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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하드웨어 스타트업이 中기업을 넘어서려면

(Editor’s Note)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경쟁력 강화가 트렌드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국가 경제와 연결된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둘러 제조업 재공업화를 추진해 선진국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으며, 독일은 ‘독일 2020 첨단기술 전략’과 ‘공업 4.0’을 통해 최근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제조공장의 스마트화 구상을 펼치는 중이다. 영국, 인도, 일본 등도 뒤질세라 제조업 업그레이드 방안을 마련했다.

매년 중국 선전서 개최되는 ‘메이커페어 선전’은 전세계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벤트다. 지난해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유럽, 일본 등 30개 국 667 명의 메이커와 창업자가 200여 개의 부스를 꾸리며 아이디어와 제품을 선보였다. /사진=플래텀DB

현재 이러한 트렌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특히 광둥성 선전(深圳 Shen zhen)은 혁신 제조 스타트업을 키우는 토대로 각광받고 있다. 소규모 부품생산이 가능한 소규모 공장형 기업이 활성화 되어 있기에 각국 제조 스타트업이 몰리는 추세다.

한국 역시 이러한 글로벌 시류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메이커 교육에도 300억 규모 예산이 집행된다. 사물인터넷(IOT)과 헬스케어와 분야 제조 스타트업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 영역은 실패가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제품 개발 및 양산 등 시간과 자금이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래서 ‘하드웨어 기업은 어렵다’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특별하지 않고는 투자 유치도 어렵고 소비자의 선택도 요원하다. 특히 중국의 하드웨어 기업의 양과 질은 가장 큰 경쟁 변수다.

18일 역삼동 동그라미재단서 열린 ‘제2회 하드웨어 얼라이언스’서 구중회 LB인베스트먼트 전무는 “한국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중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제품과 디자인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하드웨어에 서비스가 결합된 형태여야 승산이 있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문제를 혼자 해결하지 못 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답을 빨리 찾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바이오영역처럼 상부상조해서 돕는 모델이 나와야 하드웨어 분야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하 구중회 전무와 김주윤 닷(dot) 대표의 패널토론 요약.

(왼쪽부터)김주윤 닷대표, 구중회 LB인베스트먼트 전무,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모더레이터)/사진=플래텀DB

하드웨어 창업은 힘들다. 김주윤 대표의 경험을 이야기해 준다면.

김주윤 대표(이하 김) : 주변 상황을 따지기 보다는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고민 했다. 결국 답은 고객이었다. 고객을 만나서 초점을 잡았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재무적 성과를 내려면 사회적 공감대가 중요하다. 그게 갖춰져야 문제도 풀리고 성장 속도도 빨라진다. 사업을 하며 그걸 배웠다.

또 자금 조달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랑 관점이 맞는 중국 VC로부터 투자유치를 추진 중이다. 자본의 힘이 중국에 쏠리는 형국이다. 하드웨어 영역도 마찬가지다. 고프로를 샤오미가 인수한다고 하잖나.

최근 투자자는 어떤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찾고 있나. 

구중회 전무(이하 구) :  하드웨어의 정의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하드웨어라고 하면 보통 시스템 단품을 생각하는데, 근래 투자는 하드웨어에 서비스, 지능, 플랫폼이 결합되는 형태에 이루어진다. 좋은 하드웨어에 서비스가 결합되어야  투자자가 주목하는 추세다. 또 하드웨어 영역에서 데이터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하드웨어 하나만 잘 하는 회사는 투자받기 어렵다. 그런 비즈니스 모델은 중국이 더 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투자 펀드의 수익을 내는 기업을 보면 하드웨어쪽이 약하다. 100억 수익이 나는 회사도 시총이 800~1000억 정도다. 과거 100억 수익을 내면 2000억 원이 넘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낮다. 펀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야 다음 펀드를 결성할 수 있기에 하드웨어 투자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드웨어 기업이 서비스, 플랫폼과 융합된 제품을 만드려면 사업 전선이 너무 넓어진다. 이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가 있다면. 

: 반대 케이스인데, 네이버가 네이버랩스라는 자회사를 통해 하드웨어를 개발중이다. 네이버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하드웨어를 만드는 이유는 자사 서비스를 가장 잘 실행시켜줄 디바이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AI스피커다. AI스피커는 기존에 있는 제품을 사서 쓴 것이 아니라 설계부터 모든 과정을 다 네이버랩스에서 관리해서 제작한 거다. 이는 자사 서비스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함이고 서비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또 우아한형제(배달의민족)도 현재 서비스에 접목할 하드웨어를 검토 중이다.

이렇듯 서비스 기업들이 회사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검토하고 접목시키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불과 2~3년 사이에 벌어진 거다. 20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드웨어 기업은 단순 하드웨어를 납품하거나 수출해 매출을 많이 올리는 것이 전형적인 형태였다. 하지만 빅데이터나 AI 등 서비스 요소가 등장하고 결합되면서 경향이 바뀌었다.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샤오미 4개 기업의 비즈니스는 각자 다 다르지만, 자신에게 모자른 부분을 외부 수혈을 통해 보완해 발전해 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샤오미가 특히 잘 한다. 샤오미는 상장사가 아님에도 벤처캐피털을 가지고 있다. 하드웨어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해서 플랫폼은 자신의 것을 쓰고 외부 소프트웨어를 붙여 론칭하고 마케팅을 하는거다. 샤오미식 오픈이노베이션이다.

다만 아직까지 이런 형태로 진행해 IPO까지 간 기업사례는 없다. 현재 진행형이기에 앞으로 등장할거라 본다.

하드웨어에 앞서가는 국가들을 보면 요소기술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게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닷의 경우 요소기술을 수출하는 입장이다. 양산화까지 과정이 녹록치 않았을텐데. 어떤 부분이 주효했나.

: 일단 초기부터 좋은 기술자들과 함께했다. 우리 비즈니스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이 좋은 인재를 모은 근간이었다. 양산까지 가는 과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힘든 과정이었다. R&D과제도 많이했고, 요소기술을 갖추는 데까지 실패비용도 많이 발생했다. 자금도 VC(벤처캐피털)가 아닌 다른 루트로 조달했다. 어느 수준에 다다른 순간, 업계 1~3위 기업에서 추가 라인업에 우리 기술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콜이 왔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는 신호가 온 것이다.

닷의 제품은 어디 맡겨서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생산 라인업은 어떻게 구축했나. 

: 발명, 개발, 양산은 하나로 이어지는 프로세스가 아니라 전혀 다른 과정일 수 있다. 제품 양산에 들어간 상황에서 소비자 반응이 안 좋아 일부 공정을 바꾸려고 했는데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더라. 이렇게 하드웨어는 세부적으로 조정해가야 하는 것이 많다. 3년간 피말리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그 끈을 안 놓고 버텨왔다.

IT나 서비스가 섞이지 않은 아이디어, 디자인 제품을 검토하는 스타트업도 있을거다. 어떻게 진행하는 게 이상적일까.

: 작년 10월 오랜만에 홍콩 전자전에 다녀왔다. 홍콩 전자전은 MWC나 CES처럼 기술을 알리는 취지가 아니라, 양산하는 물건을 직접 거래하는 바이어와 셀러가 만나는 자리다. 가서보니 몇년 사이 디자인 등 때깔이 너무 좋아져 있더라. 가격도 상상할 수 없이 낮은 가격이었다.

참고로, 우리 투심위에서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하거나 듣는 질문이 ‘중국기업이 얼마만에 쫓아올 수 있는가’다. 그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하면 통과가 어렵다. 중국 액셀러레이터의 최근 접근법을 보면, 드림팀을 홍콩에 모아 일을 도모한다. 예를들어, 유럽과 미국 등에서 디자인을 잘 하는 사람, 독일에서 십수년 양산을 해본 사람, 스페인이나 폴란드에서 드론 테스트를 총괄해본 사람을 홍콩에 모아 팀을 꾸린다. 이들을 통해 세계에 통하는 아이디어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중국 OEM 양산 업체에 맡겨 원가를 산정하고, 대단위 생산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런 형태로 운영되는 액셀러레이터만 수십 개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렇게 물건을 만드는 팀보다 더 잘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팀은 아직까지 못 봤다. 그래서 하드웨어와 서비스가 결합된 모델을 이야기 한거다. 비트파인더(맞춤형 공기 서비스 기기 ‘어웨어’ 개발사)가 이 형태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시스템 자체는 공기 청정기 솔루션이고 하드웨어는 소싱해서 만들지만, 디바이스를 통해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관련 기업에 모듈로 판매한다. 또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가지고 있다. 하드웨어와 비즈니스 모델이 견조하게 가는 형태다.

단순히 디자인만 이뻐서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고프로가 경영난을 겪으며 M&A가 언급되고 있다. 중국에 그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수십개나 있기 때문이다.

중국기업의 빠른 성장에는 산자이(짝퉁) 문화도 있다. 지재권을 통한 카피캣 방어는 가능한가. 

 : 방어형은 가능하겠지만, 공격형은 어렵다고 본다. 회피설계 등 피해가는 방법은 어떻게든 찾아낸다. 홍콩 전자전에 갔을 때 눈에 띈 제품은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과 무선충전기, 스마트 홈네트워크 장비였다.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기존 유명 제품과 차이 없는 제품이었다. 그걸 전시하고 만드는 곳만 수십군데 있더라. 먼저 개발되는 한편 제품이 좋아서 후발 기업이 못 쫓아가는 경우는 종종 봤지만, 특허로 방어해 카피기업을 이긴 사례는 흔치 않다.

여러 산업 영역이 중국에 추월당했는데, 하드웨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근래 바이오 분야 생태계에서 업계와 학계의 협력이 강화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서로 협력 안 하면 다 죽는다는 인식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교수, 의사, 병원, 화학자, 업계 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드웨어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혼자 해결하지 못 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답을 빨리 찾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그런 회사가 되거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바이오영역처럼 상부상조해서 돕는 모델이 나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사람이 많다보니 협력 또한 우리보다 훨씬 많고, 빠르다. 일도 밤새서 한다. 중국에 파견나갔을 때 100억 투자받은 스타트업에 방문해 보니 허름한 사무실에서 야전침대 깔아놓고 먹고자며 일하더라. 헝그리 정신까지 있는거다. 이걸 넘어서는 효율적인 방식이 계속 논의되고 찾아져야 한다.

하드웨어 얼라이언스 현장/사진=플래텀DB
하드웨어 얼라이언스 현장/사진=플래텀DB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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