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91] 개발자의 개발자에 의한, 개발자를 위한 채용 플랫폼
이확영, 임성수 대표는 프로그래머 경력 20년의 베테랑이다. 이확영 대표는 삼성SDS, 프리챌, NHN, 카카오 등 기업에서 개발 분야 업무를 맡았었고, 임성수 대표는 대학에서 국내 소프트웨어계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을 했다. 30년 지기인 두 사람은 각자의 사업을 하다 실력있는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 뜻을 모으고 회사를 합쳤다. 서비스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비전을 사명에 담은 채 시작한 ‘그렙’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렙은 개발자 채용을 위한 코딩 테스트 ‘프로그래머스'(Programmers), 프로그래밍 Q&A를 제공하는 ‘해시코드'(Hashcode) 서비스를 운영 중인 3년차 스타트업이다. 카카오, 넷마블을 비롯한 여러 IT기업이 고객이며 투자사에서도 러브콜을 받고있다.
국내 개발자 채용 환경의 현 주소는 어디에 와 있는지, 무엇을 바꿔가고자 하는지 얘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임성수, 이확영 대표/사진=플래텀 DB
각자 사업을 하다 합병했다.
이확영(이하 ‘이’): 카카오에서 CTO로 일하다 13년 여름에 그만두고 2014년 봄에 에잇크루즈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게임분야에서 시작했지만, 2015년 여름 코딩 교육 사업(헬로우월드)으로 전향했다. 마침 임성수 대표도 그쪽에 뜻어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때가 15년 겨울이었고 하나의 아이템으로 다시 개발에 들어간 건 16년 초다. 서비스를 만들고 난 뒤에는 시장 검증, 유저 확보에 집중했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 작년 11월 투자사 두 곳에서 총 5억원을 유치했다.
그렙은 어떤 의미인가.
임: 우리의 비전을 담았다. 그렙(GREPP)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그렙은 우선 ‘great people’의 약자를 땄다. SW개발자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위대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또 한가지는 리눅스 명령어인 ‘grep’에서 따왔다. 그렙은 뒤에 나오는 자료 중 골라내고 싶은 글자를 골라내는 역할을 하는 명령어다. ‘잘 고르다’는 원래 뜻도 있고. P는 ‘people’의 앞 글자를 땄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 중인지.
임성수(이하 ‘임’): 우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기업 간 커리어 매칭을 지향하며, 양쪽 사이를 채우는는 일 몇가지를 하고 있다.
지원자는 원하는 기업에 개발자로 취업하기 위해 알맞은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 지원자에게 동영상 교육을 실시한다. 기업에게는 보다 나은 개발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채용 플랫폼을 제공한다.
‘B2B’사업에선 영업이 강점이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기업을 설득하나.
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 관계자를 많이 알게 되었다. 이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네트워크는 우리 서비스가 쓸 만 해야 잘 형성된다. 다행히 우리 서비스를 통해 채용을 진행한 기업 담당자의 후기가 좋았다. 전통적인 채용방식보다 훨씬 역량이 뛰어난 이들이 채용됐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를 통한 입소문도 성장에 작용했다. 작년 카카오는 우리 서비스를 활용해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했다. 좋은 개발자를 채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많은 기업으로부터 문의를 받았다. 이외에도 넷마블, SK C&C 등 국내 IT기업이 활용했다.
기업이 그렙을 써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이: 국내 취업 시장은 대기업 위주로 형성 돼있다. 대개 이들은 서류, 적성검사 및 면접 과정으로 채용하는데, 문제는 개발자도 이렇게 뽑는다는 점이다. SW 개발자를 채용하려면 지원자마다 잘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미 우리보다 선진화된 국가에선 코딩 테스트가 활발히 활용된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도 그렇게 개발자를 뽑는 추세다.
우리 플랫폼을 활용하면 지원자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췄는지 판단할 수 있다. 서류를 보며 필터링 하는 것보다 훨씬 논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단 점에서 효과적이다. 기업 규모에 상관 없이 두루 필요한 서비스라고 본다. 어떤 기업이라도 실력 없는 프로그래머와 일하고 싶진 않을 테니 말이다.
문제 출제 등 콘텐츠는 어떻게 개발 중인지.
임: 외부에서 1차 콘텐츠를 만든다. 이후 내부에 있는 문제 전문 팀이 다듬는다. 경험많고 역량있는 이들이 문제를 풀거나 내고 있다. 우리 팀의 강점 중 하나다.
기업마다 원하는 난이도가 다를 텐데.
이: 특정 수준을 요구하는 기업도 있으나 대부분은 우리 문제를 바로 활용하는 편이다. 기업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우리 문제 난이도는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시스템을 통해 어느 정도 실력을 감별해 내길 바라며 서비스를 고도화 하고 있다.
지원자에서 그렙은 어떤 부분이 용이한가.
이: 개발의 묘미를 알게 돼 전문성을 탐구하는 다수의 주니어 개발자가 우리 타깃이다. 혹은 취업전 기초 역량을 쌓고 싶은 이들도 맞을 수 있겠다. 이런 니즈가 있는 고객을 위한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보고 듣기만 하는 동영상 교육이 아닌 실습도 겸하고 있다. 보다 나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 분야 별로 확보하는 게 올해 목표 중 하나다.
서비스 근간에는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한다는 목표가 있다.
이: 개발자는 무척 중요한 인력이다. 수많은 기업의 근간엔 IT와 개발자가 있었다. 세계적인 트렌드이지만 우리나라에선 개발자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 지 알려주는 사람과 과정이 별로 없다. 그래서 개발자로 성장하게 되면 인생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 공무원,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좋지만 개발자라는 직업을 돌이켜봤으면 싶어 이 일을 시작했다.
오프라인 강의 및 실습, 부트캠프 등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도 서비스할건가.
임: 언급한 방법은 우리에게 시기 상조라고 본다. 오프라인 강의나 부트캠프 등의 방법은 우리 서비스를 실현하는 데 조금 무겁지 않나 싶다. 지금은 개발자 테스트, 코딩 콘텐츠 확보 및 채용 서비스 진출이 최우선이다. 개발자가 추가로 공부하거나 이직준비 할 때 필요한 것을 습득하도록 돕고, 주제별로 각 콘텐츠를 연습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정도가 부수적인 목표다.
개발자 커뮤니티인 ‘해시코드’를 운영 중이다.
암: 아직까지 많은 개발자와 학생이 포털에서 지식을 묻는 경우가 많다. 올바른 방향은 아니라고 봐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미국엔 개발자간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가능한 ‘스택오버플로우(Stack Overflow)’라는 커뮤니티가 있다. 여기서 답변을 잘 하는 프로그래머는 채용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우린 이를 한국식으로 도입했다. 홍보와 마케팅을 하진 않아서 사용자가 많진 않지만 올해 제대로 운영해 볼 계획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엔 리크루팅 스케줄링 시스템인 ‘굿타임.io(goodtime.io)’가 있다. 그렙은 향후 이러한 시스템을 고려 중인가.
이: 미국과 국내는 개발자 구직 시장 개념이 다르다. 미국은 개발자가 우선이다. 기업이 지원자를 찾는데 혈안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렇지는 않다. 미국 정도의 환경을 갖추려면 지원자 수준이 괜찮아야 하는 게 증명돼야 한다. 국내는 그 정도까지 검증 되진 않았다. 우리가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하는 개발자가 자연스럽게 드러나 자연스럽게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거다.
지금은 초기단계여서 우리가 생각한 정도까지 가기 위해선 많은 인프라가 필요하다. 지금 고도화 중인 서비스가 조금 더 성장하기 전까지는 현재 분야에 집중할 생각이다.
개발관련 이슈 중 하나가 대학서 공부한 것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은 인프라 문제라고 보는데.
임: 오랜 연구를 토대로 학습시키는 학교와 매일 바뀌는 세상에서 쓰이는 기술은 당연히차이가 난다. 이를 좁히는 게 학교의 역할이다. 다만 가르치는 사람 상당수가 변화에 둔감하다. 그런 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 정부와 함께 SW중심 사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현장에서 활약한 경력자를 교수로 채용하고 교육과정을 바꾸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해야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차이를 줄일 수 있을 거라 봤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학생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꾸준히 바꿔야 한다고 본다.
국내 기업에서도 필요한 서비스겠지만, 일본기업에 더 니즈가 있을듯 싶다. 진출 계획이 있나.
임: 일본에선 ‘엔지니어’는 ‘장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SW 분야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국내보다 개발자를 더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더욱이 일본은 개발자가 모자른 상황이다. 때문에 우리도 커리어 매칭 시 일본 시장에 진출시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