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록체인, 거품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
(왼쪽부터)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 고우균 메디블록 대표, 서일석 모인 대표, 김문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사진=플래텀DB
2016년까지만 해도 블록체인(BLOCKCHAIN)은 IT 업계에서 조차 낯선 개념이었다. 하지만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업계 트렌드로 부상해 여러 사업 모델이 등장했고 연말연초 암호화폐를 시발점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특정 기관이나 중앙 서버 등에 저장하지 않고 네트워크 상에 분산 저장하여 참여자 모두가 공동으로 기록, 관리하는 기술로, 모든 거래 정보를 포함하는 거대한 분산 장부라고 할 수 있다. 암호화폐로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기술로 활용되어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금융거래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도입 당시 개념 자체가 생소했기에 관련 사업의 적법/위법성도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암호화폐 거래량이 세계 3위 수준으로까지 늘어나는 등 관련 사업이 몇 개월 사이 급성장하며 주목을 받았고, 일부 비트코인 거래소가 금감원 고발을 당하며 거품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과 사업에 대한 찬반 양측의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특히 과거 닷컴버블과 비견되는 거품이라는 비판이 강했다.
20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굿인터넷클럽 행사 패널로 나선 서일석 대표(모인), 고우균 대표(메디블록), 김성호 파트너(해시드)는 블록체인을 버블로 규정짓는 것은 시기상조라 입을 모았다.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블록체인의 미래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기술이 얼마만큼 진보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일석 대표는 “최근 암호화폐 장의 폭락만을 가지고 버블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지금,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실생활에 사용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프로덕트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우균 대표는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며, “시장에 많은 돈이 모이면서 스캠(사기)이 생기는 것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호 파트너는 “대중화가 가속되면 화폐나 실제 가치가 있는 기본자산 영역도 블록체인 세상으로 들어올 거다. 향후 전세계 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이 되리라 본다.”라고 예상했다.
(이하 패널과의 일문일답 요약)
블록체인, 버블인가 미래인가.
서일석 : 버블은 꺼져봐야 알 수 있다. 가라 앉을 수도 있지만, 영원히 안 꺼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을 버블이라 보지는 않는다. 암호화폐 장이 폭락 했다고 버블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코인 가격 등락만으로 그걸 평가하기는 어렵다. 지금 활발히 진행되는 콜렉트들이 3~5년 뒤 시장에 어떻게 선을 보일지가 중요한 이슈라고 본다. 더 큰 프로젝트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거다. 스팀잇처럼 유저접점이 활발한 사례가 이미 등장하고 있다. 여러 이슈가 있지만, 기술이 등장해 발전하면서 나올 수 있는 건전한 문제점이라고 본다.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 일반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프로젝트가 나올거라 전망한다. 개인적으로 리버스 ICO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있다. 블록체인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보다 관련 기술의 진보가 더 크리라 본다.
고우균 : 블록체인 이슈의 레퍼런스로 차용되는 것이 등락이 컸던 닷컴버블 시대 그래프다. 하지만 당시 버블이라 생각했던 그래프를 지금 살펴보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변동이었다. 현재가 어느시점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붕괴나 폭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시장 조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거다. 물론 자금이 몰리다 보니 스캠 등 사기성 프로젝트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이 시장을 붕괴시키는 요소라 보지는 않는다.
김성호 : 거품을 말하기 전에 이 시장이 얼마나 갈것인지를 먼저 봐야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론적으로 전 마켓 영역을 커버한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 주체라 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블록체인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을 볼 때 대중화 확률이 높다고 예상한다. 롱텀으로 보면 블록체인은 더 커지고 올라갈거다. 현재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과도기다. 대중화가 되면 화폐나 실제 가치가 있는 기본자산 영역도 블록체인 세상으로 들어올거라 본다. 전세계 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이 될거다.
근래 스팀잇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팀잇의 보상구조 등을 어떻게 보나.
고 : 블록체인 기반 프로덕트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서비스가 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서비스다. 광고없이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제작자가 합당한 리워드를 받는 구조다. 큰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고 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팀잇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토크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메디블록도 스팀잇의 토크 메커니즘 모델을 많이 차용했다. 대부분의 토크 메커니즘이 시장에서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 사용자가 실제로 참여했을 때 어떻게 동작할지에 대한 레퍼런스가 전무한 것이다. 스팀잇은 현재 서비스가 되고 있고 사용자들이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기에 나름 검증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스팀잇에서 SMT(스마트 미디어 토큰)을 발표했다.
김 : SMT를 활용하겠다는 프로젝트가 늘어나는 중이다. 미디어 프로젝트에 많이 활용될거라 전망하고 있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SMT에 접속하면 소스코드를 받을 수 있기에 몇군데는 이미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SMT를 활용하는 모델도 좀 특이하다. 이더개스 등 사용료가 없고 인플레이션에 해당하는 토큰 중 5% 정도를 SMT 파운데이션에 주는 형태이다.
스위스가 ICO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다. 특이한 것은 유틸리티토큰(utility tokens)은 규제에 포함하지 않았다.
김 : 국가의 관련 가이드 라인은 공인하지 않은 또다른 화폐를 사고 파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 본다. 지금 나온 토큰 중 성격이 불분명한 것들이 많다. 크게 유틸리티토큰, 시큐리티토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유틸리티토큰은 서비스 내에서 가치의 이전, 저장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화폐적인 성격이 강하다. 시큐리티토큰은 보팅 유무, 보팅 파워가 있다거나 추가적인 이익, 의결권이 추가되는 형태가 많다. 미국 SEC에서 유틸리티토큰이 아니면 상장하면 안 된다는 가이드를 한 뒤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유틸리티토큰이라 말하며 ICO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큐리티적인 성격이 많이 들어가 있다.
최근 텔레그램이 ICO를 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 : 텔레그램이 가진 플랫폼을 볼 때 붙일 수 있는 사업이 무척 많다. 금융권 회사가 하고 싶어하는 재화의 이동을 그 안에서 생태계로 만들 수 있기에 주목을 받는다고 본다. 텔레그램이 얼마나 더 큰 그림을 그리냐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거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기술적 이슈를 이야기할 때 이더리움과 이오스 간 경쟁을 빠트릴 수 없다.
김 : 이오스와 이더리움이 지향하는 바가 약간 다르다. 현재 추세는 이오스에 힘이 실리는 형세다. 다만 누가 우세하고 밀리고 하는 것을 논하기는 이르다.
신규 창업자가 블록체인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어떤 프레임워크나 프로토콜을 가지고 하는 것이 좋을까.
김 : 블록체인은 진화하는 과정이다. 이더리움이 대중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완벽한 퍼블릭 블록체인은 아니다. 이오스는 블록체인을 이더리움보다 더 원활히 사용할 수 있게 끌어올린다고 주장하지만 아직은 변방에 있다. 양측모두 장단점이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선택할 때 파운데이션이 지원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
굿인터넷클럽 행사 현장/사진=플래텀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