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人사이트] 우버에 무작정 찾아가 이력서를 내밀었더니
부산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김누리씨는 우버에서 일 한지 4년 된 디자이너다. 우버에서 드라이버를 위한 모바일 앱 디자인 작업을 거쳐 글로벌 마케팅에 필요한 툴을 만들었고, 다양한 팀 세팅과 빌딩을 경험했다. 그사이 직원 600명 규모였던 회사는 16,000명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현재 자율주행기술본부에 소속돼 기술개발에 필요한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여기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많은 길이 어우러지는 여행 경로는 종합 예술이고, 이와 연계된 사용자경험을 디자인해보고 싶다고.
김누리 디자이너가 3일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2018’에서 실리콘밸리에서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김누리 우버 디자이너/사진=플래텀 DB
하고 싶은 분야에 들어가라, 풀타임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
원리는 간단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스타트업이 문제를 해결할 때 신중하게 따지듯 개인도 마찬가지다.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그 분야에서 직접 부딪쳐보며 경험해봐야 한다. 겪다 보면 자신의 능력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대신 끈기가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교통과 관련한 경험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교통 수단 디자인 등은 다양하게 논의돼왔지만, 이를 사용하는 경험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적게 연구됐다고 판단했다. 그런 이유로 보잉사의 비행기를 디자인하는 기업 ‘티그(Teague)’에서 일 해보고 싶었다. 그 곳에선 인턴을 채용하지 않아서 본사의 시니어 디자이너의 연락처를 찾아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편집한 2분짜리 영상이었다. 그것이 적중해 인터뷰를 본 뒤 인턴이 됐다.
그 다음은 혼다에서 넉달 간 계약직으로 일 했다. 이때 워킹 비자가 나올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만 가기로 결정했다. 해보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다. 결과적으로 많은 경험을 얻었다. 자동차, 로봇 관련 지식을 쌓았고 IP도 2건을 만들었다.
현 직장인 우버에 입사할 때 에피소드가 있다. 우버 사무실 근처를 무작정 찾아가 몇 시간 정도 서성였다. 사무실에서 나온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디자이너와 인터뷰 보고 싶다며 지금까지 만든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우버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 생각해두기
대학원을 다닐 때 UX디자인 업계의 ‘돈 노만’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만나고 싶었다. 진심을 알아 본 교수의 소개로 인연이 닿았고 1년 간 팔로알토를 오가며 좋은 멘토가 돼줬다. 만나고자 하는 바람조차 없었다면 만날 기회도 없었을 거다. 대화 나누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대화도 원활할 수 있다. 그러면서 내 관점을 쌓았다.
타이밍을 염두하자
타이밍엔 두 가지가 있다. 필요한 타이밍과 잠재적으로 바라보며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전자는 나의 기민함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버 입사 후 2,3주 정도 됐을 때다. CEO가 디자인팀에 메일을 보내 PT에 들어갈 그림이 필요하니 빠르게 그려달라고 했다. 떠오르는 것이 있어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 회신했다. 며칠 뒤 CEO가 직접와서 고마웠다며 하더라.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이를 충족시키면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 이 일은 유의미한 추억이 됐다.
반대로 좋은 때를 기다리면서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디자이너로 일하는 동안 기술은 혁신되었고 문화도 수시로 바뀌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나오면서 시리와 알렉사가 연달아 출시됐다. 우버도 이 분위기에 편승했다. ATG 부서가 생긴 거다. 그래서 초반엔 엔지니어만 뽑았다. 하지만 디자이너에게도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해 틈틈이 공부하며 기다렸고, 현재 ATG 부서에서 즐겁게 일 하고 있다.
일이 하고 싶은 이유와 방법을 생각하라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땐 그 이유와 기여할 수 있을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에 닿기 위한 방법은 각자 다 다르다. 하고 싶은일을 제대로 찾고, 유의미한 대화를 할 만한 사람을 생각하자. 아울러 타이밍도 염두에 두자. 세상에서 빛을 내는 존재가 되기까지는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