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150만 원으로 이태원에서 산다는 것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 ‘커먼타운(Common Town)’이 이태원에 열세 번째 지점인 ‘아인슈페너’를 오픈했다.
아인슈페너는 총 5층 규모의 건물로 32명의 거주자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150만 원대의 보증금을 내면 개별 냉장고, 세탁실, 주 1회 청소 서비스, 입주자 전용 고급 승용차 쉐어링 등이 제공된다. 앱을 통해 VR 투어, 가격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커먼타운은 2016년 코오롱하우스비전이 선보인 셰어하우스 브랜드다. 커먼타운은 이듬해인 2017년 11월 리베토라는 신설 법인으로 분리되었고, 이규호 코오롱 상무가 초대 대표이사로 그 키를 잡게 됐다.
약 2년간 커먼타운은 삼성동 코엑스점을 시작으로 압구정, 청담동, 서래마을, 여의도, 한남동 등에 지점을 열었다. 지난 23일 간담회를 진행한 연대중 사업본부장은 “이태원을 포함해 상권이 활성화된 지역일수록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주거난이 극심하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사업을 구상했다”고 창업의 계기를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역 상권이 활성화될수록 실제 주민이 거주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은 감소한다. 2006년부터 2015년 사이, 이태원의 거주 가능 공간은 33%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기성세대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은 밀레니얼 층은 ‘좋은 동네에서 살아볼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커먼타운은 ‘코리빙(Co-living, 함께 살아가기) 문화’를 들고 나왔다. 수십억 원대의 자산 보유자가 아니더라도, 약 150만 원 정도의 보증금을 내면 이른바 좋은 동네에서 살아볼 기회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개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함께 살아갈 커뮤니티를 찾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걸맞은 새로운 주거 문화를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연대중 사업본부장은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게 함으로써 지역주민 간 격차를 해소하는 ‘소셜 믹스(Social Mix)’가 커먼타운의 궁극적인 핵심 가치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월세가 60~120만 원대(관리비 포함)인 커먼타운에 입주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일부 소득 계층에게만 가능한 일이 아니냐는 질문에, 연대중 사업본부장은 “이를 위해 커먼타운 스탠다드라는 더 저렴한 가격의 주거 모델을 만들고 있으며, 중국과 베트남에서 가구를 공수하는 등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커먼타운의 다음 행보는 ‘역삼동 프로젝트’다. 커먼타운은 올해 안으로 역삼동 내에 총 10개가량의 지점을 오픈한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결성된 창업 커뮤니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함께 일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그 성격을 정했다. 이를 위해 주변 코워킹 스페이스와도 다양한 협업을 이어간다. 비용은 이태원 아인슈페너 지점과 비교해 조금 더 낮은 수준이다. 역삼 지점부터는 남성도 입주가 가능하다.
이하 기자 간담회 질의응답.
젠트리피케이션과 N포 세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가격 문제로 일부 소득 계층만이 커먼타운에 입주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커먼타운 모델을 통해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현재 커먼타운에 입주할 수 있는 계층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더 다양한 가격과 형태의 주거 모델을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커먼타운 스탠다드’라는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커먼타운 대비 시장에서 훨씬 더 수용 가능한 수준의 월세를 지불하고 살 수 있는 모델이다. 주거비를 낮추기 위해 중국, 베트남 등에서 가구를 모듈화해 공수해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역삼동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린다.
현재 역삼동 내에 3개 이상의 부동산 계약을 마쳤고, 협의 중인 것까지 포함하면 10개 정도의 지점을 만들 예정이다. 세대 수는 100~300세대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하나의 ‘타운’을 만드는 것이다. 역삼동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커먼타운의 총 규모는 700세대 정도다. 역삼동 지점에는 공연 공간이 조금 더 넓히고, 보다 더 하이엔드 시설을 갖춘 주방을 만드는 등, 업무 공간과 생활 공간이 혼재하는 형태의 모델이 될 예정이다. 역삼동 지역은 강남역 인근에 비해 상권이 발달해 있고, 구시가 화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층의 접근이 다소 어렵다. 우리는 역삼동 지점들을 주변 코워킹 스페이스와도 시너지 낼 수 있는 형태로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 창업을 꿈꾸는 젊은 층이 주변 지역 커뮤니티와 시너지를 낼 수 있길 바란다. 입주 비용은 이태원 지점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게 계획하고 있다.
2015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커먼(Common)이라는 코리빙 스페이스 사업과 매우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로 보인다. 벤치마킹한 것인가?
미국의 커먼의 경우, 집주인들이 직접 인테리어 등 설비 투자를 한다. 커먼은 세입자와 주인을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 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실제 커먼 측에서 우리에게 협업 요청을 해오기도 했다.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
네트워킹 파티 이외의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한 협업 사례가 있나.
할인 쿠폰 등을 비치해 주변 상권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자 한다. 네트워킹 파티를 진행할 때도, 주변 가게에서 모든 음식을 사 오고 있다. 가게 주인들이 오히려 파티를 매주 열면 안 되느냐고 반기더라. 커먼타운의 컨셉에 맞게, 지역 커뮤니티와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해나갈 생각이다.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오나.
정확한 매출을 밝히기 어렵지만, 입주율은 85% 수준이다.
얼마만큼의 세대가 차야 실제 이윤을 낼 수 있나.
세대로 따지자며 5천 세대는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우주’처럼 집주인이 시설에 투자를 해주면 수익 구조는 단방에 개선된다. 현재는 공간을 임대해 모든 비용을 리베토가 다 지불하고 있다.
여성만 타깃으로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태원 지점까지만 여성 전용 공간이고, 역삼동 지점부터는 남성 고객도 거주가 가능하다. 여성과 남성 고객의 거주 공간은 분리되어 있지만, 타운 안에서 섞이게 된다.
목표로 하고 있는 시장의 전체 규모가 어떻게 되나. 밀레니얼 세대의 몇 퍼센트 정도가 커먼타운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하다고 보는가.
작년 기준 32만 명 정도로 추산했다. 코리빙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의 수는 점점 빠르게 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단기적으로 한국과 해외를 오가는 사람들 역시 코리빙 공간에서의 주거를 선호한다. 그 시장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본다.