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자칭 ‘사토시 나카모토’ 면전에 대고 비탈릭 부테린이 던진 독설
비탈릭 부테린(왼쪽)과 크레이그 라이트(오른쪽)/사진=플래텀DB
자타공인 블록체인 업계의 유명인사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과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Craig Steven Wright)’를 소개한다.
간단히 프로필을 나열하자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부테린은 대표적인 블록체인 플랫폼 이더리움의 공동 창립자이자 창안자이고 작가다. 현재 나이는 만 24세. *부테린은 6세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 성장했다. 현재는 스위스 거주.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라이트는 컴퓨터 과학자이자 이더라움 개발자, 그리고 사업가다. 현재는 엔체인(nChain)이라는 스타트업의 개발총괄이다. 현재 만 47세.
부테린은 수학천재란 평가를 받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를 따돌리고 월드테크놀로지어워드 IT소프트웨어 경진대회(2015년)서 수상을 한 것은 유명한 일화. 부테린은 고교과정 때 비트코인을 처음 접하고 매료된다. 이후 2013년 이더리움 백서를 발간하고, 2015년 이더리움을 공개했다. 이후 이더리움은 금융거래에 한정, 특화된 기존 블록체인 시스템을 금융거래 이외의 모든 분야로 확장하는 플랫폼이 되었다.
라이트는 비트코인 개발자이자 블록체인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람이다. 다만 업무 외적인 기행으로 더 유명하다. 대표적인 것이 2016년 본인이 ‘사토시 나카모토(비트코인 창시자의 가명)’라 선언하며 화제를 모은 것. 하지만 라이트는 이에 대한 명확한 증명을 하지 못 했고, ‘자칭 사토시 나카모토’ 주장을 철회했다. 이외에도 사망한 사업 동료의 비트코인과 특허를 빼돌렸다는 혐의로 유족과 조 단위 송사가 진행중이다. 앞서 라이트는 보우한 비트코인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오스트레일리아 세무국을 피해 영국으로 도피성 이주를 하기도 했다.
두 바퀴 띠동갑 두 사람이 서울서 만났다. 3, 4일 양일간 열린 분산경제포럼 첫 날과 둘째 날 연사와 패널로 참석한 것. 이번 분산경제포럼에는 두 사람 외에도 암호학자로서 가상화폐 개념을 처음 제시한 ‘데이비드 차움’, 국제 은행 컨소시엄 R3의 아키텍처 설계자 ‘이안 그릭’, 초기 비트코인 투자자이자 비트코인 캐시의 전파자로 유명한 ‘로저 버’ 등 블록체인 업계의 거물이 모두 참석했다.
이 행사서 부테린과 라이트의 논쟁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발생했다.
3일 분산경제포럼 패널토론. (왼쪽부터) 백종찬 분산경제포럼 공동조직자, 샘슨 모우, 로저 버 / 사진=플래텀DB
3일 포럼 마지막 세션 패널토론. 무대에는 속사포 스피치로 유명한 ‘비트코인계의 예수’ 로저 버(비트코인닷컴 대표, 비트코인 캐시 지지자로 돌아서며 ‘유다’라고도 불리움)와 샘슨 모우(블록스트림 최고전략책임자)가 패널로 나와 ‘비트코인의 확장성’을 주제로 노변정담을 벌이고 있었다.
세션 막바지, 마지막 질문을 관객석으로 돌리자 손을 들고 일어선 사람은 4일 메인 연사이자 이날 행사 일정이 없었던 비탈릭 부테린. 부테린은 무대 오른쪽 앞자리에 앉아 패널토론을 60여 꼭지에 걸쳐 트위터에 정리 중이었다.
젊은 이더리움 창업자는 패널토론 앞에 진행된 라이트의 발표 내용 오류를 지적하며 그를 ‘사기꾼’이라 비판했다.
“Given he makes so many non-sequiturs and mistakes, why is this fraud allowed to speak at this conference?”
라이트는 같은 시간 무대 왼쪽 맨 앞자리에 있었고 부테린의 화살이 자신을 겨냥하자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사기꾼이란 말에 발끈한 라이트가 육성으로 맞받아쳤지만, 마이크를 들고 있는 부테린의 목소리가 객석에 더 크게 잘 전달됐다. 이어 부테린의 발언에 찬동하는 관객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아래 영상 참조)
논쟁이 가열되는 상황, 사회자는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행사를 마무리 했다. 5분이 채 되지 않은 헤프닝이었다.
비트코인 캐시 지지자인 라이트의 암호화폐에 대한 관점과 비트코인 캐시를 탐탁치 않게 보는 이더리움측 관점이다르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라이트는 이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이더리움의 견해를 비판해 왔고 반대측과 온라인 설전도 자주 벌여왔다. 이에 부테린은 면전에서 작심 발언을 한 것.
사실 부테린은 비트코인 캐시측 인사 모두와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로저 버 등과는 의견 교류가 나름 빈번한 편이고 서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크레이그 라이트는 예외인 것이 이번 사건으로 확인되었다.
관객석에서 마이크를 잡은 부테린/사진=플래텀DB
아울러 부테린은 트위터를 통해 라이트의 강연과 패널 발언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라이트가) 얼마나 많은 대학 학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말은 비논리적이고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부테린의 마지막 트윗(아래), 마지막 문장은 라이트에 대한 그의 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Craig Wright is crazy.”
한 성질하기로 정평이 난 라이트 역시 가만히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그 또한 트위터를 통해 “비탈릭에게는 이슈가 있다. 우리가 비트코인 캐시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증명해 내면 이더리움이 약해지고 죽어간다는 거다.”라며 비아냥으로 받아쳤다.
부테린 말대로 라이트는 사기꾼일까. 아니면 부테린의 과민 반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