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93] “수출입 물류 시장의 정보불균형 해결”, 물류 스타트업 ‘트레드링스’
여행을 위해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수많은 항공사를 직접 방문해 항공권을 알아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대형 포털이나 스카이스캐너와 같은 메타서치 서비스에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하면 그에 부합하는 수많은 비행편 정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항공사와 메타서치 서비스 사이에는 여행사라는 항공권 대리 판매자가 존재한다.
그럼 이번엔 사람이 아닌 물건이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보자. A 기업의 수출입 담당 직원은 미국으로 일정 기간까지 제품을 보내야 한다. 그가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검색 서비스는 없다. 놀랍게도 선사들의 해상 운송 스케줄이 여태 디지털 자료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매해 발간되는 일정 책자를 뒤적여 선박의 입출항 정보를 찾는 것이 그가 가진 옵션의 전부다.
현실이 이렇기에, 수출입 물류업계에는 일찍이 선박 회사와 기업을 연결하는 포워더(Forwarding Company, 복합운송주선인)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기업을 대리해 화물의 출발부터 도착에 이르는 물류의 전반 과정을 관리한다. 구조적으로만 따지면 여행사와 비슷한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수출입 기업과 포워더 사이에 정보 비대칭 문제가 발생한다. 수출입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통합된 관리 시스템이 없다보니 어떤 포워더와 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는 물론, 물품의 정확한 도착 일자도 제대로 알기 어렵다. 모든 정보는 포워더가 독점하는 구조인 것이다.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구매했는데 내가 적당한 가격에 산 것인지, 빠른 길로 가고 있는 건 맞는지, 정확한 도착 일자는 언제인지조차 알 수 없다면? 뭐 그런 경우가 다 있나 싶겠지만, 이것이 현재 국내 수출입 물류 산업의 현 상황이다.
트레드링스(TRADLINX)는 이 수출입 기업과 포워더 간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물류 스타트업이다. 국내 유수 해운 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박민규 대표는 ‘국제 물류 산업 종사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한다.
창업의 계기는 무엇인가.
과거 현대상선에서 일하며, 수출입 물류 업계의 비효율성을 깨닫게 됐다. 모든 일을 이메일과 전화로 처리해야했는데, 이조차도 선사와 직접 업무할 수 있는 대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었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환경이 더 열악했다. 이들은 아직까지도 파일 철이나 엑셀로 모든 물류를 관리하며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워더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떤 산업군이든 기본적으로 플랫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정보의 데이터화다. 이 수많은 데이터를 일원화된 하나의 체계로 만들어 현업의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자동화다. 그런데 국제 물류 시장은 자동화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데이터화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다. 어떤 배가 언제 출발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매년 발간되는 종이책을 뒤져야 하니까 말이다.
따라서 이 물류 진행 과정에 대한 정보를 포워더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물류 시장 자체가 포워더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에서는 전적으로 물류 운송을 포워더에게 맡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트레드링스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점점 국제 시장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국제 물류는 앞으로 택배를 보내듯 쉽고 간편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전 세계 주요 선사들의 운송 일정과 선박의 이동 경로, 화물의 위치 등 기본적인 정보를 데이터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우리는 100여 곳의 포워딩 파트너와 일하고 있다.
데이터는 어디서 어떻게 취합하고 있나.
다양한 방식으로 취합한다. 인천 공항과 같은 항만 내에는 수많은 터미널이 있다. 터미널마다 선사들이 운영하는 선박들의 위치 데이터를 갖고 있다. 간혹 일정을 엑셀로 관리하는 선사도 있기 때문에 이를 취합해 온라인화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 또 한 번으로 끝나는 작업이 아니고, 변경 사항이 생길 때마다 매번 업데이트도 해줘야 한다.
취합한 데이터를 활용한 트레드링스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통합 화물 관리 시스템이다. 수출입 업을 하는 모든 중소기업이 이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포워더들의 견적을 받아볼 수 있고, 물류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정보는 과거 포워더들이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업은 물건이 어떤 배에 실려 가는지, 정확히 언제 현지에 도착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두 번째로는 온라인화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물류 정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어떤 경로를 통해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지 등을 찾아낼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수출입 물류 컨설팅 서비스, 물류비 비교견적 서비스, 물류사 매칭 서비스, 물류 통합 관리 서비스다.
그렇게 필요도가 높은 일이라면, 왜 다른 기업은 여태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것일까.
산업 체제가 견고한 분야에서 기득권 세력은 정보 불균형을 이용해 자신들의 탑을 쌓는다. 그러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우리의 방향성에 공감하지 않는 포워더 업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국에 포워딩 업체가 얼마나 있나.
1만 개 정도 된다.
현재 100여 개 포워딩 업체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수출입 기업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포워딩 업체가 허가제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년 수백 개가 생겨났다가 없어진다.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도 많다. 또 본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나라로 물건을 운송해야 할 경우, 재하청을 주는 경우도 많아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 우리는 전문성 있고 사고 관리가 가능한 규모의 포워딩 업체만 선별해, 수출입 기업에게 견적을 제공한다. 또 각 포워더마다 전문 국가가 다른데, 이를 고려와 포워더와 수출입 기업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모수가 적다고 해서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있는 건 전혀 아니다.
포워더 입장에서는 트레드링스를 통해 어떤 이득을 볼 수 있나.
매출 창출이다. 기존에는 그들도 오프라인 영업을 통해 수출입 기업을 물색해야 했다. 또 업체들마다 각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구간이 다르다. 미국 전문 업체에 러시아 운송을 맡기면 효율이 떨어진다. 그들 입장에서도 적절한 수출입 기업을 매칭해주면, 별도의 추가 노력 없이 빠르게 일을 진행할 수 있어 이득이다.
트레드링스의 주 수익원은 무엇인가.
주요 수입처 중 하나는 포워더로부터의 수수료다.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데이터로도 돈을 번다. 대기업과 정부 기관 측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해상 운송 데이터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에는 SK 산하 포워딩 기업인 FSK L&S와 물류 데이터 제공 계약을 맺었다. 이는 수출입 물류 IT 업계에서 대기업-스타트업 간 첫 상생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광고 수익도 있다. 우리 시스템 내부에 3만 여 명에 가까운 포워딩 업체 실무자들과 수출입 물류 담당자들이 있다. 따라서 우리 플랫폼 내에서 광고를 진행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도 있다.
향후 투자 유치 계획은 어떻게 되나.
현재는 명확한 계획이 없다. 빠르면 내년 정도에 준비해 볼 예정이다. 투자를 유치한 지 1년을 넘기긴 했는데, 아직 시장에서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급하지 않다.
해외 진출 계획은.
우리는 시작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뒀다. 우리나라는 어느 분야나 굉장히 까다로운 소비자를 상대해야 하는 국가다. 국내 고객을 만족시키면, 해외 시장에서는 당연히 경쟁력이 있다. 또 국제 물류는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해외 진출에 특화된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미국, 동남아 시장 진출을 올해부터 준비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트레드링스의 단기, 중장기 목표에 대해 말씀해달라.
작년 11월에 통합 화물 관리 시스템을 출시했다. 이전에도 있었지만, 더 고도화시켜 중소기업들의 모든 물류의 A부터 Z까지를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완성했다. 단기적으로는 이 시스템의 유저를 일정 정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물류 산업 종사자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실제 기업 내 물류 담당자들의 업무 만족도가 굉장히 낮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온라인 데이터화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지만, ‘물류는 딱딱하다’는 외부의 시선도 악영향을 많이 미친다. 우리는 시장 방향성과 패러다임을 바꿔나가는 회사가 되어, 산업계 안팎의 편견을 바꿔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