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성 평등 사회를 향한 시작점으로서의 스타트업
2017년은 가히 여성의 해라고 말 할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운전을 허용하지 않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기 시작했고 갤 가돗이 열연한 DC의 ‘원더우먼’은 전설적인 여성 영웅 (히로인)의 성공적인 등장을 알렸으며, 여권신장 운동‘ 미투(#MeToo)’가 시작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서구 사회는 물론 성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 비율 또한 빠르게 증가 중이며, 이에 발맞추어 전통적인 가족 사회에서 여성이 담당하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한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아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양육 지원은 이미 정부가 깊숙이 관여하여 조절할 정도로 중요한 영역이 되었고, 가정 대용식 (HMR, home meal replacement), 청소 및 관리 (Housekeeping), 세탁, 장보기 등의 서비스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 하고 있다.
여성이 중요 소비 주체로 자리 잡으면서, 여성을 위한 마케팅 활동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교육, 여행, 뷰티, 건강 등 여성의 소비 비율이 높은 영역에서도 여성 고객들을 더욱 구체적이고 세분화하여 상품 설계 및 마케팅적 접근을 하는 경향이고, 신용 카드나 대출, 투자, 자산관리와 같은 금융/핀테크 영역에서도 여성 전용 상품이 대거 출시해서 많은 인기를 얻을 정도로 여성 소비자들은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타겟이 되어가고 있다.
스타트업 분야가 떠오르기 시작할 초기에는 투자자들 그리고 창업자들이 대부분 남성이었다. 남성 투자자들에게 여성 창업자의 성별은 하나의 핸디캡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많이 변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여성 구성원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창업자의 성별은 더 이상 고려 사항이 되지 않는다. 여성의 경제력과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여성 창업자의 성별은 더 이상 극복해야 할 점이 아니라 오히려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장점으로 여겨진다.
전통적인 산업 사회는 남성 중심으로 시스템이 만들어져서 남성으로서 일할 때 가장 효율적이게 편성되어 있고 장기간 조직 문화에 순응해야 권한과 기회가 주어지는 반면, 스타트업 특성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안에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어 사회적 명성이나 위치, 성별 같은 외형적인 조건보다 개인이 갖는 역량 자체가 훨씬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스타트업은 여성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부도 여성 창업자/과학기술인 지원, 경력 단절 여성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선도적으로 이행하여 여성들이 스타트업 업계에서 안착하고 성장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남성 중심의 사회 시스템에 변화가 생기고 여성이 참여할 여지가 늘어나는 것, 더 나아가서 성별의 구분이 의미 없어지는 시스템, 양성이 동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점으로서 스타트업 업계가 의미있는 이유다.
서하연 / 밸런스히어로 데이터 분석 총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