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잊지마]#2. ‘때(Timing)’
흔히들 스타트업은 ‘때’를 잘 타야 한다고 한다. 아무리 혁신적이고 뛰어난 제품이나 사업 모델이라고 할지라도 ‘때’가 맞지 않으면 시장에서 사랑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먼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먼저 시작했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다는 말과 나중에 시작하였다고 할지라도 성공 할 수 있다는 말도 그 뜻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 모델을 만들고 사람을 만나는 거며, 투자자를 만나는 것도, 그 ‘때’가 맞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스타트업을 하면서 몸으로 배워가고 있다. 2010년 겨울, 처음 스타트업을 하고자 결심을 했을 때, 생각을 했던 사업 모델은 이미 많은 참여자가 있는 시장에 관한 모델이었고 성공을 보장 받기가 힘든 모델이었다. 물론 참여자가 많이 있는 시장에서도 성공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성공의 확률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 보다는 조금 낮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기존의 사업모델과의 차별화를 두면서 사업 영역이 다를 수도 있는 두 분야를 합치는 방법을 활용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도 같이 일하고 있는 Jordan과 함께 신나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같이 일해보자고 설득을 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는 있었으나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전문가들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가늠할 만한 재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설득, 질문, 그리고 대화의 깊이가 그들을 설득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였다. 시작을 위한 준비는 당연히 길어 질 수 밖에 없었고, ‘때’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 첫번째 ‘때’를 맞추지 못하니,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나 다른 전문가들과 합류를 할 수 있는 기회 조차도 얻을 수 없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지만, 결국은 시작도 해보지 못한 완전히 실패 한 나의 첫번째 스타트업이 된 것이다. 다만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이 사업의 성공이 아닌 예쁜 아내를 얻는 소득(?)으로 이어진 점은 나름 나쁘지 않은 출구전략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실패는 실패였다.
첫번째 실패를 경험한 후, 나와 Jordan은 많이 겸손해졌다. 아니, 겸손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의욕만 가지고 스타트업을 만들고 시작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경험하고 나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부터 시작해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먼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당연히 쉬운 과정이 아니었고, 대답을 할 수 도 없는 생각들과 사업모델도 많이 거론 되었었다. ‘때’를 맞출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고, 이미 ‘때’가 지나 버린 것들일 수도 있었는데, 한가지 확실했던 것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없이는 ‘때’와 사업모델의 교차점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easi6, Inc.를 시작하기까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다. 1년의 준비과정을 통해서 배운 것은 정확하게 들어 맞는 ‘때’는 찾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것과 그것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조차도 확신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이 그 ‘때’인가?’, ‘지금 움직여야 하는가?’, ‘만약에 다시 실패한다면?’ 등등 수많은 질문들은 ‘때’와 사업모델의 교차점을 찾기 더욱 힘들게 만들었던것 같다. 완벽한 ‘때’를 찾을 수 없다는 것 알게 되고 난 후에는 ‘때’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촛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우선, 책상 앞에 앉아서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와 같은 막연한 생각들은 버리고, 생각과 사업에 대한 확실한 정리를 했다. ‘무엇이 필요한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문제의 해결방안은 간단하면서도 명쾌한가?’, ‘경쟁자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까?’, 그리고 중요한 ‘누구와 함께 하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먼저 구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앞서 말한 것 같은 간단한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1년이라는 준비과정이 증명해주었다. 이 과정은 스타트업을 하고자 하는 선배, 친구, 후배분들과 나누고 싶은 부분이기도 한데,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할 수 없다면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들 또한 답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선배, 친구, 후배분들처럼 우리들이 만든 서비스나 제품에 관대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답을 찾지 못한 사용자들이 어떻게 할 것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때’를 기다리기 보다는 준비를 마치고 달리기를 시작하고 언제 지나갈지 모를 ‘때’와 마주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법을 택했다. easi6, Inc.를 시작하고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이 시기가 그 ‘때’인지 확신 할 수는 없지만, 하나 둘씩 우리가 정해놓은 목표를 완성해가고 그 목표들을 통해서 다른 단체와 계약을 해 나가면서 조금씩 ‘때’가 맞아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지만, 지금은 우리가 기다리는 완벽한 그 ‘때’가 아니다. 언젠가 지금 이 순간이 그 ‘때’라는 생각이 들 때 큰소리로 말해볼까 한다. ‘지금이 그 ‘때’야!’ 라고.
지난 글 보기: [오빠 잊지마]#1. 너의 시작이 나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