성 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소 3년 이상 이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다만 우리도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는 있다. 구글 딥러닝 엔진을 차용한 차세대 자동 거래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이를 비트코인 시세 예측에 적용할 예정이다. 우리는 전세계 10곳 거래소의 암호화폐 시세와 거래량 데이터를 4년간 모아왔다. 그런 회사는 드물다. 데이터 딥러닝을 해 더 좋은 자동화 솔루션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차익이 완전히 사라질 때는 암호화폐 결제 분야로도 진출하고 싶다.
최근 국세청이 국내 최대 거래소의 세무 조사를 펼치기도 하고, 거래소 폐쇄 의지까지 내비쳤다. 코봇컴퍼니에도 악영향을 미칠 사건들인데.
국내 거래소를 전부 폐쇄하는 건 정부 입장에서도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일본과 미국의 거래소와 홍콩선물거래소 간 매매 거래로 방향을 틀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는 국경이 따로 없다. 필연적으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나가야 할 텐데, 블록체인 분야에서 세계 1등 기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나.
아직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제대로 활용한 서비스는 나오질 않았다고 본다. 즉 판은 이미 벌어졌는데, 인류의 삶을 바꾸어놓을 하나의 킬러 서비스가 없다는 얘기다. 공유경제 분야는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이 역할을 했다. 이 킬러 플랫폼을 만들어내고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현대카드 스튜디오블랙에 입주해 있다. 현대카드 측과의 협업은 이루어진 바가 있나.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우리 측에서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 그중 하나가 현대카드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포인트를 비트코인으로 대체하자는 것이었다.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감을 다들 가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포인트를 비트코인으로 제공하면, 현대카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더 높아지리라고 생각해 제안한 적이 있다.
국가마다 암호화폐에 대해 화폐 혹은 상품 등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다루는 기업으로써, 정부가 암호화폐를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가.
내가 바라는 건 암호화폐를 법정 화폐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게 불가능하다면 외환으로 취급해주는 것도 괜찮다. 스위스에서는 외환을 취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암호화폐가 물, 공기, 책상과 같은 ‘재화’에 불과해 애매한 점이 많다.
규제 측면에서는 정부에게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나.
오히려 정부가 규제로 어느 정도 틀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서비스하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현재는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정확한 법적 테두리를 만들어주고, 세금 문제를 해결해주면 관련 업체들은 오히려 반길 것이다. 정부의 일정 정도의 개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 암호화폐 거래를 할 때, 매수했다가 매도할 때마다 금액의 10%가 양도세로 부과된다. 이건 우리에게 있어 골치 아픈 문제다. 거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수수료에 양도세까지 내면 재정거래를 통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그렇게 되면 해외 거래소를 찾을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본다. 자본이 그만큼 빠져나가는 거니까. 법 테두리를 만들되, 스타트업과 신흥 산업이 죽지 않을 만큼의 규제가 필요하다.
어떤 팀원을 기다리고 있나.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주로 채용 중이다. 가치관 적으로는 ‘행복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현재 블록체인 시장이 다소 불안정한 면이 있지만, 이는 곧 그만큼 경쟁 업체가 많이 생기기도 어려운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중견,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불안함은 곧 기회다. 그런 신념을 가진 팀원을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다양한 거래소와의 협업 관계를 늘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동시에 결제 서비스, 차익 거래 서비스를 크라우드펀딩과 연계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P2P 금융 상품 위에 우리 서비스를 얹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거다. 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대중적인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